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언소녀
글쓴이: 니케
작성일: 12-02-10 03:51 조회: 2,756 추천: 0 비추천: 0

한동안 흐린 날씨와 함께 그저께부터는 기어코 비가 쏟아졌던 날과는 달리 오늘은 화창한 날씨를 자랑했다.

비오는 날에 입학식을 하는 게 아닌가 사실 조금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은 안심이었다.

“그것보다, 유세하. 그만 졸고 빨리 밥 먹어. 아직 교복도 안 갈아입고….”

“으응. 하지마안, 어제…. 늦게….”

“그러니까 게임 좀 적당히 하라니까.”

밥을 먹으면서도 말은 하지만 그것보다 계속 꾸벅꾸벅 졸면서 반사적으로 답하는 것 같은 세하였다.

무슨 입학식 선물로 이제 막 중학생이 된 꼬맹이한테 휴대용 게임기를 사주는 건 또 뭐람. 보통 그럴 때는 학업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줘야하는 게 정석이 아니었나?

나한테는 버스 카드 한 장 달랑 줘놓고. 그것도 충전도 되지 않은 것을. 차별에 정도가 있지.

그 이전에 학교까지 버스로 통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내가 그것 때문에 좀 삐쳤다는 것과 게임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취미삼아 즐겨도 본인이 잘 절제하여 사용 한다면야 뭐든 문제가 될 것은 물론 없었다.

단지 그런 것을 관리해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것과 아무리 꼬마라고 해도 일단 여자 아이. 그 방을 들락거리면서 말리기도 사실 좀 그렇잖아.

“너 정말 계속 이러면 이모한테 말해서 게임기 뺐어버리게 만든다?”

“…심술쟁이.”

“그러니까 밤늦게까지 하지 말라는 오빠 말 좀 들으라니까.”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입술을 샐쭉 내민 채 불만을 나타내는 세하였다.

집에 아버지나 어머니가 안 계시다는 것이, 아니, 어른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이토록 불편한 것인지 사실 최근에 깨닫게 되어버렸다.

현재 우리 집에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어머니는 세하가 태어난 지 얼마 되시지 않아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현재 출장 중.

말이 출장이지 사실 일 년에 보는 날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사실 어머니의 가족인 외가댁이 있는 이 영역의 바로 인근에 위치한 회색늑대의 영역에서 지내다 최근에 학교 때문에 이곳, 산맥호랑이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니까.

세하는 아직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 하는 토끼 귀까지 드러내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에서는 사실 물러날 수는 없었다.

게임은 물론 허락을 해. 하지만 그것에 너무 빠져서 늦게까지 잠도 안자고 가지고 논다는 것은 절대 허락을 못 해.

“잘 먹었습니다.”

“어서 옷 갈아입고 와. 오늘 수업은 없을 테니까, 뭐 챙길 건 없을 거야.”

“응.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세하가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

이렇게 둘이 사는 것도 이제 겨우 일주일 째.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고 외가 쪽 분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회색늑대의 영역에 있는 외가댁과 이곳, 산맥호랑이의 영역에 있는 학교 까지는 그렇게 먼 곳도 아니라서 통학을 하는 데는 불편함이 별로 없겠지만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예전에 살던 집은 틈틈이 관리도 하고 아버지가 오시면 이곳에서 같이 지내서 사는 것에는 별 다른 지장은 없었다.

그것보다 아버지가 세하 녀석 중학교 입학식인데 오지 않은 것에는 조금은 실망이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나.

바쁜 것도 알고, 또 어제는 통화를 하긴 했으니까 미안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가족을 위해 노력을 하시는데 불평불만을 나타낼 수도 없으니까.

아침 먹은 것을 정리한 후에 그래도 입학식이니까 나름대로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서 꼬리털도 가볍게 빗질과 윤기 있게 만드는 에센스도 조금 발라 주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완벽해.”

자랑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내세울 것은 회색늑대라는 일족의 이름과 엄마에게서 그대로 불려 받은 이 꼬리와 귀, 그리고 이건 좀 콤플렉스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뭔가 화가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 눈매.

그래도 유일하게 엄마를 닮았다고 칭찬을 많이 받는 곳들이라 어느 하나라도 싫게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오빠, 또 거울 보는 거야? 에이, 그건 좀 아니다.”

“…유일한 오빠의 취미를 방해하지 마. 그것보다 준비는 다 끝났어?”

“응. 짜잔~! 어때?”

뒤를 돌아보자 활짝 웃으며 한 바퀴 빙그르 돌며 교복을 입은 그 모습을 보여주는 세하.

중학생 교복치고는 꽤 짧아 보이는 치마를 펄럭이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아까와는 달리 귀는 사라진 채 까만 단발머리에 토끼, 아니, 일단 토끼 일족답게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여동생이었다.

“나쁘진 않네? 그래도 이제 중학생이니까 옆 짝꿍이 마음에 안 든다고 물거나 하진 마.”

“아, 안 물어!”

