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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여신님 강림주의보!
글쓴이: 소위
작성일: 12-02-07 16:32 조회: 2,902 추천: 0 비추천: 0

여신님 강림주의보 !

프롤로그

죽음이란 뭘까.

17세의 창창한 젊은이인 나로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기가 넘치면 넘쳤지, 진지했던 적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죽음 같이 진지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리 없다.

죽음이 진지한 주제라는 인식 정도는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나는 일부러 생각하길 피했다. 별로 진지해지고 싶지 않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그저 단순하게 여기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 거다. 무덤덤해졌다. 삶의 무게를, 죽음의 무게를 깨닫지 못했다. 그러니까……

“너는 죽었어.”

그 말을 듣고서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밤. 들 쳐진 커튼 사이로 달빛이 어슴푸레 들어오는 거실. 나는 눈앞의 소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네?”

당황한 나머지, 나보다 어려보이는 소녀임에도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너는 죽었어. 그러니까 내가 온 거야.”

차분한 말투로 그런 말을 하는 소녀는 무표정했다.

환상이었다.

달빛을 등진 소녀.

나보다 몇 살은 어려보이는 아담한 체구. 매끄러운 백은빛 장발과 흰 피부.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 그 외에는 상복같이 온통 검은 색이었다. 하지만 불길하다기보다는 정숙한 이미지다. 한복처럼 기다란 소매를 가진 드레스와 거기에 달린 기다란 기장. 드레스의 짧은 길이와 스타킹에서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거기에 모자 장식이 달린 머리띠.

한동안 소녀의 환상적인 모습에 말을 잃고 있던 나는 이렇게 물었다.

“너는 누구야?”

나보고 갑자기 죽었다고 하는 말을 그냥 믿을 수는 없다. 죽음이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별다른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자 소녀는 무덤덤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저승사자.”

내가 생각하던 저승사자의 이미지가 아닌데……. 저승사자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코스튬 플레이라고 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옷차림이잖아. 어이가 없어진 나는 소녀가 장난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장난하지 마. 내가 죽다니, 이렇게 살아있는데…….”

하지만 문득 떠올렸다.

지면의 느낌이 없다. 서있다는 실감이 없다.

아래를 보니 확실했다. 내 발은 땅에 붙어있지 않았다. 딛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부분은 허공.

“이건…….”

알고 있다. 유체이탈이란 거다. 영혼만이 빠져나와서 의식을 잃은 자신을 볼 수 있는 상태. 그렇다면 분명히 있겠지. ‘나’ 자신이.

금방 찾아냈다. 십 센티 이상도 떨어져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건 의식을 잃은 내 모습이 아니었다.

“최창연. 나이 17세. 고등학생. 가족은 모두 해외에 거주. 사인은 자취하는 저택의 무단침입자에 의한 살해. 칼에 찔렸구나.”

내……시체였다.

대자로 뻗은 채, 가슴께 위로 한 손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네……?”

“너무 끔찍한 장면은 생략을 위해서 모자이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방송에 나가도 문제없다고 생각해, 라고 덧붙인다. 아니, 보통 시체를 방송에 내보내지는 않잖아. 저승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모자이크에 가려진 부분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아무래도 소녀의 말대로 칼에 찔린 듯하다. 우와, 칼에 찔려 죽다니. 내가 생각해도 고져스……. 피가 이렇게 흥건한 건 처음 봐. 아무래도 심장에 정확히 크리티컬 히트한 모양이군.

“별로 놀라지 않는구나.”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건 아직 죽었다는 자각이 없기 때문이겠지. 스스로를 그렇게 분석한다. 내 시체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죽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무덤덤. 무감각.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느꼈을 모든 감정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놀랍지 않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한다.

정상이 아니다, 라고.

미쳐있다, 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앞섰다. 나는, 죽었다는 사실에조차 이렇게 무감각하고, 무덤덤하고, 무성의한 건가. 실망을 넘어 조소에 이른다.

