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이름뿐인 무대(가제)
글쓴이: 리디어
작성일: 12-07-02 01:06 조회: 2,244 추천: 0 비추천: 0

일단 초심자라는 말 올리겠습니다... ㅠㅠ

부족한점이 많이 보이겠지만 한번 평가받아 보고 싶어서 이렇게 한글 올려요..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0.

나는 자고 있다. 그리고 꿈을 꾼다.

[여왕님 쌀이 한 톨도 없습니다.]

[배성하나 지키지 못하는 여왕은 당장 물러나라!!]

기후가 안정치 못하여 흉년이 들고 끊이지 않는 다른 나라들과의 전쟁으로 인해 기울어져 가는 나의 나라. 나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왕이라는 직책 하나 때문에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하지만 꿈속에는 나를 괴롭히지 말란 말이다.

[자신을 원망하고 있나?]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중성적인 목소리.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꿈속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상관없는 일.

[나라를 부흥시키고 싶나?]

대답을 하지 않는 내가 답답했는지 다른 질문을 던져대는 의문의 목소리.

이번만큼은 나도 모르게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여왕이라는 직책이 나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좋다. 마지막 남은 자리 너로 결정되었다.]

그 목소리가 이상한 말을 하는 순간 빛줄기가 한꺼번에 폭발하더니 나의 주위를 감쌌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그 빛줄기와 함께 꿈속으로 사라졌다.

1.

“우아아악!! 첫날부터 지각이다!”

울부짖음과 함께 나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애초에 알람을 중학교 시절의 기상시간으로 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해외에 나가 있으니 나를 깨우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사나이 민유선.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나는 우선 씻었다. 더럽게 가서 찍히긴 싫었다.

엄청 정성들여 씻는 바람에 무려 5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고 나는 경악을 하면서도 차분히 안경을 끼고 고등학생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흠... 좋아 괜찮군. 으아아악!! 지금 이럴 시간 없다니까!! 정신 차려라 이 자식아!!”

미쳐버린 나는 얼른 가방을 메고 집을 뛰쳐나왔다. 물론 문단속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훗.. 역시 나는 철두철미한 녀석이었다.

그 새 자화자찬을 하며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의 애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풀 스피드로 가야겠다.”

나의 애마는 다름 아닌 럭셔리 자전거였다. 이름 빅토리. 다른 사람이 타면 그냥 일반 자전거일지 모르지만 내가 타면 무적의 자전거가 되버리는 빅토리!

나는 빅토리를 뱀처럼 칭칭 감아져 있는 쇠사슬을 정성스럽게 푼 후 그것을 빅토리 목에다 걸었다.

“좋아. 좋아 이 녀석을 타고 가면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겠어.”

지금 시간 7시 38분. 학교 등교시간은 7시 50분 미친듯이 달린다면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빅토리를 이끌고 아파트 단지를 조심스럽게 벗어났다. 그리고 나오는 포장도로. 이제부터는 스피드가 생명.

빅토리의 기어를 적당량으로 맞춘 후 페달을 힘껏 밟았다.

“폭파아아아아아아알!!!!!”

시속 5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뛰어넘는 광인이 아침길을 상쾌하게 가고 있었다.

2.

“어떻게 첫날부터 지각인 거냐? 내 평생 이런...”

결국 첫날부터 찍히고 말았다.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머리는 산발이며 얼굴과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다.

솔직히 지각을 면할 수도 있었다. 그만한 속력으로 왔는데 지각을 한다면 더욱 이상한 것. 하지만 이게 웬걸.. 아침내내 나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들. 출근길이라 도로는 막히고, 지름길로 간다는 것이 이상한 길로 삼천포, 거기다가 가는 길마다 공사중이라는 표지판. 원래 계획대로라면 10분이면 끝나는 것을 무려 40분이나 넘게 걸린 것이다. 걸어오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린 시간. 말 그대로 재수 옴 붙은 것이었다.

