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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사이비 신과 마왕과 쓰는 라이트노벨!
글쓴이: 노벨지망생
작성일: 12-07-03 14:18 조회: 2,508 추천: 0 비추천: 0

본격! 사이비 신과 마왕과 쓰는 라이트 노벨.

제 1화- 컴퓨터는 꼭 끄고 자는 것이 좋다.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이다.

"오늘은 빨리 켜지나 했더니 역시나이군."

"컴퓨터를 바꾸던지 해야지. 켜지는 동안 기도나 드리자."

느려터진 창문 xp 컴퓨터는 워드 프로세서를 키는 데에도 꾀나 오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든 나만의 관습. 자판위에 손을 얹기 전에 두 손을 모아서 기도를 드린다. 물론 나는 무교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중생들에 죄를 씻은 예수님도 인도의 왕자였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해탈했다는 부처님도 폭탄 조끼를 입고 미국을 벌하신 알라신도 나랑은 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지금 누구한테 기도드리느냐고? 궁금하지? 바로 '라이트 노벨의 신'님이시다. 그래, 댁이 생각하는 데로 나도 그런 신 없는 것 안다. 하지만 뭐, 짧은 시간 안에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넋을 놓고 워드 프로세서 기다리는 것도 하기 싫고.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있을지도 모르잖아? 일본에서는 물건마다 다 신이 있다는데.......

"제발, 제발 라이트 노벨의 신님. 오늘은 제발 막힌 부분 뚫리게 해주시고, 소재 좀 머리에 꽉꽉 채워 넣어주세요. 오늘까지 완성되어야 공모전에 올릴 수 있어요. 부탁드려요."

짧은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을 때, 워드 프로세서 창이 모니터에 떠있었다.

'자 지금까지 스토리가 밋밋했으니까 뭔가 확 깨는 인물이 필요한데.'

대충 지금까지 써 본 스토리는 이런 내용이었다.

'판타지의 정석대로랑은 조금 다르게 부족하고 조금은 멍청한 혈통만 이은 용사, 그리고 그를 영웅으로 만들려고 하는 히어로 메이커 여자 주인공. 여행이 계속 할수록 정의감으로 동료를 뽑는 것이 아니라 오직 힘과 완력으로 동료를 뽑다보니 나이트 엘프나 오크 족장 같은 이상한 동료들을 추가하게 되는데.......'

여기서 멈추게 된지가 거의 한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과연 어떤 인물을 넣어서 이 이야기를 빚어낼 것인가? 머리를 걸상에 박아도 보고 멍하니 앉아서 베토벤 월광 소나타도 들어보았다. 그때, 머릿속에 스쳐가는 한 가지 등장인물!

'마왕님! 그래, 귀엽고 츤데레 같은 마왕님이 필요하다!'

고뇌를 거쳐 새로 탄생한 마왕을 넣자 작업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막혀있던 소설 속에서 소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였고 작업을 시작한지 5시간 남짓이 지났을까, 글이 술술 써내려가지기 시작했다. 주인공과 새로 나온 인물인 마왕의 관계도 슬

슬 엮어가기 시작하였고 마지막에는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마왕을 츤데레 캐릭터로 넣었다. '귀여운 마왕!' 지상 최고의 히로인으로서 완벽하다. 그리고 배틀물로 이끌기 위한 마왕의 라이벌인 메피스토라는 마왕의 라이벌까지! 이로서 완벽하게 10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마스터 피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역시 기도가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1년 동안 이렇게 기도를 해왔으니, 만약 노부부가 물 한 접 받아놓고 아들을 달라고 기도했어도 삼신할머니가 아들을 줬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오랜만에 글이 잘 써지니 기분이 다 좋아지는 구나.

"크흑!"

감동의 물결이 느껴졌다. 그동안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는가. 라이트 노벨을 쓴다고 포기한 시험만 4번. 자지 않고 소재를 생각하며 보냈던 밤들. 그 1년 동안 작품 한 개조차 제대로 완성된 작품이 없어서 얼마나 자신에게 실망하였는가!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핸드폰으로 소설을 쓴 적도 있지 아니한가?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걸작을 보아라.

"난 이제 햄보칼 수 있어!!!"

