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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뉴 원(New One)
글쓴이: 아우터갓
작성일: 12-02-15 23:56 조회: 5,933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 탄생(創造).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심연의 바다.
무한을 여행하는 머나먼 심원의 천공.
처절하게 흔들리는 만상(萬象)의 천하.

처음으로 공기에 몸을 맞댄 갓난아이는 뇌세포의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다. 인간이란 생명체는 최초를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를 걸어갈 뿐이다.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조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애초에 자기 자신은 어떻게 태어난 건지, 과거의 참된 의미를 전혀 모르고 살아간다. 이렇게 무지하면서도, 그렇게 멍청하면서도. 인류는 노쇠를 이기지 못하면서 천지창조를 이룬 신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죽어서도 행복을 누리기 위해 낙원을 만든다. 과거영겁, 그리고 미래영겁, 이것은 변하지 않을 순리의 이치.

만일, 만약, 인간의 수명이 영원했더라면, 언젠가는 바보스러움을 깨닫고 세상을 바꾸어 나갔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생(生)과 사(死)의 사가 없어져 생만 남겨졌더라면,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 졌을지도 모른다. 자식을 낳아 피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단 한 사람이라도 영겁을 지냈다면 알아낼 수도 있었을텐데. 신은 선하지 않다는 것을. 약함이 죄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의 세상을 관찰하자면 약함은 잘못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닥쳐오는 위협, 꿈들거리는 괴이. 이미 닳도록 닳아 초연(超然)해진 어둠이 두려움을 각인 시킨다. 남겨진 자취는 없다. 정체가 밝혀진 공포는 공포가 아니기에, 그것들은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다기 보다도,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의 여지도 없다. 생물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들은 인간과 전혀 다른 생물이다.

그곳은 인지를 뛰어넘고, 이해마저 뛰어넘은 불변의 영역. 불로불사를 바탕으로 재조합된 잔혹함은 공포를 극대화 시켜 무력함을 포효한다. 인간은 죽음의 공포를 간직하기에 그렇지 않은 미지를 이길 수 없다. 딱히 인간뿐 아니라 밤하늘의 빛나는 행성의 빛 역시 영원하지 않은데, 미지에 대한 공포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끝을 알 수 없는 시간 뒤에 이어지는 죽음의 숙명을 보라. 그 잔재는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푸르름을 도려내며, 공허의 상흔이 퍼져나간다. 대기의 금이가고, 공간이 무너지며, 하얗다는 단어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절실한 빛이 지상을 내리쮄다. 그것은 명백한 자연의 폭죽이었다.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왔다. 유성과 같이 떨어져 내렸다. 빛은 외롭고도 슬프게,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대지를 밟는다. 백색왜성처럼 빛나는 일직선의 머리카락. 신의 색을 가진 날개. 글래머한 육체에 중요한 부분만을 살짝 가린 성적인 요소를 자극하는 천. 그것은 여신이라고 불릴 천사의 모습이었다. 장소는 어딘지 모른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소립자의 공간이, 이번에는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허리까지 뻗은 머리카락이 힘 없이 고개를 숙인다. 지상에 착지한 천사는 지켜보는 사람이 살떨릴 정도로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볼록 튀어나온 배가 새로운 생명을 담고 있다는 사실만을 속삭인다. 빛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 나무 하나가 나타나 전진을 막는다. 천사는 그곳에 기대어 지친 몸을 달랬다.

“읏…하……흐읏…아…….”

고통의 몸부림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이성의 향기다. 계속해서 신음 소리를 울리던 천사는 읊조리듯 말을 꺼냈다.

“내…, 아이….”

소리는 이어지지도 않고, 끝을 맺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천사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위기감이 전하고 있다. 여기서 말을 멈추면 안 된다, 라고. 여기서 말을 잇지 않으면 정말로 끝이라는 것을 간절하게 고한다. 1분일까? 2분일까? 3분일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은 않지만, 결국 천사는 말을 멈추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손이, 손이. 불길할 정도로 붉은 피로 덮인 손이 천사의 배를 뚫고 튀어나왔다. 다섯개의 손가락은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꿈틀거리다가 다시 뱃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또 다시 튀어나와, 이번에는 열 개의 손가락이 되어 천사의 배를 움겨 잡았다. 감사하다는 듯이 부드럽게, 이어서 존경한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끼익─키─ㅇ─ㅣ─ㄱ─이─익──

있는 힘껏 붙잡은 피부를 좌우로 밀어내자, 복부가 있을 수 없는 소리를 울리며 갈라졌다. 뼈가 얽힌다. 살이 찢어진다. 오장육부가 쏟아져 내린다. 벌어진 상흔에서 피가 분수대처럼 솟구쳐 올라도,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천사는 일말의 변화도 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는지도 예상할 수 없다.