“선생님 학생 때는...”

젠장. 정말 재수 옴 붙었네.

3.

드르르륵.

담임선생님의 총알 잔소리를 맞고 난 후 나는 내가 배정받은 1학년 9반 교실로 들어섰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반 안에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순간 멋쩍어진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남은 자리를 탐색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남은 자리는 단 하나 뿐이었으니까.

휴우.. 내 처지가 뭐 그렇지..

나는 한숨을 내쉰 후 남은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하필 남은 자리가 정중앙 맨 앞자리인 것이다.

“아니 학생들이 학교에 공부를 하러 왔으면 이런 명단 자리를 앉아야지. 도대체,, 중얼중얼.”

가방을 책상 옆에 걸고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자 주위 아이들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깨끗하게 무시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총탄 잔소리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모두들 1학년 9반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한다. 나는 이 반을 이끌어갈 담인 이민서라고 한다. 음... 다행히도 우리반은 선남선녀들이 모인 것 같아 내가 다 기쁘구나. 뭐.. 첫날부터 지각을 하는 무지막지한 녀석도 있지만 말이다.”

아. 진짜!! 그거 고의가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다들 첫 날이라서 그런지 다들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있지?”

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앉으면 아는 친구들끼리만 앉으니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이 선생은 생각하는데 안 그러냐 유선아?”

“아니.. 왜 그걸 저한테?”

“유.선.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 예.예 듣고보니 선생님 말씀이 옳은 것 같네요.”

저. 저런 악마같은!!

이 선생이라는 작자가 겨우 지각이라는 하나의 빌미로 나를 협박을 하고 있었다.

“자자.. 유선이가 그렇다는 구나. 그러니 이 선생님은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할까 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나를 핑계로 제비뽑기를 권하시는 선생님. 그러나 다행히도 몇 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냥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이 악마는 기분이 좋은지 교탁을 탁 하고 쳤다.

“좋아! 그럼 제비뽑기로 결정 된 거다. 그럼 유선아 종이 한 장 꺼내봐라.”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는 절대 안 뽑는다.

분을 속으로 삼키며 종이를 찢자 악마가 제비뽑기 종이를 만들라고 한다. 나는 그의 말을 충실히 실행하고자 필통에서 자를 꺼내들어 등분을 심밀히 나누기 시작하자..

“야 이 녀석아!!! 그렇게 하다나 날 새겠다. 대충대충해!!”

“선생님. 원래 모든 일에 있어서는 정성이 필요한 법입니다.”

“크크큭..”

고개를 들지도 않고 침착하게 대꾸를 하자 반 아이들이 이 상황이 웃긴지 웃음을 삼키며 웃고 있었다.

후후후.. 이 묘한 성취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암튼 빨리 하거라. 유선아 맞기 전에.. 응?”

“하. 할께요. 한다고요!!”

결국 패배를 선언한 나는 대충대충 종이를 찢고 종이 하나하나에 번호를 적었다.

후아... 이거 하나 하는데 뭐 이리 힘들어. 그래도 고생했으니 내가 제일 먼저 뽑게 해주시겠지.

“자아. 그럼 왼쪽부터 간다. 아! 유선이 너는 지각한 벌로 제일 마지막에 남은 걸로 해라.”

“%^^@&#$#*&@!!!”

4.

저 꼰대 할아범 악마 때문에 제일 마지막에 뽑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지옥의 시간.

오... 제발!! 이 자리만 안 걸렸으면!!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새...”

“이 녀석 뭐하는 거냐?‘

탁.

악마가 나의 책상위에 종이 한 장을 던져놓는다.

어차피 마지막에 남은 거라 뽑을 필요성은 없지만 떨리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종이를 펼쳤다.

7.. 7번!! 럭키 세븐이다. 느낌은 좋은데.. 우핫!! 창가 자리다. 크하하하!!

