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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엘릭시르 (Elixir)
글쓴이: 달추
작성일: 11-09-16 05:49 조회: 3,100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오늘은 이상하게 운이 좋은 하루였다.

아침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날아갈 듯이 가뿐했다. 수압이 약해서 할아버지 오줌발마냥 쫄쫄대던 샤워기가 오늘따라 힘차게 물을 뿜어냈다. 학교에는 평소보다 훨씬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었고, 이상하게 수업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점심밥은 어째선지 평소 맛보기 힘든 고기반찬. 거기에다 오늘은 숙제조차 없다. 그리고 오후 마지막 수업은 담임선생님이었는데, 덕분에 수업종료와 동시에 종례를 하고 하교. 평소보다 적어도 20분은 빨리 끝났다.

……나만 운이 좋았던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우리 반의 운이 좋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 기분이 좋으니까.

아무튼, 지금까진 괜찮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학교에서 집까지 느긋하게 가면 거의 30분 정도가 걸린다. 이 30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거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갑자기 데X노트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서는 내 이름을 적고 유유히 떠날지도 모르고. 그러면 난 그냥 그 자리에서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엑스트라 1로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거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지만.

그나저나 덥다. 아무래도 지대가 높다보니 여름은 집에 가는 게 너무 힘들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르막길도 끝이지만, 원래 끝이 보일수록 더 힘든 법이다. 몸은 무겁고, 느낌으로는 한 걸음이면 끝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더 걸어야 되는 그 감각이 너무 힘들다. 예전에 친구한테 그런 걸 말했더니,

“아주 배가 불렀구나, 너.”

그리고 맞았다.

참고로 그 녀석은 등하굣길에 1시간씩 왕복 2시간을 쓰는 녀석이었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다음은 내리막길이 나왔다. 이대로 10분 정도만 걸으면 내가 사는 아파트가 나온다. 방금 올라왔던 길보다 경사가 완만했기에,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느긋하게 집을 향하는 걸음을 내디뎠다.

동시에 머리 위에서 뭔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랄까, 설명하기 힘든 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말하자면 삑, 이랄까 쉭, 이랄까? 그 중간 정도 느낌의 소리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순간이동한 사람이 나타나는 소리. 그렇다는 건 내 머리 위에 사람이나 물체나, 아무튼 뭔가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까지 분석을 마쳤을 때 그 뭔가의 체공시간이 끝났다.

그 뭔가는 그대로 내 위로 떨어졌고, 내리막이라 약간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있던 나는,

“우와악?!”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지 않은 덕분에 얼굴과 아스팔트가 격렬한 애정표현을 하기 전에 겨우 바닥을 짚을 수 있었다. 물론 급충돌은 모면했지만 내 허약한 팔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덕분에, 1초도 안 돼서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박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무슨 상황이지? 운수 좋은 하루의 마지막이 이 꼴이라니. 내 하루의 마무리가 머리 위에 떨어진 뭔가 때문에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아니,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으니까 일단 일어나자.

내 등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침입자를 겨우 밀어내고 일어난 나는 이 더운 날의 테러범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내렸다.

“……흠.”

일단 눈을 비볐다. 아마 머리 위에서 떨어진 저거……아니, 저 사람 때문에 시신경이 미친 걸지도 모른다. 있는 힘껏 눈을 비빈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눈을 떴다.

거기에는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가 누워 있었다.

그래서 일단 다시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떴다. 뭐라고 형언하기 힘든 예쁜 여자애가 여전히 누워 있다. 저 정도로 희고 고운 피부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그런 주제에 전혀 창백하다거나 아프다는 느낌 없이 건강해보일 수 있다는 것도 방금 처음 깨달았다. 검은 머리랑 흰 피부가 이 정도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도 방금 알았다.

……아니, 잠깐,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멍하니 넋을 잃으려던 정신을 부여잡고 황급히 그 애 곁에 다가갔다.