단지 억지로 비틀려진 복부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천천히 머리를 내밀고, 연이어 상반신을 밖으로 빼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사의 체내에서 빠져나오자 보인 무언가의 실체는, 하반신의 그것을 보면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부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난 신생아였다.

눈보라처럼 쏟아지는 그것들은 모두가 천사였던 것. 그 가운데, 모체가 되는 여인보다 훨씬 커다란 아기는 거미와 같은 움직임으로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난다.

“………….”

발치의 흐르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무시하며, 이런 탄생만 아니었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외모의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낸다. 그러면서 슬며시 감겨 있던 눈을 떴다.

검은색 눈동자. 그것은 끝없이 늘어난 암흑의 집합체. 처음으로 시야에 가득 찬 세계를 바라본 감상은,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고 혐오스러웠다. 그 안에, 안구벽 가장 안쪽에 이어진 투명한 막이 나무에 기대어 쓰러진 천사의 모습을 비춘다. 어머니, 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왜냐면…, 그녀는 아이가 자신을 좀먹으며 태어나는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으니까. 출산 직전에 되새긴 몇 안 되는 이야기도 검은 아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들려 왔다. 듣고 있었다.

공허하던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똥 같은 눈물이 흘러 내린다. 아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물을 닦아냈다. 손에 묻은 눈물에, 노골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후 등을 돌린다. 마지막으로──자신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을 입에 담았다.

“마라그.”


제1장 - 시작.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얀 어둠이 20년이라는 세월을 전한다. 하늘 위의 떠 있는 보름달이 그림자를 걷어내자 확실히 하얀 어둠이라 부르기에 적합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이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의 노을이나, 하늘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새벽과는 다르다.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이를태면 낮과 밤이 섞인 애매한 시간의 경계. 그것이 바로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의 특징이었다.

제정(帝政)을 정치체제로 하여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샤다이 제국의 수도. 중앙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아캄은 꾀나 으시시한 음침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발점을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에 탄생한 이종족(異種族)으로 들고 있다. 지성 이외의, 돌연변이가 아닌 이상 모든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고, 그렇다 해서 딱히 집단 생활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상위호환은, 확실히 공포의 요소를 남기기에 충분한가 보다.

이어서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괴담은 마녀사냥의 종착점. 역사성은 띄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허구라고 믿어버리는 창작 수준의 이야기. 옛날 옛적부터 증거물로 남아 있는 전설은 기묘하기 짝이 없다. 말하기를, 모든 생명체의 악한 부분을 구현화한 괴물이 있다, 라고.

소문의 원산지는 아캄의 번화가로부터 동쪽으로 수 십km 남짓 떨어진 울창한 수림지대. 경작지(耕作地)라고 부르기에는 인가(人家)로부터 너무 떨어져 있어 황폐한 불모지가 된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고, 영지나 영토인가 생각하면 날카로운 가시덤불들이 지저분하게 뒤엉켜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고 되새기게 만드는 곳이다.

거대한 거목들이 빽빽하게 모인 광경은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살떨리는 소문의 중심이 될 수 있을 리는 없다. 섭리와 이치를 성립시키기에는 이상하리 만큼 의문점이 많아 불편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그렇기에 소문이라고 치부되는 것이겠지만.

이번에는 비현실적인 근거를 들어서 해명해보면 어떨까?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현상의 창조물은 분명 진실을 좀먹고 있다. 좋게 말하는 사람들은 신, 요정, 천사 등으로 부르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악마, 요괴, 마귀 등으로 부르고 있는, 수많은 이명을 가진 설화 속의 존재들.

