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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나의 아내는 홍길동?!
글쓴이: 그린아구
작성일: 12-02-02 00:58 조회: 2,433 추천: 0 비추천: 0

조아라에서 활동하는 그린아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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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는 홍길동?!

“흐아악?!”

길고 긴 수업시간에 비해, 잠시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쉬는 시간. ‘마음먹고 제대로 한 번 놀아 볼테다!!’라는마인드로 쉬는 시간을 기대했다가는 반도하기 전에 호랑이 선생이라던지 악어 선생이라던지, 야수나 괴물의 타이틀을 가진 선생님이 특수부대처럼 집입 할 확률 100%.

그런 촉박한 시간에도 한 소년은 매점으로 발 빠르게 뛰어간다.

“여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으아아악! 당신 여기서 일 한지 꽤 되지 않았어?! 알바세요? 대충 무슨 빵을 줘야 할지 고민하지 말란 말이야!!!”

소년은 급하게 빵을 사고 미리 계산하고 준비해둔 돈을 혼란 상태의 매점 아주머니께 건네주고 빠른 속도로 반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어이, 치우천황! 내가 사오라는 빵은 제대로 사왔겠지? 자, 이건 수고비다.”

숨을 헐떡이는 소년에게 동전 몇 개를 던져주는 한 무리의 소년들. 그들은 소년이 한 아름 들고 있는 빵들 중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 가져가서는 자리에 앉자 빠르게 빵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하아. 망할 놈들! 내가 지불한 빵 값 3500원에 비해 달랑 300원? 좋게 말하면 수고비지, 실상은 푼돈주고 삥 뜯기잖아!!’

거친 숨을 내뱉으며 소년은 잔뜩 화를 내며 욕을 내뱉는다. 물론 소년이 빵을 배달해준 소년들이 학교에서 제일로 잘나가기에 속으로 실컷 욕 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조치우.

별명이 치우천황이지만, 실상은 왕따, 찌질이, 셔틀, 빵돌이 등등의 타이틀을 가진, 매번 이런 저런 애들에게 쥐어 터지는 약골 중의 약골이었다.

‘젠장, 젠장! 젠자앙! 빌어먹을 녀석들 나중에 꼭 복수 할테다!!!’

별로 잘못한 것이 없어도 그는 맞아야 했고, 책과 실내화는 항상 사라지고, 짓궂은 장난 또한 항상 그의 몫이었다.

오늘도 맞고, 넘어지고, 걸리고, 물에 흠뻑 젖고 나서 실컷 욕을 들은 후에야 수업이 모두 마치고 소년은 그나마 살만한 집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집에서도 그를 괴롭히는 사람은 가득 넘쳐 나지만.

“다녀왔습니다.”

“치우 왔니? 치우야?”

집에 도착한 치우는 대충 인사를 하고는 자기의 방으로 들어간다. 소년의 어머니가 그를 불러 세웠지만, 소년은 가뿐히 무시하고 방문을 닫는다.

“제길, 내일도 학교에 가야한다니. 학교라는 거 정말 가기 싫단 말이야! 말로는 학교폭력 추방이니 운운하면서 실상은 도와주지도 않고 설상 도와주더라도 보복을 당하기 쉽도록 제대로 비밀을 보장해준다거나 보호관찰 같은 건 아예 하지도 않으면서!”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어느 정도 마른 교복을 벗은 뒤 옷걸이에 아무렇게 던진다. 그리고 곧장 침대로 가서 누우려는데...

침대 위에 누군가가 누워있었다.

“응?!”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은 많아봐야 10살짜리로 보이는 여자애. 귀여운 리본으로 트윈테일을 하고 있고 이불을 덮고 있어서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만화에서나 나올듯한 귀여운 여동생 같은 아이었다.

“이건 무슨 러브 게임 상황인가요? 아니 이건 일본 특유의 여동생 모에인가요? 원숭이 네놈들은 근친에 대해서 경계 대신에 호감 충전 완료란 말이다!!”

뭔가 분노가 폭발해서 이성을 잃은 소년이 소리치자, 소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곤히 자고있던 소녀가 눈을 비비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치우오빠야?”

“서...설마 정말이냐? 금지의 사랑 여동생 루트?”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날뛰던 소년은 소녀의 말에 가까스로 이성을 차리고 놀라면서 말하지만, 어린 소녀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소녀는 여동생의 전유물이라는 세일러복 대신에 하늘색바탕에 흰색 줄무늬의 민소매와 보라색 점들이 가득한, 조금은 짧은 듯한 분홍치마를 입고 있었다.