드디어 한 권 분량이 완성! 드디어 출판사에 이것 좀 봐주세요! 하고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게 되었구나. 얼마나 기다려 왔는가. 늘 백일장이나 시만 써오던 내가 '라이트 노벨'이라는 참신하고 훌륭한 최고의 장르를 만난 후 하루, 하루 이 날만을 꿈꾸며 지내왔다. 이제 공모전에 내 작품을 내기만 한다면 모든 편집자 분들이 깜짝 놀라시겠지.......

'이런 맙소사.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 세계의 센세이션이야!'

'이 작품을 읽은 이상 더 이상의 심사는 필요가 없다. 수정도 필요 없어. 이대로 돌진한다. 엄마, 나 오늘 6시에 퇴근해!!!'

그리고 내게 연락이 오겠지?

'김 승재 작가님 되십니까? 엄청난 작품을 내놓으셨군요. 저희 회사를 담보로 5000만부를 재본 해 내겠습니다. 저희 출판사와 계약하시죠.'

그래, 그렇게 되면 학생 인권 조례가 발표 된 후 열려서는 안 될 지옥문이 열려 '디아블로 3' 가 된 고등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고2가 아닌 최고로 잘나가는 5000만 부 신화의 유명 라이트 노벨 작가가 되는 거야! 나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소녀 팬들과 나를 목표로 삼는 수많은 라이트 노벨 지망생들이 생기겠지. 그럼 멋진 대사도 한 번 날려줘야 하는데.......

'라이트 노벨을 잘 쓰고 싶은가! 내 습작과 아이디어를 모두 세상에 끝에 놓고 왔다!'

나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 들었고 그렇게 혼자 실실 웃으면서 30분 가까이 보냈을까?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아! 오늘이 공모전 마감이었지. 타이밍도 기가 막히네. 드디어 오늘 완성된 걸작을 세상에 내놓게 되는 구나."

나는 재빨리 메일로 들어가서 담당자님의 메일을 체크한 후에 파일을 첨부하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110장짜리 원고 들어가는 속도도 여느 한글파일의 속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구나. (그냥 컴퓨터가 느린데 자각을 못하는 겁니다.)

'파일 첨부가 완료 되었습니다.'

근데 이거 수 백편의 메일을 받으실 텐데....... 내 메일을 받아 볼 거라는 확신도 없잖아.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 뭔가 튀어야 한다. 그래, 일단 제목을 튀게 만들어야 하나? 맞아, 제목을 바꾸어 보아야겠다.

'천재 작가의 비공개 신작'

나도 정말 이렇게 까지 내가 무리수를 던질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본능에 맡기고 눈을 감고 썼더니....... 역시 난, 역시 난 대단하다. 이렇게 완벽한 제목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있을 수 없어. 아마 편집자님은 궁금해서 버티지 못 하시겠지.

"'라이트 노벨 공모합니다.', '라이트 노벨 좀 공모합시다.' '라이트 노벨 공모전' 아, 왜 이렇게 제목이 다 비슷하냐? 뭘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네."

라고 말씀하시는 찰나 석탄속의 황금처럼 빛나는 나의 역작의 제목을 보신다면!

"이, 이런 천재 작가의 비공개 신작이라고? 이건 안 보고는 못 넘어가지. 오늘 레0불을 마시고라도 이 작품 완독하고 말겠어!"

드디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송 버튼을 가격했다. 그리고 잠시 후 메일 전송이 완료되었다고 뜨자 희열을 느꼈다. 이제 작가가 된다는 통보만 기다리면 되는 거구나. 하지만 1초를 기다리기가 어려웠다. 아마 1시간 동안은 계속해서 수신확인 버튼을 누르면서 편집장님이 확인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편한 마음으로 1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

"드, 드디어 메일이 왔구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참을성 없이 네0버 메일을 확인하던 나는 드디어 메일함에 메일이 온 것을 확인하였다. 지금까지 6번이나 당했던 스펨 메일 따위가 아니었다. 카페에서 단체 구입한다는 유명 브랜드 신발도 아니었다. 그 메일은 바로, 바로 내가 공모를 했던 'N' 출판사의 편집자님의 메일 주소가 확실했다.

'어, 어쩌지. 이걸 어쩌지. 손이 떨려서 마우스 클릭을 못하겠어.'