하지만 이 오빠는 걱정이 크거든? 그것 때문에 예전에 이모가 깨물린 아이네 집에 직접 찾아가서 사과까지 했는걸. 거기에 나도 따라갔었고.

이 녀석은 아빠를 닮아서 토끼 일족으로 태어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속은 엄마를 너무나 닮아서 외할아버지가 걱정이 꽤 컸었다.

아, 우리 아빠는 눈토끼라는 조금은 생소한 일족인 반면, 엄마는 회색늑대라는 조금 이름 난 일족의 분이셨다.

뭐, 두 분의 러브스토리가 어떤지는 사실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빠가 엄마에게 고백을 한 게 아니라 아빠가 엄마에게 고백을 당했다는 것 정도뿐이었다.

보통 아빠의 일족에 따라 아이들의 일족이 결정되는 반면에 나는 엄마의 일족인 회색늑대를, 그리고 세하는 아빠의 일족인 눈토끼라는 일족으로 태어났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없지도 않은 일이라 조금 신기하긴 해도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뭐, 그런 것 때문에 회색늑대 외할아버지가 세하나 나를 귀여워해준 것은 사실이니까. 보통 늑대의 일족이 대게 그렇듯이 가족사회이다보니 나라도 회색늑대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사실 별로 환영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었다.

그나마 내가 회색늑대, 거기다 세하가 눈토끼의 일족으로 태어났지만 엄마의 어릴 적 모습을 그대로 닮아서 그런지 치사하게 외가댁에서 거의 편애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었다.

거기다 성격도 엄마와 똑 닮았다고 하고. 실제로 예전에 엄마도 짝꿍을 심심찮게 물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외할아버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고, 세하도 그런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하셨으니까.

“슬슬 갈까?”

“응! 아참, 오빠 이거.”

세하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내게 건네주었다.

“손수건?”

“에헤헤. 게임 소프트 고마웠어, 오빠. 꼭 가지고 싶었던 거였거든. 이건 그 답례. 입학 축하 선물이야.”

사실 밤늦게까지 한 게임의 소프트는 내가 구해준 거였었다.

근데 그거 때문에 그렇게까지 빠질 줄은 몰랐다. 최근 게임을 좀 하는 중학생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거라고 해서 게임 좋아하는 세하 녀석 입학 선물이라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었는데, 그거 내가 사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진됐었다.

그것도 예약 판매로 5만장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러브러브 컴플리트 파트2-소년월드, 라고 했던가?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이럴 줄 알았으면 사주지 않는 건데. 괜히 후회가 되었다.

그것보다 이 손수건도 전에 내가 사준 거였잖아?

아무리 그래도 입학 선물인데…. 충전되어있지 않은 버스 카드에 선물로 줬던 손수건을 다시 선물로 받고 아빠는 입학식인데 집에 오지도 않고….

뭔가 엄청나게 우울한 입학식이잖아?!

나도 이제 고 1이라고! 조금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왜에? 마음에 안 들어?”

“아니, 뭐. 어쨌든 고마워.”

그래도 싫은 표정을 지을 수도 없는 게, 까만 눈을 반짝이며 오빠를 올려다보고 있는 녀석에게 그럴 수도 없어.

어쨌든 입학식 선물, 버스 카드는 지갑에, 그리고 손수건은 주머니에 넣고 집 밖으로 나왔다.

날은 무척 맑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게 보였다.

3월이지만 아직은 좀 쌀쌀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한 뒤에 그렇게 세하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산맥호랑이의 영역은 호랑이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바로 인근의 회색늑대의 영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왜 그런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른다.

여기는 분명 호랑이들의 영역의 속인데, 그 호랑이의 영역 속에 자리를 잡은, 어떻게 본다면 세를 들어 살고 입장에 놓여 있는 늑대의 영역 보다 작다는 것이 좀 이상하기도 하다.

뭐, 그래도 호랑이는 호랑인지라 아무리 우리, 회색늑대들의 영역에 비해서 턱없이 적다고 해도 사실상 나랑은 별 상관도 없는 것이기도 하면서 그렇다고 호랑이를 무시한다는 일족도 없을 거다.

뭐, 같은 호랑이들 일족들 사이에서라면 또 모를까, 그래도 산맥호랑이는 호랑이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쪽이니까.

“그것보다, 학교 한번 되게 크네….”

“우와아.”

교문을 지나쳐 학교 부지 내로 들어오긴 했지만, 확실히 전에 다니던 회색늑대의 영역에 있던 중학교와는 그 크기부터 달랐다.

역시 호랑이…. 영역이 작아도 이정도 씀씀이를 보일 정도라니.

우리가 입학할 학교는 서화 사립 고등학교. 그리고 마찬가지로 서화 사립 중학교였다.

학교 안내문을 본 것인데 여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의 부지 내에 같이 있었다.

교문에서 이어지는 중앙 통로를 사이로 왼쪽이 고등학교. 오른쪽이 중학교였다.

뭐, 그렇게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별 의미도 없었다. 운동장도 같이 쓰겠다, 강당에 체육관 거기다 동아리 건물 또한 중학교와 같이 쓰는 곳이니까.

