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일기 쓰는 법
글쓴이: 서이
작성일: 12-02-11 16:06 조회: 2,992 추천: 0 비추천: 0
『일기 -차례-』

어느 한적한 가을.
나는 도망을 치고 있다. 몸에 짐을 지고 뛰는 게 힘들다는 건 오늘 깨달았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 한적한 단풍나무로 구성된 길, 시원한 가을바람.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은 하늘. 그리고 열심히 뛰고 있는 나. 이 상황에 대한 자세한건 잠시 생략을 하고…….

시간을 거슬러 5주전.
그날은 무척이나 평화로운 분위기가 지속되는 시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다.
학교라는 게 일찍 끝나서 그런 걸까? 뭐. 좋지 않은가?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과 흥에 겨워서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 시점에 바로 내 앞 코너에서 험악한 사람이 갑자기 튀어 나와서 부딪치게 되었다.
험악하게 생긴 사람은 나를 죽일 것처럼 째려보더니 표정이 급변하였다. 나의 팔에 주사기가 꽂혀있었다.
그걸 보고 경악하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사실 나도 내 팔에 주사기가 꽂혀 있는 건 지금 알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픈 것도 못 느낀 모양.
나는 내심 놀라하며 주사기를 바로 뽑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험악한 사람에게 떨어지려는 뒷걸음질을 친다.
숨 막히는 이 시간.
침이 꿀꺽 하고 넘어가려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큰소리를 내며 뛰어온다. 그러자 나에게 다가오던 험악한 사람은 나를 다시 보고 다른 방향으로 도망간다.
나는 그 사람이 가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저 뒤에서 늦게 오는 사람이 나를 부른다.
" 너. 너! 괜찮아?"
나를 부르는 듯 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를 부르는 사람은 경악을 하며 숨을 미쳐 다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나에게 재빨리 다가와 몸에 이상이 없나 살핀다. 나는 속으로 '뭐. 주사기 따위에 호들갑을 떠나?' 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저 주사기를 시점으로 나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지금 나에게 말 거는 사람은 '송지민'라는 연구원이다. 나이는 나보다 한살 어린 주제에 연구원이라니.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실 텐데 그건 차후에 차차 알게 되니 생략하도록 하자. 지민이는 숨을 고르면서 땅에 떨어진 주사기를 집어 들더니 내 얼굴 앞에 주사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게 뭔지 알아? 라고 말해봤자 모를 테지."
나는 관심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한쪽 방향으로 기운다.
"하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내가 연구하던 거야."
"뭔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지민이 나에게 반말로 말하기에 나도 반말로 대응을 해본다. '솔직히 '이게 뭔지 알아?' 라고 질문하고서 답으로 '이건 내가 연구하던 거야.' 라고 말하면 이상하잖아? 적어도 '어떤 특성을 가진 약이야'라고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 생각하고 있을 찰나에…….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갑자기 신경질을 낸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물건인거 같다. 저 주사기가.
"그거 주사기잖아? 그걸 연구했다고?"
지민 이는 한숨을 쉰다. 그럴지도.
"저기 말이야. 아니다. 설명을 해줘도 모를 테지. 너 이름이 뭐야?"
질문을 하고 답을 안 가르쳐준다. 말투로 보자니 뭔가 귀찮아 하는 거 같다. 뭐. 맘대로 하라 그러지.
"이름……. 뭐 상관없겠지."
지민이는 내 앞에서 그런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긴 흑발을 우아하게 날리면서.
결국 나는 아무런 해답도 못 얻어내고서 어이없어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아까의 기분에서 반감되었지만 뭐 상관없다 치고서 가벼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긴다.
가벼운 발걸음도 몇 분가지 못해 조금씩 무거워진다. 머리가 어지럽다. 쓰러질 것만 같은 두통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몸의 균형을 잘 잡히지 않는다. 큰일이다. 그렇게 아파오는 머리를 누르며 집에 가는 것을 3분. 간신히 집에 도착하여 그렇게 나는 내 방에서 순식간에 의식을 잃어버렸다.
"으음"
쓰러진 채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나의 눈이 떠진다. 눈이 떠지는 순간 이마가 시원하다는 것을 느낀다. 손으로 이마를 만져보니 물수건이 놓여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다음 익숙한 내 방 천장 벽지가 보인다. 그리고 나의 등이 침대라는 것을 알려준다. 내가 쓰러진 것을 누군가가 옮겼다는 증거.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연약한 어깨를 약간 풀어진 웨이브로 된 갈색빛 긴 머리가 감싸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 사람의 손을 잡아보기로 한다. 감사하다는 마음을 담아서.
나의 손이 닿는 순간 손길이 느껴졌는지 동생은 잠에서 깨어났다.
"오빠?"