“심심해. 놀아줘.”

소녀는 환하게 웃으며 소년의 팔을 붙잡으며 말한다.

뭐랄까 하고 소년은 자신의 팔을 붙잡은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귀찮아!”

chapter1. 소녀

“오빠야~ 오빠야~ 놀아주라니깐?”

어린애 특유의 귀여운 사투리가 소년의 귀로 들어온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어린애의 목소리는 시끄럽다.

“이봐, 꼬마 숙녀 아가씨? 저 지금 무지무지 화가 난 상태거든요? 그러니 건들지 말아 주실래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음악의 볼륨을 최대한 올린다. 다소 귀가 울렸지만, 1시간 동안 놀아달라고 조르는 사투리 소녀의 목소리보다는 참을 만 했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젊은 아줌마의 딸이라고? 남편이 없어서 자기가 일을 하느라 애를 볼 수 가 없어서 사정상 우리가 돌봐주기로 했다지만, 난 지금 누구를 돌볼만한 상황이 아니란 말이지.’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음악 감상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으나, 소년의 한 쪽 귀에서 이어폰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느껴오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오. 빠. 야. 놀. 아. 줘!”

소년이 올렸던 음악 소리보다 훨씬 크게, 소녀는 제로거리에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가 울리는 정도를 넘어서 귀가 미친 듯이 아파오기 시작하자, 소년은 짜증이 폭발하여 소녀를 레슬링의 기술처럼 잡아 든 뒤 침대위로 던진다.

“꺄아아?”

소녀는 부드러운 침대 위로 떨어지며 비명을 지르지만, 소년의 귀에는 아파서가 아닌 즐거워서 지르는 비명으로 들렸다.

“한번 더해줘!”

“마조냐!!!!”

소녀가 소년의 말에 ‘마조?’ 라고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맞어? 한 번 더 해준다는 소리야? 오빠야?”

“...나가.”

“아아아? 오빠? 그렇게 밀면?!”

치우는 소녀를 방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닫아 잠가 버린다. 소녀가 방문을 두들기면서 계속해서 ‘오빠야! 오빠야!’ 하고 소리를 쳤지만, 이번에야 말로 치우는 제대로 소녀의 말을 무시 할 수 가 있었다.

“혼자 있는 게... 더...좋다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치우는 침대에 드러눕는다. 스르륵 하고 잠이 몰려왔다.

1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실컷 깨졌다. 대부분이 복싱이니 특공무술이니 학교보다 더 꾸준히 다니는 녀석들이니, 녀석들의 주먹과 발길질에 얻어맞은 팔과 다리가 아직도 얼얼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멍이 들지 않았다는 것뿐.

‘왜, 왜 맞은 거지? 나는 평소처럼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을 뿐인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맞을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 시키는 것은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이유를 들면서 그를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저급 영화라도 그런 이유보다 더 그럴듯한 설정이 있을 것이다.

자기가 무술을 얼마나 배워서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고 싶어서 그를 샌드백처럼 여기고 실험한 것이다.

“오빠야?”

집에 들어가서 문을 열자마자, 엄마는 온데간데없고 옆집 소녀가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치우를 보고 다가온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서 못 놀아 준 건 나도 알고 있어. 오늘은 놀아 줄 수 있지?”

“어째서 네 놈의 대사는 길든 짧든 ‘오빠 놀아줘’가 다냐? ...tv나 봐.”

치우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자 소녀가 쪼르르 달려와서 두 팔을 쫙 벌리고 치우의 앞을 막아선다.

“하지만 맨 날 봤던 건만 나오는 걸?”

하아. 하고 치우는 한숨을 내쉰다. 사실 애들이 보는 채널이라면 어떤 내용이든 간에 무조건7세라는 노란 마크가 달린 애니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틀어주는 곳 일텐데, 했던 걸 계속해서 재방송으로 내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하기는 지루했나 보다.

“후... 나 지금 온 몸이 욱씬거려서 아파 죽겠거든? 그러니깐 비켜줄래?”

지금 치우는 제 정신이 아니다. 몸마저 온 곳이 욱씬거리기 때문에 치우는 혼자 방에 들어가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다.

“아...아파?”

움찔.

소녀를 지나치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치우의 몸이 소녀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정말로 아픈...거야?”

치우는 고개를 돌려 울먹이는 듯한 소녀를 바라본다.