나름 대인배라고 자부하던 나는 정작 일주일동안이나 기다리던 메일이 오자 손에 수전증이 오고 클릭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공모를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당선되었을 때, 메일이 오는 것인지 탈락했을 때, 메일이 오는 것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걸작이었는데. 당선되었겠지?"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가다듬었다. '후~' 깊은 심호흡 덕분에 조금 차분해 졌던 나는 메일을 열었다. 그리고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N사에 투고해 주신 스토리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메일의 제목을 보고 매우 기대를 하고

볼 수 있었습니다.'

"오~ 역시 계획대로야!"

담당자님이 제목을 보고 기대를 하셨다는 부분을 읽자 나는 위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이 그대로 펼쳐졌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그래, 담당자님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담당자님의 메일을 계속 읽어보겠다.

'하!지!만! 제목에 비해서 내용이 매우 부실하시 더 군요. 스토리 면에서 참신하려고 노력하신 부분은 알겠는데 그것도 마왕이라는 캐릭터가 나오기 전까지입니다. 도대체 성격을 파악할 수 없는 마왕이 마치 기계처럼 느껴지더군요. 전개를 바꾸려고 넣은 신

캐릭터라는 것은 알겠지만 츤데레 캐릭터라면 다 좋아한다고 계산하시고 넣었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이렇게 독자들을 계산하면 형편없는 글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더욱더 심각하게 작가님은 츤데레 캐릭터의 성격도 잘 이해 못하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투고 감사드립니다.'

‘작, 작가 선생,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이 메일의 내용을 끝까지 읽어낸 나는 크나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답장 아이콘을 클릭하고 '당신이 써보던가!'라고 보내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한마디도 틀린 말이 없었기에 잠자코 앉아서 충격을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걸작이라고 자부 했었는데.......’

계산해서 만들어낸 캐릭터인 마왕. 솔직히 아무런 성격을 넣지 않은 것도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판타지를 처음 써보는 입장에서 츤데레 마왕이란 소재가 역시 무리수였던 것 같다.

"결국 나란 존재는 하루하루 똥이나 만드는 기계에 불과했던 건가."

메일을 다 읽은 내 눈 앞에는 1년 동안 이 소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재 작가의 비공개 신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보냈다는 내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눈에 콩깍지가 껴서 그렇게 보였지만 담당자님은 얼마나 나를 정신 나간 놈이라고 생각했을까?

‘뭐, 뭐야 이 뉴비는 제 정신으로 이런 담대한 제목을 붙인 것인가? 천재 작가가 노망이라도 났나?!’

으,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머리를 떠나가질 않았다. 나는 컴퓨터가 켜진 채로 나두고 책상 옆에 붙어있는 침대로 엎어지듯이 누웠다. 그리고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누었다.

"흑, 흑"

1년이다. 1년. 1주일도 아니고 1달도 아니고 1년이다. 110 장의 소설은 1 개의 메일로 종쳤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핑계 될 거리가 없어졌다.

'아직 시간이 없어서 못 쓴 거야! 쓰기만 해봐. 아마 일본어로도 번역 될 거야!'

'엄마, 글 쓰는 거 안보이세요! 한 한 시리즈만 다 써도 대박 난다니까요? 드라마는 나중에 보셔도 되잖아요. 볼륨 좀 줄여주세요!'

한 편 다 썼고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난 실패했다. 자그마치 내 인생의 1년을 날렸고 그 누가 보아도 얻어진 것은 없었다. 그 누구의 잘못이나 원인재공도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탓해야만 했다. 혼자서 이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망할 츤데레 마왕. 그 성격이랑 행동 패턴을 내가 어떻게 아냐! 내가 츤데레 마왕이라도 만나보고 그따위로 썼으면 말을 안 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츤데레를 어떻게 이해해! 그런 오덕의 창조물 따위! 상업적인 글 따위 계산하지 않으면 어떻게 쓰라는 거야! 으아! 라이트 노벨의 신은 무슨 1년 기도해 줬으면 츤데레 마왕이라도 만들어서 떡하니 만들어서 가져다가 주던가! 으아, 짜증나!"