나는 나의 자리에 매우 흡족했다. 창가자리에서도 끝에서 두 번째 자리. 최고의 자리였따.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자리를 벗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응? 유선이 너 이 자리 안 걸렸구나. 쩝..”

꼰대 악마가 나의 제비를 보더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거. 걸렸으면 어떻게 될지 눈앞이 깜깜하다.

짝짝!!

“자아. 그럼 모두 자기가 뽑은 자리로 가서 앉는다. 실시!!”

매우 가벼운 걸음으로 자리를 향해 찾아갔다. 이 자리에 앉을 어린양을 기도하면서..

후아.. 역시 앞자리보단 이 자리가 훨씬 마음이 편하다.

툭툭..

턱을 괴고 창밖을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의 등을 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원래라면 뒤를 쳐다보았겠지만 지금만큼은 앞자리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다.

툭. 툭. 투둑. 툭. 툭.

가만히 무시를 하자 뒤에 있는 이 녀석은 심술이 났는지 이번에는 리듬까지 타면서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무시..

툭. 투둑. 툭. 투두두두둑.. 퍽. 퍽. 파악!!!

“크아아아아악!! 아프잖아!!”

“안녕?”

점점 강도가 강해지면서 이제는 대놓고 때리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껴버린 나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머리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머리를 늘어놓고 있는 단발머리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군..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때려!!”

“몇 번이나 쳤는데 네가 모른 척 했잖아. 그러니 네 잘못이야.”

환하게 웃는 그녀. 웃는 얼굴에 침은 못 뱉는 다더니... 지금 이 상황이 딱 그 상황이었다.

“하아... 그래. 뭐 때문에 그러는데?”

“그냥 너 뒷자리에 있으니 인사나 할까 하고. 안녕. 난 이미린이라고 해.”

그러곤 선뜻 손을 내미는 이미린이라는 녀석.

가만히 있기엔 그 녀석의 손이 너무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 반가워.”

“너는?”

“....?”

“이름말이야.”

“아... 난 민유선이라고 해. 나도 잘 부탁한다.”

내 소개까지 마치자 그제서야 손을 놓는 그녀.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너 처음부터 찍혔더라. 축하해. 첫날부터 선생님 눈에 들었잖아.”

“그런 건 내 쪽에서 사양이다. 쳇!”

왠지 놀리는 것 같아 살짝 기분이 상한 나는 몸을 돌려 아까와 같은 자세로 창밖을 내다 보았다. 그러자 그 녀석도 나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창가에 비쳐 보인다.

“놀리려는 거 아니야. 그리고 설마 남자가 이런 걸로 삐치는 건 아니지? 에이~~ 설마.”

네 놈은 저 꼰대 악마의 자식이냐...

“가만히 있지 말고 대꾸라도 해줘. 심심하단 말이야. 노라조. 노라조!!!(가수가 아닙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약이다. 함부로 말 걸었다가 다칠라.

나는 무조건 아무 이유없이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심심해.. 심심해.. 유선이가 나랑 안 놀아줘서 심심해요오오오~~♬♬.. 우우... 심심해.”

“으아아악! 그래! 뭐!!! 뭘 하고 싶은 건데!!”

젠장! 자리 잘못 걸렸다. 드디어 꼰대 악마에게 벗어났나 싶었더니만 이번에는 악마 주니어냐!! 이놈의 학교에는 뭐 이리 악마가 많아!!

“이 학교에 온 내가 잘못이었어. 설마 이 녀석이 저 꼰대 악마의 자식일리는 없고.. 그럼 새로운 종이란 말인가. 그래. 마녀, 마녀다. 저 녀석은 서큐버스라는 품종이야.. 그래.그..”

“응? 너 어떻게 알았어? 나 딸 맞는데.”

“그래.. 으.으응...? 뭐어어어어엇!!!!”

