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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이미나는 그녀를 싫어해.
글쓴이: 아스타르트
작성일: 12-02-07 23:32 조회: 2,866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나에게는 한 살 터울인 여동생과 또 한 살 터울인 누나가있다.
가끔 가족 관계를 궁금해 하는 녀석에게 나의 호적 관계도를 설명해주면 항상 꼭 필연적으로 이건 거의 운명이나 다름 없다고 느낄 정도로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이쁘냐 ?’
아, 만약 당장 지금에라도 이런 질문을 날리고 싶은 녀석이 있다고 한다면, 단연코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다.
‘말도 못할 정도로 예쁘다.’
라고.
세상에 바꾸지 못할 진리가 몇가지 있다면. 그것은 1+1=2 라는 것, 지구는 둥글다는 것, 그리고 나와 남매라는 혈연 관계로 지구상에서 이족보행을 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인 그 둘이 그 어떤 인간이나 동식물보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진리를 입증하는 펙트는 실로 적지 않다.
매년 찾아오는 3월 14일, 화이트 데이라고도 부르는 저주의 날에 받아오는 달콤한 과자의 양이 너무 많아 선물 전용 창고를 만들었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지나가다 연예 기획사 스카우터에게 명함을 받고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권유 받은 것이 올해만 20번. 이것은 놀랍게도 둘의 합산이 아닌, 개인 기록이다. 여동생과 누나는 현재 타이인 이 기록을 그다지 신경쓰고 있지 않다. 만약 나였다면, 선두를 쟁취하여 패배자를 노예로 삼았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나의 외모를 칭찬하며 연예계로 스카웃 하려는 노력은 어디서도 보이고 있질 않다. 그것은 분명 한국 연예계에 큰 손해일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튼, 단순히 인간이 창조한 문자열이나 언어로는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미모의 결정체인 그 둘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면, 물어본 녀석들의 반응 또한 필연, 운명, 어떤 의미로는 또 다른 진리인 양 곧바로 이런 동물이 내는 소리를 내곤 한다.
단순히 대화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언어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개해줘.’
세간의 인식이라는 것은 무섭다.
이런 멍청한 녀석들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뺨을 올려선 안된다. 아무리 몹쓸 인간이라도 폭력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해선 안된다. 폭력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이 세상에 성립된 인식이란 것은 때론 부조리하고, 쓸데 없는 감정론에 필요없는 이상론을 강요하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세간의 틀이 있다고 하더라도, 올라가는 주먹을 가끔 감당하기 힘들때가 있다.
그것은 ‘감히 나의 여동생과 누나를 넘보다니. 죽고 싶어 ?’ 같은 종류의 감정은 단연코 아니다. 아까워서 소개해주기 싫다거나 하는 종류의 사전에 없는 감정 따위가 전혀 아니란 말이다.
동생과 누나의 행동거지는 남들 앞에서는 그 누가보더라도 양가집 규수같았고, 중세시대였다면 귀족이었을테고, 조선시대 였다면 선비였을테고, 어쩌면 왕족이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상류층의 몸가짐이 잘 베어있는 훌륭한 여식이다.
당연하지.
그야말로 가식으로 자신을 완전무장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깐. 지나친 가식이 오히려 둘 개개인의 존재감이나 자존감, 프라이드, 자존심 같은 것들을 더더욱 고취시키고 있는 듯 했지만.
그녀들은 그런 이른바 내숭을 단순히 3차원에서만이 아닌 다른 다중 차원에 영향을 줄 것 같이 뛰어난 솜씨로 떨고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여동생과 누나를 남에게 소개해줘도 문제 없는 것이 아니냐.

아니라니깐.

“오~빠 !”
어디서 배웠는지 아니면,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혹시 유행하고 있는 것인지, 부엌에 멍하니 서있던 나에게 맹렬히 달려와 목말을 탄 이 여자. 마치 나디아 코마네치의 환생인 것 같은 몸놀림이다.
아, 코마네치 선수는 살아있던가.
어쨌든, 첫 번째. 내 인생의 저주 덩어리 혹은 전생의 악연 뭉치라고 해도 좋다. 그런 관계로 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지우개로 누군가와의 관계를 지워버릴 수 있다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그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남매’라는 두꺼운 글씨로 적힌 관계를 지워리고 싶은 나의 여동생.
‘시이나.’