동생은 나를 부르며 다른 손으로 나의 이마에 있는 물수건을 다른 곳에 내려두고서 체온을 체크 해본다.
"이제 열이 좀 떨어진 모양이네."
동생은 '안심했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옅은 미소를 지어본다. 그리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방에 들어와 보니 쓰러져있기나 하고. 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하. 하. 하. 미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동생의 눈에서 살짝 눈물이 고인다. 마음이 많이 여린 동생이다.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며 동생의 손을 잡았던 손을 떼고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좀 더 누워 있어. 또 쓰러지면 곤란하니까."
"괜찮다니까. 부모님은?"
"아직 안 오신 모양인데?"
"그래……. 난 괜찮으니까 할 일해."
"누워 있어야 해."
동생은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내 방에서 잠이 덜 깬 모양인지 비틀거리며 나갔다. 그리고 몇 발자국 안가서 '아야' 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딘가 부딪친 모양이다.
"하아……."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어본다. 그리고 다시 잠들어버린다.

이게 5주전 이야기. 주사기 안에 있던 물질을 계기로 내 느긋한 생활이 완전 박살이 나 버렸다.

시간을 좀 앞 당겨서 1주전.
나는 여전히 기분이 좋은 상태이다. 왜냐고 묻지 말아주길. 그냥 좋은 거다. 좋지 않은가? 왠지 모르게 늘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이 좋은 거 같다. 자세히는 모르겠다만.
이 날도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가고 있었다.
5주전에 쓰러지고 나서 그 다음날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동생 말로는 단순 몸살 같다며 다행이라고 말하였다. 말 그대로 다행이기는 했다만 쓰러지고 나서부터 달라진 건 내가 먹는 음식의 양이었다. 소식을 주로 하는 나인데 그 날 이후로 부터 꼭 2인분씩 먹게 되었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본 동생은 놀라 하며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계속 물어봤다만 딱히 집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가 없다.
확실히 먹는 양이 늘어나니 몸무게도 늘어난다. 근육 증가로 인한 체중 증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엉덩이나 허벅지로 가는 살로 아니었다. 나의 허벅지, 엉덩이 사이즈는 늘 같았다. 뭔가 이상하다. 확실히 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만 키 크려고 하는 거겠지 라고 간단하게 답을 내리고선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길지는 몰랐다.
늘 가던 길로 하교를 하고서 집으로 기분 좋게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내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켜 놓고 옷을 갈아입는데 이상하게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뭔가 상한 걸 먹었나?"
그리 생각한 나는 거실에 있는 약상자를 꺼내어서 배탈에 좋은 약을 먹으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배가 점점 아파지는 느낌이 든다.
"으……."
한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한 손으로 약을 섭취해 보지만 바로 효과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바로 누웠다. 식은땀이 많이 나기 시작한다.
거슬린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는 컴퓨터 속 팬 돌아가는 소음이 오늘은 거슬린다. 미치도록 아프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웅크린다. 갈수록 아파 온다. 약의 효과는 없었다. 이건 배탈이 아닌 거 같다. 이런,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아픈 것을 참으면서 휴대폰을 찾는다. 이런, 아까 약상자를 찾으면서 거실에 두고 온 모양이다. 집 전화도 마찬가지로 거실에 있다. 컴퓨터로 전화를 걸기로 생각하고 컴퓨터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으나 무리다. 그렇다고 집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심각하다. 이 상태로 전화 걸기에는 무리 일거 같다.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으……. 하아……. 하아……."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나오기 시작하며 복식호흡을 시작한다. 심각하다. 그리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신을 잃고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감겨 있는 상태에서 생각을 해본다. 이윽고, 몇 분이 더 지나서야 눈이 떠진다. '아직 해가 떠 있는 것 봐서는 잠시 동안만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마가 시원하다. 물수건. 그리고 옆에는 동생이 나의 침대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 게 보인다. 한 손을 들어 동생의 머리에 놓으려고 하자 동생의 품에 무언가가 있다.

이것은…….

작고, 움직인다. 애완동물이기에는 너무 얌전하다. 애초에 우리 집에는 애완동물을 안 키우니까. 나는 손을 더 뻗어서 동생의 품에 있는 알 수 없는 것을 만져보려 하였다만 힘없이 떨어져서 동생의 어깨 위에 착지를 한다.
"으음……."
동생이 깨버렸다. '아…….' 라고 작게 소리를 내며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분명 지난번과 같이 나를 간호하다 잠이 든 모양이겠지.
"우아~"
동생이 잠에서 완전히 깨버렸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나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노려보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오빠!"
걱정이 앞서서 언성이 높아진 모양이다.
"이 아이 어디서 주워왔어?"
"주워 오다니? 뭘?"
"이 아기!"