“정신 차려요!”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다. 난데없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데다 기절한 상태라는 걸로 봤을 때 아마 순간이동 사고일 거라고 생각한다. 딱 8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꽤 빈번했었다. 순간이동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몰라도 당사자는 전혀 원하지 않는 곳에 기절한 상태로 나타나서 떨어지곤 했다. 어디서 떨어질지는 본인도 모르는데다, 고도마저도 랜덤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본의 아닌 투신자살이 되기도 했었고.

결국 사고자들의 공통점이 급박한 상황에서의 순간이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는 뉴스에 나올 정도의 일은 없어졌다.

열심히 여자애의 어깨도 흔들어보고 머리도 흔들어봤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이건 좀 위험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는 모양이지만, 방금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머리에 이상이라도 생겼다거나 하면 곤란하다.

그럼 일단 병원이다.

“……생각보다 가볍네.”

팔을 잡고 일으키자 생각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일으킬 수 있었다. 일단 팔 힘만으로 들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등에 업고, 난 그대로 내리막길을 질주……는 못하고, 최대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하늘에서 여자가 떨어졌다. 그것도 무지 예쁜.

이건 아직 오늘의 운이 끝나지 않았다고 봐도 되는 건가……?

-1화-

우리 집은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대웅 아파트 1층이다. 싼 맛에 들어오긴 했지만, 도대체가 이 아파트는 정이 안 간다. 도대체 수도 배관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우리 집만 수압이 약하고 다른 집은 다 멀쩡하다. 덕분에 그렇게 오래 씻는 것도 아닌데 샤워 한 번에 상상도 못할 시간이 걸린다. 겨울에도 이 약한 수압 덕분에 아침에 따뜻한 물로 씻기가 힘들다.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찬물보다 훨씬 약하게 나온다. 찬물이 쪼로록 하는 느낌이라면 따뜻한 물은 쫄쫄쫄 이라는 느낌이다. 뭐, 오늘은 무슨 일인지 멀쩡하게 잘 나왔지만.

아니, 뭐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중요한 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는 사람뿐이다.

“저기……아까도 말했지만, 할 말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해.”

“…….”

글렀다. 벌써 30분 째 이 상태다. 아까 병원에 가던 도중 깨어나서 병원은 안 된다고 말하곤 다시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일단 집으로 오긴 했지만……아니, 진짜로 기절하고 있긴 했던 걸까?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 좋게 일어나서 할 말만 하고 다시 기절할 수가 있지?

아무튼 집에 왔더니 또 금세 깨어나서는 배가 고프다고 하기에 밥을 차려줬다. 다 먹고 나서는 계속 관찰하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어딘가의 목차 씨는 최소한 사람 위에 떨어지지도 않았고 이렇게 사람을 관찰하듯이 바라만 보고 있지도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지고만 있을 수도 없어서, 나도 마주 바라보기로 했다.

“…….”

“…….”

글렀다. 왠지 저 눈은 부담스럽달까, 남자 중학교를 나와서 여자에 면역이 없는 나한테는 이런 예쁜 애와 맞서는 건 무리다. 왠지 아직도 등에 감촉이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왠지 물컹물컹했던 느낌은 가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왠지 눈매가 조금 날카로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아마 착각이겠지. 그나저나 얘는 도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걸까? 순간이동 사고가 있었다는 건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거다. 뭐, 예상할 수 있는 건 불량배를 만났다거나 어두운 골목에서 불량배를 만났다거나, 아니면 조폭이랑 만나기라도 했거나.

이 정도 외모면 분명 그런 쪽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도 쉬울 거다.

“……뭣 좀 물어봐도 될까?”

추리……라기보단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전개해가던 나에게, 망상속 주인공이 말을 걸었다. 드디어 이 침묵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건가?

“그래! 뭔데? 마음껏 물어봐!”

“……여긴 어디지?”

“우리 집인데?”

“……지역은?”

“서울이야. 뭐, 딱히 잘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

그리고 다시 대화가 끊겼다. ……소개팅 나와서 아무 말도 없이 물만 마시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저기,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아까부터 계속 말을 걸었지만 끊임없이 무시해주었기에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좋아, 물어볼 건 산더미 같지만 일단 뭘 물어볼까. 이름도 궁금하고 나이도 궁금하고 쓰리 사이즈도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 최우선 질문은 아무래도 그거겠지.

