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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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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나의 전래동화 리뉴얼!
글쓴이: dcaposter
작성일: 12-02-11 17:13 조회: 2,933 추천: 0 비추천: 0

-리뉴얼 시작-

나의 선녀와 나무꾼은 이렇다.

선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나무꾼은 정의에 물들어 있다.

나무꾼은 죽었고,

선녀는 450년간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200년간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천계에도 올라가지 못한다.

오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감정이 사라진 선녀를...

구해내야 한다...

그게 나의 ‘선녀와 나무꾼’이니깐

01장. 선녀와 나무꾼은 결혼하지 못했습니다.

마감을 앞둔 만화가의 기분이 이런 걸까.급하게 돈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은행 문이 닫기까지 5분이 남았을 때에 기분이 이런 걸까.

시험시간 종료 5분전에 OMR카드에 마킹을 시작하는 기분이 이런 것 일까.

실수로 중요한 약속 두 개를 같은 시간에 잡아버린 사람의 기분이 이런 걸까.

아. 오늘 나는 정말 중대한 결정을 했다.

오늘은 중학교의 졸업식. 그리고 내 일생일대의 고백을 하는 날 이기도 하다.

고백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다니는 학교의 옆에 있는 여자중학교에 다니는 ‘서다혜’라는 친구에게 하는 것이다.

가슴둘레까지 오는 긴 생머리 끝에 약간 웨이브가 올라가 있고, 조금 흐리멍텅한 것 같은 눈이 매력적인 내 소꿉친구에게.

약속장소는 우리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커다란 시계 아래.

그런데, 약속시간인 1시는 이미 지났다.

왜 이렇게 늦는 거지?이미 시간은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함께 졸업식을 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가족들과 외식을 하기 위해서 떠낫다.

물론, 나와 다혜의 관계를 응원해주는 소중한 친구인 민종이를 제외하고.

“야, 그런데 넌 가족들이랑 외식 안가냐?”

“알잖아? 어차피 부모님들은 모두 야근이셔. 혼자 있을 바에야, 네 사랑의 결말을 보는게 재밋을 것 같거든.”

“그러냐?”

생각해보니, 약간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졸업식인데도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니.

물론 나도 부모님은 계시지만, 어머니는 해외 직장 때문에 오시지를 못했고 아버지는 귀차니즘 때문에 아들의 졸업식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너무 늦게 오는 것 아니야?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

무슨 일이 생겼다...라

그래. 확실히 요즘 같은 세상은 위험하니깐.

특히 다혜처럼 나이 또래에 맞지 않게 예쁘고 청순해 보이는 애 일수록 위험해!...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유현! 제대로 걱정을 해야지!

“혹시 여기 오던 도중에 누가!”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야. 눈앞에 여중이 있는 거 안보이냐.”

민종이에게 한 대 맞았다. 물론 때릴 때는 “졸업 선물빵이다. 짜식아.”라면서.

아아. 그랬지. 생각해 보니, 우리 남중과 여중은 붙어있다. 차라리 남녀 공학으로 만들면 될 것이지 남중과 여중으로 분리하다니.

“혹시 오늘 여중은 졸업식이 아닌 것 아니야? 생각해 보니 아무도 나오지 않았잖아. 졸업식이라면 1시까지 나올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4시가 넘어야 마쳐. 같은 이름의 학교라고 해도 엄연히 다르다고?”

“그, 그러고 보니. 우리 다른 학교였지!”

“그래! 바보야!”

아아. 약속을 잘 못 잡아도 제대로 잘 못 잡았다.

바로 옆의 학교가 동시에 졸업식을 같이 하면 좋을 것을 왜 따로 하는 걸까.

“돌아갈까?”

민종이가 허탈하다는 듯이 돌아섰다.

“그래. 할 거 없으면, 우리 집으로 갈래? 휴대폰도 놔두고 왔고. 다혜에게 문자도 해야하니깐.”

“좋지.”

나는 다혜에게 문자로 내일 만날 것을 알릴 겸에, 민종이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음? 무슨 냄새지? 왜 집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거야?! 분명히 나올 때 가스불도 확인 했는데?

“저기, 유현아. 저거 너희 아버지 아니냐?”

민종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회색 담요를 덮고 있는 머리가 더부룩한 남자가 있다.

“아아. 어서 오렴. 얼른 앉거라. 나름 졸업식 이라고 요리 좀 해봤어.”

그렇다는 것은 이, 타는 냄새와 주방 근처에 굴러다니는 정체를 모를 음식물 쓰레기들은 전부 당신의 소행이라는 것이군.

“아, 아니요. 전 곧 부모님께서 오셔서... 하하..”

민종이가 발뺌하려고 한다. 아. 그럴만도 하지.

민종이도 나와 소꿉친구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가사 실력 정도는 알고 있다.

생활능력 0%의 귀차니즘 완전체에 외모만 번지르르하게 젊어 보이는 아저씨.

즉, 저 음식은 요리를 전혀 처음 하는 사람이 한 것과 같은 레벨이다.

냄새부터가 최악이다.

“왜 그래? 민종아. 오늘 부모님이 안 계셔서 쓸쓸하지 않니? 먹고 가지 그래.”

나만 먹을 수는 없거든. 저 독약을. 같이 먹어 줘야겠어.

“그래. 얼른 먹어봐. 건강에는 좋을 거야. 요즘은 건강이 제일 중요해.”

“아니요, 맛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민종이와 아버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민종이는 저 독약 같은 음식을 섭취하게 될 것 같다.

그래, 일단 민종이를 실험용으로 써보고 먹는 거야. 죽기야 하겠어.