길게 스트레이트로 떨어지는 짙은 검은색의 머리칼과 수려하다 못해 한 눈에 담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워 몇 번이고 나눠 봐야 할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 잘 들여다 보면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어떤 매혹의 마술이라도 부리는게 아닐까 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로 진학한 그녀는 창피도 부끄러움도 수요일 아침 8시에 내놓는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타는 쓰레기로 분류해 버렸는지, 짧은 핫팬츠 차림으로 허벅지를 나의 볼에 부비적 거리며 나의 머리를 손으로 마구 헝클어 놓고 있다.
“무슨 일이―.”
폭, 하고.
마찬가지로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유행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예절이 말을 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새로운 관념이 도입된 것인지 목말을 탄 여동생의 무릎 언저리를 붙잡고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며 용무를 물어보려 한 나에게 또 다른 새로운 충격이 덮쳤다.
이번에는 등으로 부딪혀 오는 감촉이 부드럽지만, 이질적으로 눌리는 두 개의 봉우리가 느껴졌다. 게다가 나의 배 앞으로 팔이 둘러져 있는 걸로 보아선 아마도 뒤에서 껴 안기라도 한 것이겠지.
“동생아 ~”
두 번째이자 마지막.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악연 덩어리. 말로해서 뭐하며 행동으로 보여서 무엇하겠는가. 관계를 지우는 지우개가 없다면 내가 평생을 들여서라도 개발하여 ‘남매’라는 글씨를 성심성의껏 지워버리고 싶은 이 여자.
‘시미나.’
블론드에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 동생이 앳되면서 수려한 외모라고 한다면 누나는 어른스러우면서도 미려하다. 뭇 남성이라면 누나와 한번 마주친 이상 그날 하루는 분명 끙끙 앓을 것이다. 적색으로 빛나는 그 두 눈동자가 유혹의 마술이라도 쓰는 것 같았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다른 고 3 수험생이라면 수능이 뭐다 모의고사가 뭐다 내신이 뭐다해서 한참 바쁠 시기이지만, 이 여자의 강심장은 그런 하찮은 일에 움직이질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그 심장, 조금 움직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녀는 그래도 아직까지 사회적 관념에 민감한 것인지 비교적 이나 보다는 얌전하게 나에게 붙어왔다. 그래봤자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누나는 또 왜. 둘이 무슨 일이야 ?”
이젠 거의 체념한. 죽고 없는 소중한 사람의 무덤을 5년째 쳐다보는 드라마 주인공의 눈빛과 말투를 여동생과 누나와 살게되며 얻게 된 난, 이미 불쌍해 보이는 것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은 했지만, 이미 그녀들이 나에게 어떤 용무로 접근해 왔는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거부할 권리 따위는 없는 것도 이미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녀들이 억지를 부린 것이지만.
“헤헤….”
“히히….”
은근슬쩍 웃으며 들러 붙은 몸을 더더욱 비비기 시작한다.
볼에 닿은 얇고 하얀 허벅지의 감촉이나, 머리를 헝크는 여동생의 손이 부드럽다. 때때로 머리를 헝클던 손이 얼굴로 내려와 볼을 쓰다듬기도 하고, 코 끝을 훑기도 해서 몸을 움찔움찔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등에 가까이 밀착되는 가슴의 느낌에 정신이 나갈 것 같으면서도 몸을 둘러 쌓듯이 안겨온 팔이 조금씩 움직이며 허리, 가슴, 배를 살짝살짝 쓰다듬는 누나의 손길에 황홀했다.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저주하고 싶어졌다.
이건 분명 내가 스스로 가지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또야 ? 요즘 좀 시기가 짧지 않아 ?”
한숨을 내쉬며, 나는 사계절 가릴 것 없이, 거기에 날씨까지 가릴 것 없이 항상 입어야 하는 긴 팔을 걷어 올렸다. 이것은 농담조가 아니라, 매우 진지한 이야기다. 긴 팔을 입지 않으면 난 말라죽는다.
이미 눈을 반짝반짝 하고 빛내는 그녀들은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요 1년 사이 유달리 하얗게 변한 깨끗한 나의 팔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반 쯤 침을 흘리며.
잠시 나도 팔을 내려다 보았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보이는 여동생의 대퇴가 머금은 우윳빛과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건강하게 보일 정도로 엷은 붉은색도 어림풋하게 띄고 있지만, 이쪽은 완전 새하얗다.
피가 안통한다. 그렇게 보일 정도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퍼렇게 변해서 썩어버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자.”
양 팔을 내밀었다.
나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동생은 어깨에서 뛰어내려 나의 왼쪽, 누나는 등 뒤에서 벗어나 나의 오른쪽으로 다가와서 시퍼렇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양팔을 덮석 하고 붙잡았다.
그리고, 그 붙잡은 양 손을 들어 올려.
“잘먹겠습니다 !”, “잘먹을게.”