“순간이동하기 전에, 무슨 일 있었어?”

“…….”

그녀는 내 시선을 살짝 피했다. 뭐, 성폭행이라도 당할 뻔 했다면 아무래도 말하기 힘들겠지. 하지만 일단 이런저런 피해자인 나로서는 대충이라도 좋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 ……뭐, 정확히는 이런 여자애가 처할 다급한 상황이라는 게 궁금하기도 하고. 그녀는 잠깐 동안 식탁에 시선을 향하다가, 이내 내 눈을 보았다.

“도망치고 있었어.”

“누구한테서?”

“흰색 가운.”

“……의사?”

“아니야. 연구원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연구원이라고?”

……뭔가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로부터 한 번 찍은 정답은 확신이 없다면 절대 바꾸지 말라고 했다. 근데 왠지 지금 당장 정답을 바꿔 적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기분인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실과 부엌의 중간지점에 식탁이 있었기에, 화장실이나 방 내부를 빼면 집안 구조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거실과 이어진 부엌, 왼쪽에 창고로 쓰는 방 하나, 오른쪽에 방 하나, 오른쪽 방 옆에 화장실. 방과 방은 베란다로 연결되어 있어서 창문을 넘어서 돌아다닐 수 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이윽고 다시 나와 눈을 맞춘 그녀는,

“한동안 여기서 숨을게.”

청춘 포인트 5점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했다. 아니, -5점이려나? 기준이 어떻게 되더라. 그나저나 여기선 어떤 반응을 보여야 되는 걸까? 어딘가에 있을 목록이라는 이름의 공기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나가버렸을 텐데. 설마 내 오른손이 무능력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아무튼 이건 좀 안 좋다. 며칠 숨는 정도야, 어차피 혼자 사니까 별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만약에라도 혼자 사는 집에 여자가 들락날락한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켰을 때는 변명거리가 없다는 거다. 물론 이 근처에 사는 친구는 없고, 이쪽 길로 왔다갔다 하는 것도 우리 반에서는 나 혼자긴 하지만.

“음……다른 묵을 곳은 없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녀.

“돈은?”

“없어.”

그럴 것 같았다. 저 원피스는 뭔가 넣을 만한 공간이라곤 없어 보이니까. ……아무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조금 곤란하다. 내일이 일요일, 하다못해 토요일이라도 됐으면 집에 있을 수 있지만 내일은 금요일이다. 아마 집에 오면 평균적인 귀가시간으로 봤을 때 6시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없으리란 장담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물론 이런 예쁜 애가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다.

“……친척, 이라든가?”

“없어.”

하긴, 있다면 여기에 숨게 해달라고는 안 하겠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쫓아낸다! 라는 최후의 방법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뭔가 아깝다는 기분이라 그럴 수도 없다. 어차피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순간이동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 쫓아내봤자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알았어. 여기에 있어도 좋아.”

“응. ……고마워.”

그녀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다. 엄청 좋은 일 한 것 같잖아, 이거. 아, 그래도 일단 겸손한 척은 해야겠지.

“뭐,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러고 보니까 우리 아직 서로 이름도 모르지? 난 김성혁.”

괜히 들뜬 기분으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녀는 웃음기라곤 없는 얼굴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서령.”

예쁘고 귀여운 여자애와 함께한 즐거운 밤 덕분에 난 오늘도 활기가 넘쳤다. 라는 전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제는 자려고 보니 이미 그 여자애―서령이가 아무런 말도 없이 하나밖에 없는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길래 어쩔 수 없이 거실에 이불 깔고 자야만 했다. 아침에도 밥을 2인분 차려야 했기에 평소보다 집에서 나오는 타이밍이 늦었다. 게다가 어제는 멀쩡하던 수압이 하루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멀쩡하던 게 원래대로 돌아가면 그대로 멀쩡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고 익숙치않은 잠자리에 결린 어깨를 주무르며 들어가니,

“이 개새끼, 죽어라!”

“너나 죽어! 이 찌질한 새끼야!”

어째선지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뭐냐, 이건. 갑작스런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폭력성을 띠어야 되는 상황인건가?