혼잣말로 한다는 것이 소리가 컸는지 뒤에 있는 이 녀석이 듣고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 저... 저!! 꼰대 악마의 자식이라니!!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이건가!! 무섭다 DNA!!!

5.

“뭐어? 그렇게 멀리서 왔어?”

어느정도 상황이 일단락이 되고 난 후 서로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마침내 ‘어디에서 왔나’라는 질문까지 온 상황에 내가 대답을 해 버리자 놀라버리는 미린이 녀석.

“와아.. 되게 멀리서 왔구나. 나는 내가 제일 멀리서 온 줄 알았는데.”

감탄하듯이 손뼉을 치며 말하는 미린이었다.

미린은 산골지방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언니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따라왔다고 하는데 그 말이 진심인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다시 내 쪽으로 넘어오자면 나는 바다를 건너 넘어왔다는 소리를 했다. 물론 헤엄을 쳐서 왔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왔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왔으면 영어 하난 잘하겠네. 한 번 해봐.”

“아니. 미국에서 왔다고 영어를 잘하리란 법은 없는데.”

누구나 생각하는 고정관념. 외국물을 먹고 왔으면 영어를 잘하리란 고정관념.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못하고 싶더라도 약 7년동안 외국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익히게 되는 법이었다.

휴... 그러고 보니 부모님하고 동생 그리고 누님은 잘 있을라나 모르겠네..

“해봐. 해보라니까!! 그래도 나보단 잘할꺼 아니야. 해봐. 해봐.”

“아니 그런 걸 내가 왜 해!!”

나의 몸을 흔들며 끈질기게 달라붙은 진드기.

아오!! 진짜 귀찮아 죽겠네!

“해봐. 해봐. 말해 봐아아아아~~♬”

“안할꺼다 이 자식아!! 달라붙지마!!”

그녀의 사정권을 벗어난 후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울상을 짓는 그녀.

“우우우.. 차갑다. 이것이 바로 외국물! 난 절대로 외국에 가지 않을꺼야.”

“그딴 고정관념은 쓰레기통에 버려!!!”

“그럼 한 번 해보라니까. 한 번만 들어보자 본토 발음. 그럼 시작!!”

.... 원래대로 돌아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안경을 고쳐 쓰고 숨을 들이켰다.

“Hi?"

"...응? 뭐야? 왜 갑자기 일본말? 영어 하는 거 보여 달라니까.“

얼굴을 갸웃거리는 미린.

바보 녀석.

“... 바보로군.”

“뭐, 뭐야?!”

속으로만 말한다는 게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리고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심하게 당황하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미린.

“내.내가 왜 바보라는 거야!”

“..됐다. 이유도 모르는 녀석한테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

“뭐. 뭐 때문에 그러는데!! 내. 내가 오늘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왔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안경을 놔두고 왔나.. 앗!! 진짜 놔두고 왔다. 우우...”

가방을 뒤지면서 울상을 짓는 녀석.

정말 바보 녀석이로군. 그 말이 이정도로 파격이 클 줄이야...

“우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혼자 허둥지둥 거리며 패닉 상태에 걸리는 녀석. 말려야 하는 게 도리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니 하는 행동이 여간 웃긴 게 아니었다.

크크.. 학교 다니면서 꽤나 고생 하겠구나.

6.

겨우 진정이 된 후 미린은 자신의 자리에서 그대로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우우... 정말 최악이야.”

아까 그 말이 이 정도로 파격이 클 줄은 몰랐다.

진즉에 할 껄 그랬다.

이제야 조용해진 것에 대해 매우 흡족한 나는 살짝 입가를 올렸다.

“...기분 나빠.”

“...!!!!”

젠장! 이제야 조용해졌는데 이제는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나는 안 보이게 웃었단 말이다. 난 잘못이 없어!(??)

“이 학교에는 아는 사람도 없어서 착실하게 지내려고 했는데 첫날부터 실수투성이야.”

다행히 혼잣말인 것 같아 한숨을 돌렸다.