라고만 말하더니 그대로.
콰직 하고. 물었다.
“으윽…!”
날카로운 송곳니가 새하얀 팔을 관통하는 느낌에 잠시 고통이 맴돌았다. 그렇게 큰 고통은 아니었지만, 내가 그녀들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고통은 잠시.
씁씁 하는 소리와 함께 이나와 미나 누나가 나의 팔에서 무엇인가를 빨고 있었다. 이미 황홀해 죽겠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인간으로 따지면 비 정상적으로 긴 송곳니를 자랑하고 있다. 그것은 누나도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맛있는 무엇인가를 먹었을 때나 보일 법한 그런 행복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나도 같이 먹는 입장이라면 같이 행복해 하겠지만, 식재료가 된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 많은 없겠지. 우선은 이 행위에도 나의 목숨이 달려있으니깐.
“맛있어 !”
“진짜로 맛있다니깐.”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모를까봐 친절하게 육성으로 설명해주기 까지.
그러니깐 식재료한테 굳이 표현할 필요 없다니깐.
난 어차피 내 피가 맛있는지는 평생에 걸쳐 알일이 없으니깐.
입가에 흐르는 피는 좀 닦고 얘기하고, 아예 입에 머금은 피가 밥풀 튀듯 튀니깐 그냥 식사 끝나고 우리 대화하자. 응 ?
일그러진 미소로 그녀들의 외침에 대답하고, 나는 그녀들이 나의 팔을 놔줄 때까지 한동안 그 자리에 바보처럼, 멍청하게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도레의 피밖에 없어 진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빠 피가 제일 맛있어.”
들어도 순수히 기뻐할 수 없는 미묘한 칭찬이 이어졌다. 이렇게 말해 줘도 기뻐할 수 없는 것은, ‘그러니깐 다음에도 마시게 해줘야 되.’ 라는 속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 틀림 없다.
이 남매 관계라는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하위. 카스트 제도로 따지면 두명의 브라만을 혼자서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수드라쯤에 위치한 나.
‘시도레.’
바흐나, 베토벤이 할아버지라도 손자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주지 않을 것 같지만 명실공히 나의 이름이다. 사람의 육성으로도, 피아노의 건반으로도 부를 수 있는 나는 3명 밖에 없는 관계 속에서도 만년 하위. 언제까지고 하위를 고수하는 현세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다.

그래.
왜 이제 내가 그녀들을 누군가에게 소개해주는 것에 매우 거부감을 드러내는지 알았겠지.
시나와 미나 이 두 자매는.
흔히 말하는 흡혈귀.
즉, 피를 마시고 사는 동물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평범한 인간을 소개해 주는 일은 어쩌면, 먹거리 알선을 하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1)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나에게 이번 일은 그 어느때 보다 훨씬 갑자기, 그리고 은근슬쩍 다가왔다. 그 거리감이란 3년 내내 같은 반이었음에도 말 한마디 나눠 보지 않았던 친구와 버스 2인석에 나란히 앉아 등교를 하는 정도. 이제는 말을 걸지 않고 계속해서 어색한 것이 오히려 정상이여아 할.
그랬을 터인데.
“……뭐지.”
팔랑하고, 핑크색으로 된 종이가 사물함의 문 사이에 꽂혀 있었던 듯, 첫 교시 교과서를 꺼내기 위해 사물함을 열었던 나의 앞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줍고서 자세히 보니 이건.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핑크색 편지 봉투에 밀봉 부분에 빨간 하트 스티커가 붙여져 있더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흉물은 아닐 것이다.
왜냐면 나에겐 달짝지근한 학창 생활이 너무나도 어색하기 때문에. 그리니깐 지금까지 어색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색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러니 핑크색에 누가봐도 여성의 귀여운 글씨로 ‘시도레님 귀하’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이 이름 마저 나를 뜻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암호라면 분석해야 할 것이고, 실제로 나의 이름이라면 어떤 협박인지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편지의 내용이 러브레터를 가장한 협박이라면 우선 무엇을 어떤 근거로 협박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그 귀엽기 그지없는 정사각형의 자그마한 편지 봉투를 개봉했다.
-전략 이 편지는 협박을 위하여 쓴 것이 아님은 물론, 어떤 암호로도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명시합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편지지에 적힌 글자를 세세하게 읽어 보았다.
하도 피를 빨리니 시력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건가.
-다시 한번 보셔도, 지우개로 지우지 않는 한 편지의 내용이 바뀌지 않는 것도 명시합니다.
잘못본게 아니구나….
두 번째 줄은 훨씬더 가관이었다.