거기다 여긴 중등부부터 시작해서 고등부까지 함께 운영되는 탓에 어지간하면 중학교 졸업 후 다른 학교로 가는 것도, 그리고 다른 중학교에서 졸업하고 이곳 고등학교로 오는 학생도 드물다고 한다.

세하야 상관없겠지만 사실상 고교 편입이나 마찬가지인 입장에 서니까 좀 떨리긴 하다.

다른 아이들이야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 많겠지만, 나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 오빠. 나중에 끝나고 봐~! 그리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꼬리 털 바짝 섰잖아.”

“어? 으, 응.”

긴장하는 게 다 보이나.

세하가 나와는 달리 정말 들뜬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그렇게 말한 후 중학생들 틈 속으로 사라졌다.

후우- 긴장하지 말자.

어차피 다 같은 학교라니까.

그렇게 다짐을 하며 세하와는 반대로 고등학교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학식은 뭐, 확실히 별 다를 것 없이 진행되었다.

“에, 그럼 신입생 대표로….”

좀 지겹긴 하지만….

어느 학교, 어느 일족의 사람이라고 해도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지겨운 것은 똑같았다. 그리고 그런 지겨움을 느끼는 것에 일족이 뭐든 상관없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귀를 드러낸 채 졸린 듯 하품을 하고 있는 녀석도 보였고, 몰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녀석도 보인다. 옆 자리의 아이와 벌써 친해진 것인지, 그게 아니면 나와는 달리 이미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던 것인지 수다를 떨고 있는 여학생들도 보인다.

차라리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어차피 내 옆에 있는 녀석들은 생전 처음 보는 입장이기도 하고 아직 말도 제대로 걸지 못했었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이 지겨움을 달래 볼까도 생각 해봤지만 첫 날부터 선생님이나 주변 아이들에게 왠지 좋지 못 한 인상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 두었다.

그것보다 진짜 지겹긴 하다.

신입생 대표로 나온 것은 학생들 사이로 들어가면 찾을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평범하게 생긴 남학생.

고등부 신입생 대표 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해 보인다. 그런 평범한 것을 부각이라도 시키는 듯 옆에 있는 중등부 신입생 여자아이가 꽤나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고양이인가?

어린 나이임에도 드물게 귀와 꼬리를 드러낸 것도 그렇지만 꼬물거리며 부끄러운 듯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귀를 쫑긋거리며 볼을 발그레하고 있는 게 꽤나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 세하보다 귀엽다는 생각을 잠시 할 때였다.

“꺄악?!”

…에?

뭔가 한 쪽에서 작은 비명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방향. 그건 우리 고등부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면서 2학년들이 앉아있는 자리였다.

“서, 선생님! 은진이가 또….”

2학년 선배로 보이는 분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선생님을 찾으신다. 그것보다, 저 선배 손에 뭍은 거, 피?!

그리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몇 분이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고 그런 소란 때문인지 입학식이 잠시 중단되어 버렸다.

“우와, 저 선배 또 저러네?”

“…또?”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이 얼굴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다.

“어? 너 저 선배 몰라?”

여기 출신이 아니니까….

뭐, 그걸 꼭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너 여기 중학교 나온 건 아닌가보네?”

“그렇긴 한데…. 그것보다 저 선배가 왜? 저거 지금 피 흘린 거 아니야?”

언뜻 봐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피였다. 그런데도 이쪽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소란이 난 곳에 눈길만 잠시 주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소란은 바로 근처에 앉아 있던 선배 몇 분과 선생님들의 호들갑이 더 심해 보인다고 할까.

“근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닐 거야. 늘 있는 일이니까.”

“늘 있는 일? 피 흘리는데?”

선생님 중 건장하게 생긴 분이 어떤 여 학생을 업고 황급히 이곳을 벗어나는 게 보였다. 그 뒤로 줄줄이 선생님들이 따르는 게 좀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내 시선을 끄는 것은 그 선배.

얼굴을 반 쯤 가린 채 선생님 등에 업혀 나가는 와중에, 분명 보았다.

저 선배, 웃고 있어?

입에서 피를 토한 것인지, 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입과 코를 손수건으로 막고 있었지만 희미한 붉은 색으로 물든 것으로 보아 확실히 피가 맞았다.

그럼에도 웃고 있다고 느낀 것은 입은 가렸어도 눈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니까.

확신 까지는 아니고, 그냥 단순한 야생의 감이다.

근데 선생님들의 호들갑도 이상하지만 주변 녀석들의 반응도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침착함? 아니, 그것보다 익숙함인가.

“저러는 게 한 두 번이 아닌가보네?”

자리에서 일어나 구경하던 표범 녀석이 까만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더니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말했다.

“뭐, 늘 있는 일이니까.”

매일…. 확실히 좀 이상할 것 같기는 하지만, 짜증까지 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 되는데.