사람들을 살육하는 괴물이 있으면 반대로 괴물을 퇴치하는 영웅이 있고, 동시에 영웅을 숙청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뫼비우스의 띠는 단순히 환상일 뿐이다. 여러가지 창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먹이사슬은 거짓이라서,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장을 조금 순화해서 해석하자면, 괴물과 싸우는 자 모두를 영웅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영웅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석해 버린다. 영웅이란 무릇, 보통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을 뜻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일상으로 둘러쳐져 있는, 영웅이 사라져 순리가 계속되는 톱니바퀴의 세계에는 불안전한 요소가 너무나 많다. 안정을 되찾기 위해 힘쓰는 자는 많지만, 그 모두가 무의미를 헤어나오지 못한다. 시시각각 범위를 좁혀 오는 비현실. 세계가 남긴 유일한 치명적인 오차.

하지만…, 정말로 미약하지만. 무의미는 그것만으로 의미를 가진다. 티끌은 의의는 개인으로서가 아닌 단체로서 뭉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태산이 되어 희망을 짊어진 부질없는 저항은 분명 히 존재했다. 유일하게 인간이란 종족이 살아가는 비경에, 샤다이라는 신의 이름을 내건 제국에──.


★★


괴물을 사냥하는 자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이란 보장은 없다. 누구나가 설명하기 고달픈 이유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스멀함을 저울질하는 까칠까칠한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눈썹이나 귀, 뒷목을 넘지 않는 짧은 헤어 스타일로 야성미를 강조하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시야를 가릴 정도로 풍성한 풀숲을 걷고 있었다.

약 170cm 정도 되어 보이는 신장은 분명 평범해야 할텐데도, 직위가 높은 분들이나 입을 법한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신부복이 그것을 방해한다. 그러면서도 활동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완성도는 가히 감탄사를 부르기까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얼굴은 부드러운 곡선을 잇는 턱선으로 시작해서 윤기가 흐르는 입술,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균적인 콧날,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속눈썹으로 끝맺는다. 미남형 얼굴이 아님에도 여드름이나 흉터같은 잔요소가 하나

도 보이지않는 부러운 얼굴이었다.

목에 걸린 은빛의 십자가 목걸이가 장식이 되어 신앙심의 증거가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신앙심이라고는 털끝 하나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의 있다고 믿고 있음에도, 신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음에도, 신에게 기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붙여진 별칭은 악귀(惡鬼). 이름까지 합쳐서 악귀 마라그라고 불리우고 있다.

“하아….”

보는 상대로 하여금 공포를 상기시키는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말없이 서서 무언가를 찾는 듯 싶더니 갑자기 고개를 떨구다가,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며 짜증을 내뱉는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야?”

누가 알고 있으리. 나지막이 중얼거린 언어들이 바로 마라그가 안고 있는 두통의 원인이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의뢰

인이 원하는 일을 해결하는 것으로 보수를 챙기는 직업 아닌 직업──해결사인 그는 중개인의 설명대로 숲에 있는 『탈을 쓴 악마』를 찾으러 왔는데, 무작정 걸음은 옮기는 것까진 좋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숲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중이다.

게다가 길까지 잃어버려서 여간 골치 아픈게 아니었다. 뭐…, 출구가 무성한 녹색 풍경에 가려진 정도야 마법으로 공중을 날면 끝날 일이지만, 그 탈을 쓴 뭐시기가 보이지 않는 건 확실히 문제다. 이대로 돌아가면 보수를 받을 수 없을테니. 어쩌면 오늘 하루는 굶을 수도 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 라는 말도 있다시피 식사를 거르는 건 큰일이다. 특히 마라그와 같이 참을성 없는 성격을 가진 인격자에게는 여간 큰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위기감이라도 느껴 기운을 차릴려고 해보지만, 인기척이라도 느껴져야 일말의 희망을 갖지 그러지도 않으니 오

히려 힘만 빠졌다. 마라그는 땅바닥에 주저 앉으며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정을 내보냈다.

“아이고…, 제발 좀 나와라 내 밥줄아…….”

자조가 담긴 혼자말을 하면서 계속 걸음을 옮긴다. 길을 잃었기에 방향은 운에 맡긴다. 손바닥에 침을 뱉고 박수를 쳐 물방울이 튀는 곳으로 전진한다. 표정은 여전히 밥, 밥, 밥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에, 느닷없이.

──부스럭 부스럭.

