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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물리쳤다! 그리고...
글쓴이: 새로운도약
작성일: 11-09-15 20:56 조회: 3,632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불길한 기운이 풍기는 마왕성.

그 마왕성 꼭대기 마왕의 방 안에는 마왕과 그 마왕을 물리치러온 용사일행이 다투고 있었다.

“허억…허억… 이렇게 강할줄이야… 역시 사악한 마왕이다.”

칼처럼 날카로운 콧날을 가진 사내가 말했다.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검을 들고 있는데 꽤나 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걸 보아 아마 이 녀석이 용사인 듯 하다.

“케인 형 무리하지마. 회복의 빛이여 나의 동료를 치료해주소서!”

케인이라 불린 용사의 옆에는 하얀 옷을 입고 찰랑거리는 금발머리를 한 딱 봐도 힐러처럼 생긴 놈이 있었다. 그놈은 용사에게 회복주문을 외웠다. 우리 마왕님은 회복해 줄 사람도 없는데… 비겁한 놈. 네가 그러고도 용사일행인가?

“고마워 샤인.”

이름도 짜증날정도로 멋있다. 역시 잘생긴놈들이랑 힐러들은 모두 죽어야 돼.

“이 비겁한 놈! 어디서 회복질이냐!”

역시 마왕님. 회복하고있는 용사일행을 용서하지 않았다. 마왕님이 분노하며 입에서 검은 불꽃을 내뿜었다.

“앗! 피해!”

용사는 화들짝 놀라 외쳤다. 용사와 주위에 있던 4명의 일행은 허겁지겁 불꽃을 피했다.

“빛의 방어막! 배리어!”

일행이 공격을 피한 후 나는 마법사다! 하고 주장하는듯한 고깔모자를 쓰고 나무지팡이를 든 약간 예쁜 여자아이가 지팡이를 휘둘러 투명한 방어막을 생성했다.

“으어억… 누,눈이!”

그러자 마왕님이 타격을 받았다.

…내가 알기로는 저 배리어라는 마법은 방어마법인데. 뭔가 이상하다…. 아무튼 마왕님은 마법사 여자아이의 배리어 때문에 뿜고 있던 불꽃을 삼키고서는 커다란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이때야! 모두들 공격하자!”

“자,잠깐만! 타,타임!”

용사일행은 마왕님의 필사적인 말을 무시하고 와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돌진했다. 정말로 비겁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마왕님이 필사적으로 타임을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하는 저 못된 심보란……. 심지어 마왕님은 혼자이고 저쪽은 다수. 누가 봐도 정의의 편은 마왕님이고 악당은 저 용사일행이다.

“캬오오오오오오오옹!”

선두에 선 용사가 울부짖었다. 아마 필살기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용사의 빛나는 검에서강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기분이 나쁜 걸 보니 퍽 성스러워 보였다.

그런 용사의 뒤에 서서 달려오는 두명의 인영이 있었는데,

한 명은 손에 삐죽삐죽한 너클을 착용한 여자아이였고 나머지 한명은 너클을 착용한 여자아이보다 어려보이는 여자아이로 작은 단검을 들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들 뒤로는 마법사 여자아이와 샤인이라고 불렸던 금발의 힐러가 나란히 달려왔다.

용사가 빛으로 휩싸인 검을 휘둘렀다.

“끼야아아아아아악! 사악한 마왕아! 내 칼을 받아라아아아아아앗!”

기괴한 기합소리와 함께 용사는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용사의 기합소리에 반응 해 그 성스러운 빛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 빛은 이내 마왕성 꼭대기, 마왕의 방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실직자가 되었다고…….

1장. 마왕성 망하다.

달그락달그락.

나는 수레를 끌고 마을로 가고 있다. 수레에는 3년간 마왕성에서 지내면서 사용했던 나의 물건들이 실려 있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막막했다. 용사일행에게 마왕님이 당한 지 이틀. 마왕성은 붕괴했다. 비겁한 용사일행들은 마왕성을 가차없이 부수었고 나는 덜덜 떨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 내게는 마왕님을 무찌른 용사일행을 압도할만한 힘 같은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용사일행의 레벨업을 시켜줄 몬스터에 불과했다.