소녀가 말했다.

“특이해.”

“그래?”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

소녀는 내 앞으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시체의 앞에 다가와서 무릎을 모으고 단정히 앉았다. 소녀의 몸을 피해서, 바닥을 적신 피가 흩어졌다. 범접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달은 듯이.

소녀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서서히, 유령이 나타나듯 오른손을 기점으로 양옆으로 서서히 무언가가 드러났다. 아무런 빛도 없고, 소리도 없이. 그저 홀연히, 소녀의 오른손에 커다란 낫이 나타났다.

……저승사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유럽산 사신이잖아 그건. 한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섭지 않아?”

커다란 낫을 양손으로 받쳐 든 소녀가 물었다. 나는 무슨 의미로 그런 것을 묻는지 몰라 고개를 기울였다.

소녀의 모습에서 무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것 같은 옷차림 탓인지, 커다란 낫을 들었다고 해서 별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글쎄, 무섭다기보단 그냥……예쁜데.”

불쑥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순간, 저승사자 소녀는 눈을 크게 떴다.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예뻐?”

확인하려는 듯 소녀는 나를 돌아봤다.

“응? 아, 응.”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뭐라고 덧붙일 수도 없이 긍정했다. 소녀는 재차 확인하려는 듯이 물었다.

“무섭지 않아?”

“음……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던 무서운 저승사자와는 좀 이미지가 달라서. 확실히 예쁜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마음이 좀 놓인다고나 할까?”

소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뭐, 예쁘다는 칭찬은 저승사자에게도 통하는 모양이다. 뭐, 내가 죽은 건 둘째 치고(둘째쳐버리는 내 자신이 스스로도 신기하지만), 순수하게 기뻐해주니 나 역시 기쁜데?

소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이 옷은 시험용이야. 사람들이 저승사자를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디자이너인 내가 직접 옷을 입어 본거야.”

“직접 만든 거라고?”

이미지 체인지라는 건가. 뭐,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면야, 저승사자 일이 따분하기도 할 테고. 죽은 사람 안내하는게 뭐 그리 재밌겠어.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걸 보면 매번 가슴이 아팠으니까…….”

“…….”

아……. 내가 안이했다. 죽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저승사자를 이해할 리 없다. 그만 경솔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렇구나.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죽음이라는 건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한 거니까……. 아이들을 데려가야 할 때도 있겠지.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그런 아이들을 데려가야 하는 저승사자의 마음은 대체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없다.

“시험용이라니 아쉬운데. 다른 저승사자들도 이런 옷을 입는다면 죽음도 덜 무서워지지 않을까?”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나처럼 다들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처음부터 죽음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언제 죽는지, 그 죽음이 어떤 건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아무도 죽음을 모른다.

혹시 우리는 모르는 것을 두려워만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모른다는 이유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지만은 않을까? 이렇게 예쁜 저승사자를 본다면 그런 두려움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을 고치게 되지 않을까?

“아이린 보데하이드.”

“응?”

갑자기 말해서 못 알아들었다.

“아이린 보데하이드. 그게 내 이름.”

“아이린……외국인이야?”

농담 삼아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소녀, 아이린이 이미 알고 있을 내 이름을 내 입으로 소개했다.

“나는 창연. 최창연이야.”

1화. 강림하다, 여신님!

“호호, 이 늙은이가 이제 갈 때가 다 된 모양이구먼.”

“문을 열 테니까 이리로 나가면 돼.”

“호호호, 고마워요, 꼬마 아가씨.”

“별 말씀을.”

소녀, 아이린은 양 손으로 든 커다란 낫을 지팡이처럼 몇 번 흔들고는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낫의 날 끝 부분이 반짝 빛났다. 거기에서 흰 빛이 질량을 가진 듯 떨어져 바닥에 쌓이더니 금세 사람의 두 배만 한 키를 이룬다.