그럼 나는 그 사이에 다혜에게 문자나 보내볼까.

“아, 맞다. 유현아.”

“네? 부르셨어요? 생활능력 0%아버지.”

“너 지금부터 울산에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네? 갑자기 무슨?”

재규어가 한국에서 날뛰는 소리를 하고 계시네.

“어차피 이제 봄 방학 이잖아? 네 엄마가 오늘 저녁에 집에 돌아온다고 했거든. 한 동안 휴식이나 취할 겸에 울산에 있는 조상님이 사시던 집에 다녀와라.”

“그게 무슨 재규어가 한국에서 날뛰는 소리입니까.”

난 다혜에게 고백해야 한다고요! 내일 당장!

“참고로 네 방에 있는 짐들은 미리 다 보냈어.”

뭐?정말이다.

방이 깨끗하다.

원래부터 거의 아무 것도 없던 방 이였지만, 정말로 침대하나 남기지 않고 다 사라졌다.

“오, 오늘 당장 가야하는 겁니까.”

“그래. 정확히 30분 뒤에. 기차표는 예약 없이 살 수 있을 거야. 그래, 마침 지금 민종이도 있겠다, 민종이도 부모님이 오늘 늦게 오시니깐 나랑 있으면 될 것 같고. 잘 다녀와라.”

“에엑?!”

민종이가 절규한다.

그러고 보면 저번에 민종이가 한 번 귀차니즘인 아버지를 하루 동안 보살핀 적이 있었지. 그 이후로 어디서든 ‘힘들다’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아버지는 꽤나 민종이를 부려 먹었나보지. 아마, 평소에 내가 당하는 정도로 당했다면, 내 생각일 뿐이지만 군대에서 특수부대 훈련과 동급 일 것이다.

힘든 정도가.

그건 그렇고, 다혜는 어떻게 하지?

그래. 어차피 오랫동안 내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잠깐 휴식할 겸에 울산에 다녀 오는게 좋을까? 다혜에게는 사정이 생겼다고 문자로 보내야겠다.

“그럼. 수고해, 민종아. 건투를 빈다!”

“어, 어이?!”

그래.

남자는 화끈하게 나가는 거야. 뒤에서 전우들이 불러도 무조건 전진하는 거야!

나는 그대로 뒤도 안돌아 보고, 집 옆의 기차역을 향해 갔다.

아... 그러고 보니 기차표는 어떻게 사지?그때였다.

익숙한 벨소리가 내 주머니에서 울려 퍼진다.

발신자는 아버지였다.

“여보세요?”

[아아. 그래, 잘 도착은 했나?]

“네. 도착은 했는데요, 기차표는 어떻게 사죠?”

[휴대폰으로 결재해]

“네?! 그런 짓을 했다가는 통화요금이 없어져 버릴 거 에요!”

[장난이다. 내 이름으로 예약표를 달라고 해봐]

장난 이였냐. 이 망할 아버지야.

정말로 존경할 대상이 안되는 아버지다. 덕분에 내 모터는 어머니다.

어째서 어머니처럼 성실한 분께서 이런 귀차니즘에 이상한 사람과 결혼 하셨을까. 정말로 궁굼해 지네. 무슨 매력이 있는 남자인 거야.

“민종이는 잘 있어요?”

[아. 지금 요리의 뒤처리를 하고 있어. 그런 걸 드라이클리닝이라고 했었나?]

심각하군. 그런 건 설거지라고 하는 거 에요.

“알았어요. 그럼 끊어요. 빨리 다녀올게요.”

[잠깐!]

“?!”

깜짝이야.

갑자기 소리를 지르다니.

아버지가 소리를 지른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조금 색다른 기분이다.

[거기선 오직 너만을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라는 것은 안 되. 알겠지?]

“......”

무슨 소리지?

아아. 쉬기 위해서 간 것이니깐, 남을 도와줄 생각은 하지 말고 쉴 생각만 하라는 것 인가? 하긴. 내가 조금 남에게 신경을 많이 써서, 시도 때도 없이 도와주곤 하지.

“알아서 할게요. 민종이 너무 괴롭히지 말고요.”

[조심해라]

“네.”

내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조심해라니. 아무리 시골이 있는 쪽으로 간다고 해도 그렇지 날 너무 어리게 본 건 아닌가?

지금 보면 나는 이때 아버지의 행동과 말을 더 잘 새겨들었어야 했다. 왜 평소에 높은 소리를 내지도 않으시던 아버지가 높은 소리를 내가면서 나에게 충고한 것과, 귀차니즘 완전체인 사람이 자기 명의로 직접 기차표를 예매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로 나는 이때 까지는 울산에 휴가를 가는 줄 알고 기차를 탔으니깐.

꽤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나는 울산에 도착해 있었다. 뭐, 아마도 평소에 쌓인 피로가 누적 되어서 잠을 자게 된 것이겠지. 그런데 내가 상상하던 울산 치고는 상당히 다른 이미지다. 보통 울산하면 공업도시나 공장이 떠올랐었는데, 역 근처는 온통 산과 나무가 있었다. 역 정류장에는 많은 버스와 택시도 있었다. 아마 저 중에 내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있겠지.

그래도 역시 남쪽 지방은 서울보다는 춥지 않은 것 같다. 옷을 남아있던 두꺼운 옷으로 안 갈아입고 교복상태 그대로 나오기를 잘한 것 같다.

역 안에서 나와 터미널 근처로 가서 내가 타야할 버스를 찾아본다. 아버지가 쓴 쪽지를 보면 목적지가 쓰여 지지 않은 조금 낡은 버스를 타라고 쓰여져 있다.