그렇다.
아기였다.
대체 어디서 온 걸까? 분명 집에는 나 혼자 있었을 터. 동생이 나에게 물어보는 걸 봐서는 동생이 데려온 것은 절대 아니란 소리.
"나도 모르는데? 내가 집에 왔을 때에는 나 혼자였어."
"그럼 이 아이는 어디서 온 건데?"
그러고 보니 아팠던 배가 안 아프다. 약이 자는 사이에 효과가 난 건가?
"나한테 물어본들……."
"하지만, 오빠 옆에 있었는걸."
"하아?"
나는 동생의 말에 당황한다. 말도 안 된다. 도대체 뭐가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혼란해 질 때에 고요하던 집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생은 나에게 아기를 맡기고 현관으로 재빨리 가 본다. 나는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역시 아기는 귀여운 거 같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기에게 손가락을 내밀자 아기는 나의 손가락을 꽉 쥔다. 사랑스럽다.
근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부모님을 바라보는 그 눈빛과 많이 닮아 있다. 너의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하다. 난 너의 부모가 아니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어본다. 아기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손가락을 쥔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는다. 아아. 안되겠다. 빠져들어 갈 것 같다.
내가 아기랑 놀고 있는 사이에 동생이 다시 나의 방에 올라왔다.
"오빠."
동생이 나를 부르자 아기랑 놀다가 동생을 쳐다본다. 동생은 서둘러 아기에게 다가오며 나에게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한다. 저 눈빛은 누군가가 왔다는 눈빛인데. '누구지?' 라고 생각할 때.
"어?"
나의 방 문 앞에서 나는 소리. 그 소리는 손님의 것. 손님의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다. 저 여리면서도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 한 목소리.
"너는?"
그 소녀는 곧바로 오더니 동생을 밀치고 나와 아기를 보면서 만져본다.
"너. 그 날 몸에 이상 없었어?"
"그 날이라니?"
"그……. 있잖아. 그 날! 그……. 주사기!"
그 날? 주사기?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그게 바로 4주전 이야기. 집에 가다가 코너에서 어느 사람과 부딪쳤는데 나의 팔에 주사기가 꽂혔던 그 날.
"아!"
나는 감탄사를 내자 내 동생이 나를 쳐다본다. 나에게 질문을 던진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날이라면……. 난 내 방에서 쓰러졌었지. 열이 많이 났었거든."
"그래? 맞은 즉시 효과가 나타난 게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나서 효과가 났다? 그건가. 잠시만 기다려봐."
그 소녀는 어디선가 나온 가방에서 수첩과 팬을 꺼내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간다. 나는 이따금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너 우리 집 어떻게 알아서 찾아온 거야?"
"난 연구원이야. 연구소의 힘을 빌려서 사람 찾는 건 식은 죽 먹는 것보다 더 쉬워. 그보다……. 이 아기는 언제 낳은 거지?"
"낳았다니?"
"아……. 넌 모르지. 그래. 말을 바꾸면 또 언제 쓰러졌지?"
"오늘?"
"그래?"
소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다시 수첩을 보고선 무언가를 더 써 내려간다.
"오늘이라고 했지? 아프지는 않았어?"
"집에 왔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가 정신을 잃어버렸어."
"그렇군. 이때 출산을 했군."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계속 적어 내려간다. 아니, 그보다 출산이라고? 아까는 낳았다고 했는데? 잘못 들은 건가?
"출산이라고요?"
내 동생이 놀라서 말한 거다. 아무래도 놀랄 테지. 나도 놀랬으니까.
"뭐……. 그런 셈이지. 배가 아팠던 건 진통이라고. 나랑 처음 만나고 나서 식욕이 증가했지?"
소녀는 4주전의 일부터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역시, 연구원이라서 그런 걸까? 저 소녀의 말이 맞는다면……. 그 날 주사기 안에 있던 건…….
"하지만, 난 임산부처럼 배가 엄청 부르지도 않았다고? 입덧 또한 하지도 않았고."
"당연하지. 배가 안 부른 건 내가 그렇게 개조한 거야. 임산부 중에서 입덧을 안 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네 말이 맞는다면……. 나는……."
"그래. 출산 축하한다."
당황스럽다. 모든 게 당황스럽다. 이 아기 부터 시작으로 저 소녀의 말까지 혼란스럽다.
"오빠가 출산?"
"자. 잠깐만."
소녀는 수첩을 접고 펜을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아기와 눈을 맞춘다.
"그래. 그 날 주사기 안에 있던 건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연구해왔던 거야. 마침 그 날에 어느 조직이 연구소를 테러해서 나의 단 하나뿐인 연구품을 절도한 거지. 그 조직도 참 바보지. 이게 돈이 될 거라 생각을 하다니. 상황에 따라서 돈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야."
