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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글쓴이: twind
작성일: 11-09-15 23:30 조회: 2,892 추천: 0 비추천: 0

그늘로 지나다니지 않으면 뱀파이어가 아니라도 재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햇볕이 기승을 부리는데, 입에 문 하드가 새하얀 안개를 만들어 낼 정도로 무더운 날씨인데, 달걀을 그냥 놔두면 삶아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기가 뜨거운데, 묘하게 춥다. 옆구리만.

크윽. 12년간 사귀어 오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이 바로 어제. 솔로들의 아픔이란 것은 나와는 인연이 없는 단어일거라고만 생각을 해왔는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차일 줄이야. 설마 4,444일 기념일 챙기지 않았다고 삐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도대체 누가 4,444일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을 하겠어. 100일도, 200일도, 1주년도 다 필요 없다고 해놓고서는 4,444일 기념일을 챙기지 않았다고 그렇게 삐치다니……. 그렇게 이해를 할 수 없는 여자와는 더는 못 지내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없으니까 엽구리가 너무나도 시려서 견딜 수가 없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허전한 거구나. 지금 당장이라도 여자친구를 만들지 못하면 나는 옆구리에 동상이 걸려서 죽을지도 몰라.

…….”

더워서 망상할 기운도 없다. , 망상입니다, 공사입니다, 픽션입니다. 12년간 사귄 여자친구?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12년이나 사귈 거면 결혼이나 하라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무녀(無女)의 인생을 걸어온 나에게 여자친구는 없다. 머릿속 회로가 녹아서 합선이 되었나? 왜 이딴 재미도 없는 말장난이 머릿속에서 전개가 되는 거지? 하드로 식히면 되려나? 갑작스러운 온도변화에 의해 깨지려나? 머리가 빠직하고 깨져서 녹은 내용물이 쭉 흘러나오면 꽤 웃길지도? 아니, 아니. 그러면 죽잖아. 그리고 그렇게 급속도로 식히면 머리가 깨지기 전에 띵한 고통이 머리를 강타한다고.

아무래도 이 더위 속에서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만사에 너무 열심인 사람은 되레 눈총받기 마련이라는 의미가 담긴 시선을 태양에게 보내주려다가 태양이 일하는 모습이 너무나 눈부셔 차마 그러지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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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선풍기에게 말을 거는 놀이를 잠시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살짝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아까 학교에서 돌아오며 했던 생각을 되짚어보았다.

90% 허구로 차있는 망상이었지만 10% 정도는 진심이다. 당장이라도 옆구리를 만들지 못하면 여자치구가 동상에 걸릴지도 몰라. 이런, 아직 합선이 고쳐지지 않았나? 머리를 냉동실에 잠시 넣어두면 고쳐지려나? 아니, 그런 짓을 해봐야 냉장고가 내뿜는 열로 나중에 더 더워질 뿐이다. 그것보다 움직이기 귀찮아. 헤에……. 저기 나를 유혹하는 비누 같은 모양의 물체가 있잖아.

나는 꾸물꾸물 기어가서 리모컨 버튼을 살짝 눌렀고 기계가 우웅 소리를 내며 작동되었다. 잠시 상쾌하다고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거실을 채웠지만 반갑고 시원한 기운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나 혼자 있으면서 에어컨을 튼다는 사치를 부리며 다시 아까 들었던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옆구리가 시리다. 장난삼아서 이 표현을 써보았지만 실제로는 묘한 허전함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학교를 가는데 가방을 들고 가지 않는 느낌, 강아지와 산책을 나갔는데 혼자 돌아오는 느낌, 수학여행을 가던 도중 휴게소에 들렸을 때는 옆에 누군가 있었는데 버스가 출발했을 때는 아무도 없는 느낌. 무언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 가시지를 않는다. 벌써 2주일이 넘도록 이 느낌이 사라지지를 않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여자친구를 사귀면 사라지려나?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 아니, 내가 원하기만 하면 바로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아닌데 뭐랄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배신? 왠지 내가 여자애랑 시시덕거리며 걸어 다니면 누군가가 식칼을 들고 쫓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여자친구는 못 사귀겠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설마 나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약혼자가 있다는 숨겨진 설정이 있다던가. 그럴 리가. 애초에 내가 알지 못하는 약혼자인데 내가 그녀를 배신한다는 죄책감이 생길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내가 기억을 하지는 못하지만 결혼 약속을 나눈 상대가 있다? 기억 속에 그렇게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던 소꿉친구가 있다면 무척이나 좋겠지만 앨범을 통째로 뒤져보아도 안타깝게도 그런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너보다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겠다고 우유 컵을 기울이며 맹세를 나눴던 친구가……. 있다고 한들 지금은 그렇게 친한 친구는 존재하지 않으니 무효.