버스는 엄청나게 많았다. 수 십대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버스. 조금 오래된 디자인에 이곳저곳이 녹슬어서 떨어져나간 흔적이 역력한 ‘목적지가 쓰여져 있지 않는’버스.

버스 안에는 생각대로 인적이 드물었다. 아니 그냥 2명 뿐이였다. 제일 앞자리에 타고 있는 기사님은 마치 드래곤공에 나오는 무천도사를 연상시키는 사람 이였다.

우와 포스있어.

그리고 제일 뒷자리에 앉아 있는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의자에 가려서 옷은 잘 보이지 않지만 머리는 일명 ‘똥 머리’로 묶여 있고, 너무나도 어두운 검은색인 머리카락이 새하얀 얼굴을 부각시키고 있는 여자였다. 분명히 예쁘기는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섬뜩한 느낌이 난다. 몸이 떨리는 것은 차 안이 오래 되어서 방한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 일까.

“야야, 출발할 건데 앉아좀 있으라.”

“아, 네.”

그러고 보니, 들어와서 계속 일어서 있었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30분 가까이를 달리자, 처음에는 약간 도시적인 느낌이 났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시골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정거장. 즉, 내가 내려야 할 곳이다.

“도착 했수다. 을른 내리시아.”

그렇게 도착한 곳은 오작마을. 실제로 등록도 되어있지 않은 외진 곳 이다. 역시 그 정도로 안에 들어왔으니 공기가 다르다. 뭐랄까, 맑다고 해야 할까. 숨을 쉴 때 마다 몸이 무거워 진다.

......무거워......무거워?......무거워 진다?......정말로 무겁다. 분명 한 겨울인데 몸에서 땀이 날 것 같다. 눈을 밟으면서 가는데도 땀이 난다. 절대로 더운 것은 아닌데, 힘들다.

아...그래. 그렇구나. 나는 지금 누군가를 업고 있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이 외진 곳으로 온 사람. 나와 비슷할 정도의 큰 키. 칠흑처럼 어두운 머리카락이 부각시켜주는 새하얀 얼굴. 게다가 자세히 보니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내 나이 또래처럼 보이는... 그래 예쁜 여자애.

그 예쁜 여자애를 업고 눈이 쌓인 산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힘들어.

무게는 분명이 적게 나가지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어서 그런지 힘이 벅차다.

“어, 어때요? 다 와가요?”

“네. 이제 저 앞에 있는 집으로 가면 되요.”

“헤엑?...하아-하아-”나에게 업혀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다.

마치 아기 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막내돼지가 지은 듯한 벽돌 집. 이지만 기술이 약간 발전해서 2층집이 되었다면 저런 모양이겠지.

“이, 이런 곳에...혼자...사세요? 하아-”

“네. 그럼 당신은? 이 곳은 보통 사람들이 올만한 곳이 아닌데...”

“아...와 보니 알겠네요. 정말로 보통 사람들이 올만한 곳이 아니네요. 하아-”

“업고 와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런데, 당신은 어디로? 이 근처에 집은 없는데?”

“네? 하아- 하아-...... 하아?!”

뭐라굽쇼?

집이 없다고?

“여, 여기에 집이 있었다고 아버지께서...하아-”

“예.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작년에 눈사태로 무너졌어요. 아, 그러고 보니 이 곳에 짐이 하나 와 있던데 당신건가요?”

“예...아마 제 것 일거에요.”

“상당히 많던데. 이사 오시는 건가요?”

“아뇨. 하아- 휴가 같은, 하아- 것 하아-입니다.”

후아... 하아- 도착했다.

정말로 숨차네.

이 정도로 운동해 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여자는 내려주자 조금 작은 벽돌로 만들어진 집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정말로 이런 곳에서 혼자 사는 건가? 주변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숲 밖에 보이지 않는데.

“들어오세요. 어차피 갈 곳도 없잖아요?”

“아, 아니. 그건 좀 위험 할 것 같은데요.”

“네?”

이 사람. 천연인가.

작은 집에서 남자와 여자만 있다니!

“어차피 버스는 일주일 뒤에 다시 와요. 이 곳 버스는 일주일 간격으로 다니거든요.”

“에엑?!”

정말?!

그러면 난 어떻게 해야 되!

“아. 저희 집에서 한동안 지내세요. 어차피 눈 때문에 내려가지도 못해요.”

“아. 그러면 고맙습니다.”

뭐, 딱히 난 나쁜 애는 아니니깐.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야.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내려갈 수도 없는걸?

그래. 이건 어쩔 수 없어!

“그럼. 들어오세요. 어차피 당신 짐도 미리 안에 넣어 뒀으니깐요.”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안은 예상외로 넓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 이라고 느꼇는데, 안에 들어와서 보니 보통 별장 수준이다.

“왼쪽 방을 쓰시면 됩니다. 안에 짐들은 넣어 뒀어요.”

“네. 감사합니다. 전 그럼 방 정리를 잠깐...”

문을 닫았다.

자아. 우선 이 사태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한 말씀 들어 보실까.

이미 시간은 한 밤중이다.

[---]

익숙한 연결음이다. 통화가 아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다행이도 통화는 되는군.

[여보세요?]

“야.”

[뭐야. 너 존경해야할만한 아버지에게 ‘야’가 뭐냐]

존경은 이미 승화했습니다. 이 자식아.

“여기 있던 그 조상님 집이라는 건 이미 무너졌어.”

[그래?]

“그래? 라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알고 있었지!”

[잠깐만. 너 거기 어디야? 통화가 잘...어라? 뭐라고? 미안해. 베터리가 다됬어. 끊을게]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까..”