소녀는 팔짱을 끼고서 가슴을 펴며 당당히 말한다. 팔짱을 끼고 가슴을 펴니 안 보려 해도 유독 그 부분만 잘 보이게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 그런 이유로 넌 출산을 하게 된 거고 이 아기는 너의 아기야."
"자. 잠깐? "
소녀는 팔짱을 풀며 입고 있는 남방셔츠의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서 나에게 내민다.
"내 명함이다. 잘 간직해 둬."
나는 소녀가 내민 작은 종이를 받아들고서 바라본다.
"송지민?"
"그래. 나의 이름은 송지민. 그 연구소의 소장이야."
"여자에게 이런 말하기 좀 미안한데……."
"나이? 괜찮아. 나이라면 너랑 같으니까."
여자들은 나이에 민감할 텐데 지민이는 자신 있게 말한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지금 상태는 어떻지?"
"그다지 아프지도 않아. 열도 없고. 양호한 편이야."
지민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자신에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저 자신에 가득한 표정을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는 혼란스러운데 말이다.
그때 동생이 나의 옷소매를 잡는다. 동생도 나와 같이 혼란스러운 모양. 그 눈빛은 대체 뭔 소리 하는 거냐고 알려달라는 눈빛. 나는 눈치를 살피며 동생에게 귓속말을 한다.
'오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출산이라니?'
'그게……. 말하면 좀 복잡한데…….'
솔직히 복잡하다. '주사기 맞아서 출산 했어요.' 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참 애매하다.
'대충 대화를 들어서 알지?'
'응. 말 들어보니 오빠가 4주전에 갑자기 쓰러진 것도 이해가 되. 오늘도 마찬가지고. 근데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나도 혼란스러워.'
"뭘 그렇게 속삭이는 거지?"
나랑 동생이 귓속말을 계속 하자 지민이는 언짢은 표정으로 말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러겠지.
"못 믿겠다는 표정인데. 아니 못 믿겠지. 하지만, 사실이야. 그냥 받아드려"
"그. 그래. 받아드렸다고 치고……."
"그냥 받아드리라니까."
"아무튼. 그렇다 치고 그 담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하긴? 생명이 태어나면 그걸 보호하면서 키우는 게 부모의 의무가 아니겠어?"
아아. 그건 아는데요. 나는 무언가가 떠올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바로 말해버린다.
"네가 연구한 거니까. 네가 키우겠구나. 그래서 이 아기를 데리러 온 거지?"
"응?"
"그 주사기 안에 있던 약이 네 연구결과 라며? 그 약으로 나는 아기를 낳았잖아. 여기서 나는 모르모트. 즉, 실험체가 되는 것뿐이고 책임을 지고 키워야 하는 건 연구했던 너 아냐?"
"그. 그런가? 그. 그런 건가? 화. 확실히 일리가 있어."
지민이는 나의 말에 당황하였는지 더듬거린다. 그렇게 반응하기까지야. 거기다가 얼굴이 붉어지는 거 같다. 뭐지? 홍조증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동생이 나의 팔을 꼬집는다.
내가 동생을 쳐다보자 동생도 얼굴이 약간 붉어진 거 같다. 열이 있나? 두 소녀 분들이 왜 얼굴이 붉어지는 거지? 감기인가? 내가 '감기 걸렸어?' 라고 물으려고 입을 떼는 순간 동생이 강렬한 눈빛을 보낸다. 나의 생각이 읽힌 모양. 역시 나의 동생. 동생은 나에게 눈빛으로 말하더니 한숨을 푹 쉰다.
지민이는 양 손을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뭐지. 이건?
'내가 아버지인가?'
뭔가 지민의 입에서 이상한 단어가 흘러나온 거 같지만 못 들었다 치자. 여자에겐 여자만의 세계가 있을 테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민이가 갑자기 한손으로 나를 지목한다.
"네. 네. 네가 어머니구나!"
"무슨 소리야?"
"그렇구나. 그렇구나."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얼굴이 붉은 거 보니 고열인거 같다.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고열이면 심각한 거 아닌가? 나는 나의 침대에서 일어나서 지민의 손목을 잡아챈다.
"왜. 왜 그러는 거지? 여보?"
뭔가 한 단어를 잘 못 들은 거 같은데 간단히 무시하기로 하고 아무 말 없이 침대에 앉히게 했다. 단어를 잘 못 말할 정도로 지민이는 심각한 모양이다. 이거 큰일 났다. 하지만, 나의 동생이 먼저다. 나는 동생의 이마에 나의 이마를 맞 대어본다. 동생은 붉어진 얼굴로 눈을 감고 있다. 이거 큰일 났다.
"열은 없는데……."