은밀한 인기척이 귓가로 다가왔다. 나무들이 바람과 같이 흔들리고,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이 거리를

좁힌다. 마라그의 표정은 굳고, 눈매는 날카로운 칼로 화했다. 그래도 보폭은 변함없이 평균적으로. 등 뒤에 상대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떡밥을 뿌린다.

──부스럭 부스럭.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는 게 확실했다. 그렇다고 당황하거나 긴장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침착하게, 앞으로 조금만 지나면 가지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긴다. 그 순간을 노린다. 예상대로 정적이 찾아오고, 몸을 숨긴 무언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등 뒤에 무언가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마라그는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리깔 뿐이었다.

“────.”

팔이 움직였나? 그건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모른다. 단지 폭발했다. 마라그는 개미만큼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뒤에서 접근한 무언가를 파괴의 참상으로 바꾸어 버렸다. 폭음의 잔재는 잿더미가 되어 지상의 잡초들을 적힌다. 자욱한 연기를 한층 더 주위를 가리기 시작해 무성한 녹색의 배경이 황갈색으로 변했다. 폭발의 여파가 나무들을 뜯고

나뭇잎 하나하나를 유리처럼 흩날렸다.

“내가 찾고 있는 건 너같은 잔챙이가 아냐.”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내보낸 목소리였으나, 그 냉정한 음색의 뒤를 이어 풀숲은 또 다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이었다.

“호오?”

꽈악. 잠재된 근육들이 드러나도록 주먹을 움켜 쥐고, 다리가 비명을 지를 수준의 각력으로 몸을 날린다. 지지대로 삼았던 땅바닥이 금을 내며 조각조각 튀어올랐다. 순식간에 목표물을 향해 거리를 좁힌 마라그는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쪽팔리게 숨어 있지 말라고!”

쿠와아아아앙!!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굉음을 중심으로 돔 모양의 충격파가 번졌다. 1미터, 10미터, 100미터. 어디까지 뻗힐 생각인지 폭발은 멈추지 않는다. 시야를 가리던 모래연기를 날려버리고, 눈앞에 나타난 배경은 허공 뿐이었다.

그렇다. 분명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라그는 헤에, 하고 감탄사를 부르며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물었다.

“네가 쓴거…, 그거 탈이냐?”

뒤를 돌아보고 있지만, 마법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사용한다면 딱히 눈동자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알 수 있고, 확신할 수 있다.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탈을 쓴 여인이 태양처럼 빛나는 활을 머리에 들이밀고 있는 걸. 활시위를 당긴 상태에서 무지막지한 살기를 내뿜어 온다.

──돌아가라.

──숲을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과연…, 방금 전 나타난 얼굴도 모르는 괴물은 누굴 공격하려고 튀어 나온 게 아니었다. 예상컨데 이 여성을 피해서 도망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다짜고짜 죽여버리다니, 자신의 미숙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죽을 위기에 놓였는데도, 마라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니꼬운 말투로 말했다.

“씹냐? 아니면 벙어리냐?”

“…….”

소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 대신으로 육체에 답을 선보였다. 마라그의 머리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던 활시위가 놓아진 것이다. 빛의 입자로 이루어진 화살은 필중으로 쏘아져 바람을 가른다. 화살이라기보다는 빔이나 광선이 어울리는 공격이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날아가는 여파만으로 닿지도 않은 노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보통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히는 일격이, 이상하게도 허공만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본래라면 피할 방법은 없었어야 했다. 화살의 속도도 속도지만, 피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가까웠으니까. 아무리 쏘아진 화살을 인지하는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설령 쏘아진 화살보다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스타트 시점에서 나오는 느린 속도는 움직이는 과녁에 불과하다. 최상, 최고의 스피드란 어느정도 속도를 유지 했을 때 비로소 등장한다. 그 이전에 급가속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물리법칙을 배반하는 짓이다. 그렇기에 마라그가 선택한 방법은──.

──물리법칙의 무시.

시전자를 처음부터 가속된 상태로 움직이게 만드는 마(魔)의 기술. 평범함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필중과 절대의 필살기는, 아무래도 동급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새 나무 위로 올라가 있는 마라그는 어깨의 흐르는 핏방울을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간 떨어지겠네. 야, 미리 말하는데, 나 무시당하는 거 진짜 싫어한다. 딱 한 번만 더 말해주마. 너가 쓰고 있는 거 탈이냐?”