마치 나의 심리를 모두 파악한 듯한 귀여운 글씨가 내 행동을 예측한 프로파일러가 수작을 부린 고도의 위장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마른침이 넘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나는 나의 정체를 꿰뚫고 있는 이 편지의 주인과 홀로 맞서싸우는 고독한 싸움을 개시한 것이 아닐까.
쓸데 없는 긴장감에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귀하의 훌륭한 자태와 외로움을 상징하는 듯한 그 외모에 반했습니다. 부디 저와의 교제를 고려해 보심이 어떠하실까요.
편지의 내용은 간단하게도 여기서 끝이 났다.
고도의 훈련을 거친 프로파일러가 자신의 솜씨를 뽐내며 고백을 해온다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본적은 없지만, 만약 도용하겠다면 말리고 싶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꺼림칙하다.
들어갔던 힘이 쪽 빠지고,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협박을 위한 편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용상으로는 그 반대다. 협박의 반대가 애정이라는 것은 사실 고려해봐야 될 문제긴 하지만, 느껴지는 긴장감으로 따졌을 땐 그 반대라는 표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내용은 어찌됫든 진짜로 러브레터인가.”
입으로 내뱉고 놀랐다. 자신의 목소리로 듣고서야 이 편지의 정체가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러브레터.
꿈에서나 보았을까. 아니, 난 항상 꿈을 꾸지 않을 정도로 깊게 잠이 들기 때문에 꿈에서는 아니다. 그럼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발매한 영화나 방영한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소품일까.
요즘 세상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법이면 어느나라 어디에 어떤식으로 살고 있어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법이다. 어느 구닥다리가 이런 방식으로 고백을 해오겠는가.
잘 못 읽지 않았는지 다시 읽고, 정사각형의 조그마한 편지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직도 의심하는 당신이 저는 더더욱 좋습니다. 방과후 교사 뒤편의 창고 옆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편지지의 뒤, 아무런 그림도 없고 그저 하얀색의 바탕위 한 가운데 적힌 글씨는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 이건 고백이냐 협박이냐를 떠나서 일종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다가왔다. 세상 어떤 고도의 해커가 남의 감정까지 훔쳐본단 말인가. 약하게 소름이 돋았다.
“도레야 ~”
짝 하고, 등을 펼친 손바닥으로 때리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나의 주변엔 어찌 이렇게 정상적으로 말을 걸어 오는 인간이나 괴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쓴 웃음으로 그 친구를 돌아보았다.
“아, 응 진하야.”
나와 머리 하나는 차이날 것 같은 186의 훤칠한 키에 겨울에도 체육복 반바지에 바르셀로나 축구팀의 유니폼을 입고서 점심시간마다 뛰쳐 나가 열정적으로 축구를 할 것 같은 남자다운 외모, 스포츠 머리, 구릿빛 피부가 눈에 띄었다.
‘이진하.’
반에서 유일 나에게 어떤 사심도 가지지 않고 다가와줬기 때문에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사는 나라고 할지라도 기억하고 있다. 특히, 어디에나 녹아드는 자유로운 회화의 소유자라, 나와는 정 반대로 이미 전교단위의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 머리 안, 진하의 데이터베이스 첫줄이었다.
“수업 곧 시작 하는데 뭐하…. 우왓 ! 그거 러브레터냐 설마…?”
진하는 내 손에 들린 작고 귀여운 편지지로 눈을 돌리더니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귓속말로 조근조근하게 호들갑을 떨었다는 것이 그가 가진 인기의 모토인 상냥함일지 모른다. 행여 큰소리를 질렀다간 주위의 쓸데 없는 이목을 사게 될 것이라는 그의 배려가 섞인 행동일 거다.
“아니, 모르겠네.”
피고백인의 심리를 꿰뚫은 프로파일링이 섞인 문장을 요즘은 고백이라 부르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건 러브레터가 맞겠지만.
“잘나가는데 ~ 짜식 ~.”
팔꿈치로 내 허리를 부근을 툭툭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의 행동이 밉지 않은 것은 그가 분위기를 잘 읽고 그에 맞춰 행동 해오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잘나간다라….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너에게도 봄날은 오는구나. 그에 비하면 나같은 놈은…. 크흑 !”
진짜 눈물이 나는 듯 한손으로 눈가를 가리기 시작했다.
행동 하나하나가 크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다. 보는 이들이 질리지 않는 것.
그리고 애초에 진하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여학생들에게 고백을 받는 처지다. 그런 그에게 학창시절의 봄날을 뜻하는 연애따위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것이다.