나는 마왕성이 반쯤 부서지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허겁지겁 내 물건들을 챙겨 마왕성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나오고 나서 깨달았다. 애초에 나한테 마왕성 말고 갈 곳이 있을 리가 없잖아! 하고 말이다. 심지어 가지고 있는 돈도 얼마 없었다.

“전재산이 30골드라니….”

마왕성에서 받는 월급은 굉장히 적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 편의점 알바로 받았던 돈이 달마다 120만원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마왕성에서 한달마다 지급되는 5골드는 착취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참고로 1골드는 원으로 계산해서 만원 정도다.

“내 팔자야….”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적은 월급이였지만 그래도 숙식이 제공되는 안정적인 직장이였던 마왕성은 그 빌어먹을 용사일행 때문에 망해버렸다. 이제 나는 실직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청년실업 청년실업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이야.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내 말에 의아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한다. 현실에 무슨 마왕성이고 레벨업이야. 게임하고 현실하고 구분 못하는거냐? 하고 말이지. 나는 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의 생각이 옳다!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곳은 게임의 세계다!

내가 이 세계에는 온 것은, 아니 말을 정정해야지 이 세계에 ‘끌려’온것은 3년전 이였다.

3년전 고교 1학년이였던 나는 한창 RPG게임에 빠져있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RPG라고 이름 붙은 것은 모조리 섭렵해 마구잡이로 플레이했었다. 그러 던 어느날 빛의용사 ~사악한 마왕을 무찔러라~ 라는 게임이 발매되었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 게임을 샀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 한 순간, 눈을 실명시키려는 듯한 강한 빛이 연결한 TV에서 뿜어져나왔고 그 빛과 함께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나보니 어두컴컴한 이상한 곳이였다. 처음엔 빈혈 같은 걸로 쓰러져 밤이 된 줄 알았다. RPG게임폐인이였던 나는 집에서 게임만 하느라 체력이 달렸고 자주 기절했었기 때문. 하지만 나는 곧 이 곳이 내 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서 날 이유가 없는 이상한 냄새와 이상할 정도로 차올라 있는 습기. 분명히 우리집이 아니였다. 나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곳이 마왕성이고 나는 이곳에 소속된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임을 사기전에 사전조사를 해놓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나는 내 자신이 게임에 미쳐버려 실사같은 망상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정말 이 곳이 게임속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믿기 힘들었다. 한달 정도 지나서는 약간 긴 꿈 꾸는 것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 동료졸개인 좀비와 슬라임 들에게 마구잡이로 싸움을 걸기도 하고 마왕성 상위층에 거주하는 마족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렇게 깽판을 치고 얻은 것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인증해주는 고통과 직급 하락.

늑대인간 클래스는 마왕성에서도 강한 축에 들었기에 중간층에 있었으나 깽판 이후로는 마왕성 입구로 쫓겨나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꽤나 좋은 아이템들도 뺏기고 말았다.

그렇게 된 나는 더더욱 이 게임 속에서 적응 하기가 힘들어졌다. 이 게임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결국 나는 마왕성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마왕성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마왕성이 굉장히 답답한 느낌이 들었었다. 나는 제대로 도망을 치기 위해 보름달이 뜨는 밤으로 정했다. 보름에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신체능력이 우월하게 상승하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대망의 보름날 밤. 때를 맞춰 도망을 친 나는 어처구니없이 30분만에 상위마족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마왕님과 대면했다. 마왕님은 마왕답지 않게 인자했다. 자기 성에서 도망간 자를 그냥 용서해주질 않나 나를 감싸주질 않나 나는 이 자가 정말 마왕일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만약 마왕님 주위에 상위마족들이 없었다면 나는 좌천 같은 것을 당하지 않고 용서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왕이 애초에 이렇게 자상한 성격인지 아닌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나는 게임을 플레이 하기전에는 흥미를 돋구기 위해 기본 배경과 몬스터같은 것들만 확인 했고 마왕의 성격같은 이 게임 내부의 세세한 스토리 같은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왕성에 거주한 지 6개월.

용사들이 쳐들어 오기 시작했다. 초보용사 약간 강한용사 정말로 강한용사.