가면과 탈은 본디 동일한 뜻을 가진 단어일터인데, 머리가 나쁜건지, 배우질 못한건지, 마라그는 서로 다른 개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녀가 쓰고 있는게 가면인지 탈인지 모른다. 듣는 상대에겐 어이가 없는 질문이지만, 마라그에게는 진지했다.

그러면서 소녀의 모습을 천천히 관찰한다. 등 언저리까지 내려올 법한 하늘색 머리카락은 뒷머리 위쪽 부근에서 끈으로 묶여, 사람들이 말의 꼬리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포니테일이라 이름 붙인 헤어 스타일로 되어 있었다.

얼굴은……, 당연하게도 보이지 않는다. 괴상하게 생긴 탈이 가리고 있으니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단지

아름답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아름답다고 확신? 어이를 통달하는 억지가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뭔가 입으로는 쉽게 설명 불가능한 위화감이 맴돈다. 그냥 직접 보면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복장도 하필이면 샤다이의 전통 옷 중 하나인 한복이라 체형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유는 단순하게, 한복은 기본적인 복식(服飾)이 많기 때문이다. 윗도리의 역활을 하는 저고리, 코트로서 사용되는 두루마기, 하의로서 활용되는 바지와 치마를 동시에 입으며, 덧붙여 가느른 허리띠에 관모, 신발 등 이런저런 것들이 다 합쳐졌을 때 비로소 한복은 완성된다.

전체적인 옷의 배경은 본인에게 어울리는 파랑색 계열의 색으로, 겉을 뽐내는 장식들은 하나도 그려져 있지 않고 오로지 완성도에 집중한 깔끔한 옷이다. 치마는 최대한 움직이기 쉽게 만들어져 있고, 두루마기도 너무 두껍지 않다. 당장 최고로 좋은 옷가게를 찾아가도 구하기 힘든 명품이었다.

팜 파탈(Femme fatale)은 되야 소화할 수 있을 것같은 의상이, 마법으로 심여를 기울여 만들어낸 조각품처럼 잘 어울려서,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알맞은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저 여성이 만약 인큐버스나 서큐버스였다면 남자란 존속들은 씨가 말라버렸겠지.

마라그는 그런 심사평을 생각하면서 소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다가 가면에 뚫린 두 개의 눈구멍에서 정지했다. 머리카락과 마찬가지의 색을 가진 눈동자에는 작은 하늘이 담겨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녀이기에 어울릴 수 있는 눈동자였다.

얇은 종이 하나 들지 못할 수준으로 힘이 빠져야 남자의 성욕이 사라진다는데, 미(美)의 여신이 가진 미모를 겸비한 소녀는 그런 문란함조차 느껴지지 않게 만든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이리 생각될 정도인데, 가면을 벗으면 어떻게 될지 남자로서 호기심을 버릴 수 없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감정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마라그는 돌연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피를 원치 않으신다면 숲에서 나가세요. 당신도 실력자라면 알고 계시겠죠? 방금 공격은 당신이 피한게 아니에요. 제가 피하게 해준 겁니다. 다치고 싶지 않으시다면 부디 말을 들어주시길.”

의외로 정중한 말투에는 놀랐지만, 그보다도 더욱 깊숙히 들어간 감정에 동요가 일었다. 소녀는 적의나 살기를 가지고 말한 게 아니다.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명령이었다. 그런데 위에서 군림하는 자의 절대적인 권리처럼 사람을 따르게 만든다. 마라그도 자칫 잘못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말을 들을 뻔했다. 친절한 어조는 단순히 위장일 뿐이고, 그 실체는 하찮은 피조물을 넘어서 있다. 생각치도 못한 거물을 만난 것에 당황함도 생기지만, 원초의 목적을 이루웠기에 마라그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대답을 안 할 생각이면 좋아. 탈인지 가면인지, 너 그것 좀 벗어봐라.”

