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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만약 키 작은 소녀가 농구소년을 만나게 된다면.
글쓴이: 펭귄
작성일: 12-02-08 12:38 조회: 3,141 추천: 0 비추천: 0

만약 키 작은 소녀가 농구소년을 만나게 된다면.

첫 번째 슛.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집으로 돌아갔을 시간이지만 나는 할 일 없이 텅 빈 교실에 남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어느 고등학교에 어느 교실이던 대여섯 명쯤은 반드시 있을법한 그런 흔하디 흔한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라서 동아리 활동 같은 건 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늘 곧장 집으로 가곤했었다. 그런 내가 왜 교실에 남아있냐고? 같은 반 여자아이가 나한테 꼭하고 싶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나더러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있으라고 했거든. 그것도 엄청 귀엽게 생긴 애가.

설마 이 녀석 나를 좋아하는 건가......? 나는 지금 머릿속이 매우 복잡한 상태이다, 연애는커녕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던 나에게 봄날이 찾아올지도 모를 테니깐.

내 인생에 이런 기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거야, 고백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거야 무조건! 라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는 나에게 같은 반 여자아이가 중요한 이야기라고 한다는 말이.

“너 나랑 같이 농구대회 나가자!”

라고 한다. 이건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입니까.

“뭐?! 그러니깐 지금 나보고 같이 농구대회에 나가자고 하는 거야? 농담하는 거지?”

“농담 아니야 나 지금 완전 진지하거든?”

진지한 표정으로 같은 반 여자아이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교내 홍보 게시판에 붙어있어야 할 포스터이었다.

여자아이는 그것을 펼쳐서 내게 불쑥 내밀었다.

“이것 좀 보라구!”

[제 19회 열혈고 남녀혼성 3:3 길거리 농구대회]

경기방식: 3:3경기,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

대회기간: 8월 23일부터~

장소: 교내 체육관

규칙: 3:3길거리 농구 룰을 적용, 참가하는 팀은 교체선수 포함 4명이여야 함(단 농구부는 참가할 수 없음), 매 경기마다 여자선수가 2명이상 뛰어야 하며 규칙을 어길시 에는 실격패 처리함.

상품 1등 팀. 매점상품권 만원 권 6매, 농구부원 중 원하시는 한명을 하루 빌려드립니다.

2등 팀. 매점상품권 5천원 권 6매

3등 팀. 매점상품권 2천원 권 6매

참가신청 및 문의사항은 체육부에 계시는 안 선생님께로

자랑스러운 우리 열혈고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열혈고등학교는 학교전통으로 매년 여름방학기간이면 남녀혼성 농구대회를 주최한다. 같은 반 여자아이가 내게 보여준 이 포스터는 여자와 남자가 한 팀이 되어서 참가하는 남녀혼성 농구대회에 관한 홍보 포스터였다. 이 남녀혼성 농구대회는 올해로 벌써 19년째 이어지고 있는 학교전통행사로, 학교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사람들도 일부러 찾아와서 구경하는 나름대로 큰 인기가 있는 학교행사이자 마을행사이고, 나도 초등학교, 중학교시절에는 매년 열혈고를 찾아와 구경하곤 했었다.

“우승을 하면 무려 매점상품권 만원이라고! 자 어때, 이걸 보니깐 슬슬 입질이 오지? 잔말 말고 나랑 같이 참가하자”

여자아이가 매우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포스터를 내게 더욱 가까이 들이밀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평소에 아무 말도 없던 같은 반 여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수줍게 다가와서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당연히 그 할 예기라는 것은 사랑고백 같은 거여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그렇다고 꼭 고백하라는 법은 없지, 솔직히 귀엽게생긴 여자애가 나한테 같이 운동하자고해준 것도 나쁘지 않아, 오히려 대환영이라고. 그런데 그 많은 운동 중에서 왜 하필 농구냐고 이런 우라질!

괜히 김칫국을 원샷했다고 후회하고 있는 나의 대답은.

“거절 한다”

딴 거라면 기꺼이 같이 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농구만큼은 절대로, 절대로 사절이라고!

