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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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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가방 대신 바구니, 고등학생은 아빠
글쓴이: 서이
작성일: 12-02-06 20:27 조회: 3,119 추천: 0 비추천: 0

기분 좋은 맘으로 하굣길을 걷고 있노라면 발걸음이 당연히 가벼워진다. 오늘도 딱 그런 발걸음. 그렇다고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니다. 단지, 세상이 평화롭기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학교에서 벗어나니 좋은 거다.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한다.
높디높은 가을 하늘에 시원한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붉은 단풍을 바라보고 있자니, 옆구리가 시리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환상의 계절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집으로 가려면 반드시 시장 길을 지나가야만 한다. 그 시장 길을 걷고 있자니 여기저기 신선한 상품들이 바로 포착이 된다.
내 나이 17세. 갓 고등학교의 재미를 느낄 푸릇한 1학년. 요즘 대세를 따라서 기본으로 요리는 할 줄 아는 그런 조금 기특한 남자.
결국, 몸이 반응하기에 시장길 이곳저곳 둘러보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만들어 버렸다.
"아. 500원만 깎아 주세요."
"충분히 많이 깎아 주었잖니? 뭘 더 깎으려는 거야?"
"할 수 없죠."
괜찮아 보이는 채소를 사버렸다. 취미는 장보기인 생활력 있어 보이지만, 깐깐한 남자. 그게 바로 나다.
장을 보고 요리까지 한다고 해서 오해 하지 마시기를. 절대 자취는 아니고, 충분히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일이 바쁘신 것도 아니니 깊이 조사하시지 마시길. 어허! 거기까지.
한가지. 요리와 장보기를 습득하게 된 건.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오늘은 저녁반찬은 간단한 오징어 채 볶음이란다."
어머니가 미각을 잃으셨다고 말하는 것이 편하겠다. 절대로 저 오지어 채 볶음은 평범한 오징어 채 볶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자랑스럽게 자신이 직접 조리한 오징어 채 볶음을 아들인 나에게 내미셨는데.
"어머니, 뭔가 오징어가 이상하게 보입니다만?"
분명,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이상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신축성이 좋아 보인다고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징어 채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어 봤다.
"적절히 베어든 양념에 뭔가 오징어스럽게 질기면서 고무 맛이……."
급히 뱉고 보니 옷에 흔히 쓰이는 흰색 고무줄이었다. 분명, 어제 아버지가 안주 삼아 드시던 흰색 오징어포를 보시고선 흰색 고무줄을 오징어라고 굳게 믿으신 거겠지.
그렇다. 우리 어머니는 미각뿐만 아니라 식재료 구분을 잘 못 하신다. 다른 면에선 완벽하다 싶은 분이신데. 이렇게 보면 있을지 모를 신비주의 신은 참 한 가지 능력을 주면 두 가지를 버리시구나. 응?
그렇게 어머니를 말리고 부엌 금지령을 내렸다. 방으로 가던 도중 거실에 아버지가 소파에서 앉아서 주무신다. 아, 맛보기 담당으로 잠시 기절 하신 듯하다. 아버지, 힘내셨군요!

그렇게 다음날. 아침부터 음식을 차리시는 어머니와 한바탕 하고는 학교에 도착. 그리고 빠른 수업이 진행 되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사실, 수업 내용이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따금 학교를 다녀본 10년차 학생으로서 말하는데 선생님의 신비한 능력을 가지시고 계시는 것 같다. 어쩜 이리 하나 같이 애들을 곤히 재우시는 걸까. 분명, 능력자일 것이다. 나중에 인터뷰를 해봐야겠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활발한 시간. 그건 쉬는 시간은 아니요. 결코 청소 시간도 아니다. 바로 점심시간. 지금 이 상황을 게임에 비교를 하자면, 광전사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는 상황.
우리학교는 급식제도가 자유로운지라 누가 급식을 하던, 도시락을 싸오던, 외식을 하던, 요리를 하던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는다. 아, 가정 실에서 요리하는 건 감독은 하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이하생략. 나의 경우는 도시락이다. 돈 아낀다는 차원으로 아침식사 준비를 하며 만든다.
"지수야. 지수야. 뭐하니?"
"보면 모르냐?"