“오오, 신기하구먼. 그럼 이 할멈은 이제 가야지.”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잘 만나시구요.”

나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려, 총각도 열심히 하게. 호호, 저승사자가 이렇게 귀여운 줄은 몰랐네 그려. 호호호호.”

마지막까지 호호호호 웃으면서, 할머니는 빛무더기에 덮여서 사라졌다. 빛무더기는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는 민들레 꽃씨처럼 주위로 나부낀다.

좋은 분이시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마치 벌써 밥 때가 다 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농부처럼. 아마 평생을 그렇게 살지 않으셨을까.

“좋은 할머니 같네. 너보고 귀엽대.”

“응.”

아이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턱을 당기는 정도의 고요한 긍정.

‘위령제(慰靈祭)’

혼령을 저승으로 보낼 때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평소도 다르지 않지만 이때만큼은 더 고요하다.

“할아버지는 잘 만나실까?”

나는 언뜻 궁금해져서 아이린에게 물었다. 나는 저승에 가본 적이 없기에 모른다. 어떻게 생겼는지, 죽은 사람의 혼령이 어떻게 되는지. 뭐, 죽어보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린이 대답했다.

“할머니는 결혼하지 않으셨어.”

“어, 그래?”

앗,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할아버지를 잘 만나시라는 둥 멋모를 소리를 하고 말았으니. 뭐,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자매들은 많지만 할머니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셨어. 허리는 굽으셨지만 몸은 정정하셔서.”

그러셨구나. 앞으로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잡으면서 나는 아이린의 말을 경청했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강간당했던 적이 있어.”

“!”

나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할머니는 쾌활한 분이셨어. 그런 일을 겪고도 정신을 회복하는 데에는 빨랐지. 하지만 옛날의 그 일로 인한 트라우마 탓에 결혼은 하지 못하셨어.”

“아이린…….”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은 그녀가 나에게 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있는 일이다.

“그런 할머니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어. 그런데 그 남자는 할머니가 마음을 품고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해버렸지.”

“…….”

보인다. 그녀가 양손에 쥔 낫이 떨리고 있는 것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머니는 채소 가게를 하셨어. 인품이 좋으셔서 가게는 잘 됐지만, 할머니는 삶의 보람이 없으셨지. 그저 하루 일해 하루를 살고, 다음 날 눈 뜨면 다시 하루를 일하고.”

“…….”

미세하지만 느낀다. 그녀의 마음을. 떨리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사업에 실패한 걸 알았어. 판잣집으로 겨우겨우 옮겨간 남자와 그 가족들의 좌절을 지켜보았어.”

“…….”

“할머니는 무명의 이름으로 그 남자의 아들에게 장학금을 내주셨어. 그 아들은 머리가 좋아서 의사가 되었지. 그래서 할머니에게 보답했어. 그 아버지인 남자 역시 할머니에게 고마워했어. 할머니는 그 후로 여러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보태주셨어. 그리고……그리고…….”

“아이린…….”

바닥의 색을 변하게 만드는 물방울이 보인다. 이것이 저승사자가 져야만 할 운명. 사신의 임무.

“얼마 전 암 선고를 받았어.”

“아이린…….”

“처음으로 장학금을 내줘서 의사가 된 그 아들이 할머니의 주치의였어. 하지만 수술이 내일 잡힌 오늘,”

그녀는 나를 만났어, 라고. 아이린은 말했다.

어두운 병실. 푸른 달빛이 창문에 들어와 침대를 비춘다. 부드러운 달빛을 덮고 누워 조용히 잠들어있는 할머니를, 우리는 앞에 두고 있었다. 위대한 삶을 살아오신 할머니를. 아픔을 이겨냈던 한 여자를. 끝까지 미소를 지으며, 강하게, 강하게 살아온 한 명의 인간을.

“할머니의 죽음은……행복으로 가득했어.”