이마를 떼고서 동생의 얼굴 상태를 확인을 해본다. 아직도 붉다. 의, 의사를 불러야 하는 건가? 나는 동생의 손을 잡고서 침대에 앉히게 해 놓고 나름 심히 고민을 해본다. 지민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체온측정을 해보았다만 오히려 얼굴만 더 붉어지고 열은 없었다.
신 질병인가! 모르겠다. 포기하고 싶다.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온 아기를 비롯해서 이 두 소녀 분들이 심각하다는 것.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만 생각이 안 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아기가 시야에 보인다. 부럽다. 넌 아무런 생각 하지 않아도 되니…….
이게 1주전 상황이다.

그리고 6일전.
어젯밤, 지민이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선 우리 집에서 나갔다. 가면서 뭔가 '다시 올 테니 기다려' 라는 말을 남기며 갔다만 설마 다시 오겠는가?
내가 아기를 낳고서 다음날 아침.
이른 아침부터 집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분명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초인종을 열심히 눌렀겠지. 하지만, 나는 한숨조차 제대로 자질 못해서 심히 지쳐 있다. 그 원인을 잘 알겠지? 안 그래도 어제 실랑이가 벌여졌다. 동생이 아기를 데리고 자기의 방에 데려가 재우려고 했지만 아기가 계속 나한테 있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울었기 때문. 동생은 포기하려 하였으나……. 지금 내방에서 잘 자고 있다. 참고로 내가 바닥에서 자고 동생에게 침대를 내주었다. 나는 다크서클에 생긴 외모와 까치집이 진 머리를 한 상태로 잠이 덜 깬 상태로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라며 말하며 열자 나는 주저앉아 버렸다. 확실히 놀래서 잠은 깨버렸다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문 밖에는 완전무장에 여행용가방을 가져온 여자 한명이 보인다.
그 여자는 무작정 집에 자신의 짐을 가지고 들어온다. 막무가내. 그 말이 제대로다. 나는 서둘러 일어나 뒤 따라가며 말을 걸어보았다만 무시하며 거실에 놓여있는 소파에 풀썩 주저앉는다. 어이가 없네. 아무 말 없이 들어와서 소파에 앉다니…….
"당신 누구신데 멋대로 들어오나요?"
나는 당당하게 다시 말해본다. 하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나를 인정시키고 굴복시켜버렸다.
"너. 너의 마. 마. 마누라."
솔직히 누군지 몰라서 반복해서 누구냐고 물어보는 게 아니다. 하긴, 위장을 좀 한 것 같다만 오른쪽 가슴 부위에 있는 명찰 때문에 들켰지만 나름 자신의 말로 인정받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마누라라니!"
지민이는 나름 위장했다고 생각한 마스크를 벗으며 나에게 얼굴을 보여준다. 얼굴이 붉다. 아직 병이 덜 나은 모양. 아.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가?
"그. 그런가. 어감이 안 좋았구나. 자기?"
뭔가 어제와 다르다. 어제는 말투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였지? 근데 지금은 말투는 그대로지만 얌전히 있다고나 할까? 다소곳이 있다고나 할까?
는 지민이에게 다가가 지민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었다. 지민이는 자동적으로 눈을 감는다. 왜지? 모르겠다. 정확도 40%를 자랑하는 나의 손 체온기로 측정결과 고열은 아니었다.
내가 지민의 이마에서 손을 떼었는데도 아직도 눈을 감고 있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여자는 심오하다고 들었는데 어디까지 생각하고서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제길. 머릿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던 순간.
"모. 모. 모닝 키스를 한다고 들었다."
이 사람이 뭘 말하는 걸까. 난대 없이 모닝키스라니. 내가 한마디 던지려하자.
"부. 부부 사이에는 모닝키스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말 한마디 던지기는 하였다만 선택이 잘못 되었는지 지민이가 나의 팔을 잡고서 갑자기 끌어당기더니…….
일 났다. 나는 순간적으로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왜 그러냐고?
"이. 이게 모닝키스라는 건가?"
라며 지민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혈연관계가 아닌 타 여성에게 입술을 빼앗겨 버렸다. 동생이 이 광경을 안 본 것이 참으로 다행인거 같다. 잠 덜 깬 상태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된다면 심장에 안 좋으니까.
이런. 나 감기 옮은 거 같다. 열이 나는 기분이 확 드는데?
나는 혼자서 행복해 보이는 지민을 두고 부엌에 들어가 간단한 아침식사 준비를 하려 한다.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차마 말을 못 하였는데 부모님은 어제 집에 안 들어오셨다. 왜냐고 말한다면 그 질문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이유는 두 사람 다 이상하게 출장을 갔기 때문. 뭔가 냄새가 나기는 한다만 모르는 척하자.