나는 한껏 고함을 질렀다. 나도 안다. 지금 말한 것 녹음해서 정신 병원에 가져가기만 한다면 한 4년은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썩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절망 적이었다. 그저 상상력으로 남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라이트 노벨이 나를 배신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츤데레 마왕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좋은 캐릭터라 생각하고 자부하고 넣은 거였는데. 이렇게 배신을 할 수가 있나! 그렇게 분풀이를 하고 있을 때, 살살 잠이 오기 시작하였다. 나도 참 한심하다. 인생 일대의 커다란 사건이 터져서 절망의 골짜기에 빠져있는데도 잠이 온다니....... 다시는 글을 쓸 용기가 안날 것 같다.

"바보 같긴. 한번 실패한 것 가지고. 네 소원대로 해줄게."

잠결에 작은 소리의 무엇인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군지 모르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너무 많이 운 나머지 대답을 할 힘도 없었고 너무 많이 운 나머지 눈도 퉁퉁 부어서 눈도 떠지지 않았다.

□□□□

“아, 눈 아프다. 벌써 아침이냐.”

아침 햇살이 쏟아지자 자동적으로 기상하였다. 어제 너무 많이 운 나머지 눈이 지끈지끈 거리는 것이 별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아직도 슬펐지만. 방구석에 앉아서 실패를 곱씹기에는 아직 방학까지 2달이나 남았다. 즉 슬퍼할 시간 따위는 없이 학교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학교 가야지. 이제 라이트 노벨 따위 다 잊어버리자. 늦은 만큼 공부하자. 잘 가라! 지난날들이여.'

그 때, 책상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쥐, 벌레? 그런 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내 방도 아직 쥐나 개미와 같은 세0코의 친구들이 나올 정도로 더럽지 않다. 뭔가 구멍에 꽉 껴서 나오려고 끙끙 거리는 소리. 나는 책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뭔 소리......."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보라색 긴 생머리를 해골 머리끈으로 묶은 트윈 테일 여자 아이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어디서 튀어 나오느냐고? 바로 내가 어제 끄지 않은 컴퓨터 모니터에서. 마치 작년 여름에 보고 2주일 동안 악몽에 시달렸던 공포 영화 '링(Ring)'에 나오는 유령처럼 서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링처럼 큰 처녀구신도 아니고 소녀 귀신. 그렇다고 귀신이라고 하기엔 낑낑 거리는 모습이 영. 잠깐, 저 녀석 생긴 것이 어느 누구랑 많이 비슷한데. 아니지, 아니지. 1년 동안 나의 세계에 갇혀 살던 내가 어제의 시련으로 맛이 갔나보다. 아니면, 눈이 너무 아파서 그런가?

“아, 별게 다 보이네. 안과부터 가봐야겠다.”

내가 혼잣말로 중얼 거리자 녀석 즉, 컴퓨터 모니터에서 빠져나오던 귀신같은 아니, 어디서 본 듯한 녀석은 나에게 명령조로 고함을 질렀다.

"여봐라! 미천한 인간아, 주군께서 곤경에 있으면 도와드려야 할 것 아니냐?"

뭐, 뭐야. 저 녀석 말할 수 있어? 그건 그렇고 뭐가 주군이라는 거야? 일단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얽혀선 않되.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지? 링 아니, 소녀 귀신이 TV가 아닌 22인치 모니터에서 튀어나오는데. 네0버에 검색을 해야 하나? 아니지 모니터에서 나오고 있으니 어쩌지?

"너,너,너, 넌 도대체 뭐야?"

"뭐긴 뭐야? 절대 마력 절대 존재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완벽한 '마왕'님이시다."

버둥버둥 거리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꼴이란 정말 가관이었다. 이 녀석을 빼줘야 하나 넣어줘야 하나? 그 때, 조금 멍청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어제 그 죽도록 욕하고 쓰레기라고 칭하던 마왕 캐릭터의 망령이 나를 쫓아서 컴퓨터에서 나오는 것인가? 저기서 나오면 날 죽이는 건가? 공포감에 사로잡힌 나는 원시적인 해결 방법을 택했다. 그래, 난 코드를 뽑아버렸다. 그리고 녀석은 정말로 꼈다. 포탈같이 빛이 나던 모니터가 꺼졌고 녀석도 그걸 느꼈는지 상기된 표정을 하더니 소리를 쳤다.

"뭐, 뭔 짓을 한거야! 내가 누군지 알고는 이러는 것이냐?"