진심으로 울고 있었다.

소녀의 눈은 진심으로 알지도 하루밖에 안 된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그,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그 정도로 심하게 아픈 건 아니니깐 말이야. 그러니깐 단지 조금 쉬고 싶을 뿐이라고.”

치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녀의 눈에서 겨우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그러자 들리는 소리는 덜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으응?”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금속 소리에 치우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요즘 세상에 어린 여자애가 집을 나가서 길을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매우 위험하다. 소녀가 만약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그 책임은 소녀가 집을 나가게 만든 치우가 모두 져야 한다.

젠장. 하고 치우는 재빨리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는 데.

“오빠 이거!”

소녀가 숨을 헐떡이며 문 안으로 돌아왔다. 치우가 나오자마자 소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언가를 치우의 손에 쥐어준다.

치우에 손에 쥐어진 것은 아직 뜯지도 않은 감기약.

치우가 아프다는 말에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들고 온 것이리라.

“엄마가 이거 아플 때 먹으면 낫는다고 했어! 오빠가 아프다고 해서...”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우물거리며 말한다. 아마도 매번 놀아달라고 보채는 자신을 치우가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괜찮아 이런 거 안 먹어도.”

치우는 그렇게 말하며 감기약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고 소녀를 데린 채 집으로 들어온다.

“게임 할래?”

치우는 소파에 앉고서는 자신의 옆자리를 소녀에게 내준다. 그리고 잠시 일어나 거실의 tv에 예전에 어머니 몰래 사놓고서 지금까지 숨겨 놓았던 게임기를 연결한다.

“뿅뿅뿅 하는 거 말하는 거야? 나도 그거 무지 하고 싶었어!!”

치우가 게임 컨트롤러를 소녀의 손에 쥐어 주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이라고 해봐야 미연시라던가 미소녀격투게임이라던가 17세 남자의 사심이 잔뜩 들어간 게임들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소녀가 할 만한 어드벤처 게임을 찾아낸다. 과장된 광고에 속아 샀다가 너무 유치해서 몇 년을 쳐 박아둔 게임이었다.

“나에게 약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었네...”

치우는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소녀를 지켜보며 소녀가 건네준 감기약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아주 오랜만이었다.

치우가 어느 정도 컸을 때부터 치우는 아프면 알아서 약을 먹거나 병원에 찾아갔다. 학교에서 아프면 치우를 엄살 마라는 녀석들만 있지 그에게 약을 주거나 같이 보건실로 가주는 친구 하나 없었다.

그런 그가 아프다고 해서 번거롭게도 치우를 위해 약을 챙겨주는 사람은 어렸을 때 엄마가 약을 손수 먹여 줬던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정말... 오랜만이네. 약을 챙겨준다는 거...’

새근새근.

옅은 숨소리에 치우는 고개를 돌려 음원을 바라본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소녀.

소녀는 피곤한지 게임기를 손에 쥔 채 치우에게 머리를 기대어 새근거리며 자고 있다.

“...고마워.”

치우는 그런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곤히 자고 있는 소녀에게 치우가 중얼 거린다.

2

“오빠 놀아줘!”

“놀이터에 가서 혼자 놀아!”

감기약을 받고 난 후부터 치우는 소녀를 방 밖으로 쫒아내지 않았다. 언제든 소녀는 치우의 방에 놀러 올 수 있었고 전보다

치우는 소녀와 친해졌다, 그것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놀아달라고 조르기에 치우는 지금 매우 피곤한 상태였지만.

“오늘은 의사 놀이 하려고 이렇게 의사 가방도 들고 왔는데?”

“먼저 의대부터 졸업하고 와! 무허가 의사님!!!”

“뿌우!!!”

“뺨 부풀지마. 이번에는 풍선 놀이냐?”

사실 놀아주고 싶은 마음 따위야 충분히 가득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린 여자애와 놀기에는 치우의 나이가 너무나도 많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별이 생겨나는 걸 초등학생은 신기하게 쳐다볼 테지만, 고등학생에게는 외워야 할 시험 범위일 뿐이다.

수준의 차이.

의사놀이는 치우에게는 창피하고 재미없는 놀이 일 뿐이다. 차라리 컴퓨터 게임에서 의사가 되는 게 훨씬 더 재밌으리라.

“치우야. 슬희가 저렇게 부탁하는데 한 번이라도 놀아줘라.”

치우의 어머니가 치우에게 들러붙어서 칭얼거리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홍슬희.