가만히 그녀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들어보니 미린은 나랑 같은 처지였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와서 지내는 것. 산골에서 왔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니 이 많은 반 아이들 중에 나한테 말을 걸었겠지,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의 물건에는 애착이 있듯이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 떠나는 것은 참 마음 아픈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아이, 저 아이 할 것 없이 이야기꽃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들 이 근처에 살던 사람이 학교를 왔으니 조금씩은 친분이 있는 모양인 것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홀로 동떨어져 있는 그녀와 나...

외롭다는 건 이런 기분이겠지?

“그런데 유선아 나랑 같이 놀아 줄꺼지?”

“그래. 그래.”

얼떨결에 대답해버린 나. 자, 잠깐!

“우왓! 진짜지! 첫날에 좋은 친구 한 명 사겼네. 헤헤.”

스위치가 들어가 버렸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다시 생각을 하고 말을 하려는데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미린을 보니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뭐. 이것도 괜찮겠지.

“그래. 나도 이 학교에 와서 처음 사귄 녀석인데 잘 부탁한다.”

“좋아. 나도 잘 부탁해. 헤헤헤.”

처음에 했던 인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진심을 담아 말하였다. 그러자 미린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면서 나의 등을 손으로 치고 있었다. 그런데...

“작작 때려!! 무슨 여자가 손이 그렇게 맵냐!”

결국 다시 원위치로 돌아 가버리는 우리들.

“남자가 그 정도는 참을 줄 알아야지. 아!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이 있어.”

“... 너는 친구를 사귀는데 조건이 있어야 하냐?”

“당연하지! 원래 여자들은 친구를 사귀는데 조건을 걸고 사겨. 너는 남자라서 잘 모를수도 있겠지만 여자들은 원래 다 그래.”

“그. 그래?”

뭔가 말려든 느낌이 드는데..

“그럼 첫 번째 조건! 두두두두~~~ 서로서로 하는 말 무시하지 않기.”

혼자서 책상을 두드리며 말을 하는 미린.

내가 그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어지간히 기분이 안 좋았는지 처음부터 이런 조건을 거는 미린이었다. 일일이 대꾸해줘야 하는 것이 귀찮을 것 같지만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두 번째 조건. 나의 말에 무조건 복종한다.”

“미쳤냐!!!!”

결국 두 번째 조건은 묵살 나버렸다.

7.

“그런 걸 왜해! 우리가 무슨 도박사라도 되는 줄 알아!?”

어느 선까지는 참다가 결국 폭발 해버리는 이 몸이었다.

누군가가 아프면 도와주기, 필기노트 한 거 서로서로 보여주기 등 많은 조건을 허락하며 납득하였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내기를 왜 하는 거냐고! 친구의 조건이 도박사의 밑거름이냐!!!”

“왜! 하루에 한 번씩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인데!!”

“그러니까 그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거잖아.”

“친구가 되기 위한 길은 원래 혹독한 법이야!!”

“개뿔이이이!!!”

너 혼자 해라 이 악주 1호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러지 말고 하자니까. 돌아가면서 내기 조건을 거는 거니까. 네가 손해 볼 일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하자. 응? 하자니까아아아!!”

“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 가지 않아!”

두 손으로 귀를 꽉 잡은 채 절규를 한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악주 1호는 계속해서 징그럽게 달라붙는다.

“하자. 하자. 하자. 하게 해주세요오오오!!”

껌딱지 아니 본드처럼 끈질기게 달라붙는 미린.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애정행각 이라는 둥 오만가지 말이 나오겠지만 지금 이 속은 지옥이었다.

크윽.. 진짜 끈질기네.

“알았다. 알았어. 그러니까 좀 떨어져라.”

결국 기권을 선언해버린 나는 두 손으로 진드기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도대체 뭘 먹은 거야.

“앗싸! 진짜지? 맞지?”

