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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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생겨요.

이반의 나이 23.

여자 친구가 없었던 기간 23년. 현재 진행형.

여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기간 23년.

기적이 필요했다.

**

휴대용 전등에서 동굴 안을 비춘다. 동굴 안에는 인간 남자 한 명, 고양이 암컷 한 마리, 황금으로 만들어진 유물 하나가 있다.

“드, 드디어 찾았다! 소원의 램프!”

메마른 아랍의 사막 지역을 헤맨 지, 11개월. 드디어 이반은 소원의 램프를 찾았다. 사막의 바위산, 그 동굴에 램프는 감추어져 있었다. 순금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양각으로 아름다운 문양이 돋아있다. 전설 속의 묘사와 같은 모습이다.

그야말로 근성의 승리. 고고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23세 청년이 근성 하나 만으로 이루어낸 결과였다.

야옹야옹.

외로운 타향에서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고양이 라크(Lack)도 기뻐한다. 털이 많은 노르웨이숲 품종으로 더운 곳에서 고생이 많았던 고양이다. 이반은 부드럽게 라크를 쓰다듬는다. 라크도 기쁜 것인지 꼬리를 세운다.

야옹야옹.

이반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소원의 램프를 문지른다. 램프의 주둥이에서 푸른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깊은 동굴을 가득 매웠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 미녀 한 명이 나타났다.

약간 짙은 피부색,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랍권의 미녀였다. 게다가 글래머! 중동의 무희 복장을 하고 있다. 잘록한 허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가슴부분은 로망이란 이름의 지방이 축적되어있다.

“인간 아이. 나는 마리드 지니야. 지니야님이라고 부르도록. 나를 불러내었으니, 3가지 소원을 들어주마.”

전승에 따르면 소원의 램프에는 마신이 봉인되어 있으며 남성형은 “진”, 여성형은 “지니야”라고 불린다. 그녀의 말을 듣고, 이반은 램프가 진품임을 확신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소원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제, 제 소원은!”

“소원은?”

야옹야옹.

떨리는 가슴으로 23년간 가지고 있었던 소원을 말한다. 긴장으로 혀가 난동을 부리고, 폐가 숨을 마음대로 내뿜는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려서 ‘여자 팬티를 주세요!’ 같은 헛된 소원을 말하면 안 된다. 침착해라, 침착해라.

“여. 자. 친. 구. 를 만들어주세요!”

지니야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답변한다.

“불가능!”

이반은 잠시, 자기가 말을 잘못했는지 되짚어본다. 하지만 자신은 분명한 발음으로 여자 친구를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말했었다.

“네? 뭐라구요? 소원을 들어준다면서요.”

“여자 친구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지? 하지만 인간 창조는 내 권한 밖이다.”

그런 의미였나? 이반은 소원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태X이 나를 사랑하게 해줘요!”

유명 아이돌을 말해본다. 예쁘고, 착하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한류 스타로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녀라면 평생을 사랑할 자신이 있다. 아니, 사실 이미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TV에만 나오면 정신 놓고, TV를 보고 만다.

“불가능!”

“아니, 이건 왜 안 되는데요?”

“신이 인간에게 준 자유의지를 바꾸는 건 내 권한 밖이다.”

세상에, 전설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마신이라고 하더라도 신이 만든 세상의 구성원. 세상은 관료제였던 것인가! 관료제인 것인가! 마신도 만능이 아닌, 공무원이었던 것인가!

“그럼 뭔가요? 할 수 있는 것이 뭔가요? 여자와 사귀는 방법을 가르쳐주시는 정도입니까. 그 정도의 능력입니까.”

“에, 뭐 그 정도는 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지나가도록.”

게다가 게으른 공무원이었다.

“너무 안 된다고 하니까, 미안하군.”

지니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한다.

하지만 이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23년간의 근성을 내보인다. 이반으로 말할 것 같으면, 23년간 좌절만을 해온 남자.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좌절하는 남자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커플을 보는 것만으로 좌절하는 남자다. 부모님이 들러붙어 TV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좌절하는 남자다. 하지만 지금까지 꾸역꾸역 살아왔다는 것은 그의 근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한다.

“그럼, 그럼! 당신이 내 여자 친구가 돼 주세요. 나를 사랑해주세요! 당신이라면 평생 사랑할 수 있어요. 당신의 큰 가슴을 사랑해요!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을 사랑해요!”

“불가능! 나도 취향이란 게 있다.”

하지만 지니야는 단호하다. 고개를 절래 흔든다. 이반은 주저앉는다. 털썩.

“이런 곤란하군. 소원을 들어주기는 해야 하는데.”

이반은 좌절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라크는 주인이 깊게 상심한 것을 느끼고, 이반에게 더욱 달라붙는다.

나를 위로해주는건 너밖에 없구나.

“다른 소원은 없나?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영생을 달라거나.”

“여자 친구를 만들어달라는 소원이, 영생보다 아래입니까.”

현실은 부조리하다. 23년간 느껴왔지만, 여전히 부조리하다.

지니야도 이반의 옆에 앉는다.

“왜 그렇게 여자 친구에 집착하는 것인가?”

“외로우니까요.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라구요.”

“친구도 없나?”

“친구도 있기는 하지만,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니야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부모님은? 부모님은 아마 너를 사랑하신단다.”

“아마는 뭔가요. 아마는. 제 부모님은 절 사랑하신다구요.”

미묘한 훈계를 듣고 말았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만. 부모님은 저보다 오래사실 수 없다구요.”

지니야는 박수를 짝 치며 활짝 웃는다.

“그것이 문제였구나! 그럼 너를 부모님보다 빨리 죽여주마.”

“에?! 그건 아니죠!”

어머니, 죄송합니다. 순간 사상최악의 불효를 저지를 뻔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 말이 잘못 나왔다. 부모님은 너보다 오래 살게 해주마. 한 150세까지 무병장수하시면 되겠나?”

잘못됐다. 인간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게다가 소원의 목적이 완전히 왜곡되었다. 이반은 본능적으로 지니야가 불량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구요. 부모님의 사랑과 이성과의 사랑은 다릅니다.”

“흠. 뭐가 다를까? 뭐가 다른 것일까?”

야옹야옹. 라크는 몸이 가려운지 이반의 다리에 몸통을 비빈다.

“아, 성욕! 종족 번식!”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뭐, 포함되었다고도 할 수 있죠. 물론 그게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그럼? 골렘을 만들어줄까? 인간과 똑같은 질감과 구조의? 그거면 되겠나?”

“아뇨, 아뇨. 그런 거라면 이미 돈으로 구입할 수 있다구요.”

랄까, 집에 이미 있다. 옷장 속 비밀의 공간에.

“에?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