그래도 사람이 피를 흘리고 업혀서 나가는데, 좀 걱정을 해줘야하는 게 아닐까.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상적으로 다시 입학식이 진행되었다. 뭐, 그 후에 각자 반으로 흩어지고 담심 선생님과 함께 같은 반에 배정된 녀석들과 작은 통성명을 끝으로 입학식은 끝나게 되었다.

확실히 대부분 날 제외하고는 안면이 있는 녀석들이 많은지 끼리끼리 어울려 나가는 녀석들이 많이 보였다.

일단 나도 옆 자리 녀석과 말을 주고받아 봤지만 사실 그게 끝이었다.

“하아, 집에나 가자.”

이런 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워 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자.

그것보다 세하 녀석이랑 만나기로 하긴 했지만 그 녀석은 마음에 안 드는 녀석한테는 무섭게 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기도 하니까. 혹시 벌써 다른 녀석들이랑 끼리끼리 어울려 날 버리고 집에 가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으, 좀 불안하긴 하잖아.

전화라도 걸어 볼까?

그래도 오빠 된 입장에서 친구랑 같이 간다는 것을 뜯어 말리기도 좀 그렇지 않나?

어쨌든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거기로 나가 보기나 하자. 혹시라도 있다면, 음…. 오늘은 좋아하는 햄버그를 사줄 테다. 뭐, 딱히 혼자 가는 게 쓸쓸한 입장에서 동생 녀석이라도 있어 줬다는 것에 너무 기쁜 나머지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외로운 늑대란….

그렇게 본관을 나와서 교문으로 향할 때였다.

간간히 나처럼 혼자 가는 녀석들도 보여서 그런지 괜히 힘이 난다.

그것보다….

“…저 선배 저기서 뭐하는 거야?”

학교 본관의 구석진 곳에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위장을 한- 낯이 익은 사람이 보였다.

발견한 것이 우연이기도 하겠지만 아까 저 선배가 선생님한테 업혀 나갔을 때 보았던 그 묘한 모습, 분위기가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 선배 진짜 저기서 뭐하시는 거지?

조심스레 다가가 봤다.

확실히 좀 이상하다.

좀 더 다가가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더 다가가면 이쪽을 눈치 챌 것 같단 말이야.

아니, 이건 뭐, 사냥에 나선 늑대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만 저 선배, 뭔가 몽롱한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도 발그레한 것도 그렇고 작게 벌어진 입 사이로 조그맣게 보이는 송곳니와 사정없이 흔들거리고 있는 호랑이 꼬리.

가만, 호랑이?!

아니, 뭐…. 호랑이의 영역이니까 학생 중에 호랑이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라 좀 신기하긴 하다.

TV로나 인터넷 같은 것으로는 쉽게 접할 기회는 많다고는 해도 길에서 만나는 것은 좀 드물다.

근데 저 선배,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 할 정도로 어딘가에 몰두한 채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서 봤지만 여전히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시선에 따라 눈을 돌렸다. 거기엔,

하교중인 중학생 여자 아이들이 보였다.

“…….”

잠시 눈을 부비고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을 하며 다시 그 선배의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을 확인 했다.

여전히 중학생 여자 아이들, 그것도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을 한 듯 보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고정되어 있는 호랑이 선배의 시선. 게다가 그 시선을 잠시 가로막듯이 남학생, 선배로 보이는 분들이 지나칠 때 살짝 찌푸려지는 모습도 확인을 해버렸다.

확실하다.

이 선배….

여자 애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뭐냐, 이 상황은.

아니, 뭐…. 이해는, 당연히 못 하지.

이해할 수 있을까 보냐.

여자가 여자를, 그것도 어린 아이들을 훔쳐보고 있다고.

남자라면 본능에 이끌리듯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한 번쯤 시선이 가기 마련이긴 했다. 보통 여자들도 멋지고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에게 한번 정도, 티 나지 않게 흘겨보며 점수를 매길 때가 있으니까.

근데, 이렇게 숨어서 남자든 여자든 훔쳐보는 것은….

이런 것도 성차별로 걸고넘어지는 사람은 없겠지.

아니, 그래 소수의 성적 취향…. 이해해줄 수 있긴 해. 존중은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경멸한다는 것도 아냐.

근데 문제는 아이들이라는 것이지. 이제 초등학생에서 벗어난 어린 아이들이라니까. 아무리 중학생이 되었다 해도 아직 어린 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순수한 아이들.

그것도 저런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거친 숨을 내뱉으며, 볼을 발그레한 채 몽롱한 눈으로 여자아이들의 뒤를 쫓는 시선이라니.

“…집에나 가자.”

표범이 왜 짜증나는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구나. 관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을 때였다.

“우윽?!”

작은 신음 소리. 부릅뜬 눈에 놀란 듯 살짝 벌어진 입과 바짝 서버린 꼬리.

대체 왜 저러시는 거야?

의아함에 그 시선을 다시 쫓아 봤다. 그리고 거기에는 바람에 스커트 자락이 펄럭이며 살짝 속옷을 보이고는 황급히 스커트 자락을 움켜쥐고는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풉-?!”