노파심에 말합니다. 전 남자입니다. 이름이 여자 같아서 그러지 생물학적으로는 XY염색체를 가진 어디에나 있는 그런 남자입니다.
앞서 말했듯. 급식제도가 자유로운지라 저런 녀석들이 존재한다. 밥만 싸서 가지고 오는 하이에나들이.
"무슨 반~ 찬?"
"보면 모르냐?"
"무슨 애가 대꾸가 그러니. 난 그렇게 안 키웠단다!"
"그런 말 하면서 내 반찬 먹지 마! 그리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앞에 있는 친구 녀석이 입 안 가득 밥과 반찬을 오물거리며 먹는다. 얄미운 녀석. 저런 녀석이 내 친구라니.
"오늘도 반찬이 알레강트하구나. 여보. 이제 지수 시집보내도 되겠어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네가 왜 우리 어머니역을 맡는 게야!"
그러면서 다른 반찬을 집어 먹는다. 그렇다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먹고 있는 녀석을 때리자니 내가 나쁜 놈이 될 것 같다.
"안 돼! 지수야? 누구니? 이 아비는 그런 거 용서 못 한다? 시집이라니!"
"넌 그냥 죽어라."
다른 녀석이 오더니 아버지 역을 맡은 모양이다. 다행히 아무것도 안 먹고 있으니 다가가서 팔을 꺾어버렸다.
"포. 폭력 반대."
"하아……."
그렇게 가을바람 한 점 없는 세 명의 남자들이 마주보며 점심식사를 끝냈다.
"가을이다."
"독서하려고?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나는 책상을 정리하며 가시가 있는 한마디를 쏴주었다.
"그게 아니라."
"말처럼 너도 살찌우겠다는 거냐? 할 짓도 그렇게 없냐?"
내가 다시 한마디를 내뱉으니 어째서 인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친구가 보였다.
"나. 가을 탄다."
"그래. 12월에는 부디 겨울도 타기 바란다."
내가 다음 수업 교과서를 꺼내면서 말했는데 어째서 인지 가을 탄다는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었다.
친구를 진정시키고 남은 점심시간을 대화로 때우고 있자니 각종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야. 지수는 애들 잘 돌봐 줄 거 같지 않냐? 요리도 잘하지, 장도 꼼꼼하게 보고 그렇잖아?"
"그것만으로 그리 된다면 요리 학원은 남자들이 붐빌 거야. 바보야."
"아, 진짜. 그렇다는 거지. 뭐, 그럴 일이 없겠지만. "
이 녀석들이. 나를 놀리는 데는 마스터 한 거 같다.
"근데 정말 지수가 내일 바로 결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잊을 수 없으니 그 생각은 날려버려라. 완전기억삭제를 시켜버려."
미성년자는 쉽게 결혼하지 못 하고, 하게 된다면 부모님의 동의서도 필요하니까. 미성년자를 결혼 시키는 막 나가는 부모가 어디에 있으랴? 결코 없다고 믿고 싶다.
"만약에 말이야. 바보야. 쉽게 흥분하지 마. 아마추어같이."
가을 타는 녀석이 나에게 조언을 한다. 가을 타는 녀석이. 가을 타는 녀석이.
"이 아비는 인정 못 해요!"
"너는 그냥 죽어라."
나의 화려한 꿀밤 3단 콤보를 먹여주었다.
가을바람이 나부끼는 창가에 남자 셋이 대화를 그리 끝냈다.
점심시간 이후의 수업은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다고 늘 생각한다. 적어도 머리 아파지는 수학은 참아주길 바란다. 머리에 안 들어오잖아.
간신히, 실눈으로 수업을 버티고 모든 수업을 버텨내니 머릿속에 들어있는 건 오로지 '저녁식사 장보기'로 가득 찼다.
노을 진 학교를 빠져나와 늘 지나다니는 시장 길을 걷고 있자니, 슬슬 입질이 온다.
마침, 내일은 주말이기에 할인된 물품이 많이 나온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재료를 구하는 게 가능하지만, 몸이 힘들어진다.
결국, 시장을 점령한 나는 시장 길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는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또 저질렀구나."