“아, 성역이 왔냐.”

뒷문 바로 옆자리인 안우가 말을 걸어왔다.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듬성듬성 새치가 난 머리에, 이상하게 왼쪽 눈썹이 오른쪽 눈썹보다 짙은 녀석이다.

“일찍 왔네? 그리고 성역인 누구냐? 난 성혁인데.”

“성역이나 성혁이나 발음하면 똑같잖아.”

“다르거든. 안우랑 한우가 같냐?”

“……죽을래?”

“너나 죽어라, 이 마블링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턱을 괸 채, 안우는 내 다리를 발로 툭툭 찼다. 웃으며 그 발을 즈려밟아주었다. 아파하는 안우에게, 싸우는 두 사람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근데, 쟤들은 왜 교실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냐?”

“응? 아아, 쟤들? 별 거 아니야. 자세한 건 모르는데, 여자친구가 어쩌고 하는 거 보니까 삼각관계나 뭐 그런 거겠지.”

“흐음. 요즘 젊은 것들은 연애관이 너무 가벼워서 탈이라니까.”

“너도 요즘 젊은 것들 중 하나잖아.”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 두 녀석의 싸움은 더 격해지고 있었다. 한쪽은 이미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다른 쪽은 피까진 안 흘리더라도 어쨌든 멀쩡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 반에서 나름 잘생겼다고 하는 놈들 같은데, 벌써 얼굴이 잔뜩 부었으니 조금 있으면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 사람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될 판이다.

문득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은 8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슬슬 선생님이 들어올 시간이니 자리에 앉아야 될 것 같지만, 싸우는 놈들이나 구경하는 놈들이나 길을 터줄 마음은 없어 보인다.

한숨을 쉬며 벽에 등을 대고 있자니,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거리를 벌렸다. 잠깐 휴전상태가 되는 건가?

“쯧……여기서 불 쓰면 안 되는데.”

계속 자리에 앉아 있던 안우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제야 나도 거리를 벌린 녀석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마술. 10년 전, 전 세계 대부분의 인간들이 갑자기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상한 능력. 뭐, 굳이 말하자면 초능력 같은 부류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많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다 마술이라고 하고 있다.

10년 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세계에 얼굴을 알린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그 아침에 갑자기 TV나 라디오를 포함한 모든 영상매체와 음성매체에 등장한 그 사람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마술사라고 소개했다.

자동차를 들어 올린 뒤 멀리까지 옮긴 다음 떨어뜨리고, 온 몸에서 불을 뿜어내고,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가 이윽고 꽤 먼 곳에 갑자기 나타나는 등. 말 그대로 마술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행동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입을 테이프로 봉한 채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텔레파시를 보냈다.

“저는 마술사이고, 이제 여러분도 마술사입니다.”

뭐, 그 뒤로 갑자기 대부분의 사람들, 퍼센트로 치자면 99%의 사람들이 이상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는 거다. 염력, 발화, 텔레파시, 예지, 순간이동 등등.

말하자면 초능력자다! 마술사다! 신기해! ……같은 게 없어졌다는 거다. 마술사라는 직업이 사장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그러고 보면 택시도 거의 없어졌다. 순간이동 능력자가 택시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 능력자가 그렇게 많은 것만은 아니라서 아직까진 택시가 다 없어지지 않고 있지만, 아마 곧 사라질 거다.

……그건 그렇고, 생각해 보니까 이 건물은 목조건물이다. 나무는 불에 매우 잘 타고, 마침 저 녀석은 발화 능력자인 모양이다.

“미친 새끼가! 너만 불 쓸 줄 아냐?!”

얼굴이 부은 녀석도 발화 능력자인 모양이다. 이런 라이터 같은 놈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놈들이다.

말려야 될 것 같아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는데, 안우가 내 손을 잡았다.

“냅둬. 어차피 32초 후에 선생님 온다.”

“그러냐? 그럼 뭐, 상관 없겠지.”