"모르니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너 도대체 뭐야! 망령이냐? 귀신이냐?"

"마왕이라고 몇 번을 말하느냐? 긍지 높은 검은 절벽 마족의 수괴 '로체 N 엘리스'란 말이다!"

녀석은 거의 울 것 같이 얼굴이 붉어졌다. 버둥버둥 거리는 모습이 좀 귀엽기도 하였다. 나도 아마 녀석의 입장이라면 난처했을 것이다. 아무리 귀신이라도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죽을 맛이겠지.

"그건 나도 알아! 넌 내가 만들어냈으니까.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왜!"

"흑, 일단 꺼내 주거라. 암흑의 군주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냐. 나의 위엄이 정녕 땅으로 떨어지길 바라느냐?"

생각해보니 그렇기는 한 것 같다. 상체만 여기 있다면 소설 속 통로에서는 하체만 버둥거리고 있다는 거잖아.

"설명을 해줘야 꺼내주던지 말던지 할 것 아니야!"

"꺼내주어야 설명을 해주던지 할 것 아니냐?"

서로 겁먹은 마왕님과 나는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말도 안 되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화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도 없는 법. 그리고 동생이라도 들어와서 이 장면을 보기라도 한다면.......

'엄마 오빠가 3D 야동봐!'

또는 엄마와 마왕의 3자 면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일단 여기서 꺼내주긴 해야 하는데....... 나는 조심히 컴퓨터의 전원을 꽂고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물론 모니터의 전원도. 엘리스 녀석은 책상으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한 채로 자유형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하긴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만 모아서 만들었으니까. 이, 이상형이라고 할까나?

"자 이제 곧 꺼내 줄 테니까, 왜 여기로 나오려고 하는지 설명해줄래?"

그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붉은 눈을 가진 소녀. 으~ 나 이렇게 여자 눈 마주친 것도 처음인데....... 게다가 눈물

까지 머금은 눈은 반짝거렸다.

"날 만들었다는 것은 혹시 네가 신이 말한 조물주냐?"

"아니, 만든 것 만든데....... 신이라니? 어떤 놈이 널 여기까지 끌고 온 거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라이트 노벨의 신이라는 사람이 여기까지 인도했지."

맙소사, 진짜 존재 했구나. 진짜 그게 존재 하는 거였구나. 그럼 혹시 어제 내가

'라이트 노벨의 신은 무슨 1년 동안 기도를 했으면 츤데레 마왕이라도 만들어서 떡 하니 가져다가 주던가!'

라는 구절에 발끈해서 내 평화로운 본진에 드랍을 하는 것인가? 아무리 그렇게 말했어도 들어줄게 있고 안 들어 줄게 있는 거지. 현실 세계 아니 그것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고 2 학생의 집 한복판에 마왕이라니........

그건 그렇고 컴퓨터가 아직도 부팅 중이다. 진짜, 이 고물덩어리 좀 바꾸던가 해야지.

"그럼 너 지금 날 도와주러 온 거냐? 소설 쓰는 것."

"그래, 마계의 수장이자 수괴인 내가 친히 인간인 너에게 마왕에 대해서 철저히 알려주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마왕도 진짜 할 것 없나보네.......”

“이런 배은망덕 한 것! 네가 소설을 쓰지 않으면 우리 세계가 멈춰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니냐!”

녀석은 간신히 균형을 잡은 주제에 한쪽 손으로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내게 설명을 하려고 들었다. 생각보다 꼴사나운 장면이였지만 어째서인지 찰랑 거리는 녀석의 보라색 트윈 테일이 신경 쓰였다. 다행이 이 말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컴퓨터가 켜졌고,

나는 녀석의 손을 잡고 힘껏 당겼다. 하지만 각도나 힘 조절이 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야, 인간 너 이렇게 세게 당기면!"

"으아아악!"

검은 치마를 입고 작은 악마 날개를 단 녀석은 순식간에 컴퓨터 모니터에서 빠져나와 나와 함께 작은 방을 굴렀다. 하지만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그다지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쿵’

"으이그, 마왕이란 놈이 이런 힘도 못 이기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그 마왕 녀석 위에 있었다. 마치 덮치기라도 한 것 같은 자세로.

"미, 미친 거 아냐! 인간 따위가 마왕을 덮치다니!"