양 손에 들은 봉지엔 신선해 보이는 채소, 생선들이 가득 했다. 지갑을 보니 땡전 한 푼이 없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집에 도착했더니, 현관부터 음식 냄새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아버지가 거실에서 추리소설 보면 다잉메세지를 남긴 시체를 뺨 칠 정도 누워계셨다.
아아, 어머니가 또 저질렀구나. 이럴 때가 아니지.
"아버지!"
양 손에 짐을 내려두고 아버지를 끌어안으니, 아버지의 입에서 작게 말하셨다.
"으. 음식. 하. 지 말. 랬거. 늘……."
진실은 단 하나! 범인은 부엌에 있어! 그리고,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그 정도로 죽지 않으니까요.
큰 맘 먹고 부엌에 들어가니 앞치마를 두른 범인이 보인다. 보아하니, 된장국을 끓이시려고 노력은 하신 거 같은데…….
된장국에 떠 있는 두부가 왠지 딱딱해 보인다. 마치, 고무 느낌이 든다.
"어머니, 뭐합니까?"
미소를 지으시며 아무 말도 안하시고 된장국을 음미할 정도 뜨시더니 나를 '나, 열심히 했단다.'라는 표정으로 국자를 내미셨다.
잠깐, 저 두부들이 이상한데?
"오늘 청소를 하다가 네 방에서 두부가 있지 뭐니?"
국자를 피해서 근처에 있던 젓가락으로 두부를 찌르고 들어보니, 어머나! 지우개다.
"너희 아버지는 눈물 날 정도로 맛있다며 두부를 드시더구나."
나는 바로 부엌에서 어머니를 내 쫓았다. 설마, 지우개를 넣으셨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내 방은 잠그고 다녀야겠다.
된장국을 버리자,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고 저 멀리 소파에 누워서 나를 바라보시는 아버지는 씨익 미소를 지으셨다.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주말. 첫 노는 토요일이기에 등교는 하지 않았다. 늦잠을 자고 싶었으나, 어머니로 인해 아버지가 아침부터 희생되는 것을 방지 하고자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는 다시 잤다.
오전 11시. 거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가니, 어머나!
"아버지!"
아버지가 누워계셨다. 음, 증상을 보아하니 무언가를 드셨다. 이쯤이면 추측은 단 하나!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 내가 준비한 음식이 맞는지 확인 했다. 아뿔싸.
어머니가 어제 자신의 역작(지우개 된장국)을 버리는 것을 보셨기에 내가 다시 자러간 사이에 아침식사준비를 하신 모양이다.
식탁에는 위험물로 추정 되는 토스트가 놓여있다. 속 안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채소들. 향을 맡아보니. 음~
"세정제를 넣었어!"
잼 대신 세정제를 넣으신 모양. 다시, 아버지한테 가서 소파에 눕혔더니…….
"장이. 세척되. 는. 느낌."
바로 아버지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병가를 허락 받고 응급실로 실려 보냈다.
병원에서 아버지를 잠시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밖 풍경은 어느새 새 단장을 하여 단풍구경하기 좋은 날로 변했다.
이따금, 혼자 도시락을 싸서 단풍구경을 해볼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가까워졌다.
아까와 달리 발걸음 속도를 줄여 느긋하게 걷고 있자니, 다리에 무언가 걸렸다. 고개를 내리니
"아빠!"
미아로 추정되는 아이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난 네 아빠가 아니란다. 길을 잃었니?"
대략 두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아빠!"
아이는 아직 말을 덜 배운 모양이었다.
"이 아이 어머니 되시는 분 계셔요?"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서 큰 소리를 치면 다들 바라본다. 하지만, 다들 쳐다보기만 할 뿐. 그냥 지나갔다.
"아빠! 놀자."
순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이봐요. 다들 동시에 쳐다보면 무섭잖아요! 난 이 아이의 아빠가 아니란 말이야!
"착하지? 난 네 아빠가 아니란다."
"아니야! 아빠야!"
내가 외쳤을 땐 다들 무시하며 걸어가더니, 아이가 외치니 다들 무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러분,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서 가던 길을 가세요! 당신들 시선 때문에 내가 죽을 것 같잖아요!
나는 태연하게 굳은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잡고 놓지 않는 아이를 서서히 바라보았다.