그 말을 마치자마자, 들고 있던 낫이 홀연히 사라진다. 아이린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나는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받아냈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거구나, 너는. 저승사자란, 사신(死神)이란 그런 거구나. 견디기 힘든, 죽은 이의 기억과 고통. 그 모든 것을 안아내는 사신님. 나의 여신.

“이제 괜찮아, 아이린.”

내가 옆에 있어줄 테니까.

「나는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어.」

처음 만났을 때, 아이린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라.

그것이 졸업시험이라고 했다. 그 이후의 설명이 터무니없이 모자랐지만 어떻게든 추리해서 알게 된 사실은 있다.

아이린은 견습사신이다.

처음에는 저승사자라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아무래도 저승사자는 죽음을 주관하는 신, 사신의 역할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같다. 결국 아이린은 신, 여신이라는 소리다. 뭐, 견습이지만.

신의 세계에도 학교가 있는 듯, 아이린은 졸업하기 위해선 졸업시험에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아까 말했듯이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것. 미천한 인간인 나로서는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아…….

“우웅…….”

“응? 뭐야, 일어났어?”

현재 나는 아이린을 등에 업은 채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까까지 눈을 꼭 감고서 잠에 빠져 있었는데,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가 잠을 깨운 걸까.

“집에 가는 중?”

“그래.”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아이린. 아마도 아까의 할머니를 떠올리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신이건 인간이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아이린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몇 가지 설명을 어서 해두도록 하자. 아까 병실에서처럼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위령제’가 저승사자의 일인 모양이다. 그리고 아이린은 졸업시험을 위해서 그 저승사자의 일을 맡아서 하기로 한 거다. 내 추리에 의해서지만 졸업시험은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라’라는 막연한 것일 뿐, 딱히 뭘 하라고 정해져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까 모든 건 아이린의 선택이다.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스스로의 선택.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이린이 선택한 방법.

내가 죽은 이래로, 많은 죽음을 보아왔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의 죽음을 보았다. 자식만을 남기고 사고로 죽은 부모, 다리 위에서 떨어져 자살한 남자, 살해당한 여자…….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기도 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걱정하기도 하며, 개중에는 아이린의 옷깃을 붙잡고 데려가지 말라고 비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린이 위령제를 지낼 때마다 나는 그 옆에 있었다. 언제나 옆에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린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 있다.

아이린은 죽은 사람의 생애를 모두 되짚어야만 한다. 위령제를 올리고 영혼이 저승으로 가게 되면, 아이린은 주마등이랄까, 다른 사람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을 모두 보게 되는 것이다. 아까 할머니의 생애를 나에게 이야기하듯이 되짚는 것처럼.

“출출해.”

아이린이 뒤에서 어깨를 두드렸다. 그 몸짓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 지금 먹으면 잠 못 자.”

“잘 수 있어.”

“살 쪄.”

“안 쪄.”

“뭐 먹을래?”

“군만두가 좋아.”

짤막한 대화가 오고간다. 아무래도 위령제를 지내는 일은 힘을 많이 소모하는 듯, 언제나 그 후에는 뭔가를 먹고 싶어 한다. 매일 위령제를 지내고 나면 쓰러지니까 말이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한 사람의 삶을 모두 떠올리고, 그 충격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나는 기왕이면 재밌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다. 여러모로 힘이 드니까, 배가 고파져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쓰러져서 잠이 든 아이린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나면 배고파 잠이 든 귀여운 어린아이의 얼굴이 완성되곤 한다.

육교 위를 걷는다.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긴 육교. 양 옆으로 보이는 밤의 풍경은 파란 불빛으로 가득하다. 오늘따라 달빛까지도 파랗다. 안심이 되는 색이다.

“창연.”

“응?”

갑자기 이름을 부르고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아이린이 이럴 때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 나는 알고 있다. 언제나, 언제나 위령제를 끝내고 나면 이와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미리 대답한다.

“다시 살아난 거에 후회하진 않아.”

