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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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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공주님 일기
글쓴이: 난레아
작성일: 12-02-06 12:49 조회: 2,759 추천: 0 비추천: 0

"여어, 공주님. 오늘은 리드미컬한 포니테일이야?"

"찰랑거리는 꼬리털 귀여운데?"

예외는 없다. 이미 배를 다 채운 남자놈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나를 보고 히죽거리며 비웃음과 함께 추파를 내던진다.

지금도 뒤에서는 같은 클래스의 여자아이들 3명이 열심히 나의 머릿결을 매만지고 있다. 한 명은 열심히 빗질을 하고, 한 명은 앞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또 한 명은 앞에서 거울을 들고 매우 정중한 모양새로 꼿꼿이 서서 내 얼굴을 빈틈없이 비추고 있다.

매우 일상적인 풍경.

외출 준비하는 공주님과 그 하녀들로 여긴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다만 태클을 걸고 넘어지고 싶은 부분이 존재한다면 배경이 단순한 고등학교의 교실일 뿐이라는 것,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드레스가 아닌 교복이라는 것, 그리고 하녀들이 치장하는 그 공주님이 남자라는 사실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남자다. 평범한 남녀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급 쓰레기 재활용 담당,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일 뿐이라고.

아니, 평범하다는 말은 수리하겠다. 애초에 내 주변을 둘러싼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곱게 나의 머릿결을 정돈하고 있는 어딘가 나사빠진 이 부조리한 시츄에이션만 살펴보아도, 내가 평범한 남자고등학생이라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전혀 설득력과 개연성이 없다는건 나도 이젠 알만큼 알고 있으니.

나는 평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명제에 대해 골치아픈 철학론을 들어가며 나의 존재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피력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사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나는 애써 인간으로서의 다른 개체들과 뚜렷이 구분되어지는 나만의 특질을 설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질은 매우 평범하다. 그러나 전혀 평범한 특질이 아니다.

이게 무슨 엿같은 소리냐고? 앞뒤 없는 단어가지고 모순질 부리는 소리냐고?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내 얘기를 들어봐. 궁금하지? 궁금해 미치겠지? 하지만 그 이유는 전혀 별스런게 아니야. 왜냐면 당신도 몇 년 독한 맘 먹으면 나랑 똑같은 이유로 주변사람들로부터 '하 그 놈 참 이상한 놈일세' 라는 소리를 듣고 살 수 밖에 없을테니까.
그만큼 별 거 아닌 이유지만, 이 별 것 아닌 이유 하나 때문에 만약 외계인의 인간수집 표본에 들어간다면 다른 종으로 특별분류되어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매번 입찰가의 상회를 갱신해낼 소박한 자신 정도는 있다고.

...뭐, 너무 장황하게 서두를 이끌어 냈나.

사실 거두절미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외치기에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게 뭐 어때서?' 라고 피식거리고 웃어넘길 정도로 보잘 것 없는 나의 특질이긴 하다만...

그래도 여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내 생각을 읽어준 당신이라면 그런 뻔한 반응을 보여주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해.

아니, 난 그렇게 믿어.

그러니까... 내가 뭐가 그렇게 특별난 사람이냐면...

머리카락의 길이가 항상 등허리 선으로 유지가 된다는거야.

...

지금 피식거렸지?

아니 괜찮아. 그 정도 반응이라면 나의 수용범위 이내야. 이해가능하다고 생각해. 뭔가 앞에서 했던 말이랑 모순되는 것 같지만. 어이가 없지? 생각보다 너무 평범하지?

하지만 이런 별 것 아닌 특징일뿐이라도,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 같은 건 이미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주변을 벗어나 버리기 시작했단 말이야.

그래, 한 달 전에 우리나라의 온갖 기인들을 불러 소개하는 "토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일이라거나, 각종 신문들의 1면을 까마득하게 장식했던 일, 인터넷 뉴스의 톱 메인뉴스로 소개되었던 일 등등.

요 두 달간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을 벗어난 커브를 그렸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사건의 원인은 바로 이 머리카락이야. 이 빌어먹을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잘라도 잘라도 계속 자라나. 그 길이는 매번 나의 등허리에서 멈추어 버리지. 잘라내자마자 눈에 보이는 속도로 쑥쑥 자라난다고. 세상의 그 어떤 유전자 변이 슈퍼 죽순에 초순도의 탄소 미네랄 워터를 끼얹는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닐거야.

이미 학교도 포기했어. 이 돌연변이 머리카락에 두발제한이라는 잣대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는 심플한 이유로. 물론 납득할 때까지 교장선생 눈 앞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또 잘라버렸지. 그 때 잘라낸 머리카락 길이만으로 아마 우리 학년 복도 끝에서 복도 끝까지 블랙카펫을 늘어놓고도 남았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녀석 때문에 몸의 구성성분에서 무엇이 빠져나갔는지, 한 동안 끙끙거리면서 병자처럼 앓아누워 버렸지만.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난 우리학교 남학생들 중에선 유일하게 두발단속으로부터 면죄부를 부여받았지. 다만 여학생들처럼 머리를 묶고 다녀야 해. 그게 바로 최대한의 타협점이야.

덕분에 아침마다 엄마랑 여동생이 내 머리 묶어준다고 난리법석을 떨었고,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 마다 여자애들이 모여 들어 내 머리카락 만져준다고 요란법석이었지.