내속마음 따위는 알 리가 없는 이 여자아이가 나에게 어째서 같이 농구대회에 나가는 것을 거절 하냐고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한다.

나 나름대로 농구를 하기 싫은 가슴 아픈 속사정이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딱히 밝히고 싶진 않다.

그냥 대충 적당한 핑계를 대서 농구대회에 나갈 수 없다고 둘러대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핑계거리를 찾아냈다.

“음······ 다정이 너는 말이지, 농구하기에는 키가 너무 작아! 너같이 작은애랑 같이 농구대회에 나갔다가는 바로 떨어질걸?”

그렇다, 지금 내게 농구대회에 나가자고 하는 이 여자아이는 우리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가장 키가 작은 여자아이다.

방과 후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를 설레게 만들어 놓고 다짜고짜 같이 농구대회에 나가달라고 졸라대는 이 녀석의 이름은 한다정. 나와 같은 열혈고등학교 1학년7반. 조금 긴 굵은 웨이브 머리에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고 키는 149cm면서 150cm 라고 우겨대는 녀석이다 뭐 별 차이는 없지만.

그런 작은 키가 귀여운 외모에 플러스요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농구를 하기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나는 그 점을 이용해서 농구대회에 나가자는 걸 거절을 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다정이는 내가 그런 말을 할 것까지 전부 계산을 했다는 듯이.

“그래서 승현이 너한테 같이하자고 한 거야, 열혈중학교 나온 애들한테 다 들었어, 너 열혈중학교 농구부 주장이었다면서? 시치미 뗄 생각 하지 마렴, 승현이 너 농구 완전 잘하는 거 다 알고 왔으니깐, 아무리 내가 키가 작아도 너랑 나랑 팀이라면 반드시 우승 할 수 있을 게 분명해 그러니깐 너는 나와 반드시 대회에 참가해야해”

뭡니까 이 강압적인 태도는.

뭐, 다정이 말이 사실이긴 하다.

내 이름은 김승현. 열혈고등학교 1학년 7반. 소정이 말대로 나는 중학생시절에 농구부 주장이자 농구부 에이스였고 교내 스포츠 스타였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놈 이랄까.

하지만 나의 운동선수로서의 잘나가던 중학교 생활도 중학교3학년 때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그이후로 나는 평범한 학생 대열에 들어섰다.

그 ‘트라우마’가 생긴 건, 중학교 3학년 때 정말 중요한 시합 날 있었던 일이다. 나는 그날 집안에 일어난 ‘사고’ 때문에 경기장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었고, 뒤늦게 교체되어 경기에 참가 하긴 했지만, 그날 나는 무득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굴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그 사건 이후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그 경기 이후로 내가 던진 2점짜리 중거리 슛은 늘 골대를 벗어났다.

가장 기본적인 득점인 2점짜리 중거리 슛을 못 넣게 되어버린 나의 농구포지션은 중장거리 슈팅으로 팀의 득점을 담당하는 슈팅 가드였다. 2점짜리 중거리 슛을 못하게 되었으니 나의 농구선수로서의 생활은 끝이라 생각하고 아무에게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농구를 그만두었다.

나는 중거리 슛도 못 넣는 슈팅가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쓸모없는 존재라는 뜻 이지.

다정이의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지만 이런 나에겐 농구는 역시 무리다.

“미안 역시 농구는 무리야”

나의 힘없는 대답을 들은 다정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으아아아아! 좀 같이 나가주면 어디가 덧나냐! 내가 직접 같이 나가자고 해줬으면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뭐, 무리? 너 지금 나랑 장난 하냐.”

방귀뀐 놈이 성낸다더니 다정이가 마구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쪼그만 녀석이 펄쩍펄쩍 뛰며 화를 내는 모습이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다. 다정이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귀여운 동급생 한번 도와줘? 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내가 다시 농구 코트위에 설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서고 싶지도 않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도대체 왜 이렇게 농구대회에 집착 하는 걸까. 작은 키 때문에 치열한 매점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서 매점가기를 포기한 이 꼬맹이 녀석이 설마 매점상품권 때문에 그럴 리는 없을 거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ㅈ,저기 진정 좀 해봐...”

교실을 날뛰고 있는 다정이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나서 나는 물었다.