치켜 올라간 입가에서 튀어나온 목소리에는 천진난만함이 머물러 있다. 어린아이가 쓰는 때와 같다. 문제는 소녀가 고한 경고에는 관련되지 않은, 화제를 돌리는 대답이었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게 무시하는 거라고 말했으면서, 1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본인이 상대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니, 탈의 여인도 어이를 상실했는지 살짝 한숨 비슷한 걸 내쉬었다. 그리고 왼손에 일체화되어 있는 빛의 활을 나무 위로 향했다. 그곳은 마라그가 위치한 장소였다. 빈 오른손으로 활시위를 당기며 손가락 사이사이로 3발의 화살을 장전한다.

“그게 대답인가요. 할 수 없네요. 무력을 행사하는 수 밖에.”

그런 말과 함께. 유성처럼 빛나는 3발의 화살이 꼬리를 물며 세차게 내뿜어졌다. 눈부신 열량은 공기를 태우며 마라그를

향한다.

나뭇가지 위에 가볍게 앉아 있던 마라그는 다시 한 번 급가속을 이용해 종이 한장 차이로 위험에서 벗어났다.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며 안전하게 지상으로 착지 성공. 그 후 탈을 쓴 소녀에게 고개를 돌려 씨익 웃어보인다.

하지만 소녀의 연격은 한 번 빗나가버린 것만으로 추격을 단념할 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세 개의 화살 전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금 마라그의 육체를 추적한다.

다만, 마라그는 그것조차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조금의 시간도 지체하지 않고 고속의 움직임으로 소녀에게 육박할 뿐이었다. 어느새 손에는 스파크가 튀기는 정전기의 검이 쥐어 있었다.

반대로 남자의 움직임을 예상 못한 소녀는 시야에서 상대를 잠깐 동안 놓치고, 휘둘러지는 번개를 눈치 챘을 때에는, 이미 피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맞았다가는 피부를 녹여버리는 열기에 오작육부가 사살당할 터이니, 남은 답은 하나. 그것은 막아낸다는 행위.

──키잉──.

빛의 검과 빛의 활이 부딪쳐, 대기가 미쳐 절규한다. 서로가 버티고 선 발이 노면을 파고들어 2m 깊이의 크레이터가 생성

됬다. 단지 두 개의 무기가 부딪친 여파로 생성된 압도적인 파괴의 재래는, 마라그의 코웃음 속에 사라진다.

갑작스레 한 발짝 뒤로 물러 거리를 벌리는 마라그의 동작은, 다음 행동을 소녀가 눈치 챌 수 있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이미 늦어 있다. 희미하게 대지가 진동하고, 소녀가 서 있던 땅의 지하로부터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수천의 온도를 머금은 작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소녀의 형상을 가린다. 마라그는 거기까지 확인하고, 곧바로 등뒤에 방어결계를 만들

어 화살을 막을 준비를 했다.

마라그의 뇌가 계산한 미래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함과 동시에 방어조차 완벽히 해내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식에는 오차가 있었다. 소녀가 쏘아낸 일격이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감회하고 있다는 것.

찬란히 빛나는 화살이 음속을 상회하는 속도로 으르렁거리며 마력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을 분쇄한다. 하나의 화살이 어깨의 꽂혀 팔이 떨어져 나가고, 두번째 화살이 머리를 스쳐 뇌수가 튀어 나온다. 마지막 화살은 배를 꿰뚫는 것으로, 내장 전부를 가져가 버렸다.

“큭…….”

말로 표현 불가능한 뼛조각이 됀 마라그는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 정도 날아간 머리를 불기둥으로 향하고 튀어나온 안구로 상황을 확인한다.

그때였다. 아지랑이와 같이 흔들리는 불길 속에서 탈을 쓴 소녀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녀의 한복이나 가면에 그을림조차 없는 것을 보고, 마라그는 반정도 남은 표정을 필사적으로 어른스럽게 웃어 보였다.

“서로 준비 운동도 끝난 것 같은데…, 좀 봐야겠다.”

소녀는 계속 정적을 유지하면서, 그저 활을 들어 올린다.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동작이다. 마라그의 육체도 재생하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뼈아 살이 원상복귀하며 되돌아 왔다. 방금 전 일었던 공방은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 마라그는 단 한 마디의 말을, 조용히 이었다.

“낯짝 구경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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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간에 맞추기 위해 뒷부분은 엄청 대충 써버렸습니다 ㅜㅜ 시간에 맞출 줄 알고 느긋하게 썼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어쨋든 열심히 써봤으니 한 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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