아이의 얼굴을 보니 천하태평, 순진무구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자신의 한 발언이 무엇을 뜻 하는지 모르겠지.
"하. 하. 하. 나는 너의 아빠가 아니란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안 들릴 정도로 하지만, 아이에게는 들릴 정도로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크게 말 하려고 하는 걸 포착. 자리에서 빠른 이탈을 시행했다. 집 근처 한적한 공원. 아이의 입막음을 위해 사탕을 사주고 긴 의자에 앉아있다.
"네 이름은 뭐야?"
아이는 닿지 않는 의자에서 발을 흔들며 사탕을 먹고 있다가 나의 질문에 나를 쳐다보았다.
"아빠 딸."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거 같다. 적어도 이름과 이 아이의 어머니를 알아야 파출소에 신고를 할 텐데.
"엄마는 어디 있어?"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 미소를 지으며 사탕을 먹는 아이를 보자니 잠시 말을 그만두었다.
아이가 사탕을 다 먹고, 겨우 설득시켜서 파출소에 갔다. 미아신고를 하고 있자니 나보고 계속 아빠라고 한다. 결국, 오해를 샀고 지금 조사 받고 있다.
"이름."
"아, 글쎄. 전 저 아이의 아빠가 아니라니까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저에게 무슨 아이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 네 맘은 이해한다. 그러니 이름."
내 마음을 이해한다면서 이름 말하라고 하다니.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인가보다.
"그러니까! 전 아니라니까요! 취미가 장보기인 고등학생이 무슨 거짓말을 하나요?"
"기특하네. 장을 다 보고, 내 마누라도 너의 절반만 따라갔으면 좋겠다. 저번에는 솔을 성게로 착각해서 곤란했다니까? 그러니 이름."
씨알도 안 먹힌다. 근데 뭘까? 공감이 되는 건.
그렇게 치열한 말을 하다가 파출소에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지유야!"
한 여성이 들어오면서 소리를 쳤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조사하던 경찰아저씨의 멱살을 잡는다. 응?
"우리 지유 못 봤나요?"
"그. 그게 누. 누군데요?"
아저씨 힘내!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적어도 당신 마누라가 해준 정상적인 음식을 먹고 가야지!
멱살을 잡고 있던 여성은 경찰의 말에 손을 놓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대략 2살 정도에……. 키는 이정도. 이름은 다지유이고요. 외모는 저랑 좀 닮았고요. 전 그 아이의 관계자예요. 공원에서 놀다가 갑자기 아빠 찾으러 간다면서 사라졌어요."
여성의 발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라봤더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외모였다. 여성은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본다.
"이 사람의 눈을 좀 닮았고, 눈썹도 비슷해요!"
응? 뭔 소리지? 내가 생각하고 있을 동안 경찰아저씨는 기침을 하시더니 여성을 내 옆에 앉혔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네요. 저 아시나요?"
"아니요. 금시초문에 처음 뵙습니다."
나도 모르게 여성의 질문에 답했다.
"아, 글쎄 전 저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라니까요?"
나는 탁자를 탁 치며 말했다. 경찰아저씨는 나의 말을 철저히 무시를 했는지, 대답 대신 나와 여성을 번갈아 봤다.
"아, 글쎄 저 아이를 못 봤나요? 상큼하고 2살에 깜찍하고 키는 이정도고 귀엽고 밝은 아이인데."
경찰아저씨는 역시 말없이 번갈아 보더니 어디론가 잠시 갔다. 얼마 안 있다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지유야!"
여성이 아이를 보자마자 바로 이름을 외쳤다.
"엄마!"
지유라는 아이는 엄마라는 말도 가능한가 보다. 근데, 왜 날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거냐고.
"착하지? 자, 너희 엄마가 맞니?"
"응! 아저씨!"
지유는 의사소통이 능했다. 그보다 나랑 대화를 할 땐 아빠 밖에 못 말했으면서.
경찰아저씨는 나를 가리키자 지유는 바로 나에게 달려왔다.
"아빠!"
지유는 나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정말 순수하게.


시간이 좀 지나. 사건은 간신히 해결되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 단풍잎이 더욱 붉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집에 도착했다. 당연히, 집에는 집에 계셨다.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아하니, 아버지도 계시는 거 같다. 발걸음을 옮겨서 거실에 도착하니.