“다정아 궁금한 게 있는데. 너 왜 농구대회에 나가려고 하는 거야?”

“왜 그런지 알려주면 같이 대회 나가줄 거야?”

“아니”

“그럼 됐어.......”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좀 알려주라”

“알려주면 같이 대회 나가줄 거냐고”

“아니”

“···”

다정이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에게 연거푸 거절당하고 애써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다정이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지경이다.

결국 아무 말 없이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매점 상품권 때문이 아니라면, 키 작은 녀석이 뒤늦게 조금만이라도 더 크고 싶어서 갑자기 농구를 하려는 걸까. 그렇다고 쳐도 굳이 대회에 참가할 필요 없이 그냥 가끔씩 운동 삼아 하면 될 터인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의문이다.

그렇게 둘 사이에서 계속해서 정적이 흐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지못해 다정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정말!! 그냥 특별히 내가 인심 쓰는 셈치고 알려줄게”

다정이가 손가락으로 포스터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내가 농구대회에 참가해서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농구부원 중 한명을 하루 빌려드립니다.

응? 이런 게 있었나?

그나저나 이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립니까.

무슨 물건도 아니고 사람을 빌려 준다니 거참 황당하군.

“농구부원은 빌려서뭐하게? 너 농구부에 원한 있는 사람이라도 있어? 복수라도 할 셈이냐”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그저 백호 선배와 데이트가 하고 싶을 뿐이라고, 데이트 후에는 백호선배와 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내 인생에도 봄날이 오는 거지-”

여기서 다정이 말한 백호라는 사람은 열혈고등학교농구부 주장이고 농구도 잘하는데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갖추고 있는 우리학교 스포츠스타이다.

아하.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거구나.

그런 이유라면 내가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줄게, 라고 할 줄 알았습니까?

그런 이유라면 농구가 아니라도 절대로 거절이라고!

“아 그러셔? 나는 네가 백호랑 데이트를 하건 사자랑 데이트를 하건 관심 없으니깐 딴사람 알아봐”

궁금증도 풀렸고, 내가 도와줄 이유는 전혀 없어 보여서 다정이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쌀쌀맞은 태도를 취했다.

내 대답을 들은 다정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다.

하지만 얼마 후 다정이는 다시 고개를 들고 아래서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을 보내면서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같이 참가 해줘......, 너‘기적의 3점 슈터’라며 나랑 같이 다시한번기적을 일으켜 보자고”

“!”

‘기적의 3점 슈터’이라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별명은 내 중학교농구부 시절 별명이다.

내가 중학교1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대표선수로 뽑혀서 시 대회에 나갔을 때, 결승전에서 우리 팀이 상대팀에게 2점차이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3점짜리 기적 같은 버저비트 슛(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소리와 함께 성공된 골을 일컫는 농구용어)을 성공시켜 팀에게 역전승과 함께 시 대회 우승을 안겨주어서 생긴 별명이다.

사실 그 슛은 뽀록으로 들어간 거였지만.

“그 별명은 대체 어떤 녀석한테 들은 거냐..... 그리고 3점 슛이고 뭐고 다 지난일이야, 농구대회인지 뭔지 난 참가 안할 거니깐 그런 줄 알아”

나는 미련 없이 딱 잘라서 거절하고 교실을 나왔다.

그깟 농구대회 한번 같이 나가주면 어디가 덧 나냐고?

나는 2점 슛도 못 넣는 퇴물이야, 농구 따위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그리고 이 녀석은 언제까지 나를 졸졸 쫒아올 셈 인건지.

다정이의 부탁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나를 아직 포기하지 못한 다정이가 졸졸 쫒아오고 있다. 솔직히 귀엽게 생긴 동급생과 같이하는 하굣길이라 그런지 기분은 매우 좋다. 하지만 농구대회에 나가자는 것만큼은 사양하겠어.

“너 언제 까지 날 졸졸 쫒아올 셈이냐.”

“나랑 같이 대회에 나가준다고 약속해줄 때 까지, 물론 승현이 너네 집안 까지도 쫒아갈 자신 있어”

네 녀석 스토커냐!