[뚝-뚝-뚝]

......

나도 베터리가 다 되었다.

못 읽은 문자가 많이 있는데.

하아.

그래. 난 마음을 비우러 온 것일 뿐.

그냥 산에 휴가를 온 것 뿐이야.

그래.

하아...

여기 충전기 있으려나?

내가 방 밖으로 나가자 이미 중앙에 있던 테이블에는 상이 차려져 있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양식 식단...은 내 환각이고. 산나물과 생선으로 이루어진 밥상 이였다.

“우선 제 이름은 ‘나리’입니다.”

“아, 제 이름은 ‘유현’입니다.”

“나이는 39살입니다.”

“네. 나이는 17살입니다?”

잠깐 방금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나이가 어떻게 되신다고?”

“39살입니다.”

“......”

잠깐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데? 혹시 너무 산 쪽으로 들어오면서 도깨비 같은 것에 홀린 것 일까.

“혹시 제가 너무 젋게 보이신다거나?”

“네.”

“신은 불공평하지요.”

아니, 지금 신을 들먹이면 왠지 안될 것 같아요.

“식사를 시작하지요. 밥이 식겠어요.”

“이 지역은 높은 지대에 있다고 하기 보다는 산들이 모여 있는 중심부정도 되는 곳입니다.”

“......”

식사가 끝난 후 이 주변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서 최소한 그런 것들은 알아 둬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저런 외모에 39살 이라니. 하긴, 요즘은 50살 동안이니 뭐니 하는데. 그래, 그런 분류일 꺼야. 게다가 옷이 검은색 드레스라니. 혹시 어느 무도회장이라도 다녀온 것 일까.

“아. 이 옷은 제 취향일 뿐입니다. 취향을 존중하시지요.”

마음을 읽었다?!

“아니요. 그냥 찍어 봤습니다.”

잠깐만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네. 여자는 신기한 생명입니다. 무엇보다 전 무녀거든요.”

“네?”

무녀? 그 일본 만화에서 나오는 신사를 참배하는?...

“한국에서는 무당이라고도 하지요. 뭐... 신과 접신한다?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런 산속에?”

그런데 무녀가 검은색 드레스라니.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지요.”

“마음을 읽는 것도 무녀의 특권인가요?”

“신의 힘을 이용했습니다.”

무녀라는 이름으로 신을 들먹거리지 마. 당신.

처음에는 상당히 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짚었다. 아버지보다 심각해!

산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사는 것을 봤을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저는 당신을 줄곧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누구요?”

갑작스러운 말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접신을 한 건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지?

“물론. 당신을요. 유현님

뭐?......

나?

“예. 물론 제가 기다린 것은 아닙니다. 제가 모시는 분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무려 수백년 동안...”

“미안하지만 나는 17살인데요.”

수백살의 인맥을 모은 기억은 없는데요?

이 사람, 왠지 이상한 것 같다. 뭔가 홀린 듯한.

TV에서 무당들이 가끔식 저럴 때...

탁!

“응?”

내 머리에 뭔가가 있다.

그것을 파악하기에는 2초.

그래. 그것은 손이다.

그런데 내 손이 아니다.

그것을 파악하기에는 1초.

그것은 나리씨의 손이다.

그것을 파악하기에도 1초.

뭔가 무섭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야!?

몸이 한동안 긴장으로 인해서 떨린다.

안되겠다.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이제, 다 되어 갑니다.”

긴장이 멈출 때를 노려서, 나는 나리씨의 손을 뿌리치고 밖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밖은 자정이 다 되어가면서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

나는 다시 전속력으로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버지. 제가 이때까지 보살펴 드린게 전부 마음에 안드셨나요? 전 아버지의 귀차니즘이 너무 싫어서. 단지 그것 뿐이였어요! 그런 원한으로 저를 이런 곳에 떨어트리시다니!

어떻게 여우가 수십마리가 있는 이런 곳에?!

잠깐잠깐잠깐잠깐.

우리나라에 여우가 그렇게 많았나? 여우도 멸종위기종 같은 거 아니야? 여우가 저렇게 흔해? 공업도시라고 불리는 울산에도 여우가 저렇게 많은거야?

“저기 괜찮으세요? 혹시 무슨 부작용이라도?”

우와. 아버지. 여기 정말 대단해요! 눈앞에는 신들린 자칭무녀가 있고, 문 밖에는 여우가 수십마리! 하하하하하하하하핫!

......

뭐야 이거?!

“이 근처의 지도를 머릿속에 주입시키고 있었습니다.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요.”

머릿속에? 주입?아아. 내 머릿속에 무슨 약 같은 것을 집어넣어서 여우의 밥으로 삼으려고? 난 제물인거냐?

“혹시 밖에 뭔가가 있나요?”

문을 열려고 한다.

“안되안되안되안되안되!”

“네?”

문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어!

문 밖의 여우 수십마리가 이쪽으로 모여든다.

안에 들어오지는 않고 밖에서.

“혹시 놀라셨나요?”

몰래카메라찍냐. 지금 이상황에서 안놀라겠습니까.

“설마?? 아무 것도 모르고 오신건 아니겠지요?”

뭘. 뭘. 뭘! 더 이상 알아야 합니까?! 난 이미 세상의 많은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라고!

“설마. 정말로 모르세요?”

그런, 애처로운 눈으로 보지마!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아. 그 무뇌인간. 아무 설명도 없이 이런 애를 여기에 보내다니.”

뭐? 무뇌인간? 누구야 그건?

“유현님의 아버지입니다.”