"살려줘!"
어머니가 한손에는 죽, 한손에는 한 숟갈의 죽이 아버지의 입에 다가간 상황에서 내가 등장했다.
나의 기척을 느끼셨는지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시더니, 아버지가 어머니의 방심을 틈타서 나에게 달려오셨다.
당연히, 어머니는 뒤쫓으셨다.
그리고
"아빠!"
잠시 동안, 고요해진 거실. 기나긴 1초가 흐르고.
"지유야!"
아버지는 쓰려지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죽 먹이시는데 성공을 하였으나, 나머지 죽을 담은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리셨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 글쎄. 아니라니까요!"
"지수야. 이 어미가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다."
아이의 이름은 다지유. 나의 아이란다. 2살이며 무지막지하게 귀엽다. 지유의 어머니가 되는 여성의 이름은 김소연. 무려 나와 동갑이란다. 외모가 지유와 비슷해서 예쁘면서 귀엽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내 아내란다. 자칭으로.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그렇게 어머니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했다. 어머니의 음식을 먹고 쓰러진 아버지를 응급실에 눕혀놓고, 나름 가을을 만끽하며 집으로 가는데 어떤 아이가 왔다는 둥. 그 아이가 나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둥. 미아라고 판단하고 파출소에 갔더니 오해 받아서 조사 받았다는 둥. 조사를 받다보니 저 여성이 들어왔고, 여성의 설명을 들은 경찰아저씨는 판단을 내려서.
"아이가 두 분 쏙 닮았네. 부부잖아? 새파란 것들이. 꺼져! 어디서 사랑 질이야!"
이런 소리를 듣고서 쫓겨났다는 둥. 모든 것을 다 설명을 했다만, 어머니는…….
"아가. 할미란다."
지유를 안아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한편, 아버지는
"요리는 잘 하니? 미각은 살아있니?"
생명과 직결되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저것이 생존본능에서 나오는 진실 된 말인 게 마음에 확 와 닿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중요한 게 있다.
"그래서, 저는 어째서 저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겁니까?"
그렇다. 그 이유를 듣지 못 했다. 왜냐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를 따라오기는 했는데 나와 5m를 유지하며 온 것이다. 거기다 내가 말을 하려 하면 얼굴을 붉히며 근처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아무런 말을 듣지도 못 했다. 아버지의 말을 도중에 잘라서 죄송했다만, 이 문제는 내 인생이 걸려 있다.
고등학생의 신분을 만끽 하려는 17세 좀 취미가 특별한 내가 벌써 아버지가 되는 건 무리다. 절대 무리. 우리 사회는 그런 걸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소연은 나의 질문에 머뭇거리더니 드디어 입을 떼려 하는 순간.
"이 할미가 맛있는 음식 해 줄게."
어머니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형광등 100개 켠 발언을 하셨다.
지유는 매우 기쁜 표정을 하는데.
그거 무리입니다! 어머니!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에게는 자극이 너무 크단 말이야! 드시고 늘 쓰러지시는 아버지를 보시면 모르시나요? 마음속으로 외치며 어머니를 격하게 말렸다만.
"너희 아빠는 왜 그러니? 이 할미 삐졌단다."
지유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셨다. 당연하지요! 늘 드시던 아버지도 면역이 생기지 않을 정도이신데!
내가 어머니를 계속 말리고 있자 한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가족은 동시에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고, 그 곳에는 얼굴을 붉힌 채 환희 웃는 17세의 엄마가 있었다.
"지금 웃을 상황이 아닌데? 네가 먹는 순간 응급실에 실려 갈 수도 있어."
분위기를 흐리는 말을 내가 하자 순식간에 입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순간 노래가 떠오르며 옛날 기억이……. 그리고 기억이라는 필름이 끊겼다.
눈을 떠보니 나는 내 방에 있었고, 일요일인 오늘 거실로 나오니 화목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빠!"


저 17살에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빠! 좋아!"


17세의 취미가 장보기인 이 시대의 세련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이 아이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뭔가 생략 된 거 같다고요? 이건 잠시 잠이 깬 다음에 말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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