“그러니깐, 내가 아까 말했잖아 농구는 무리라고”

“그러지 말고 한번만 같이 하자니깐!”

“싫어”

“제발 한번만.......”

“싫어”

“치사하게 계속 그럴래?”

“싫어”

“내가 특별히 같이 해준다는데 계속 그럴 거야?”

“싫어”

“제발 부탁이야.......”

“싫어”

“자꾸 그러면 나 그러면 삐진다?”

“싫어”

“그럼 나랑 농구대회 그냥 나가지 말자”

“좋아”

“왜 그것만 ‘좋아’ 로 대답하는 건데!!”

다정이가 매우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러니깐 농구는 무리라고!!”

이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벌써 집이 눈앞에 보인다.

귀여운 동급생과의 하교도 좋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우리 집안까지 쫒아올 기세다. 이시간이면 동생도 와있을 시간인데 집안까지 쫒아오면 곤란하다고.

곧 있으면 도착인데 뭐라도 해야.......

그 순간 길거리에 너저분하게 굴러다니는 빈 깡통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이거다!

“잘 봐, 사실 내 실력은 이렇게 형편없다고”

나는 굴러다니는 빈 깡통을 주워다가 조금 떨어진 골목 구석에 위치한 양철 쓰레기통을 향해서 농구공을 던지는 슛 폼과 흡사한 폼으로 던졌다.

내 계획대로라면 내손을 떠난 빈 깡통은 양철쓰레기통을 벗어나야 되는데. 응?

정확하게 골인.

망했다.

“ㄱ,그러니깐 이건 실수야 실수”

내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다정이는,

“대단해! 역시 나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다니깐 히히”

내가 2점 슛을 못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던진 깡통이 쓰레기통을 벗어나기는 커녕 정확하게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ㅇ,아 그러니깐 이건 실수라니깐 실수”

당황해하는 나에게 소정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역시 ‘기.적.의 3점 슈터’는 뭔가 다른 걸?”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결국 우리 집 대문 앞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나는 반드시 다정이를 집안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나는 정말로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다정아, 계속 네가 나를 이렇게 쫒아 다니면 나는 그저 곤란할 뿐이야, 네가 계속 나를 쫒아 다니면서 조른다고 내가 너랑 같이 농구대회에 나가줄 거 같니?”

“김승현...... 네가 아무리 그렇게 똥 폼 잡고 말해도 소용없어, 나는 같이 농구대회 나가준다고 할 때 까지 계속 쫒아 다닐 거야!”

“음... 다정아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는 거 알지?”

“너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사실은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이 세상에 딱 한그루 존재한대”

“헉, 진짜?”

“그게 나야!”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잽싸게 집 대문을 열고 마당 안으로 들어온 뒤 재빨리 대문을 닫았다.

“승현이 너! 내가 이런다고 포기할거 같아?”

“미안!”

그렇게 다정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허겁지겁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야! 김승현! 나 학교 옆에 있는 공원에서 농구연습 하고 있을 테니깐 너도 나와! 너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깐!”

라고 다정이가 동내가 떠나갈 정도로 크게 외쳤다.

그러고 나서 다정이는 돌아갔다.

쪼끄만 녀석이 목소리하나는 크구먼...... 어쨌든 다정이가 집안까지 들어오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나는 다정이가 돌아가는 걸 확인한 뒤에 집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what's up?”

집에 들어온 나를 맞이해준 건 내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의 이름은 김승연. 열혈중학교2학년. 버섯모양초코과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짧은 단발머리에 미래에 뮤지션인지 뭔지가 되겠다고 늘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닌다. 뭐, 그런다고 뮤지션이 되는 건 아니지만. 보이시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다 성격마저 털털한 남동생 같은 여동생이다.

그런 털털한 성격의 여동생이 인사는 신나게 해놓고는 갑자기 매우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방금 누가 오빠보고 ㄴ,농구하자고 하지 않았어?”

“ㄱ,그럴 리가- ㅈ,잘못 들은 거겠지 하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내 대답을 들은 동생의 어두웠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밝아졌다.