“……응.”

“너도 내가 죽고 난 뒤에 봤었잖아. 내가 얼마나 죽음에 무감각했는지.”

“응.”

“스스로도 놀랐어. 자신이 죽었다는데, 그 사실에 너무 무감각……이라고 할까, 무성의하다고나 할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외국에 나가있는 부모님과 동생도,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도,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조차. 그들을 떠올리지 못했다. 떠올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만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런 건 사람답지 않다. 전혀, 사람답지 않다.

”그러니까 후회 같은 건 안 해.”

후회 같은 건 하지 않는다. 후회하기보다는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아이린.”

“응?”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아이린의 졸업시험인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라’라는 거 말이야.”

“응.”

“아마 나에게도 어떤 졸업시험 과제라고 생각해.”

아마 인간으로서의. 스스로의 죽음에 무감각했던, 그런 인간답지 않은 면모를 발견한 인간으로서의.

“그러니까 나도 아이린과 같이 졸업하고 싶어. 물론 학교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응.”

그럼 됐다. 내 이런 생각을, 마음을 알아주면 됐다. 전혀 폐를 끼치는 것 아니라고. 나를 되살린 건 너의 제멋대로인 게 아니라 내 바램이어서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으니까. 제대로 전해졌다는 기분이 든다.

평소의 매서운 바람이 오늘은 선선하게 느껴진다. 육교를 지나 아파트가 많은 언덕길을 지나면 주택단지가 보인다. 조금 앞에서 우회전하면 우리 집이다. 갈색 지붕의 2층짜리 목조 주택. 마당은 좁지만 어차피 내가 혼자 살던 집이고. 아이린이 와서 같이 살게 되었어도 아직은 넓은 집이다. 빈 방만 세 개는 되니까.

가로등 앞에 다다라 집 방향인 오른쪽으로 돌아선 순간,

“잠깐.”

아이린이 갑자기 소리죽여 말했다.

“왜, 왜 그래?”

당황스런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대체 무슨 일이야?

“가로등 뒤 쪽으로. 빨리!”

“아, 알았어.”

나는 재빨리 가로등의 뒤 쪽으로 향했다. 빛이 비추지 않는 뒤편의 음지로.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린이, 여신님께서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뭔가 있는 거겠지.

“근데 무슨 일이야?”

나 역시 소리를 죽여서 물었다. 그러자 아이린은 머리 뒤에서 쉬잇 하는 소리를 낼 뿐이다. 아이린의 백은빛 머리카락이 볼을 스쳐서 간지럽다. 재채기를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하고 있던 그 때였다.

“이상하군.”

목소리가 들렸다.

칠흑. 그렇게밖에 이야기 할 수 없다. 새까만 인영(人影). 그림자만 혼자 돌아다니는 것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까맣다. 가로등의 조명이 비춰지는 밤하늘 아래의 무대에, ‘그것’은 조명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위치에 서있었다.

“나다.”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가로등에 가려져 그 칠흑의 신체는 절반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 머리를 앞으로 움직여 보려고 하자, 때마침 그 그림자가 가로등의 조명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둘러 몸을 경직시킨다. 다행히 눈치 채지는 못한 듯하다.

칠흑. 검은색의 무늬 없는 야구모자. 새까만 복면 탓에 안광만 번뜩인다. 광택 없는 새까만 점퍼에 마찬가지로 새까만 바지와 운동화. 검은색의 광택 없는 장갑. 그저 그림자로만 보인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체형이 남자 같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불길하다.

“이상하군. 아무 것도 없어. 핏자국도, 시체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3주 안에는 발견되어서 뉴스에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 그래. 뭔가 짐작 가는 일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 전화 상대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리는지 시선을 두리번거리는 남자. 한 순간, 시선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인 것 같다. 금방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무스펠……? 그런가. 알았다.”

무스펠.