나도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줄 알았다.

아니, 뭐…. 이건 본능이니까 이해해달라고 하고 싶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남학생들 대부분이 그랬다니까. 지, 진짜. 내 시력이 좀 좋은 나머지 속옷 색깔까지 확인을 해버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해 달라고.

그것보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그 선배를 봤을 때에는,

“어? 괘, 괜찮아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몸을 조금씩 떨고 있는 이상한 호랑이 선배가 보였다.

갑자기 또 왜 저러시는 거야?!

황급히 호랑이 선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 선배의 얼굴에서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핏방울을 보았다.

“저, 저기, 선배?!”

아, 이, 이거 어떻게 해야.

일단 주머니에서 오늘 아침에 세하에게서 받은 손수건을 꺼내었다. 그리고,

“……코피?”

그 선배 옆에 쪼그려 앉아 손수건을 든 채 황망하게 그 장면을 빤히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모습과, 발그레한 볼, 거기다 귀여운 보조개에 반짝이는 눈동자 까지.

코피만 아니라면 이 선배, 꽤 예쁘긴 하겠지만 그 이전에 인간적으로 뭔가 다가설 수 없는 그런 기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분이시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 본채 할 만큼 나도 몰인정한 사람도 아니라 조심스레 손수건을 코에 가져다 대었다.

“아? 우으?!”

왠지 깜짝 놀란 듯 보이는 호랑이 선배.

“저기, 일어서실 수 있겠어요? 양호실에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내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신다.

여중생 팬티 보고 코피를 흘려서 학교 양호실을 첫날부터 가야한다는 입장에 서신 것 알겠지만, 그래도 가 보시는 게 어떠신지.

그렇게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일단 조금 참자.

호랑이 선배가 내 어깨를 붙잡은 후 비척거리며 일어나려 하시기에 조심스럽게 부축한 후에 일으켜 세웠다.

호랑이라 꽤 크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고 아담한 체구를 가지신 분이다. 뭐, 그래도 여자들 중에서는 평균보단 조금 더 클 것 같기는 했다.

길고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뾰족 솟아 오른 호랑이 귀가 쫑긋거리며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 아니다, 이건 초조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난 왜 귀가 쫑긋거리는 것을 보고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저기,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으응. 괜찮아. 아무 문제, 없.”

말끝이 심하게 흐려지더니 지나가는 동급생 여자 아이를 따라 호랑이 선배의 고개가 그것에 따라 맞춰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뒷모습에 고정이 되어버리신다.

히죽, 웃는 선배. 뭔가 진심으로, 여자를 보면서 이렇게 기분이 나빠진 적은 처음이다.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시는 선배. 거기다 왠지 노랗게 변한 눈에 내게 기댄 채 몸을 조금씩 떨고 계셨다.

일단, 괜찮아 보이진 않는다. 절대로.

자꾸 “괜찮아. 응. 문제없어. 아무 문제…. 하아, 후우.”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시면서 시선은 지나치는 여자 아이들에게 향하신다.

그러다 내 팔을 꼬옥 잡고는 날 올려다보시더니,

“아, 안 되겠어. 미안. 정말, 미안한데, 나 어디 좀 데려다 주면 안 될까?”

“예? 어디로….”

그리고 선배가 손으로 가리킨 곳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 사이에 위치한 곳.

동아리 건물 그곳이었다.

이 학교는 따로 동아리를 위한 건물이 있을 정도로 은근히 많은 배려와 권장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아직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동아리에 가입은 필수적이지 아닌가 한다. 보통 중학생 때부터 동아리에 가입을 하고 고교 진학 후에도 여전히 그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부지 내에 존재한다는 것과 이사장이 같은 것 때문이 아닌가, 했다.

그것보다 여기, 입학식이라 그런지 동아리건물 내부는 꽤나 썰렁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고 아마 신입생들 모집을 위해 준비 중인 동아리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 된다.

“3층 어디라고요?”

“으응, 서쪽 별관 끝에….”

동아리 건물은 별관과 본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건물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이어져 있기는 했다.

서쪽 별관이라고 하면 꽤나 구석진 장소 같은데…. 일단 가긴 가지만 지나쳐 오면서 본 이곳 별관에 위치한 동아리 부실은 꽤 허름하고 거기다 작다.

과연 여기 쓰는 사람이나 있나하는 의문이 들 뿐이었다.

그보다 이 선배는 갑자기 여기로 왜 가자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젠 아예 나한테 기댄 채 비척거리며 걷고 있는데, 숨도 거칠고 눈도 퀭하다. 뭔가 확실히 아픈 사람 같은 느낌이다.

그보다 일단 코피는 멎어서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여기 맞죠? …근데 이건 뭐야?”

문 앞에 뭔가 이상한 게 붙어 있었다.

그림? 여러 장 붙어있는 제각각의 소녀들의 손 그림이었다.

이거 이 이상한 호랑이 선배가 그리셨나?

엉성한 그림도 있었고 꽤 잘 그려진 것도 있었다.