지금 치우를 말도 안 되게 유치한 놀이를 하자고 들러붙은 소녀의 이름이다.

“... 졌어. 내가졌다고. 하지만 의사놀이는 치우고 밖에서 놀자.”

“있지. 있지. 오빠는 오빠의 몸이 두 개. 아니 세 개. 아니 이만큼 생겨나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아니면 한 걸음에 백 걸음을 걸을 수 있거나?”

소녀가 팔로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며 치우에게 묻는다. 갑작스런 생뚱맞은 질문에 치우는 웃음을 터트리며,

“무슨 닌자 만화냐!!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들을 잔뜩 분시들에게 맡긴 다음에 나는 편안하게 누워서 잠이나 잘꺼야....... 그리고 날 괴롭히는 녀석들을 잔뜩 패주... 하여튼 그런 거,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

치우의 말에 소녀는 손가락을 마주치며 우물거리면서 말한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그런 거 할 수 있다는데?”

푸푸풋. 치우의 웃음보가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터진다.

“푸푸푸푸푸풋?!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하신단 말이야? 무슨 마술사세요? 너의 아버지는 알고 보니 전설의 21세기 사이버시노비 인가요?”

“진짜라니까!!!!”

치우는 소녀의 어머니가 소녀에게 장난 일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애기를 철썩 같이 믿는 소녀의 순순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됬어. 뭐 가능할거야. 산타클로스에게 분신술을 쓰게 해 주세요 하면 이상한 술법이 적힌 두루마기를 양말에 넣어줄지도?”

치우는 그렇게 말하며 소녀의 손을 잡으며 길을 걷는다. 소녀는 치우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갖자, 잔뜩 볼을 부풀리고는 뾰로통하게 있다가 근처의 액세서리점에 전시되어 있는 싸구려 반지를 보고서는 진열장 유리에 얼굴을 붙인 뒤 반지를

감상한다.

딱 봐도 가짜 다이아인 유리 세공품이 가운데에 박혀있고 황금 같은 색채를 뿜어내는 반지를 소녀는 눈에 별님을 반짝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2만원? 비싸잖아.’

치우는 전시된 반지의 가격을 보고는 소녀의 팔을 잡은 채 끌어당긴다.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사기에는 너무 비싼 값이다.

“우우웅. 갖고 싶지만, 슬희는 참을 거야. 어른 되서 결혼 할 때 꼭 손에 끼어야지.”

치우가 계속해서 팔을 당기자 소녀는 미련을 버리고 돌아선다. 뭐랄까 어렸을 때부터 물건에 대한 욕심이나 투정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는지, 다른 애들처럼 떼를 쓰지 않고 순순히 포기 할 줄 아는 소녀였다.

“으으음. 참 너 성이 어떻게 됬더라?”

치우의 물음에 소녀는 그래도 아쉬운지 멀어져만 가는 액세서리점에 시선을 향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응. 홍슬희! 제 20대손 홍슬희 입니다!!!!”

“여자는 대손이라고 안 해요. 그러므로 20대손에서 탈락. 그나저나 20대손이라고? 그렇게 홍씨 가문이 역사가 짧다?”

조선시대에 새로 생겨난 성씨라고 생각하며 치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치우는 성씨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전무한 그였다.

3

“이야핫!”

놀이터의 근처로 다다르자 소녀는 치우의 손을 놓고 놀이터를 향해 뛰어간다. 놀이터는 키가 작은 나무가 담벼락처럼 놀이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곳에 설치 된 놀이기구가 꽤 많다고 했었다.

빽빽히 늘어선 나무에 의해서 놀이터 밖에서는 놀이터 안을 볼 수 가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얼른 안 꺼져?!!”

유일하게 나무가 있지 않은 놀이터의 통로로 들어갔을 때다. 그네 근처에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 3명중 한 명이 슬희를 향해 고함치고 있었다.

“석대?”

치우는 3명의 소년을 모두 알 고 있다. 치우와 같은 반이며 치우를 항상 괴롭히는 불량배 녀석들이었다.

“하...하지만... 그네가 타고 싶은걸?”

소녀는 눈물을 훌쩍이며 그네를 점령한 채 담배를 피고 있는 불량배 녀석들에게 울먹거리며 말한다.

‘젠장?’

녀석들이다. 분명 자기를 괴롭히는 그 녀석들이었다.

‘도망가야 할까?’