“그래. 그러니까 좀 떨어져라.”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좋았어! 그럼 마지막 조건!”

아직도 있는 거였냐!!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 하나를 입가에 갖다 대는 미린을 보고 나도 순간 긴장을 하며 그녀의 달콤하면서도 슬픈 목소리를 들었다.

“배신하지 않기.”

8.

“이건 무엇인가?”

“김치라는 한국 전통 음식이야. 한 번 먹어봐.”

“매워 보이는 음식이로군. 어디 한 번.. 읍!! 이. 이 녀석 날 속였구나! 감히 이 몸을 속이다니.”

백금발의 소녀가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더니 자신의 옆에 있던 하얀 장검을 들더니 곧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진풍경.

“감히 이 몸을 속이려 들다니 용서치 않겠다.”

“내가 뭘 했... 우와앗!!”

“이 몸에겐 독살 따윈 통하지 않는다. 죽어라!!”

“내가 뭘 잘못했냐니까아아아!!”

백금발의 소녀가 칼을 휘두르고 나는 그것을 피하느라 집 안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왜 이 소녀는 자신에 집에 있는 것일까?

그 의문은 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

입학식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학교생활을 오전 중으로 마쳤다.

학생이란 원래 다 그런지 빨리 마친다는 거 하나에 매우 들떠있는 나였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아까 미린이 마지막에 한 말을 생각하니 마음에 걸렸다.

‘배신하지 않기’

이 말을 하고 난 미린은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였다. 하지만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웃는 미린이었지만 그녀의 순간적인 표정을 포착한 나는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더 쓸쓸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에라 모르겠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모양이지 신경 꺼라. 꺼.

머리를 저으며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아댔다.

10.

“음.. 오늘 음식은 된장찌개하고 먹으면 되겠지?”

빅토리를 아파트 단지에 잘 모셔두고 난 후에 곧장 장을 보기 위해 마트를 향해 돌진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은 흡사 중, 고등학생을 둔 가정주부 같았다.

“자아.. 그러면 대파하고 두부. 음.. 된장은 집에 있으니까 안 사도 되고.”

분주히 움직이면서 이것저것 손으로 집어댔다. 비상식량으로 라면도 두 봉지 정도 사고 장을 깔끔하게 끝내 버렸다.

후후.. 완벽해.

“아! 가면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겠다.”

완벽하지 않은 나였다.

11.

“우우.. 괜히 샀다. 추워 죽겠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집을 가는 도중 나는 몸을 떨었다.

무서운 충동구매의 느낌을 이곳에서 알아버렸다.

“으으.. 춥다. 추워.”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은 꿋꿋이 먹으며 길을 걸었다.

그리고 나오는 두 갈래 길. 공원 쪽으로 가면 지름길이지만 다른 길은 뱅뱅 돌아가야 하는 미로같은 길이었다.

망설임없이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워 죽겠는데 뭘 선택하리.

공원은 타박타박 힘 있게 걷는데 한 낮이라서 그런지 매우 한산했다. 사람 한 명도 없는 광경. 밤에 보았으면 오싹한 기분이 들었을 법한 광경이었지만 낮이어서 그런지 그런 기분이 들진 않는다.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는 건가?”

부스럭. 부스럭.

아무도 없을 꺼라 생각하며 혼잣말을 한 채 길을 걷고 있었는데 한 쪽 구석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인가 싶어서 한 번 돌아보았는데 덩치가 고양이치곤 너무 거대했다.

뭐지...?

나는 궁금증을 찾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화들짝 놀라는 수밖에 없었다.

“사. 사람!?”

움찔.

그곳에는 사람의 형상이 쓰레기봉투를 뒤져가면서 남은 과자 부스러기나 음식물 쓰레기들을 먹고 있는 장면이 생생하게 보이고 있었다.

부스럭. 부스럭.

움찔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쓰레기를 다시 뒤지기 시작하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우.. 우욱. 토. 토할 것 같애.