원하는 목적지 앞에 도착해서 그런지 선배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퀭한 눈도 왠지 생기가 감돌며 반짝이는 노란 눈동자로 바뀌더니 부축하던 내 손에서 벗어나 그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앙~. 하아….”

난 잠시 밖에서 그 그림들을 보다가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여긴 대체….”

어떻게 보면 내 여동생인 세하의 방과도 비슷한 분위기의 여자 아이의 방 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장과 꽂혀 있는 책들. 전부 어떤 특정 인물만 나오는 잡지 같기도 하다. 새하얗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컬러의 벽지. 그에 잘 어울리는 책상과 의자, 거기다 한쪽에 놓여 있는….

“저기요, 학교에 왜 침대가 있는 건데요?”

진지하게 그렇게 물어 보았지만 들리지 않나보다.

선배의 현재 상태는, 딱히 뭐라고 표현을 하기도 그렇고 그냥 그 의문의 침대의 분홍빛 이불 위에서 현실 기준으로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어린아이가 프린팅 된 안고 자는 베개를 껴안은 채 뒹굴거리고 있었다.

표정은, 세상을 다 기진 것 같은 행복한 모습이다.

정말 다가가기 싫어진다.

그것보다 벽 곳곳에 붙어있는 어떤 아이돌 스타의 포스터나 사진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실물 크기의 100 분의 1 정도로 축소해놓은 것 같은 여자 아이의 피규어까지.

“…여기 대체 뭐에요?”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의문의 장소였다.

동아리 건물이라고는 해도 일단은 학교다. 학교인데, 왜 여자 아이 방처럼 꾸며져 있는 건지 모르겠다.

“…쉼터.”

앞에 뭐라고 더 중얼거린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너무나 작은 목소리였다.

그것보다 쉼터?

동아리 건물에 무슨 쉼터를….

“데려다 줘서 고맙긴 한데, 이왕 온 것 차라도 마실래?”

선배가 침대 위에서 소녀 베개를 껴안고 뒹굴다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이 안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뭔가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야생의 감을 얕보지 말자.

아무리 호랑이님의 말씀이라고 해도 이거만큼은 들어줄 수는 없었다.

“저기, 저 이만 가 봐도 되죠?”

“어? 으응, 뭐,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자그마한 예의라도 보이려고 한 것인데, 내가 단박에 거절해서 그런지 침대 위에 앉아 뭔가 아쉬운 듯 꼬리와 귀를 추욱 늘어뜨린 채 있는 모습이 좀 불쌍해 보이긴 했다.

물론 그런 걸 느끼기 보다는 지금 끌어안고 있는 소녀 베개 때문에 그딴 감상은 단번에 박살을 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 근데…. 이거 손수건….”

“그거 나중에 세탁해서 돌려주세요. 중요한 거거든요.”

일단 입학선물로 받은 거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듯,

“아니, 저기 말이야. 여기서 왜 여자 냄새가 나는 거야?”

“…그게 무슨 냄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여동생이 준 거거든요?”

여자 냄새가 무슨 냄새야? 그것보다 개 코도 아니고. 그 이전에 볼을 붉히고 킁킁거리며 냄새 맡지 마세요.

“여, 여동생 거라고?! 이게?”

왜 저렇게 놀라시는 거야.

“여자, 동생, 어린아이, 소녀….”

“일단 여자에 동생에 어린아이… 라고 하면 혼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소녀인 것까지 맞긴 한데…. 왜 그러세요?”

“아, 아, 아냐. 그것보다 너 참 친절하구나?! 이렇게 중요하고 소중한 손수건까지 나한테 주고.”

“친절…. 뭐, 썩 중요한 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이전에 그거 드린 거 아니거든요?”

길거리에서 좌판 깔고 2천원에 세 장 팔던 건데.

하지만 이 선배는 뭔가 신성한 것이라도 되는 듯 두 손으로 코피가 묻은 손수건을 올려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나갈까. 근데 저거 어떻게 돌려받지. 아니지, 학교에서 나름대로 이상한 쪽으로 유명한 것 같으니까 나중에 받으러 갈까?

응. 그게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주머니에서 부부부- 작은 진동이 울렸다.

휴대전화 진동이었다.

그것을 꺼내 액정에 뜬 ‘세하’라는 짧은 문장을 보고 황급히 받았다.

-오빠, 대체 어디야?!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자, 잠깐만. 너 목소리 너무 커. 귀 아프잖아?!”

-나 지금 교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거든? 빨리 안 나오면 나 진짜….

“아,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으음, 그래. 집에 가다가 오빠가 햄버그 사줄게.”

-햄버….

어린애는 다루기가 쉬워서 참 좋다.

근데 아직 친구를 사귀진 못 했나. 하긴, 오늘 처음 보는 것이니까 바로 사귈 수는 없겠지. 이러면 곤란하지만, 솔직히 조금은 안심했다.

쓸쓸하게 혼자 집에 안 가도 될 테니까.

-빨리 와, 오빠.

“응, 알았어. 금방 갈게.”