'라이트 노벨의 신, 네가 지금 내 본진에 무엇을 떨어 트린지는 알고 있느냐? 내가 수십 번, 글 잘 쓰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하필이면 그 순간에 막 말한 것을 들어 주냐! 야비한 놈!!!!!'

"아니거든, 나 그런 놈 아니거든!"

나는 그 부끄러운 자세로부터 빨리 벗어났다. 녀석은 아직 씩씩 거리고 있었지만 내 말을 믿어 주는 듯하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실랑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정상적인 일상의 첫날을 망칠 수는 없다, 학교 등교도 해야 하고 나 없는 사이에 큰 문제 일으키게 될지도 모르고 결국 해결책으로 빨리 녀석을 옷장 안에 집어넣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그런데 가관은 옷장 속에 있었다.

"안녕, 승재군."

뭐, 뭐야 옷장 속에 왜 천사 날개를 한 분홍 머리 소녀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던가. 무슨 나니0아 연대기도 아니고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사 코스 플레이를 하고 나를 미행하는 미소녀라고 해도 놀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어떤 녀석이라고 해도 나는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래, 마왕이 모니터에서 나오는 세상인데 그 무엇이 더 신기하리오. 녀석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한마디로 '배시시' 웃고 있다고 하려나.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넌 또 누구냐?"

그 때, 옆에 있던 마왕 녀석이 내게 대신 대답해 주었다.

"어, 라이트 노벨인가 뭐시기에 신이란 놈이다!"

나는 갑자기 발끈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녀석이 나타나기만 기다리며 욕하고 있었는데 제 발로 나타나준 격이었으니까. 역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그럼 너 네놈이 이 본진 드랍을!"

"하핫, 미안 승재군. 난 네가 내 거의 유일한 신도 이길래, 소원 한 가지 정도는 들어주려고 했었는데......."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는 마당이었고 이 녀석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그 소원을 들어준 것 같아서 차마 성질을 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이유가 뭔데......."

나는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묻기로 하였다.

"그게... 마왕 소환이 생각보다 마나가 많이 들어서 돌아갈 마나가 없네. 데헷!"

녀석은 아마 수줍게 웃기가 특징인가보다. 신이라고 치기엔 너무 멍청하고 순진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는데. 게다가 신이 왜 그리 약하냐. 겨우 소설 속 인물 하나 만들어 놓고 마나 가 없다니. RPG 게임이라도 되는 모양인가?

"그래서 너도 여기서 지네겠다. 이거냐?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는 고함을 지르려다 잠시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근데 이거 아까도 한 대사 같은데....... 나는 잠시 후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 그것 까진 괜찮다 이거야. 하루면 마나 다 채울 수 있지?"

녀석은 곤란하다는 듯이 또 눈웃음을 지으며 '헤헷' 거렸다.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니 더 걸리는 모양이군. 정말이냐? 정말 이렇게 징그러운 독종들이랑 같이 지내야 되는 거야? 마왕에 신에 인간에 이건 완전 막장이잖아!

"네가 라이트 노벨 다 쓸 때까지는 못갈 것 같아. 마나를 채우려면 동력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미안해. 그 때까지만 신세 좀 질게."

어머니, 저 어떻게 합니까. 어머니가 안 계신 동안 제가 이 집을 말아 먹을 것 같습니다. 동생한테는 이 둘을 무엇이라고 설명하며 생활비는 어떻게 벌어야 하는 것 입니까?

"대신 나랑 마왕이가 최대한 집필하는 것 도와줄게, 천재 작품에 비공개 신작을 만들어 보자고."

이 자식 말 속에 뼈가 있네. 은근히 나를 비꼬고 있어, 만약 안 들어주면 동네에 소문이라도 내겠다는 것인가? 이거 혹시 은근 무

서운 캐릭터? 웃으면서 뒤에서 칼 꽂는 그런 캐릭터인가? 신이라는 녀석은 옷장에서 천천히 나왔다. 그리고 마왕도 입을 열었다.

"고맙게 여기라고, 인간."

"잘 부탁할게. 승재군!"

이렇게 아주 복잡하게 사이비 신과 마왕과 나의 조금은 복잡한 라이트 노벨 집필하기가 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당부하지. 어느 때나 언제나 모니터 끄고 자라. 뭐가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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