부엌에 도착한 나는 식빵과 계란, 베이컨, 우유, 샐러드유, 각종 야채를 꺼내서 아침식사를 만들려고 하는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원래는 들릴 일이 전혀 없는 집에 울음소리가 들려오니 나는 민감하게 반응해서 얼른 내 방으로 가본다.
방에 도착하니 어느새 일어난 동생이 당황한 표정과 잠이 덜 깬 얼굴로 급히 아기를 돌보고 있으나 무리였던 모양이다. 방에 도착한 나를 보더니 동생은 울기 직전의 눈빛으로 도움을 청한다. 동생은 서둘러 나에게 아기를 맡긴다. 아기는 막 울다가 나에게 오더니 울음을 그치고 웃기 시작한다. 뭘까? 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묘한 감정이 떠오르고 있는 건.
"편애를 하다니!"
동생은 나의 침대에 털썩 주저앉더니 작게 말한다.
"오오. 아기의 울음이 그쳤잖아?"
나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혼자서 행복해 보이던 지민이가 어느새 나의 방으로 와 감탄을 한다. 내가 뒤돌아보자 지민이는 완전무장 했던 옷차림에서 간단한 복장으로 변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느껴야 하는 게 아니지만 역시 옷은 날개 구나.

지민이는 어느새 사복차림으로 내방에 들어와 여행용 가방에서 짐을 풀기 시작한다. 내가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았다만 상큼하게 무시 당해버렸다.
"내 방에서 왜 짐을 푸는 건데?"
내가 재차 물어보자 '이제야 들었다.'라는 반응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부끄러워한다. 뭐지? 짐 푸는 게 그리 부끄러운 행위였나?
"부. 부부는 한 방에서 지내는 걸로 알고 있다."
"이봐. 아까부터 계속 부부 그러는데 상황으로나 법적으로나 부부가 아니야.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민이는 나의 답변을 가볍게 무시한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저거 중증이다! 얼른 병원에 가야해! 일단 정신병원은 필수고 열도 있어 보이니 내과에도 가야 하려나? 내가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아기를 든 상태에서 서둘러 부엌으로 내려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동생이 눈을 비비며 부엌에 들어와 나의 뒤에서 구경을 한다.
"아아. 오늘도 간단한 아침식사네."
"어쩔 수 없어. 시간이 없거든."
나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해두고 서둘러 씻으려고 하던 참에 문제가 생겼다.
아기.
급하기에 천천히 아침을 먹고 있는 동생에게 아기를 넘겨주려는 순간 아기가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등에 업힌 채 화장실로 들어가 대충 씻고서 급하게 아침식사를 하려하는데 등에 있는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우는 이유는 배고프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을 하고 나는 남아있는 우유를 데우기 시작한다.
다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어느새 준비를 끝낸 동생이 한마디를 한다.
"오빠. 갓 태어난 아기한테 벌써 우유를 먹이는 거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동생은 아기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여준다. 확실히. 내가 알기론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초유가 좋다고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서 젖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집에는 분유가 없다고. 어제는 아기가 바로 잠들어서 신경도 못 썼다만……. 그렇다고 해서 안 먹일 수도 없고."
나는 아기를 달래면서 동생의 질문에 답 하였다.
"아기에게는 분유보다 모유가 좋다고 들었는데?"
동생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나는'일단 난 남자라고요. 모유가 나오는 건 지극히 불가능 하지 않니?' 라고 되받아치려고 말을 하려는 순간
"아……. 미안."
동생이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고맙다. 이해해줘서.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먹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우유로 해결하고 하굣길에 가게 들려서 분유 사와야지."
동생도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다 데워진 우유를 젖병과 비슷한 플라스틱 병에 옮겨 담고서 찬 물에 담가두었다. 그 행동이 이상했는지 동생이 물어보자 나는 약간이나마 아는 육아지식을 말해주었다.
아침식사를 하며 아기를 달래며 동생의 질문에 답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평소의 여유로운 아침이 사라졌다. 어머니! 언제 오시나요? 이따금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어느 정도 온도가 내려간 우유병을 약간 기우려서 한두 방울을 나의 손등에 떨어뜨리고 온도를 파악한다.
"이걸 줘서 미안한데 이거로 일단 참아주지 않을래?"
나는 아기에게 말을 걸고서 미지근한 우유를 조금씩 놀라지 않게 먹이기 시작하였다.
옆에 있던 동생은 자신도 해보겠다고 하면서 아기와 우유병을 가져갔다. 다행히 아기는 나의 말을 들어줘서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아무런 저항 없이 감사히 먹어주고 있다. 나는 이때 틈타 얼른 내 방에 들어가 옷 갈아 입으려했는데…….
여긴 어디냐?