“잠깐, 너 또 마음을 읽었어?! 너 도대체 뭐야!”

그것보다 내 아버지를 알고있어?

“‘너’ 라니요. 이래뵈도 39살입니다. 그 전에, 무식한 사람은 머리가 고생한다고 하지요..”

무식한 사람은 몸이 고생한다겠지!

“그럼, 아까 하던 것을 마저 하겠습니다.”

뭘? 뭘 마저 한다고? 라고 물을 새도 없이, 나는 그녀의 손에 머리를 붙잡혀 바닥에 쓰러졌다.

아...

불행해.

이 여자는 확실히 웃고있다.

이 때 까지 거의 무표정 이였는데.

숲의 주인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유현님.

아... 그런데 지금 상황이 너무 급전개라서 머리회전이 되지 않아.

그냥 이해하지 말까?

-

“방금전에 유현님의 머릿속에 지식을 넣었습니다.”

내 머릿속이 USB냐.

“유현님.”

“왜요.”

“말 놓으십시오. 전 일개 무녀일 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20살이나 차이가 넘게 나는데 말을 놓아라니.

“그리고 이 분은 신령님입니다. 여우신령. 구미호 일족이지요.”

나리의 옆에 앉아있는 어깨까지 오는 연갈색머리의 조금 치켜올라간 눈썹의 12살 정도로 되어보이는 아이.

“제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드릴 까요?”

“옛날이야기?”

“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적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나무꾼이 있었는데,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도망가는 사슴을 숨겨주게 됩니다. 목숨을 구한 사슴은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선녀가 목욕을 하는 곳을 알려주고 그곳에서 날개옷을 하나 훔치라고 일러줍니다. 그리고 꼭,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나무꾼은 사슴이 알려준 데로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에 가서 몰래 날개옷을 훔치고, 날개옷이 없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그러나 매일 밤 날개옷을 보고 싶다고 우는 선녀의 청을 이기지 못해 아이를 둘 낳던 해에 날개옷을 보여주게 되고 선녀는 두 아이를 양팔로 안은 채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돌아가 버립니다. 나무꾼은 매일 눈물로 보내다가 다시 사슴에게 방법을 청하게 되고 이제는 내려오지 않고 두레박으로 선녀들이 물을 퍼 올려 목욕을 한다면서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라고 알려줍니다. 나무꾼은 그 말대로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이들과 선녀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니야?”

“네. 네E버의 지식인에도 나옵니다.”

넌 산속에서 도대체 뭘 하면서 살고있는거야.

네E버라니.

“여기까지는 다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듣고 놀라시지 마세요.”

걱정 마시지요. 이미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아마 복권1등이 연속으로 당첨 되도 이것보다 놀랄 리가 없지.

“선녀님과 나무꾼님은 실제로 결혼하지 못했습니다.”

“아?”

“귀를 드셨나요? 선녀님과 나무꾼님은 실제로 결혼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잘 들린다. 이 자식아. 그냥 놀라서 의문형을 했을 뿐이라고.

“그런데 결혼을 못했다니?”

“예를 들어 드리자면, 선녀님의 아버지인 옥황상제님께서 그 결혼을 극구 반대하셨지요. 극 장인어른의 반대.”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거냐고.”

제발.

이제 휴가고 뭐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그 귀차니즘 아버지를 보살펴 드리고 싶어!

“아직 이해가 안 되시는 건가요? 하아. 역시 나무꾼님의 집안은 다들 우매하군요.

“어이, 그게 그 일족 앞에서 할 소리냐.”

그리고 아까 말 놓으랬으니 진짜로 말을 놓는다. 이제 처음보는 사람이고 뭐고 그냥...

이 녀석은 정말로 산속에서 무녀를 해야된다.

성격자체가 사회생활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여기서 조금 위쪽에 있는 그 집으로 가보실래요?”

“야. 너 장난하냐. 네 뒤에 있는 벽걸이시계는 정말로 장식이냐.”

시간이 벌써 새벽 3시라고.

“걱정마라. 이 아이는 잠이 없느니라.”

그게 연갈색의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가진 12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할 소리냐. 어린이는 10시에 자야지요.

그런데 구미호니깐 저런 겉모습과는 다르게 오래 살았을 수도 있으니.

“그것보다 아까 밖에 여우들이 많이 있던데. 아직도 있어?”

그래도 생긴건 어쩔 수 없는 초등학생이다.

뭐랄까. 존댓말 하기도 거북한.

“물론, 돌려보냈다. 인간화 할 수 있는 것도 구미호인 나뿐이고, 그대가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그랬느니라.”

그렇습니까.

쓸데없는 걱정이십니다.

난 너도 나가줬으면 좋겠어. 몸에 해로울 것 같아.

등 뒤에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는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몸에 좋지않아.

특히 심장쪽이.

“과연, 인간은 피곤함을 느끼는군요.”

“피곤함? 그건 무엇인가?”

어이. 구미호 너, 잠은 알면서 피곤함은 모르는거냐.

“잠이 오는 증상입니다. 원래 인간은 이 시간에 잠을 취하지요.”

“넌 안 잔다는 듯이 말하지마. 너도 인간이야.”

“아니요, 전 무녀입니다.”

“무녀도 인간이야!”

“아니요, 무녀는 인간이 아닙니다. 무녀일 뿐이지요.”

과연.

너, 전세계의 무녀님들에 대해서 인권모독죄가 생겨버렸군요.

게다가 무녀라는 종족을 새로 만들지마.

“그러면, 잠이나 처 주무시지요. 유호님도 오늘은 주무시고 가시고요.”

유호? 저 구미호의 이름인가.