나는 마왕성 소속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마왕성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여서 용사들을 그냥 2층으로 보내주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용사들은 신나게 얻어터져서 마왕성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3년.

부모님이 보고싶기도 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었다. 어쩌겠는가? 당신이라도 포기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합리화를 했다. 어차피 부모님하고는 일년에 몇 번 만나지도 못했으니 그리움은 적다. 게임 폐인이 게임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것보다 기쁜 일은 없다라고…

하지만 늑대인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달이 뜨는 밤에는 감수성이 예민해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도 여차저차 나는 이 세계에 조금쯤은 적응이…

“야! 뭐라고 혼자 궁시렁거리는 거야! 빨리 빨리 못 움직여!?”

바이올린을 손톱으로 잡아 뜯는 듯이 높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강타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마왕성의 주인 마왕 레이트리오스 폰 스오리트이레의 딸 레이…(생략) 폰 레리시아였다.

아까부터 나로써는 조용하게 한다고 한 한탄을 모두 듣고 있었나보다. 잠든 줄 알았는데 언제 깨어났지?

“공주님은 걱정하나 없습니까? 우린 이제 망했다구요.”

마왕성의 주인 마왕의 딸. 그런 그녀는 자기 자신을 공주님이라 불러주길 원했다. 그렇기에 마왕성의 모두는 그녀를 공주님이라 불렀다. 물론 말단중의 말단인 나도 예외는 아니였다.

“흥, 바보 같으니라고 내가 걱정을 왜 해? 나는 공주야. 그것도 마왕성의 공주라구. 다 잘 될거야.”

굉장히 낙관적인 소리를 내뱉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숙녀다. 참고로 나이는 14살이라는 것 같았다. 겉모습을 보면 한 10살정도로 보이는데.

“뭐야? 그 한숨은 기분 나빠!”

공주님이 얼굴을 찡그리며 얇고 뾰족한 꼬리로 내 등을 찔렀다. 그녀는 마왕의 딸. 한마디로 마족이다. 그런 그녀의 외모는 인간과 다를게 없었지만 특이하게도 꼬리가 달려 있었다.

“아픕니다 그만 찌르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꼬리를 회수했다. 그나저나 저 꼬리…

‘마왕님….’

꼬리 때문인지 마왕님이 생각났다. 말단중에 말단, 졸개중의 졸개였던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마왕님… 그 빌어먹을 용사 일행에게 당하시다니… 생각하니 슬퍼졌다.

“에? 가,갑자기 왜 우,우는거야. 설마 내가 꼬리로 찔러서? 우… 미안해… 그렇게 아플 줄은 몰랐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공주님이 갑자기 쭈뼛쭈뼛 내게 사과를 해왔다.

‘아….’

어느새 내 눈에서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혼자인 이 세계에서 내게 유일하게 친절을 베풀어준 마왕님은 어느새 내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나보다.

“아뇨… 공주님이 찌른 것 때문에 우는 게 아닙니다.”

나는 일단 오해를 풀었다. 공주님의 꼬리찌르기가 계기가 된 것은 맞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였다.

“그럼… 왜 우는거야?”

“흑… 마왕님이 생각나서요.”

아 마왕님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할겁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마왕이지만.

“아빠? 아빠 때문에 우는거야? 왜?”

약간 기죽어 있던 공주님의 태도가 약간 다시 거만해졌다. 공주님은 전혀 내가 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나로선 대답하기 곤란했다. 공주님은 마왕님이 용사일행에게 당한 사실을 모르는 걸까?

“그게… 마왕님이 용사일행에게 돌아가셨잖습니까? 그래서 운겁니다만….”

쭈뼛쭈뼛하며 말하자,

“에? 우리 아빠 안죽었는데?”

공주님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엥…?”

“용사놈들에게 당한건 맞지만 안 죽었다고. 지금 병원에 입원해계시는데?”

어 잠깐만….

“애초에 용사놈들이 우리아빠를 죽일 리가 없잖아.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고.”

“엥!?”

자,잠깐만 이 게임 그런 설정인가? 아니 원래 이런 게임이었나? 용사 이놈! 사악한 마왕을 무찌른다면서! 그 무찌른다는게 병원에 입원시키는 거었냐!

