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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제 점수는요!
글쓴이: KayKay
작성일: 12-02-10 04:19 조회: 2,500 추천: 0 비추천: 0

별똥별에게 빌었다.

친구가 생기게 해 주세요.”

집으로 돌아가려던 길. 빨간 석양이 발끝에서부터 산등성이까지 긴 그림자를 만들어 줄 때, 내가 한 걸음 걸으면 그림자가 한 걸음, 손을 뻗으면 그림자가 산 어귀를 어루만지며 잘가라 인사를 건네던 여느 날. 아직 해도 다지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별똥별이 긴 꼬리를 감추며 바삐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어둡지도 않은 퍼렇게 멍든 하늘이었는데 유달리 반짝, 하며 별똥별이 미소 지었다. 금세 저산 너머 달아난 별똥별을 보며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친구가 생기게 해 주세요

더 이상 외톨이는 싫으니까, 친구가 생기면 좋겠다고.

*****

어느 날 문득 나타난 고등학교 전학생. 어딘지 신비롭고 비밀스럽게 보이겠지만, 그런 건 만화나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현실은 냉정하고 단호하다.

고등학교 전학생의 사정이란, 아버지가 회사에서 쫓겨났다거나,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거나, 아버지가 빚쟁이에게 쫓긴다거나, 혹은 아버지가 회사에서 쫓겨나 퇴직금으로 벌인 사업이 망하고 부채를 못 갚아 빚쟁이에 쫓기는 정도의 사정이다.

, 내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나 할까.

야자를 마치고 독서실에 들렀다가 돌아와 잠들었던 어느 날, 나는 16년 동안 살던 집과 동네, 노을이 지는 골목길의 풍경과 냄새, 어렸을 때부터 줄곧 봐왔던 친구들, 그 모든 것들과 헤어질 준비도 없이, 새벽 두시에 이불과 함께 트럭에 실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시골 촌구석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골 촌구석에서 트럭으로 3시간 정도 산으로 들어간 처녀지에서.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장엄함에 압도당한 채,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찾아내려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 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이제 자연을 벗 삼아 살고자 한다.”

뭐라고요?????”

자연을 벗삼아.”

나는??”

너는 네 삶을 살면 된다. 아버지 걱정은 말고.”

뭐라구요?”

그런 말은 은퇴를 앞둔 아버지가 자리 잡은 아들에게 하는 거 아니었던가? 취직도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17살 고등학생한테 할 소리는 아니잖아!!

누가 누굴 걱정한다고 그래요?? 그게 지금 아빠가 할 소리야? 나 어떡해? 학교는????”

다행이 산길 도보로 한 시간, 하루에 두 대 있는 버스로 3시간만 가면 작은 고등학교가 하나 있긴 하단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단다. 나 어릴 적에는 수십리를 걸어서 학교에.”

아버지는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

뻥 치지 마!! 할아버지 부자였잖아!!!! 운전수 딸린 차타고 학교 다녔으면서!!!!”

몰라 임마. 아무튼 알아서 해.”

엄마는 어딨는 거야 도대체??”

나물캐러 갔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이런 정도의 사정이랄까.

대자연을 벗 삼아 밭 매고 나물케고 그물 쳐서 물고기잡고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결국 고등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기로 하고, 방값 정도는 지원받기로 한 것이 타협점이었다.

생활비는 알아서 해라.”

기대도 안 해.”

가끔 신선한 유기농 야채 정도는 보내줄게.”

됐어요. 필요 없어. 엄마는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아들 걱정도 안 해?”

명품백 걱정은 하더라만.”

…….”

이런 포스트 모더니즘한 가정이 다 있나

전입신고도 되어있지 않아, 전학의 모든 절차는 내 몫이었다. 이전의 학교에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고, 새로 얻은 집에 전입신고를 하고, 새로운 학교에 전학수속을 하고.

이걸 왜 내가 다 해?”

아버지는 너를 강하게 키우기로 했다. 아들놈이 전학 수속도 못해서야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나가.”

됐어요!!”

귀찮은 게 분명했다. 애초에 직장도 대충대충 다니면서 할아버지 재산으로 여기 투자 저기 투자 하면서 한량처럼 사신 분이니까.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던데, 어떻게 된 게 망하자마자 이 모양인거야?

절대로 이런 곳에서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급한 부채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곧바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당장 빚쟁이들의 독촉이 귀찮아서 잠시 숨어든 것 뿐일테지. 값비싼 AV기기로 클래식을 듣고,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의 와인을 마시며 고급 세단으로 주말마다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고, 온갖 컨츄리 클럽의 회원이신 아버지가 설마 정말 이런 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튼, 아들. 건투를 빈다.”

부채 빨리 해결하도록 하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산에서 내려왔다.

그러니까, 평범한 고등학교 전학생의 사정이란 고작 이 정도인 것이다.

어쩌다 보니 전학오게 된 유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안한데 초능력도 없고 비밀조직 요원도 아니니까 이상한 거 묻지 말아주세요. 이런 촌구석에 얼마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고.”

삐뚤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자기변호를 좀 하자면, 집안이 망한 것도, 부모님의 무책임한 태도도, 전체학급이 열 개도 안 되는 시골 촌구석 작은 고등학교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할 시간이 없었고 변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 앞에서 저따위 말을 지껄였던 것이다.

단촐한 교실엔 어릴 적 초등학교 때나 보았던 조악한 나무 책상과 의자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촌스러운 교복을 입은 때국물 줄줄 흐르는 촌놈들이 의자에 앉아 책상위에 팔을 올린 채, 말하는 문어라도 보는 듯 시선을 내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 시선이 상당히 불쾌했다. 뭘 그렇게 말똥말똥 보는 거야. 전학생 처음 보나?

교실 뒤편엔 철제 사물함이 학생 수만큼 채워져 있었다. 창가에는 작은 화분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교실이었다.

싸늘한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교실을 가로질러 선생이 배정 해 준 자리에 가방을 던져 놓고 털썩 의자 위에 주저 앉았다. 이럴 때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다음 시크하게 눈을 감아줘야 한다.

그렇게 했다.

그래서, 촌놈들이 나를 얼마만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대충 상상은 가지만.

어쩌면 얕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골 촌구석을. 이전 학교에서 입었던 교복이 이질적인 만큼, 내 주위에는 기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결국 그날 나는 누구와도 단 한마디 나누지 못 하고 하교종이 칠 때 까지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혼자가 편해. 지루한 촌놈들의 관심 따윈 이쪽에서 사절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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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 텔레스가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와도 단 한마디 나누지 못 한 채 일주일이 흘렀을 때,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워………….”

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

어린 고등학생이 범한 한 순간의 치기와 실수가, 한 인간을 고독과 고립에 빠뜨리는 세상의 잔혹함과 냉정함. 아아 인정 없다. 매일 밤마다 센치함과 블루지함에 젖어들다 보니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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