“역시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나저나 내일모래 우리학교에서 축제가 있어, 우리 ‘Rush’ 공연도 있을 예정이니깐, 오빠도 반.드.시 와야 돼 알았지? 내가 진정한 락 스피릿이 뭔지 보여주지!”

‘Rush’라는 건 여동생말로는 뛰어난 뮤지션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내가알기론 열혈중학교 밴드부 이름일 텐데 말이지. 그리고 굳이 그렇게 ‘반드시’를 강조해서 말할 필요까진 없잖냐.

“생각해볼게”

동생은 “나, 연습 완전 많이 했으니깐 꼭 와야 돼 꼭!”라고 나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집에 오는 내내 다정이 에게 계속 시달렸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여동생에게 시달리게 되다니......

피곤하다. 나는 대충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방에 올라오자마자 가방을 내팽겨 치고 침대에 누웠다. 편안한 느낌과 함께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적어도 교복은 갈아입고 자야 되는.....

앗 차거!

잠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던 나는 차가운 무언가가 얼굴에 스치는 감촉에 잠에서 깼다.

열려있는 방 창문을 통해 빗방울이 하나둘씩 방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것이었다.

무슨 5월 달에 비가 오는지, 나는 창문을 닫기 위해서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갔다. 창밖을 바라보니 해가 떠있는 상태로 비가내리고 있다. 이런 걸 여우비라고 하던가. 어쨌든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로 가려는데.

‘쿵!’

방에 굴러다니던 무언가에 발이 걸려 앞으로 멋들어지게 자빠졌다.

윽, 젠장 아프잖아 이거....

나를 자빠트린 정체의 주인공은 바로 방안에 굴러다니고 있던 농구공이었다.

“으아아아아! 이런 망할 농구공 같으니라고! 농구고 뭐고 이젠 정말 지긋지긋 하다고!”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나는 방금 닫았던 창문을 다시 창문을 연 다음에 농구공을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그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다정이를 잊고 있었다.

창밖으로 내던지려고 했던 농구공을 바라보니 다정이가 하고 간 말이 떠올랐다.

『야! 김승현! 나 학교 옆에 있는 공원에서 농구연습 하고 있을 테니깐 너도 나와! 너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깐!』

에이 설마 비도 오는데 기다리고 있겠어?

창밖으로 집어던지려던 농구공을 그냥 방구석으로 던져놓고 다시 창문을 닫은 후에 침대로 와서 누웠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엄청 졸려서 금방이라도 다시 잠들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막상 침대에 누워보니 잠이 오질 않는다. 게다가 지금 고집불통 다정이가 남기고간 말 때문에 찜찜해서 도저히 잘 수 없을 거 같다.

『너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깐!』

머릿속에 소정이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 녀석 진짜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야?

내 생각이 ‘설마’에서 ‘큰일이다’로 바뀌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고집쟁이가 비가 온다고 집에 갔을 리가 없다.

"이런 우라질!"

마음이 급해졌다.

전속력으로 방에서 거실로 내려왔다.

거실 쇼파에 누워서 tv로 가요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동생이 현관문을 나서려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밖에 비도 오는데 어디 가려고 그래?”

“고집불통인 바보 한명 구하러 갔다 올게”

대충 우산꽂이에 꽂혀있는 커다란 검은 우산을 집어 들고,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로 허겁지겁 현관문을 나섰다.

아직 5월이지만 날씨는 많이 선선하다. 이 상태로 비라도 맞았다가는 백퍼센트 감기 걸릴게 분명하다. 이 고집불통 녀석은 비를 맞아가면서도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하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공원 안쪽에 위치한 야외 농구 코트 쪽으로 갔다.

역시나, 코트에서 비를 맞고 있는 다정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정이는 혼자서 슛 연습을 하려는 듯 비를 맞아가며 골대를 향해서 공을 던져대고 있었다. 소정이는 최선을 다해서 공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공은 골대 근처도 가지 못하고 힘없이 추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 고집쟁이가! 비도 오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다정ㅇ......”

“!?”

비에 흠뻑 젖은 다정이를 부르려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가 와서 물웅덩이가 생긴 농구코트 위를 굴러다니는 농구공을 주으러가던 다정이가 갑자기 힘없이 농구코트위에 쓰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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