그래도 그 호들갑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냐면 실제로 자신은 정말로 슬퍼보였기 때문에.
“종 치겠다.”
하지만 분위기를 잘 못 읽는 나는 그저 그 정도의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어색하게 맞장구칠 자신조차 없다. 진하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사물함에서 책을 빼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난 손에 들린 편지지를 버리지도 어쩌지도 못한채 1 교시 교과서만 빼서 자리로 돌아갔다.
방과후에 어쩔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그래서, 방과후다.
대한민국 학생이 그저 우민이었던 시절의 야간 자율 학습은 이미 여러 수도권 고등학교에서는 없어진지 오래다. 8교시까지만 마친다면 그 이후는 자유다. 물론 대다수의 고등학생은 8교시 이후에 이어지는 도서관, 독서실, 혹은 학원까지 모두 갔다와야 자유 시간이겠지만. 아마 고작해야 한시간 ? 길면 두시간 정도의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24시간 중 마음데로 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두시간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어린 학생들의 정신과 신체를 얼마나 혹시 시키는 것에만 특화되어 있는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증거다.
하지만 나나 누나, 동생은 그럴 필요가 없다.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닐 필요가 없다.
우선 그녀들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비 정상적인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몇 백년을 아니 어쩌면 불로불사 일지 모를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억지로 뇌의 활동량을 증식시켜 뇌의 거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게 발달되어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강제로 뇌의 활동을 조정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경우엔 발달 시켰다라고 보는게 옳겠지.
그리고 나의 경우는 사실 이나나 미나 누나보다 훨씬 더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설명은 여기까지 인 것 같다.
이미 교사의 뒤편에 도착해서 누군가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던 이곳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레님…?”
등 뒤로 어딘가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듣는 그 목소리에 혹시 나는 이 고백 이벤트가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하는 - 구체적으로는 누나나 여동생 - 가능성을 지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적어도 나를 싫어하는 다른 누군가의 소행도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 진 것은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 보았을 때 확실해 졌다.
작은 손으로 입을 가린채 고여있는 눈물이 지금이라도 당장 떨어질 것 같은 가녀린 인상의 여학생이었다. 사실, 알고 있다 그녀가 누군지.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하찮은 장난질이라면 눈 앞의 그녀까지 섭외했다는 것에 나는 오히려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고작 나 하나를 낚으려 노력한 것의 결정체가 이 여자라면 마땅히 박수를 쳐주어야 하고 말고.
“와 주셨군요….”
고여있던 눈물이 눈물길을 따라 볼을 얌전히 흐르기 시작했다.
울고 있다. 나로 인해 눈 앞의 이 여자가 울고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정초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교내 유일, 인간으로서도 유일하게 나의 남매들에게 외모로 지지 않을 것 같은. 그렇기에 남매들에 못지 않게 학교에서 많은 신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다.
“설마…. 편지를 꽂아 둔게 ?”
“네, 저랍니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품위가 담겨있어 본의 아니게 뚫어져라 쳐다보게 만들었다.
그래, 그게 너라서 난 지금 더 혼란이 오는 것이지만.
“어째서 ?”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어째서 나야, 어째서 이런 짓을, 어째서 너야. 기타 등등.
어쩌면 책망하는 듯한 말까지 섞여 있는 그 질문에도 그녀는 곱게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것은.”
아까도 설명했다 싶이 그녀는 교내 유일 남매들과 어느 부분을 겨뤄도지지 않을 것 같은 여성이다.
“제가.”
지금껏 나와의 접점은 0. 몇 번의 스침을 접점이라고 칠수 있다면 0.001 정도라고 표현해도 좋다. 무관계에 앞으로도 평생 어떠한 관계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그녀다.
“당신을.”
‘신지희.’
“사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를 맞춘 듯 불어오는 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칼을 흩날리게 했다. 흩어져 있던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어지러이 그녀와 나 사이를 수 놓았다.
반듯한 이마 아래로 그려놓은 것 같은 유려한 눈썹. 그 아래로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별이라고 가져다 놓은 듯한 눈동자. 사이로 미끄러지듯 고운 곡선의 낮지만 귀여운 콧날과, 올망졸망해서 깨물고 싶은 옅은 적색의 입술. 하나같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그녀는 옅게 웃으며 나에게 고백해왔다.
짧은 18년. 난생 처음 듣는 그 고백에 나는 정신이 아늑해져왔다.
하필, 지희라니.
왜 하필 그 대상이 지희 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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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는 실수로 띄어쓰기 안한게 아니라 이나랑 미나의 합친말 .. 입니다 핳핳. 조금의 언어 유희..

6번째 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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