그렇게 통화를 끝대고 잠시 한숨을 쉰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 선배도 함께….

“에? 아니, 왜 오세요?!”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시지.

그런 내 말에 호랑이답지 않게 깜짝 놀라며 슬그머니 다른 곳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꼬물거리신다.

“아, 아니, 저기…. 방금 그 목소리 여동생?”

“네, 뭐….”

“목소리가 귀엽네? 냄새도 좋고….”

목소리는 그렇다 치고 냄새는 왜요.

그런 소리를 귀엽게 헤헤 웃으면서 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거리신다.

무슨 강아지 같았다.

잠시 지그시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에 맞춰서 조심스레 따라오는 호랑이 선배.

다시 우뚝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황급히 복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신다.

“저기요….”

“나, 나, 나도 집에 가는 거거든? 너 따라가는 거 아니거든?”

거짓말.

꼬리가 불규칙적으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것만 봐도 거짓말인 게 딱 티가 나는 분이시다.

뭐 때문에 따라오는 것인지는, 사실 조금 예상이 가긴 했다.

이 선배, 왜 이렇게 여자 아이들에게 집착을 하시고 계신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뭐, 세상에 이런저런 이상한 취미, 이상한 취향, 소수의 성적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딱히 그것을 차별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선배처럼 행동하는 것은 사실 조금 거슬리긴 했다.

에라, 모르겠다.

뭐, 별 일이라도 있으려고. 아까도 보니까 그냥 멀리서 빤히 바라만 보고 계신 것 같던데….

뭔가 이상한 짓까지 저지르시진 않을 것 같았다.

어쨌든 그런 생각에 조심조심 따라오고 계시는 호랑이 선배를 무시한 채 동아리 건물을 빠져나와 교문으로 향했다.

입학식은 동시에 끝났지만 각 반의 담임선생님에 따라서 마치다보니 하교시간 까지 똑같은 것은 아닌 듯 아직 학교를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조금 보였다.

그리고 교문 앞에서 그런 학생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귀를 드러내고 입술을 샐쭉 내민 채 귀엽지 못 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햄버그 사준다고 했는데, 화가 덜 풀린 것 같았다.

…집에 갈 때 오렌지 주스도 하나 사줘야겠다. 백 퍼센트 무설탕으로.

“오빠!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조금 떨어져 있긴 했지만 내가 오는 것을 발견한 것인지 세하가 그렇게 소리치며 가방을 들고 달려왔다.

“미안, 미안. 일이 좀 있어서….”

약간 이상한 일이었긴 했지만, 그것까지 설명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니, 설명을 해줄 수가 없었다.

여고생, 여중생을 훔쳐보던 호랑이 선배가 바람에 의해 들춰진 스커트 사이로 살짝 보인 팬티를 보고 코피를 흘린 뒤에 호랑이 소굴로 데려다 줬더니 어린아이가 프린팅 된 베개를 끌어안고 뒹굴거리는 모습을 보고 왔다고 말해 봐야 나만 이상한 놈 취급을 당할 게 분명했다.

“정말…. 추운데 내가 밖에서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그래서 오빠가 집에 갈 때 햄버그 사준다니까. 아, 오렌지 주스도 살 테니까 그만 용서 해줄래?”

“오, 오렌지….”

“백 퍼센트에 무설탕. 1.5리터짜리로.”

“에헤헤.”

다행이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잡아 주는 세하이다.

어린아이는 정말 다루기가 쉬워서 다행이다.

토끼 귀까지 드러내고 있어서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그것보다,

“…괜찮으세요?”

뒤를 보니 쪼그려 앉아서 내가 줬던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있는 호랑이 선배가 보였다.

거기다 우리, 아니, 세하를 올려다보는 눈이 왠지 노랗다.

“오빠, 저거 내 손수건 아냐?”

“아, 그게…. 급한 일 때문에, 빌려 드린 거야.”

“급한 일?”

…코피 때문에 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나중에 돌려받을 거니까, 걱정 마. 아,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어, 으응. 근데 저 언니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이상한 사… 그냥 좀 특이한 분이니까.”

이름도 모르는 이상한 선배의 옆에서 진짜로 이상하다고 하면 좀 그래서 말을 돌리긴 했지만 이것도 썩 괜찮은 것 같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뭐, 이미 내뱉은 말이니까.

그래도 다행히 이런 내 말에 화를 내시진 않으셨다.

화를 낼 상황이 아니라고 할까.

세하를 어깨를 붙잡고 앞세운 뒤 교문으로 향하면서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코피 또 금방 멎으셨네?”

어느새 일어나서는 코를 틀어막고 있던 손수건을 꼬옥 쥔 채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뭐랄까, 뭔가 좀 지나치게 밝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란 눈을 반짝거리면서….

왜 그럴까.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모르겠다.

으음, 이상해.

왜 이렇게 야생의 감이 경고음을 보내고 있나 모르겠다.

최근 생각하게 된 것이긴 한데….