분명히 녀석들은 자신을 발견하면 다짜고짜 주먹세례를 날리며 돈을 뺏을지도 모르고 심하게 괴롭힐지도 모른다. 녀석들이 치우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도망가는 게 나았다.

“이 쪼그만 한 게 귀여워서 봐줬더니!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답이야?”

‘젠장 할!’

하지만, 이번만큼은 치우는 도망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치우는 녀석들 앞에 나타나기로 마음먹는다.

“어? 치우천황 아니야?”

어느새 다가와 소녀를 감싸며 앞에 나타난 건 치우. 불량배들의 시선이 소녀에게서 치우에게로 향한다. 이정도면 작전 성공에 임무 완수다.

“네 동생이냐? 치우천황 동생 교육 똑바로 안 시켜?”

“야 이 자식 여동생 있었어? 예쁜데?”

녀석들은 히죽거리며 그네에서 일어나 치우에게 다가온다. 치우는 뒷걸음치며 최대한 상냥하게 묻는다.

“여동생은 아니고 옆집에 사는 앤데... 그나저나 슬희가 무슨 잘못이라고 저지른 거야?”

“갑자기 뛰어와서는 우리보고 담배는 몸에 안 좋니 그네에서 비키라드니 아주 건방지게 떠들어 되더라고.”

녀석 들 중 주짓수인지 뭔지 하는 조르기에 특화된 무술을 배우고 학교에서 톱의 위치에 선 석대라는 녀석이 말한다.

“그래서 벌주려고 하던 참인데.. 뭐 아쉽지만 너에게 대신 풀어야 겠다?”

옆에 서있던 덩치 큰 녀석이 치우의 등 뒤에 숨어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며 아쉽듯이 말한다.

“잠...”

치우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주먹이 날아왔다. 그리고 이어서 발차기가 날아오고, 치우가 넘어지자마자 여러 개의 주먹과 발이 날아온다.

소녀는 멀리서 바라보며 울기만 할뿐이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치우가 폭행당하는 걸 그저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친다.

모래와 피 맛이 입에서 느껴진다. 정신이 아늑해지고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올린 팔이 욱씬 거려 온다.

“너희들 당장 그만 두지 못해?”

누군가 신고했는지 경찰이 놀이터로 들어오자 녀석들은 ‘쳇, 오늘은 이정도로 끝낸다.’ 라고 침을 뱉고는 재빨리 도망간다.

“괜찮니?”

경찰이 치우를 일으켜 세워준다. 어차피 맞는 것 따위에는 익숙해진지 오래라서 아무렇지도 않다. 치우는 말없이 그를 무시하고 지나친 사람들과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찰을 뒤로하고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오빠...미...미안해.”

집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소녀는 눈물을 훌쩍이며 치우에게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시끄러. 다 너 때문이잖아.”

딱히 소녀가 잘못한 것은 없고 잘못한 것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치우는 지금 상당히 화가 난 상태다.

소녀 앞에서 보여준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창피하고, 또 자신을 때린 녀석들에게 화가 났다. 그런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섞여서 이상하게도 소녀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생겼다.

소녀가 놀아 달라고 떼를 쓰지 않았다면.

소녀가 놀이터로 달려가지만 않았다면.

소녀가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그러면 이렇게 엿같이 맞을 일도 없었다고!’

그 날 이후로부터 소녀가 찾아와도 치우는 무시했다. 소녀가 와도 방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소녀를 만나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녀는 매일 같이 놀이터에 가서 혼자 놀았다. 그때 그 빌어먹을 녀석들을 만났던 놀이터가 아닌, 깊숙한 곳에 방치 되어 발길조차 끊겨버린 오래되고 허술한 놀이터로.

“슬희랑 무슨 일 있었니? 그리고 저번에 누구한테 맞은 거야?”

“아무 일도 아니에요.”

치우는 그렇게 얼버무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선다.

“......?”

옷을 갈아입던 치우의 손동작이 멈춘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감기약을 꺼내 물끄러미 바라본다.

텅.

치우는 감기약을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는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다.

4

소녀는 매일같이 치우의 집에 놀러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놀러왔다는 과거형이고 현제진행형은 어린이집에 애를 맡기듯이 치우의 집에 ‘맡겨진’ 것이다.

“......”

“......”

소녀가 조심스럽게 쳐다 볼 때마다 치우는 시선을 돌렸다. 소녀의 눈에서 무언가 슬픔이 한 방울이 되어 오래된 마룻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치우는 고개를 돌린다.

‘창피해.’