또 생각을 읽고 말한건가.

아니, 그것보다 너 말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 않냐.

“아니, 나는 됬느니라. 중요한 이 있거든.”

“아, 그랬지요. 그럼 안녕히 가시지요.”

유호라는 녀석이 나갔다.

아아...

또 쓸데없이 머리가 아프네.

자고 일어나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가 있겠지?그래, 이건 꿈이야.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가 12살짜리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다닐 리가 없지.

하하하하....

그러니깐 자자.

난 그대로 방에 들어가서 집에서 택배로 공수된 침대에 드러 누웠다.

피곤해...

-

눈을 떠보니 모든게 꿈이였다... 는 또 내 망상이였군.

눈을 떠 보니, 그 방 그대로다.

인셉션인가.

꿈 속의 꿈인걸까.

아, 그런건가?

그래, 이것도 꿈인가?

방 밖으로 나가자 무녀사칭인 녀석이 식탁에 앉아있다.

옷이 바뀌어 있었다.

그 이상한 검은색 드레스는 아니지만 여전히 검은색 티셔츠.

우와, 침침해.

“취향을 존중해 주시지요. 변태.”

“그건 알겠는데, 우선 난 변태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겠어. 그리고 사람 마음좀 그만 읽어.”

이젠 놀랄만한 것도 없겠군.

설마 아버지는 나의 심신을 단련시키기 위해서 일부로 이런 곳으로 보낸 걸까.

아... 이해가 간다.

이런 곳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난 성인군자가 되어있겠구만.

그리고 이제 이 여자의 왠만한 말놀림과 서프라이즈 이벤트에도 놀라지 않을거야!

후...후후후후후후훗!...

“왠지 자아도취에 빠지셨을 때에 끊는 것은 죄송하지만,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준비하시죠. 우선 그 더러운 몸체를 씻으시고요.”

“너. 결혼 안했지.”

아마 결혼을 했더라도 네 남편은 네 말에 자살을 해버릴 지도 몰라.

“무녀는 오직 신만을 보고 살지요.”

그러니깐 네가 신을 들먹이지 말란 말이야.

그래도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원래 씻기는 씻어야 하니깐.

쑥쑥 자라는 청소년이면 청소년일수록.

일단은 씻고 나올까?“욕조에서 혼자 흥분하시면 안됩니다.”

“내가 변태냐!”

“엣? 찔리셨나요? 그냥 짚어본건데?”

“......씻고 온다.”

이 여자는 사람을 말로 죽인다고 할 때 해당하는 그 사람이겠군.

게다가 무표정으로 놀라는 척 하지마!

-

욕실은 좁았지만 욕조가 있어서 씻기는 편했다.

욕조는 사람 한 명이 누워있으면 딱 맞아떨어지는 정도의 크기다.

우선 몸을 조금 씻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들어갔다.

하... 이 얼마만의 편안함과 안도감이냐.

우선 지금까지의 사건에 대해서 정리해보자.

우선 나는 졸업식날 다혜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있다가... 응? 다혜? 그, 그러고 보니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 되는 바람에 답장이온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잖아?!

아...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고.

민종이가 아버지랑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내려왔고, 오던 도중에 이상한 여자랑 만나서 집이 무너진 것을 알게되고, 집에 하루 얹혀 살았고, 여우들이 있고.

내가 나무꾼의 자손이라지 않나, 구미호가 사람이 되지를 않나. 심지어는 몹쓸 무녀사칭인간은 마음이나 읽어대지를 않나.

게다가 꿈인줄 알고 잤더니, 그대로이지 않나.

아... 머리 아파. 난 왜 휴가를 와서 노동을 하는거지?

그래도 따뜻한 물에 들어가 있으니깐, 뭔가 쌓인 것이 풀린다.

“정말로 혼자서 흥분하신 건가요? 얼른 나오시지요.”

“......”

무시하자.

“정말로 혼자서 흥분하신 건가요?”

......

“그래. 나간다, 이 자식아.”

5분만 더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검은색 나리는 검은색 티셔츠 위에 패딩을 입고 있었다.

“어디 나갈꺼야?”

“선녀님을 뵈러 갑니다.”

“그래? 잘 다녀와.”

그건 그렇고 요즘 무녀들은 자기가 모시는 신을 마중하러 갈 때에 패딩 같은 것을 입고 가냐.

신앙심이 제로잖아.

“같이 가셔야지요. 선녀님은 나무꾼님 때문에 오신 것입니다.”

“그러니깐 난 나무꾼이 아니래도.”

“나무꾼님의 후손.”

“나무꾼은 결혼을 못했다며!”

“네. 나무꾼님은 평생을 노총각으로 사셨으니깐요.”

“그럼 난 아니잖아?!”

생각해 보니깐 이거 화가나네. 혹시 모든게 나리와 아버지의 계략인게 아닐까.

“제가 이 전에 유현님의 멍청한 머릿속에 집어넣은 그 지식은 이미 증발한 것 입니까?”

“뭐?”

그러고 보니, 새벽에 내 머릿속에 뭔가를 넣었다고 했지.

“하아...과연 핏줄은 못 속이는군요.”

“그게 무슨소리야?”

“나무꾼님 집안은 술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요괴나 신령들이 쓰는 환각같은 기술들에 걸리지 않는 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술법에도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요괴? 신령? 술법?”

뭐야 그게.

먹는 거야?

전부다 만화책에서는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만한 것 들인데.

나리가 나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처다본다.

잠깐, 그런 눈으로 처다보지마! 아니, 이건 아는 쪽이 신기한 거라고!