집안일은 정말 어렵고 귀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해도 해도 끝이 없어. 기본적으로 청소, 세탁, 식사 준비에 뒷정리. 거기다 여동생도 돌봐야하고 공납금 확인에 전기세, 수도세, 휴대폰 비용, 케이블 TV 수신료, 인터넷 사용료 등등.

부가적인 비용이야 한 달에 한번 나오는 거 계산에서 통장에 입금시켜 놓으면 되지만 청소나 세탁과 그날그날 식사 준비는 정말이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특히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 거기다 장을 보면서 한정된 생활비로 맞추다 보니까 고민만 자꾸 늘어가는 것 같았다.

정말 다른 건 몰라도 청소나 뒷정리라도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안 될까?”

“우음? 뭐라고 그랬어, 오빠?”

“…아니다. 계속 하던 것 마저 해.”

“응. 에헤헤.”

늦은 밤.

목욕까지 끝내고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소파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서 외할아버지가 사준 휴대용 게임기인 PSP-A, 플레이 스테이츠 플러스 알파(버전 3)를 들고 게임을 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넌지시 그렇게 도움을 구해 봤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해 버렸다.

“근데 게임을 해도 좋은데, 늦게 까진 제발 하지 마. 그리고 TV를 볼 건지 게임을 할 건지 하나만 정하고. 전기세 아깝게 뭐하는 거야.”

“오빠, 잔소리 너무 심해. 이모 같아.”

“잔, 잔소리가 아니라…. 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그것보다 너 진짜 이모 불러 버린다.”

“흐흥~. 흥~. 흐흐흥~.”

무시냐.

정말이지, 확실히 나도 잔소리가 늘어난 것 같기는 했다.

잔소리를 안 하던 사람도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입장에 놓이게 되면 아마 나처럼 될 걸?

어쨌든 한 소리를 해주긴 했지만 제대로 통한 것 같지는 않아.

하아, 정말 애 키우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딩동-

“…응?”

주방으로 향해서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어 컵에 따르는 도중에 들려온 초인종의 소리.

“야, 유세하. 잠깐 나가서…. 아니다, 그냥 내가 나가마.”

게임에 빠져버린 여동생 때문에 조금씩 늙어가는 것 같아. 무엇보다 세하 녀석이 날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란 말이야.

가끔 화를 내볼까, 생각도 잠시 했지만….

하아, 그럴 수 있었으면 진즉에 그랬지. 그래도 어릴 때부터 엄마 없이도 우는 소리 한번 안 하고 밝게 커준 동생인데.

너무 밝게 자라서 그게 또 문제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근데 누가 온 거야?

콜라를 들고 현관으로 가면서 갸웃거렸다.

우리 집 사정을 아는 옆 집 아줌마가 가끔 반찬을 가져다주시던데, 지금은 밤도 늦었고. 아마 아닐 거라 생각은 되지만.

“누구세…. 어?!”

현관문을 열고 초인종을 누른 사람을 보고는 조금 놀랬다.

여자 치고는 키가 좀 큰 것도 그렇고 눈매도 사납고 제멋대로 기른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솟은 귀를 그대로 드러낸 것도 그렇지만, 나와 굉장히 비슷한 꼬리와 귀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그러면서 굉장히 낯이 익은 분이시다.

“이모…?”

“뭐야? 무슨 못 볼 걸 본 것처럼.”

이모가 조금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연우. 올해 스물넷으로 이모의 언니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엄마와 나이차가 꽤 나시는 분이었다.

그것보다 내가 알기로는 이모, 학교 일 때문에 다른 영역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이모가 날 빤히 바라보다 슬쩍 가슴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뭔가 비닐봉지와 그 위로 삐죽 솟은 캔 맥주가 보인다.

“어, 이모 여기 웬일이야?”

“웬일은 무슨….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거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쳇, 기껏 입학 축하차 대표로 온 건데. 반응이 왜 이래?”

이모가 기분이 나빠지신 듯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뒤따르는 날 찰싹찰싹 때리며 말씀하셨다.

“그것보다, 야! 유세하!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헤?! 헤엑?!”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소파 위에 드러누워서 게임을 즐기고 있던 세하에게 그렇게 소리치자 내 말에는 별 반응도 없던 녀석이 깜짝 놀라며 이쪽을 놀란 토끼 눈으로 바라봤다.

아니, 뭐…. 일단 토끼이긴 하지만.

“이, 이, 이모?!”

“이럴 줄 알았지. 그러게 아빠는 왜 애한테 게임기나 사주고…. 너 그거 당장 안 꺼?”

한다면 하는 여자. 그게 연우 이모다. 그걸 알고 있는 세하는 황급히 게임기를 꺼버리고 뒤로 숨겼다.

정말 늑대 앞에 선 토끼 같은 모습의 두 사람이었다.

세하는 정말 이모를 무서워한다.

뭐, 나도 무서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세하는 그게 좀 더 심하다고 할까.

사실 이모가 유독 세하에게만 엄하게 대한 것 때문이기도 했다.

외가댁에서의 관심과 귀여움은 세하가 독차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