나는 다시 벽에 등을 기댔다. 안우가 32초 후에 온다고 했으면 분명히 온다. 3~40초 후, 드르륵 소리와 함께 담임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싸우는 두 남자를 에워싸고 있던 인파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담임선생님은 손에 불덩이를 올린 채 싸우고 있는 두 남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경쾌한 볼기짝 때리는 소리로 조례를 끝마치고 지루한 수업시간이 지나 점심시간.

난 세상에서 점심시간이 제일 좋다. 왜냐면, 점심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라는 이름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점심시간이 아니라 ‘식사시간’ 이라거나 ‘장기휴식시간’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면, 지금 같은 두근거림을 느낄 수는 없었을 거다. 정말 학교에 점심시간이라는 걸 만든 사람을 만난다면 격한 포옹을 해주고 싶다.

물론 수업시간을 만든 것도 그 자식일 테니까 포옹하는 척 하면서 칼로 찔러버려야지.

“야, 오늘 반찬 뭐냐?”

“식단표 저기 있네. 토란국에 멸치볶음에 김치.”

“…….”

점심시간은 좋지만 점심식단이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깜빡했다. 급속도로 우울해지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안우가 씨익 웃었다.

“오늘 점심은 빵이 어떠한가, 친구? 내 오늘 한턱 쏨세.”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한우 전하.”

“오냐, 성역이여. 넌 이 교실이라는 이름의 성역이나 지키거라.”

“농담이야, 농담. 매점에 피자빵 언제쯤 떨어질지 봐봐.”

음, 하고 안우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42분에 마지막 피자빵이 팔린다. 지금 몇 시냐?”

“12시 4분.”

“그럼 가자.”

교실을 나가니 복도에 왠지 사람이 몰려있었다. 또 누가 싸우나 싶어서 보니, 아까 그 두 놈이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가는 식당은 건물 내에 있지만 교사 식당은 조금 떨어져 있어서 점심시간 초반에는 학교 건물에 선생님들이 없다. 아마 그래서 그 사이에 결판을 내려는 모양……인데.

“……어째 뭔가 분위기가 좀 다른데?”

안우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확실히, 아침에는 약간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휘파람 소리부터 시작해서 뭔가, 응원하는 듯한 분위기라고 해야 될까, 재밌다! 라는 느낌이었다.

다가가보니, 확실히 아침의 두 놈이 맞긴 맞았다. 단지 하나 다른 점이라면, 그 둘 사이에 여자애가 하나 끼어 있다는 것.

약간 눈꼬리가 처진 여자애는 당혹스럽다는 듯 양쪽의 남자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저 애는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저 여자애를 어디서 봤는지 떠올리려는 동안, 그 두 놈은 여자애를 재촉하듯 말했다.

“혜연아, 니가 결정해. 저 새끼야, 나야?”

“그래. 누구야?”

……그러니까, 이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때문에 싸운 게 아니라 아직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 때문에 싸운 건가? 진짜 한심하다. 딱 봐도 저 혜연이라는 여자애는 누굴 선택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는 두 사람이 자기한테 덤벼드니까 그게 당황스러운 거다. 아마 분명히 아침에 어쩌다보니 좋아하는 사람 얘기가 나왔고, 말하다보니 둘이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알게 된 거고, 그걸 자기가 먼저 좋아했다느니 내가 사귈 거라느니 하다가 싸운 거겠지.

“혜연아! 내가 저 놈보다 훨씬 더 빨리 좋아했거든? 제발 나랑 사귀자.”

“아니야, 혜연아. 쟤보다 내가 100배는 나으니까 날 선택해.”

“아니, 저기, 난.”

“아니, 내가 저 새끼보다 1000배는 낫지.”

“난 너보다 만 배는 더 낫다.”

“저, 저기, 있잖아.”

“십만 배.”

“백만 배.”

초등학생도 니들처럼은 안 싸우겠다. 그렇게 계속 배수를 높여가던 둘은 다시 아침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야, 해보자는 거냐?”

“해보긴 뭘 해봐? 이 새끼, 봐줬더니 계속 기어오르네?”

“기어오르는 건 너지, 개새끼야.”

왼쪽에 있던 녀석의 손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래, 오늘 아침에 못한 거 마저 해보자, 새끼야.”