“제가 우매한 유현님을 위해서 설명해 드리지요. 어제 만나신 유호님 같은 경우에는 구미호. 즉, 신령님 이십니다.”

구미호?

아, 어제 그 갈색머리의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자애.

“그럼 요괴는?”

“한 마디로 요괴입니다. 만화 안보시나요? 저번에 온 짐들을 보니깐 만화책도 있던 것 같은데요.”

“알고있어. 그런데 설마 정말로 그런 쪽의 요괴인거야?”

그러면 조금은 무서운데.

“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녀는 폼이 아니니깐요.”

“그래, 그거 고맙네. 그런데 어디로 가면 되는거야?”

응? 왜 안가지?

뒤를 돌아보니 나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얼굴을 응시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리고 앞으로... 그... 절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어차피 저는 선녀님을 위해서 있는 것 뿐이니깐요.”

“뭐야. 알았어. 너도 그냥 날 편하게 부르지. 반모라는 것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나이차이가 20살...”

나리의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뭐야 너, 나이에 민감한거냐?!

뭐, 그래도 겉모습은 나와 동갑처럼 보이니깐 반말하기는 편하네.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나가자고!”

네 살기 있는 그 눈빛이 무섭다고!

“참고로, 유현님이 어째서 나무꾼님의 핏줄인지는... 나중에 말씀드리죠. 때가 있습니다.”

“어? 뭐라고 했어?”

방금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은데.

“아니요. 얼른 가지요.”

-

원래 조금 산 중턱에 있었던 그 벽돌집을 시작해서 정상쪽으로 조금 올라가자 폐허같은 것이 나왔다. 아마 저기가 아버지가 말하셨던 내 조상님의 집이라는 곳이겠지.

“이제 여기는 더 이상 못쓰겠군요. 나중에 처리업자에게 시켜서 치워라고 해 둬야겠군요.”

“처리업자?”

“네.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

왠지 나리가 말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만, 많이 알아봐야 좋을 것 없겠지.

“그러면, 그 선녀라는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야?”

“이 집의 사당에 모시고 계십니다.”

“뭐?”

사당?

“사당이라면, 그 양반들 집에나 있는 것 아니야? 아니, 애초에 사당이라는 건 양반들 집에서도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무꾼님은 부자이십니다. 모르셨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 무뇌인간의 집도 꽤나 부자라고 들었는데요?”

아버지? 아... 그러고보니, 우리집도 못사는건 아니구나. 서울에서 주택 하나 가지고 있으면 꽤나 잘 사는 건가.

“그런데 나무꾼이면서 어떻게 돈을 번거야? 이런 큰 한옥.”

무너져 내렸지만, 딱 보아도 아주 큰 집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를 팔아서 집을 구했습니다.”

“스케일이 크다! 나무를 팔아서 이정도?!”

놀라워!

생각했던 것 보다 충격이야!

“네. 듣자하니 아마 지금 강남의 빌딩 2채를 사고도 남을 돈이라고 하더군요.”

“잠깐, 너 산에 사는 것 맞냐?! 어떻게 강남의 시세를 아는거야!”

“무녀이기 때문이죠.”

무녀이기 때문이라니.

“이제 곧 코앞입니다. 사당에 가면 선녀님이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 선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500년은 넘게 살았다고 했으니 할머니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아, 그러고 보니 이걸 못 물어봤네

“그런데 난 가서 뭘 하면 되는거야?”

“선녀님을 꼬드겨서, 부인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나리는 잠깐 자리에 앉아 들고 온 봉지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나에게 넘겼다.

[혼인관계증명서]

“......”

뭐?

아, 돌겠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래.”

미쳤냐 이 자식아. 너 지금 어디서 청소년한테 약을팔어.

“우선 들어가기 전에 가르쳐 드리지요.”

“말해.”

“선녀와 나무꾼의 그 이야기는 말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지어낸 것입니다.”

“알고있어. 그건 저번에도 말한 것 같은데?”

나리는 일어서서 말하면 다리가 아프니 앉으라고 하면서 대청마루였던것처럼 보이는 바닥에 앉았다.

그래, 간만에 친절은 고맙지만.

그런 눈이 쌓인 곳에 앉았다가는 내 엉덩이를 때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앉지 않았다.

너 정말로 대단하다. 그런 바닥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앉을 수 있다니.

“사실 선녀와 나무꾼의 진짜 이야기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인간들의 탐욕?”

“네. 혹시 ‘날개옷’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날개옷이라면 그 선녀가 잃어버린 그 옷?”

“네. 사실 그 옷이 모든 것의 문제였습니다.”

그러고는

“날개옷이 어떤 옷인지 알고 있습니까?”

나리가 나를 보고 물었다.

“하늘로 올라갈 때에 쓰는...”

“아닙니다.”

야. 말을 끊지마. 네가 물어봤잖아.

“날개옷은 신의 힘. 즉, 옥황상제님이 쓰실 수 있는 힘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옷입니다.”

옥황상제님이 쓰시는 힘?

“그 힘이 뭔데?”

“아, 뭐. 별것 아닙니다. 천재지변을 일으킨다던지, 지구를 멸망시킨다던지. 그 정도 뿐입니다.”

너한텐 그게 그정도 뿐인거냐.

그건 인류에게 위협적이라고.

“그러면 뭣 하러 옥황상제님은 그런 옷을 만드신 거야?”

생각해 보면, 그런 옷은 만들 필요가 없지 않나?

“예를 들면, 왕이 자신의 명령을 대신해 줄 사람을 정해주는 그런 것과 같잖아?”