그 단어를 듣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소리가 새어나가려던 그 시점에서, 아이린이 뒤에서 손으로 내 입을 가렸다.

“찾는다. 찾을 수밖에 없지. 아마 본거지를 옮겼을 거다. 다시 알아보고 연락하겠다. 그럼.”

스마트폰이 판치는 세상에 아직도 저런 휴대폰을 쓰는군. 휴대폰이라기보다는 무전기에 가깝다. 보이는 것만 해도 무게가 느껴진다. 게다가 그것 역시 새까맣다.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은 남자는 그대로 장갑을 낀 양손을 점퍼 주머니에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쑤셔 박고는 자리를 떠났다. 다행히 우리가 있는 곳과는 반대편으로 갔다.

남자가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고 나서야, 아이린은 내 입을 가린 손을 떼어냈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내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었다.

“아이린……혹시.”

“맞아.”

내 짐작이 맞는다면 저 남자는,

“창연을 죽였던 남자야.”

나를 죽인 살해범……이다.

사신들은 저승사자 일을 할 때는 우선 죽기 직전의 기억을 빼낸다고 한다. 비참하고 충격적인, 그런 아픈 기억이 있으면 그걸 떠올리고 패닉 상태에 빈번히 빠지고 만다고 아이린이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 기억을 아이린으로부터 아직 돌려받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찔렸던 시점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밤중에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온 것까지만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저, 듣기만 했다. 칼에 찔렸다고. 게다가 생각해보면 칼은 현장에 없었다. 범인이 가져갔을 거라 예상한다. 그렇다면 우발적인 행동은 아니란 소리일까. 상처부위에 모자이크처리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어떤 칼인지에 대해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야 나타난 거지?”

가슴 한 구석이 죄어들었다. 갖가지 의문만이 머릿속에서 솟구친다.

“아마도 뉴스에서 나오길 기다렸을 거야. 아무리 혼자 사는 학생이지만 살해당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일단 발견될 테니까.”

“그런가…….”

그 후 뉴스에서 나오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서 범죄현장을 다시 찾았다는 건가. 하지만,

“하지만 사건이 반드시 뉴스에 나온다는 보장은 없잖아?”

단숨에 그런 의문이 들었다. 하루에 죽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뉴스에서 그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죽음이 반드시 뉴스에서 나오게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사건을 저지르면 반드시 뉴스에서 나올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마도, 내 생각에는…….”

아이린치고는 유별나게 말을 끌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 뒷말을 기다렸다. 찔렸던 가슴 부근이 바람에 서늘해지는 걸 느끼면서.

“인간의 뉴스가 아닌 저승의 뉴스가 아닐까 생각해.”

“저승?”

그런가. 그러고 보면 처음 만났을 때 모자이크 처리로 방송에 나갈 수 있다는 둥 하는 소리를 했었지. 아마 그건 저승에서의 방송을 이야기했던 것일까.

“저승에서는 모든 죽음을 뉴스로 방송하고 있어. 인간들과 신들은 시간의 흐름 자체가 다르니까, 하루에 죽은 모든 인간의 죽음 같은 건 인간들이 저녁 8시 뉴스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 소리는 설마…….”

“아까 ‘무스펠’이라고 했던 거, 들었지?”

“……그렇구나, 역시.”

납득했다. 무스펠이라는 단어를 듣고 나는 크게 당황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스펠’은 평범한 인간이 알고 있을 단어가 아니다.

무스펠은, 나를 뜻하는 단어니까.

견습사신이 졸업시험을 위해서 도우미로 선택하는 단 한 명의 인간. 거창하게 꾸미자면 사신에게 선택받은 존재. 죽음을 맞이했지만 견습사신의 졸업까지는 되살아날 권리를 갖는 존재. 그것이 무스펠의 의미다.

“그렇다면 저승과 관련이 있단 소리야?”

“맞아.”

아이린은 칠흑의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제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 뭔가가 남겨져 있는 것처럼.