오른쪽에 있던 녀석의 손에서도 불꽃이 피어올랐다. 지금 시간은 13분. 선생님들이 오려면 적어도 5분은 기다려야 된다. 즉, 이번엔 누군가가 나서서 중재를 해줘야만 한다는 거다. 난 별로 나서고 싶진 않다. 아마 여기 모여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인 듯, 하나같이 구경만 하고 있다. ……일단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는 해둘까.

“뒤져라!”

“너나 뒤져!”

이윽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달려들려고 했다.

“두, 두 사람 다 그만해!”

여자애는 그렇게 말하며 달려드는 둘의 사이로 뛰어들더니, 그대로 양 팔을 올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다가온 두 남자의 멱살을 순식간에 쥐더니, 그대로 들어올렸다.

“어, 어?”

“으어?”

땅에서 발이 떨어진 두 남자가 미처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사이 괴력을 발휘한 그녀는,

“너희 둘 다 싫으니까 이제 그만해!”

라고 외치며 그대로 두 남자애들을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은 쪽으로 던져버렸다.

“으, 으아아아?!”

“끄아아아아!”

그들은 그대로 3초 정도 날아가더니, 이내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움직이지 않는 걸 보니 기절한 모양이다. 죽지는 않았길 빌어줘야지.

그나저나, 아무리 마술이 생긴지 10년이나 지났다지만 여전히 신기한 건 신기하다. 저렇게 가녀린 팔에서 어떻게 저런 괴력이 나올 수가 있는 걸까? 여자애는 두 바보를 던진 자세 그대로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 뭐가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드는 게 확실히 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녀가 왠지 낯이 익었지만, 역시 기억은 안 난다.

“야, 이제 매점 가자.”

곰곰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에게 안우가 말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20분.

“어, 가자.”

아마 오다가다 얼굴만 봤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안우를 따라 매점으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했다.

“……아직 있으려나.”

학교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 집에는 손님이 있다. 아니,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이미 떠났을 가능성도 있는 거다. 왠지 복잡해질 것 같은 그녀의 사정을 들어보면 떠나주는 게 좋지만, 그렇게 예쁜 사람도 없으니 그냥 그대로 며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어제 숨겨달라고 했을 때는 그렇게 고민했지만, 막상 받아들이고 나니 이제 별다른 걱정도 안 된다. 아마 서령이 쫓기고 있다는 것부터 외모까지 현실감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지금은 솔직히 말하면 집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일단 들어가자. 문 앞에서 이렇게 생각만 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열쇠를 꽂고 잠긴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알몸에 앞치마를 두른 서령이가 서 있었다.

그럴 리가 없지. 열린 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텅 빈 거실이 나를 평소처럼 맞아주고 있었다. 문을 잠그고 신발을 벗었다. 서령이 신발이 있는 걸 보니 아직 떠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자나?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침대가 있는 방문을 열었다. 침대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여기 없으면 어디 있는 거지? 남은 방이라고 해봤자 거의 창고로 쓰고 있는 방이랑 화장실 정도다. 일단 화장실부터 확인해볼까.

문이 닫혀 있기에 노크를 했다. 반응이 없어서 문을 열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창고에 있는 건가? 만약에 거기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다. 할 것도 없을 텐데?

아까처럼 조심스레 창고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뭐랄까.

기지가 있었다. 중요하니까 한 번 더 말하겠지만, 기지가 있다.

물론 기지라고 해서 뭐 지하에 있는 동굴에서 박쥐가 날아다니거나 엄마랑 같이 하는 정육점 냉동실 지하라거나 하는 전문적인 게 아니다.

어린애들의 비밀기지라고 하면 물론 어른들은 들어가기 힘든 작은 동굴도 가능하지만, 친구들과 놀 때에는 잡동사니를 쌓아놓고 그 위에 이불만 올려놔도 훌륭한 기지가 될 수 있었다. 뭐, 말하자면 그런 기지라는 거다.

잡동사니 탑을 4개 쌓고 그 위를 덮듯이 조심스럽게 이불이나 두꺼운 천 같은 것을 올려놓고, 들락날락할 출입구로 쓸 방향은 천을 들어 올려놓는 식으로 만든 간단한 기지.