내 방이 불과 수 십분 만에 신혼부부의 들어가선 안 될 금단의 방으로 체인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민이는 내 침대에 야릇한 분위기를 내며 누워서 갓 들어온 나를 쳐다본다. 아기보다 지민이가 더 시급하다! 하교하고 나서 지민이를 끌고 병원에 가야겠다. 나는 가볍게 지민이의 유혹을 무시한 채 교복을 꺼내들어 방 밖으로 나가려 하자.
"어디가?"
"보면 몰라? 학교 가야지."
방 밖에서 서둘러 교복으로 갈아입고는 입고 있었던 옷을 내 방에 내 팽겨져 놓고서 다시 방문을 닫는다. 나의 방문이 닫히기 전에 지민이가 나의 옷을 들고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았다만 정말 아픈가 보다. 아무튼 지금 우선순위는 지민이가 아니라 학교다.
부엌으로 내려가자 행복한 얼굴로 아기를 바라보는 동생이 보인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동생이 부럽다.
그런 상황에서 아기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에게 오려고 팔을 나에게로 향한다. 동생은 그제야 내가 있는 것을 깨달았는지 나에게 아기를 맡긴다.
"오빠. 이 아이 이름 뭐야?"
"응?"
아기 이름이라니? 난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하는 것도 힘들단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에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고민도 되는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동생에게 학교 가라는 손짓을 보낸다. 하지만 꿈쩍을 하지 않는다. 아마 나랑 같이 가려는 거겠지.
나는 아기를 안은 상태에서 다시 내 방으로 간다. 용건은 지민이. 내가 없을 때 부모님이 오셔서 이 상황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분명 '어머님, 아버님. 인사드립니다.' 라고 분명이 말할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지민이를 집에서 쫓아내야만 한다. 적어도 내가 있는 상태에서 소개 한다면 모를까.
거침없이 내 방문을 열자 내 침대 위에서 침울해 보이는 지민이가 보인다. 뭘 하는 걸까.
"너 언제 나갈 거야?"
"……."
내가 말을 걸었다만 지민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 지민이는 한번 말해서 답해주지 않는 여자였지. 그래서 재차 물었다만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돌렸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지민이에게 다가가 다시 말을 걸어본다.
"여기에 계속 있을 거야?"
내가 가까이서 말하니 지민이는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나에게 획 돌렸다. 그리고 지민이는 힘차게 고개를 흔든다.
"아. 아니. 나도 가 봐야해. 곧 출근 시간이거든."
"다행이다. 미안한데 지금 가면 안 될까?"
지민이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행이다. 뭔가 이상하게 잘 따라주어서.
나는 그렇게 학교를 가게 되었다. 참고로 지금 나의 모습은 아기를 뒤에 업은 채 가방은 손에 들고서 등교하는 모습.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참 많이 느껴진다.
어쩔 수가 없는 게 집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아기를 혼자 두고 올 수는 없다. 지민이에게 맡기려니 연구소에서 아기를 대상으로 조직검사를 할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데리고 온 것이다. 나도 참 생각이 짧았지.
시선을 무릅쓰고 학교에 들어가 복도에서 같은 반 친구들이 계속 물어본다. '웬 아기야?' 라는 건 일반적이기는 한데 간간히 '너 저질렀구나!' 라는 한대 쥐어박고 싶어지는 말을 하는 녀석도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반에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나에게 관심도 없어 하던 여자애들이 난리를 친다. '아기다!', '귀엽다!' 라는 게 대부분이었고 간간히 '그럴 줄 몰랐다.', '실망이다' 라는 비관적인 말을 뱉으며 사라진다.
울고 싶다. 제길. 나는 어느새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이슈가 된 모양이다. 일단, 내 자리에 가방을 던져두고 친구들에게서 벗어나 교무실로 직행하였다.
교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담임선생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짜고짜 말을 했더니 마음이 넓으신 담임선생님께서는 알겠다면서 허락을 해주었다. 뭔가 오늘 선생님이 듬직해 보인다. 여선생님이긴 하지만……. 그보다 오늘은 힘들 거 같구나. 나는 그렇게 교실로 돌아와서 아기를 팔로 안아 자리에 앉고서 무릎에 내려둔다.
주변에는 소동이 났다. 다시 한숨만 나온다.
그때 나를 도와주듯이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진짜 거짓말 안하고 빛나 보인다.
"아침 조회를 하기 전에 다들 알 테니 하진이의 개인사정으로 아기를 데려왔으니 민폐 끼치지 않도록 하고……."
담임선생님이 말끝을 흐르더니 앞문을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으니 잘 대해주세요. 들어오렴."
담임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애들이 모두 앞문을 쳐다보더니 이윽고 앞문이 열렸다. 나도 보고 싶었지만 아기 때문에 바라 볼 수가 없었다.