물론 남자놈들은 질투심에 눈이 벌개졌지만, 긴 생머리에 대한 여자아이들 특유의 동경심 때문이라는 걸 알고나서부터는 눈도 깜짝 안하더라. 오히려 아까처럼 추파를 던질 정도로 능글능글해졌어.

주변환경은 이런 나를 포용해 주었고, 나 역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음의 안정을 추스리기 시작했는데...

"야! 공주!"

...미안, 나의 왜곡된 시공간을 관찰자 입장에 서서 오롯이 객관적인 눈망울로 또롱또롱하게 선망하고 있는 녀석이 한 명 있다는 걸 깜빡했군.

"오늘이야말로 우리 미스터리 연구부의 명예를 걸고, 너를 입부시켜 버리겠다!"

유연하게 뻗은 종아리를 치맛자락 사이로 내비치며 교단에 건방진 발걸음을 올려놓은 이 여자아이는,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점심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자 교실에 난입해 우렁찬 목소리로 포고했다.

"넌 질리지도 않니?"

"어련하겠어"

"매번 차이면서 고백하러 오는 것도 근성이다"

머리를 만져주던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각각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목소리가 우렁찬 그 녀석은

"천만의 오해!"

라고 소리를 치고서는 손가락을 꼬나들고 내 미간을 가리켰다. 어쩐지 콧잔등이 새빨갛고 덜덜덜 떨리는 손가락이 쥐라도 난 건 아닌가 싶었지만, 기백만큼은 죽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나에게 일갈을 쳐날린다.

"공주!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기 전에 순순히 우리 미스터리 연구부에 들어오라고!"

"싫다"

무척이나 심플한 거절에 이제는 면역이라도 되어버린 것 처럼, 별반 상처받지 않은 얼굴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처억'하는 효과음이 들려오는 듯한 몸동작으로 나에게 얇은 종이뭉치를 들이밀었다.

"읽어라!"

"좋다"

공짜로 준다는데 뭐. 난 거리낌 없이 그 종이뭉치를 받아 들었다.

"크윽, 이 분별없는 놈"

녀석도 이런 나의 반응은 의외였는지, 답지 않게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어쩐지 얼굴은 더 새빨개진 채로.

종이뭉치는 힘을 주어도 흐트러지지 않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철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레포트... 라던가?

"올해 미스터리 연구부에서 발행할 회지의 표본이다"

그렇군. 듣자마자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증발해버렸다.

"읽어 보고 관심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찾아와. 너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 줄테니"

쌍수를 들고 해부해 준다는 말을 잘못한 거 아니여? 이 음험한 녀석들이라면 입부하자마자 문을 잠궈버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모형 총으로 해부침을 발사한 뒤, 피부와 내장을 분리시켜 놓고 포르말린 용액속에 푹 담가버릴 것 같은데.

"그런 건 안 해! 우린 생물부가 아니라고!"

느닷없이 주사기를 들고 음흉하게 웃으며 재갈물린 실험체 1호에게 알 수 없는 용액을 주입하는 흰색 가운을 입은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떠올랐다. 그 사이언티스트의 한 쪽 손에는 생물교과서가...

"연지는 항상 열심이구나"

"공주님도 조금쯤은 바라봐줘야 하지 않을까?"

옆에서는 여자애들이 멋 모르고 떠들어대고 있고.

"누, 누누누누누누가 열심이라는 거야? 난 그냥 부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뿐이라고! 무능하단 소린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게 열심이지 뭐"

"후후후후후, 귀엽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사고회로가 한없이 XY염색체에 가까운지 말빨로는 같은 여자애들한테도 밀리는 모양이다.

우렁찬 목소리와는 달리 이쁘장하게 생긴 주제에 뭔가 부조리하다.

"아,아아아아암튼!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이러고 아직까지 열이 남은 얼굴로 비척비척 문 밖을 나서는 뒷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녀석의 이름은 배연지. 바로 옆 반의 부반장이자 우리학교 미스터리 연구부 부장. 참고로 그 미스터리 연구부는 부원들이 아주 적기 때문에 내년 즈음 폐부될 지도 모른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뜬소문이 매캐한 순환을 낳아서 어느 덧 교내에서 가장 인기없는 부서 중 하나가 되었다던가. 아마도 전통적으로 인기없는 문예부랑 서예부와도 쌍벽을 이룬다는 소문도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만큼 저 가엾은 여자아이는 필사적이었지만.

"자 그럼 공주님, 오늘은 포니테일이야. 파란색 리본으로 소녀틱하게 장식도 했어"

"꺄악, 나도 이런 머리스타일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게 말야, 왠지 부러운데. 여자는 튀지 않게 사는게 미덕이라지만 남자라면 또 다르니까"

이런 입담을 들으며 눈 앞에 들려있는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옆에서는 머릿결을 정돈해준 여자애들 둘이서 뿌듯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고, 거울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푸욱- 떨구며 키득거렸다.

...그래, 맘대로 웃어라. 이게 나도 어엿한 일상이 되어버렸으니까.

깊은 바닷물 같은 푸른색 리본으로 들어올려진 뒷머리를 보고 나는 그만 한 숨을 토해 버렸다.

벌써 두 달전.

그 날을 기점으로 변함없이 내 등허리 부근에서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의 끄트머리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거리낌없이 짓밟아 버리고선, 저 미스터리 연구부장이 탐낼 정도로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격상시켜 그 보상을 무마시켜버린 것이다.

그래, 벌써 두 달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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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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