그 안에 서령이 앉아 있었다.

“……저기, 뭐 해?”

“……숨어있어.”

숨어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잘 보이시는데요, 서령 씨.

아무래도 크다고 하긴 어려운 신장에 저렇게 애들 같은 기지에 들어가 있으니 정말 어린애 같다. 나이는 나랑 동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너도 들어와.”

“어? 나도?”

“응. ……거기 있으면, 들켜.”

거기 있어도 들키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뭐랄까.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는 없으니 일단 들어가 볼까.

몸을 숙이는 걸로는 너무 출입구가 낮았기에 어쩔 수 없이 포복하다시피 해서 겨우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의외로 어떻게든 앉아 있을 공간 정도는 있기에 겨우겨우 무너지지 않게 앉을 수 있었다. 내가 완전히 자리를 잡자 서령은 출입구의 천을 내려버렸다.

순식간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지만, 곧 서령이 킨 랜턴 불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확실히 이렇게 하면 들키진 않겠다. 누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마 안 들키겠지.

서령을 보니, 얌전히 앉아 랜턴 불빛만 바라보고 있었다. 장난기보다는 진지함이 더 묻어나오는 얼굴이라, 나도 가만히 랜턴을 바라보았다.

“……저기, 서령아.”

“응.”

랜턴에서 서령에게로 눈을 돌렸다.

“너, 연구원한테 쫓긴다고 했지?”

“응.”

“그 연구원이 한다는 연구가 뭐였는지, 혹시 알아?”

“…….”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령은 입을 다문 채 랜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기하고 다시 랜턴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찰나, 서령의 입이 열렸다.

“……나는 36번이었어.”

“36번? 그게 뭔데?”

“거기서의 내 이름. 난 36번, 내 앞엔 35번, 그 앞은 34번.”

출석번호 같은 건가. 아마 그 연구하는 곳에 들어온 순서대로의 번호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번호를 붙이고 뭐했었는데?”

“실험. 마술을 쓰는 사람하고 못 쓰는 사람들의 뇌를 비교하거나, 마술을 쓰는 동안 뇌가 활동하는 영역이 어딘지, 같은 것들.”

“마술을 못 쓰는 사람…….”

마술을 쓸 수 있게 된 사람이 99%라면, 1%의 사람들은 마술을 쓸 수 없었다. 얼핏 적어보이지만, 지구인이 60억이라면 그 중 6천만이 마술을 쓸 수 없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엑스맨에서는 돌연변이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숨어서 생활했듯이, 지금은 마술을 못 쓰는 쪽이 돌연변이나 마찬가지인 거다. 6천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적은 수가 마술을 못 쓴다. 소수점을 버려서 99%라는 거지, 소수점까지 따지면 99.999% 정도 될 거다.

왠지 씁쓸한 기분이 되어 입술을 잘근대는 나를 보며, 서령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술 못 쓰는 사람이 마술을 쓸 수 있게 하는 실험도 했어.”

“어? 진짜? 성공했어?”

서령은 내 눈을 피하며 랜턴을 바라보았다.

“응. 성공했어.”

“우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서령은 다시 내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신세지는 동안, 조금씩 얘기해줄게.”

“으으……치사하네. 뭐, 그럼 어쩔 수 없다만…….”

투덜대는 나를 뒤로 하고, 서령은 조용히 출입구를 열었다.

먼저 빠져나간 서령은 뒤따라 빠져나온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일도, 얘기해 줄게.”

“아, 응. 고마워.”

나는 웃으며 서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갑이긴 한데, 아무래도 동생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단 말이지. 서령은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을 조용히 치우더니, 방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잘 자.”

“어?”

집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며 난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아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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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금서목록의 삘링이 느껴진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여주인공이 전파녀 에리오 같다는 느낌이 들어도 그건 착각입니다(..)

..

소설 너무 오랜만에 써서 어떻게 잘 써졌는가 모르겠네요 비평 환영합니다 마구 때려주세요(비난 말고)

근데 양이 좀 적은듯...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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