모르겠다. 단순히 그런 생각만 들었다. 어째서 지금 와서야, 내가 죽었다는 실감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저 아이린이 아직 내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단순히 그뿐일까?

나는……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그저 지금처럼 아이린의 졸업시험을 돕자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게 된 무스펠이라는 존재로서.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어떨까. 나는 인간으로서의 내 자신은 생각해오고 있었던 걸까?

인간으로서 살해당한 최창연. 자신을 대체 누가 죽였는지에 대해서 기본적인 의문조차 품지 않고, 죽은 이래 그냥 살아왔던 것이다. 웃기지도 않아, 정말이지. 나를 죽였다는데. 나는 그것조차 신경도 쓰지 않았어. 그래놓고서 이제 살해범이 앞에 나오니까 이런 정신 상태다.

“내릴래.”

어깨를 두드리는 감촉에 사고에서 벗어난다.

“아……, 응.”

나는 무릎을 꿇어 아이린이 내리기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아이린이 땅 위에 발을 딛는 소리가 들리고 몸을 뗀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무릎을 반쯤 폈을까,

등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이린이 등 뒤에서 나를 안았다. 누군가가 뒤에 있다는 것에, 나는 이런 따뜻한 감촉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뒤에 서있는 것은 무섭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달랐다. 뒤에 있는 것이 설령 사신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린이라면 무섭지 않다.

“아이린.”

“응?”

“나는 또다시 죽게 되는 거 아닐까?”

“무스펠은……죽지 않으니까 괜찮아.”

이미 나는 죽었으니까. 무스펠이 된 이상, 나는 더 이상은 죽지 않는다. 죽음을 허락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단순한 살해범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인간적인 걸까?”

“그런 걸 고민하는 창연이 인간답지 않을 리 없어.”

“…….”

그래. 단순하다. 죽게 된 건 어쩔 수 없다. 자신을 죽인 살해범이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을 정도로 자신이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은 스스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자신에서 졸업하기 위해서 아이린을 돕기로 한 것 아닌가. 괜히. 그저 혼란스러워서, 그런 단순한 것을 잊을 뻔했다.

“저승에 대해서는 내가 조사해둘게. 그러니까 걱정,”

“안 해. 나는 아이린을 믿고 있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멋쩍은 말이었다. 아마 창피해서 얼굴이 새빨개졌을 거다. 우와아, 얼굴을 긁고 싶어진다. 머리를 긁고 싶어진다. 다시 생각해보니 삼류 만화 대사가 아닌가.

하지만 그 말이 효과가 있는 듯, 아이린이 내 허리 위로 두르고 있는 팔에 기분 좋을 정도의 힘이 실린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미소 짓는 내 뒤에서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응?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왠지 분위기를 깨버릴 것만 같은, 감동이고 뭐고 없을 듯한,

“배고파.”

“…….”

배가 비었습니다.

그래. 그것보다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그것보다 살아있다는 실감을 주는 건 없다.

만두를 맛있게 굽는 법, 다들 알고 있어? 바삭바삭하게, 먹음직스럽게 갈색 빛이 띄도록 구워주는 거라고. 우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을 센 불로 달군다! 그리고 불을 줄이고 냉동만두를 적당한 양만큼 올리는 거야. 타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지! 약불에서 만두를 좀 오래 구워야 하니까 좀 기다리자구!

그렇게 해서 잠시 휴식이다.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부엌을 나온 나는 바로 옆에 있는 거실로 향했다. 12시를 갓 넘은 시간이지만, 아이린의 배가 비어있어서야 잠을 잘 수 있을 리 없다.

우리 집은 2층 주택이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 거실이 넓다지만 부엌과 연결되어 있어서 넓어 보이는 것뿐으로 그냥 고만고만한 넓이다.

좌식 생활을 하다 보니, 거실에는 소파가 없고 그냥 카페트가 깔려있을 뿐이다.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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