영문 모를 죄악감 때문에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미룬다고 해도 내 고민은 허전함만이 아니다.

요즘 들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초조하고 불안하다. 덕분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를 못해서 수면 부족 기운도 있고 머릿속 내가 헛소리를 하는 일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시험에 대한 불안이 아닐까 싶어서 공부를 해보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마치 귀찮은 짐이 사라진 것처럼 공부가 무척이나 수월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만족감이 들기는커녕 불안감과 초조함만이 더 커지고 허전함까지 무게를 더했다.

으아아! 짜증나!”

있는 힘껏 외쳐봐야 내 목소리는 허무하게 흩어질 뿐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누군가 뿅 하고 나타나서 내 의문을 해결해준다면 좋을 텐데 계속 소리쳐봐야 성난 이웃이 쳐들어올 뿐이다.

정말이지 답답해 미치겠다.”

내가 만약 울화병으로 죽는다면 유서로는 이렇게 남겨놓을 거야.

[그것이 사라져서 죽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남은 사람들이 내 의문을 풀어줄까? 아니, 죽기 전에 누가 좀 이 망할 기분을 해결해 달라고.

나의 아침을 이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밥을 짓는다. 새도 먹고 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먹고 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우리 부모님은 일하지 않는 자 밥을 먹지 말라는 신조를 지니신 분이라서 내가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밥도 못 먹고 용돈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고 다림질을 해야 하며 학교에 갔다 와서는 청소, 빨래, 쇼핑, 저녁 식사를 만들어야 해서 하루가 무척이나 바쁘다. 이 집안에서 나의 지위는 그야말로 하인. 그래서 나는 언제나 멋진 공주님이 나타나서 나를 집안일 지옥에서 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조금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자 머리가 판타지 제작을 멈췄다. 내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아침을 만들지 않으면 메뉴는 시리얼로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깟 과자 부스러기 먹어봐야 학교가면 금방 배고파진다고.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고, 배고픈 사람이 아침을 만드는 수밖에.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넣고는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런 다음 가벼운 스트레칭, 그 후에는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등의 근력운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을 나와 가볍게 달리려고 집 밖으로 나오는데 몸이 문뜩 멈췄다. 그리고 요 2주일 동안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옆 동 5층의 창문을 올려보았다. 왜 자꾸 저기로 시선이 가는지 모르겠다. 내 친한 친구는커녕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집인데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그래도 지금은 한 번 힐끗 보는 정도지만 처음에는 문의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에 멈춰 섰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여서 계단을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까지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나도 모를 지경이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한 일과였던 양.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뒤져보아도 그 집에 볼일이 있을 리가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돌아섰다.

가볍게 42.195km8분의 1 정도의 거리를 달리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아침을 만들고,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여기까지 하는 데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러나 옆 동 아파트 앞을 지나가는 순간 허전함이 발목을 붙잡았다. 교과서, 필통, 준비물, 핸드폰 중에서 빼먹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으며 교복을 덜 입은 것도 아니다. 애초에 여름에 입는 하복에서 빼먹을 만한 교복은 상의 아니면 바지 밖에 없다. 위쪽을 빼먹었으면 선생님께 혼이 나고 아래쪽을 빼먹었으면 대참사다. 소설에 나오는 덜렁이도 아니고 속옷을 빼먹었을 가능성은 절대로 없다. 아니, 차라리 속옷을 빼먹었어!’ 이런 전개였다면 그나마 속이라도 시원했을 텐데. ……. 이러다가는 스트레스로 뇌신경이 꼬여버릴 것 같다. 화끈하게 자동차에 치여서 10m정도 날면 뭐가 사라졌는지 기억이 나려나? 하루 종일 벽에 머리를 치면 기억이 나려나? 벼락이라도 맞으면 기억이 나려나?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몇 번 울리자 조금은 심약한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경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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