전학생은 사뿐히 들어오더니 어느새 담임선생님 옆에 와서 칠판에 이름을 적고 자기소개를 한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 학교로 전학 온 류아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지민이 아니기를 빌었다만 다행이도 공과 사를 구분 할 줄 아나보다. 전학생 이름이 다른 거 보면. 마음에 안정이 되자 잠시 아기에게서 눈을 떼고 전학생을 바라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키에 헤어스타일은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를 사이드 포니테일을 하고 얼굴은 너무 하얀 게 마치 인형 같다. 게다가 목소리는 좀 여리고 고분해보이니까 더 그럴싸해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아림이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아기를 데리고 있으니 튀겠지.
그런데, 반 분위기가 뭔가 무겁다. 평소라면 신이 나서 전학생에게 이것저것 물어 볼 텐데 말이다. 거기다가 많은 시선들이 느껴지고…….
요컨대 아림이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아기에게 돌린다.
"자기소개는 그걸로 끝이냐?"
담임선생님이 말하자 아림이는 고개를 흔들어 계속 말한다.
"전, 하진의 남편이 되기 위해 왔으니 부디 남성분들은 이해해 주세요."
응? 내가 무언가를 잘 못 들었는데? 남편이라고? 젊은 나이에 대단하네. 응? 하진? 우리 반에 하진이라는 이름이 두 명씩이나 있었던가?
나는 아기를 보며 각종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온다. 이윽고 나의 책상 앞에 멈추어선 약해 보이는 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친다.
"듣고 있나요? 당신이라고요."
나는 놀래서 아림이를 쳐다보았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 어디 아프니?' 라고 묻고는 싶다만 소리에 놀란 아기가 울기 시작 한다.
아기가 목 놓고 울기 시작하자 당황한 나는 아기를 안은 채 서둘러 교실에서 나가 화장실로 뛰어갔다.
"울지 마. 착하지? 겁주려 한 게 아니잖아. 그러니 울지 마."
나는 상냥하게 아기의 얼굴을 바라 본 채 말을 걸었지만 아기는 계속 운다. 일 났다. 이 상황이 오래 가면 수업 받는 게 힘들어진다.
아기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서서히 울음을 그쳐간다. 그보다 아림이가 불쌍하다. 아기는 어릴 적에 크게 놀라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안 좋게 보는데…….
아기가 무사히 나를 보고 미소를 띠자 나는 조용히 화장실에 나와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가자 반 친구들의 시선들이 아까보다 더 따가운 거 같다. 대체 내가 없을 때 뭐가 있었기에?
"자.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되길 빈다!"
담임선생님은 저 한마디를 하더니 부드럽게 교실에서 사라지셨다. 담임선생님이 사라지고 나서 바로 반 친구들이 절반이 나한테 왔다.
"전학생하고 무슨 관계야?"
"너……. 설마?"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내가 알고 싶다. 이거 잘 못 하면 멱살도 잡힐 것 같은 분위기다. 나의 그 평화스러운 나날들이 사라지니 눈물이 난다. 나는 수많은 질문을 할 수 없기에 간단한 답을 내놓았다.
"그렇게 언성을 높이면 아기가 울거든? 미안한데. 자제 해줄래?"
맞는 말이다. 아기 앞에서 언성을 높이면 반드시 운다. 그에 반응 하듯 아기가 다시 울먹이자 나는 서둘러 달래며 친구들을 째려보았다. 그랬더니 대부분이 말없이 자리로 돌아가고 끝내 내 자리에서 답을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친구도 몇몇 있었다. 나는 아기를 달래며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나는 전학생하고 모르는 사이다. 오늘 처음 봤는걸! 그보다 내가 더 알고 싶다. 그리고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이 아기는 동생이란 말이야. 가족형편상 내가 데려오게 되었지만."
친구들에게 대놓고 '여러분! 내가 아기를 낳았어요!' 라고 말하면 미쳤다고 할 테고 전학생의 발언으로 이상한 구도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그나마 가능성 높은 '동생' 이라는 단어를 쓰자 친구들이 쉽게 납득을 했는지 다 자리에 돌아갔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기를 바라봤다. 너는 좋겠다. 난 수습하느라 급급한데.
아기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발언을 한 전학생 아림이가 차지한 자리를 바라보자 볼 수가 없다. 이미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이런저런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모양. '저 상태에서 당분간 뭐라 하지는 못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에 그 두터운 친구의 벽을 허물고 나오는 사람이 보인다.
아림.
산 넘어 산이로구나. 나는 고개를 숙인다. 이윽고 아림이는 내 앞에 멈추어 서서 나를 바라본다.
---------------------------------------------------------------
이번 2기 공모전에 참가 하지 못해서.. 1쳅터에 2번 올리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