“저. 저기요. 그런 거 먹으시면 안 돼요.”

그래도 한 번 용기내어 불러본다.

부스럭. 부스럭.

무시당해 버렸다.

“저기요! 그러면 안 된다니까요.”

오기가 생겨버린 나는 점점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시면 안...!!”

내가 그 형상을 손으로 눌리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선은 금발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금발 속 새하얀 은발 때문에 더욱 빛나 보였다. 그리고 가장 놀란 건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자였던 것이다. 그것도 예쁜 여성.

“무슨 볼일이 있는 건가?”

“아... 그. 그게 그러시면 몸 다 상하신다고요.”

여자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느라 말을 더듬거리고 말았다.

오우... 나도 남자구나. 그런데 여자아이 말투치곤 너무 이상한데..

“나의 몸은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그러니 비켜서도록.”

“아.. 그. 그러세요.”

이게 아니잖아!!

나는 금발의 여성에게 다가가 또 다시 쓰레기를 뒤지려는 근의 손을 붙잡았다.

“이런 거 먹으면 몸 다 상한다니까!!”

여자고 내 또래처럼 보여 안쓰러운 마음에 반말을 하며 윽박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손뼉을 세차게 치며 말하였다.

“나의 몸은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하지 않았으냐. 저리 비켜라. 그렇지 않겠다면 베어 버리겠다.”

그녀의 얼굴과는 대조되게 험악한 말을 뱉어내는 그녀였다.

순간 흠칫한 나는 뒤로 물러섰고 그러자 다시 쓰레기를 뒤지려 하는 그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닌 건 아닌거야. 이러면 진짜 몸 다 상해!”

정말 진심어린 말투로 걱정을 하며 소리를 쳤지만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며 말을 한다.

“베어 버리겠다.”

나를 노려보며 살기 내뿜는 그녀. 움찔거렸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하였다.

“보고 있자니 배가 고픈 거잖아. 그러면 이러지 말고 우리 집에 가자. 밥 줄 테니까. 무슨 여자가 부끄럽지도 않냐? 대낮에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랬어.”

밥을 준다는 이 한마디가 효과가 컸는지 살기를 죽이며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생각보단 단순한 녀석이잖아.

“흠... 뭐 그런 거라면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흠흠.”

이렇게 말하는 자신이 부끄러운지 나오지도 않는 기침을 연신해대는 그녀였다.

정말 간절한가 보구나.

“그러면 어서 안내를 하도록.”

...뻔뻔한 자식.

12.

“자아. 그럼 어서 들어와.”

결국 그녀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와 버렸다.

데리고 온 나도 무슨 문제가 있겠지만 남자 집에 오면 한 번쯤은 망설임 법도 한데 전혀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이 녀석도 문제였다.

“흠... 이것이 이 세계의 주거지인가.”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것보단 우선 씻을래? 보아하니 며칠 동안 안 씻은 것 같은데.”

“나는 식량을 먹으러 왔다만.”

그녀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데 식량이라니... 이 녀석 한국말 누구한테 배운거야.

“차리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 동안 씻으라는 거야.”

계속해서 권유를 하는데도 그녀는 나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듯 멀뚱멀뚱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녀를 욕실 안으로 밀어넣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씻어.”

“어. 어! 나. 나는 씻기 위하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식량을 먹기 위해 온 것이다.”

“알아. 하지만 우리 집은 몸과 마음이 청결해야지 식사를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잔말 하지 말고 씻고 나와.”

“그건 억지다! 어서 식량을 내놓아라!!”

다행히 바보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튼 억지로 욕실에 넣어버렸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며 윽박지르더니 이제는 그냥 납득을 하였는지 이제야 조용해진 집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얼굴에 있는 땀을 딱고 있는데 또 다시 난간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 그러고 보니 여자 옷은 없는데.”