“천계. 옥황상제님이 계시는 그 곳에도 이 지상과 똑같이 왕권을 노리고 있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 그런 자들에게 옥황상제님이 시해당하셨을 때를 대비해서 만든 옷입니다. 실제로는 그 옷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자들은 없었지요. 만약 옥황상제님께서 시해를 당하시면 그 힘이 그대로 그 날개옷으로 전해지게 되기 때문에 왕권의 복귀를 위해서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넌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무녀니깐요... 라고 할 뻔 했네요. 습관이 되어 버렸어요.”

“되지마.”

그거 나 때문이냐?

“그 날개옷에 대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 선녀님은 지상에 내려가 계셨고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천계의 자들만이 알아야할 그 날개옷에 대한 이야기가 지상에도 퍼져있었습니다. 다들 혈안이 되어서 선녀님을 찾으러 나섰지요. 그리고 만난분이 바로 나무꾼님입니다.”

“꽤나 정치판과 악당같은 것들이 연관되 있는거아냐?”

“어머나, 유현님은 정의의사자같은 것을 좋아하나요? 하긴, 나무꾼님도 그랬으니깐요.”

정의의사자라니.

“나무꾼님은 그 때에 선녀님 앞에 나타나서 악당들을 무찌르고 선녀님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멋진 초 슈퍼 울트라 영웅이 되었습니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냐?”

“에? 하지만 사실인걸요?”

“에에?! 뭐야. 사실이야?!”

정말로 여기 온 뒤로부터는 놀라움이 맥시멈을 기록하는 것 같은데.

아버지가 요리를 하는 것 정도는 일상이 되어버리겠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나무꾼님은 옥황상제님에게 불려 올라갔습니다.”

불려 올라가다니.

표현이 왜 그래.

마치 고학년 생이 저학년 생을 불러 올린 것처럼 들리잖아.

“뭐, 불려 올라가기 이전에 선녀님은 이미 나무꾼님에게 홀딱 반해있었지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후...후후훗.”

네. 여기서 부터는 청소년 금지입니다.

그리고 너. 왜 웃는 거야.

“그런데 나무꾼님은 전혀 달랐습니다. 선녀님을 ‘좋아한다’라는 감정은 전혀 없었지요. 오직 정의감에만 불타 있었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옥황상제님은 선녀님과 나무꾼님의 결혼을 반대하셨지요.”

“잠깐. 한 가지. 너 뭔가 빠진게 있지 않아? 내가 어째서 나무꾼의 후손이고 숲의 주인인지 하나도 듣지도 못했다고.”

나리는 한동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일어서서는 옆에있던 눈에 덮인 꽃을 하나 꺾었다.

“일단 이정도면 이해 하셨을 거라고 믿고 나무꾼님과 선녀님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제가 말했지요? 나무꾼 일족은 술법같은 것에 걸리지 않는다고.”

“그게 뭐가 어때서?”“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아...

얘는 또 뭔소리래.

“역시. 우매하기 짝이 없군요. 또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 전에 남의 마음은 제발 그만 읽어! 부탁할게.”

혼자 생각을 할 수가 없잖아!

“혹시 환각이 보이는 도로같은 것을 아십니까?”

간단히 무시하네.

쩝.

“아아. 들어본 적 있어.”

“그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자연현상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환각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들 사고가 많이 나지요. 하지만 나무꾼님의 일족은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좋은거 아니야?”

나리가 뭔가 안쓰럽다는듯 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즉, 자연현상으로 인해서 죽게 될 운명을 벗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연히 죽어야할 순간에 죽지 않습니다. 아니, 죽지 못합니다.”

“......그러면 나무꾼은 어떻게 죽고, 난 뭐야. 게다가 내 아버지는?”

“나무꾼님은 정말 용맹하신분 이셨습니다. 옥황상제님의 적들을 모두 처단하였지요. 하지만 믿고 있었던 옥황상제님의 신하에 의해서 독살 당했습니다.”

그런 죽음인건가.

영웅의 말로.

흔하다.

나라와 모든 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나? 그런 이유로 싸움에 나선 영웅들을 하나같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죽는다.

불쌍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무뇌인간이신 유현님의 아버지께서는 나무꾼님의 동생. 그 동생분의 자손이십니다.”

그런건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은 아버지도 알고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네. 그 무뇌인간은 유현님을 보내면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나 보군요.”

그 인간. 집에 가면 절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와 계시는구나.

아참.

너무 오래 말하다보니 중요한 것을 잊을 뻔 했네.

“또, 내가 그 선녀를 꼬셔서 혼례를 치루라는건 뭐야.”

“그건 그 말 그대로입니다. 선녀님을 꼬셔서 혼례를 마치시면 모든게 끝납니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선녀라는 녀석과 혼례를 치루라니.

보지도 못한 상대랑.

“잠깐만. 내가 선녀랑 혼례를 치뤄야하는 이유가 뭐야?”

“나무꾼집안의 혈통이니, 혼례를 치러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요. 물론 그 당시에는 옥황상제님께서는 나무꾼님과 선녀님의 혼례를 막으셨지만, 뒷날 나무꾼님의 공적을 길이사서 선녀님을 나무꾼님의 집안에 시집보내기로 했지요.”

“잠깐. 그거 언제적 이야기야.”

“음... 그러니깐 약 450년쯤 전?”

내 조상님들은 이때까지 뭘 한거야. 그 옥황상제님의 성은에 감사받지 않고 뭘 한거야!

“모두들 선녀님에게 차였답니다. 선녀님은 일편단심 나무꾼님이거든요.”

“하지만 이미 죽었잖아?”

“네. 그러니깐 그 나무꾼님의 혈통이신 유현님이 선녀님의 마음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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