사실 치우는 소녀에게 화난 것은 아니다. 소녀 때문에 맞았다고 화를 내는 것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치우는 쓰레기 같은 인간일 것이다.

‘난 매일 맞고만 다니고 따돌림 당하는 놈이야.’

치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아무에게나 맞고 다니고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당하는 그런 약해 빠진 놈이다.

‘나 같이 창피하고 덜 떨어진 놈이 뭐가 좋다고 놀아 달라는 거야?’

소녀는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 한다. 뭐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별 볼일도 없는 그에게.

약해 빠진 인간쓰레기 같은 그에게.

소녀는 자꾸만 부드러운 손길을 내밀었다.

‘난 쓰레기라고...’

쓰레기.

그것이 바로 소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년의 위치이자 소년의 운명이었다.

“치우천황 너 개자식 일로 와봐.”

오늘도 마찬가지로 체육시간이 끝나자마자 한 녀석이 해태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체육시간에 두고 갔던 지갑에서 돈이 사라졌다는 게 이유이고 녀석은 아무런 물증도 없이 다짜고짜 치우를 범인으로 몰아 세웠다.

“너지 개자식아! 네 놈은 예전부터 돈 잘 훔치고 그랬었지? 앙? 말하라고 이 쓰레기야!”

“나, 나는 몰라... 난 돈을 훔치거나 그런 적이 없...”

무언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말을 다하기도 전에 녀석의 주먹이 날아든다.

“너 이 새끼 나중에 또 훔치다가 잡히기만 해봐. 그땐 죽음이다.”

한참을 치우에게 주먹질을 한 녀석이 분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땅에 침을 뱉고는 치우의 멱살을 거칠게 놓는다. 그 바람에 치우는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찍는다.

‘끝났나?’

치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 안에서 느껴지는 피 맛에 피가 섞인 타액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모든 일에 원흉은 무조건 그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범인으로 몰리고 욕을 하고 구타하고 돈을 뺏는다. 그가 범인 이라는 증거도 없었고, 가끔은 자기가 물건을 잃어버리고선 도둑이라고 때리고서 나중에 찾으면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갔다. 따지기라도 한다면 네가 원래대로 돌려 놨겠지 하면서 주먹만이 나라올 뿐이다.

억울했다.

단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쓰고 개잡듯이 맞아야 하는 게 너무 억울했다.

‘제기랄!’

치우는 작게나마 욕설을 내뱉으며 바닥을 향해 주먹을 쿵 하고 내질렀다.

“그 정도로 되겠어? 네가 그렇게 설렁설렁하니깐 이자식이 손버릇을 못 고치는 거야.”

분이 풀려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던 녀석에게 어느 샌가 다가 온 석대와 그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녀석들이 다가왔다.

“안 그래도 내가 어제 오토바이를 타다가 어떤 놈들한테 걸려서 된통 당해서 기분이 엿 같았는데 말이야. 오늘 네놈 빠진 군기나 잡으면서 풀도록 하지.”

석대가 웃으면서 말하자, 어느새 두 명이 치우의 등 뒤로 돌아가 치우의 몸을 포박한다.

“잠......?!”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치우에게 석대의 무서운 주먹이 들어온다. 녀석이 내지른 곳은 급소를 피한 다고는 했으나 상당히 급소에 근접한 곳이었다.

컥- 하고 치우가 신음을 다 내뱉기도 전에 녀석의 조르기 기술이 들어온다.

어느 정도 운동을 배워두지 않은 사람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졸도 할 수도 있는 프로 기술이 약골 중의 약골 치우에게 걸린다.

치우의 표정이 변하자 곧 바로 악몽 같은 조르기 기술이 풀렸지만, 혈색이 돌아오기도 전에 다시 주먹과 발이 날아온다.

이번에는 석대뿐 만아니라 치우를 붙잡고 있는 녀석과 재밌겠다며 모여든 녀석들이 단체로 치우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왜...왜?’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왜......에.....’

녀석들은 흥분한 나머지 치우가 정신을 잃어 가는 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발길질을 해댔다.

‘제...젠장.’

결국 치우는 정신을 잃고 만다.

5

“아마도 댁의 아드님이 애들에게 오해를 받고 맞은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렇게 합의가 잘 되서 다행입니다.”

한 중년의 경찰의 말을 끝으로 치우의 엄마는 치우를 데리고 경찰서로 빠져나온다.

치우의 엉망이 된 몰골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 치우의 어머니는 치우 몰래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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