지금 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으니 여자 옷이 있을 리

급해진 나는 얼른 나의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어보았다.

변태가 아닌 나의 옷장에는 역시나 커다란 남자 옷들 밖에 없었다.

흠... 어쩌지? 크긴 하지만 이런 거라도 주는 수밖에 없나.

“우와아아아앗!!!”

고심하고 있던 나에게 욕실에 있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안의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욕실 문을 활짝 열었다.

“무슨 일이야?”

문을 열자 보이는 건 반라의 차림으로 서 있는 금발 여성의 모습이었다.

“우와아아앗!! 미. 미안해! 그만 실례했어!!”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남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급히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나의 시련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끼익.

“미안. 미안해! 비명소리가 들리길래 무심코 들어간 것뿐이야. 진짜 미안!”

문 열리는 소리에 나는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채 대역죄인의 느낌을 맛보았다.

“저 이상한 기계이서 물이 나오고 있다. 저건 도대체 무엇인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전혀 엉뚱한 말을 해오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올려 버렸다.

“우와아아앗!! 여자가 그게 뭐하는 짓이야! 어. 얼른 들어가!!”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살짝 머리만 내밀고 있을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누드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저 물건은 도...”

“어. 얼른 문 닫고 씻어!!”

13.

부글부글.

나의 머릿속 상황이 결코 아니다. 지금 이 소리는 요리를 하기 위해 올려놓은 냄비에 물이 끓는 소리다.

“하아... 무슨 여자애가 저렇게 무방비야.”

요리에 돌입한 나지만 도대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까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가 않았다.

밖에서 데리고 온 녀석이 이 정도로 무방비한 녀석일 줄은 몰랐다. 알몸인 채로 욕실 문을 벌컥 열면서 ‘이건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건가’ 라는 질문을 하기를 수십 번.

머리가 아파왔다. 아무리 외국사람... 이겠지? 아무튼 외국이라고 치자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샴푸와 린스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설명해주었고 거듭 대는 질문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모르는 게 많았다. 그 좁은 장소에서 가르쳐 줄 것이 그렇게 많으리라곤 사상 처음으로 알았다.

마치 과거사람을 대하는 듯한 느낌.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인지...

“애초에 내가 왜 저 녀석을 여기에 데리고 온 거지?”

나는 자신을 책망했다. 처음 그 녀석을 본 순간 마가 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코에서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탄 냄새. 탄 냄새였다.

“으아아아... 망했다. 망했어.”

넋을 넣고 있는 바람에 된장찌개 옆에 있던 감자볶음을 그만 잊고 있었다.

“으으으.. 지상 최대의 실수다.”

14.

나는 상을 다 차리고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상을 쳐다보니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된장찌기에 잡채, 콩나물 무침 등등 집에 있는 모든 재료를 탈탈 털어서 내가 할 수 있는 힘껏 요리에 불살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건 너무 심했군.”

눈앞에 보이는 반찬들만 해도 적어도 20개 이상이었다. 한 끼 시사를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음식량.

농부 아저씨와 어부 아저씨에게 심히 죄책감이 느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딸칵.

드디어 다 씻었는지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흠칫 놀라는 수밖에 없었다.

머리는 아직 제대로 말리지 못하였는지 물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 상황이 묘하게 형광빛과 대치되어 그녀의 머릿결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준 옷을 입고 있지 않고 이상한 것을 입고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중세시대의 유럽 풍 스타일.

어울렸다. 머릿결에 어울리는 흰색 원단의 드레스.

음.. 그럼 더러운 겉옷 안에 살짝 보였던 게 이거였나 보네. 하지만...

물 바닥에 다 떨어지잖아!! 청소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오. 맛있는 냄새로구나.”

털썩.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 앉아버리는 그녀. 나는 표정 관리를 하며 그녀를 불렀다.

“그러곤 있으면 감기 걸려. 이리 와 머리 말려줄게.”

“... 알겠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