…그래도 다행이다. 이런 설정이라서.

“갑자기 왜 크게 소리지르고 그래!”

내 말에 공주님이 팍 화를 냈다.

“죄,죄송합니다.”

나는 황급히 사과를 했다.

“그,그러면 공주님이 저를 따라오시는 이유가….”

“응! 아빠가 널 따라가라던데?”

“크윽…”

골칫덩이를 나에게 넘기다니… 마왕님에 대한 호감도가 약간 내려갔다.

‘그런데…’

“근데 왜 마왕님은 저 같은 졸개한테 공주님을 맡긴거죠?”

마왕님의 곁에는 나보다 훨씬 강력한 인재들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싸움질이 형편없어서 창피하지만 공주님이랑 싸우면 진다.

“간부들은 휴가 갔어.”

“아….”

왠지 마왕의 방까지 용사들이 편하게 올라왔다 싶었다. 내가 마왕성에 있었던 3년간 마왕성에 침입한 용사들은 마왕의 방까지 올라간 적이 없었고 최고로 많이 올라간 것이 마왕성 간부의 방이였다. 이번 용사일행은 마왕성 간부들이 휴가를 갔기에 마왕의 방까지 올라 온 것이였다 비겁한 놈들.

“그럼 그 휴가간 간부들은 어떻게하죠? 마왕성이 용사일행에게 망해버렸는데.”

“몰라.”

공주님은 수레에 다시 앉았다.

나는 지금쯤 휴가를 만끽하고 있을 그들을 위해 잠시 묵념했다.

‘당신들이 돌아올 곳은 없어졌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크크 당신들도 실직자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옛말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3시간 정도 허리를 혹사 해 도착한 도시 해피라이프. 제작사가 얼마나 이름을 짓기 귀찮아했는지 알 수 있는 도시다.

나는 일단 수레를 끌고 광장으로 이동했다. 공주님은 덜덜거리는 수레에 적응했는지 색색 잘도 자고 있었다.

내가 마왕성에서 나온 시각은 새벽 3시정도. 그리고 지금은 새벽 6시. 당연히 광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아예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극소수만이 있을 뿐이였다. 평소와는 다른 그 광경에 왠지 색다로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해피라이프에 자주 왔었다. 마왕성의 생필품이나 기호품들을 사기 위함이였는데 원래라면 나같은 말단이 할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마왕성에서 마족 그러니까 마왕과 그 딸 간부들을 제외하고 괴물들 중에서 인간 형태를 한 것이 나밖에 없었다. 나를 제외하면 다른 자들은 좀비 구울 슬라임 이런 괴물들 뿐.

당연히 해피라이프에 올 수 없었고 결국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만약 그들이 해피라이프에 왔다간 순식간에 경험치로 변할 것이다.

‘다행이야. 일단 이 해피라이프를 잘 알고 있으니까 일자리 구하기도 쉬울거야.’

그렇게 나는 나를 위로했다.

꼬르르륵.

그 때 조용한 광장이 맘에 안들었는지 내 배가 화를 냈다.

‘생각해보니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

이르지만 아침식사를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자주 다니는 식당으로 수레를 끌었다.

맛있는 식사를 당신에게 라는 이름의 식당. 사람들은 줄여서 맛식당이라고 부른다. 맛식당은 이 해피라이프에서 제일 큰 식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했고 양이 훌륭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맛식당에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한단다. 그랬기에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은 내가 해피라이프에 올 때 마다 그곳에 들렸음은 당연한 일이다.

자주 다니다보니 단골이 되었고 어느정도 주인과 친하게 되었다. 그 주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렇게 미인은 처음봤지 암.’

이 세계는 현실과 다름이 없었다. 게임자체는 3D 게임이였지만 게임 속으로 들어온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현실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내가 힘겹게나마 이 세계에서 적응 할 수 있었던 것이였다. 내게 지금 이 세계는 또 다른 현실이다. 아무튼 그런 관점에서 맛식당 주인아가씨의 미모는 정말 가히 여신급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었다면 “뭐? 연예인이 아니라 민간인!? 거짓말 하지마라.” 라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주인아가씨는 그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착각하기 말기를 나는 살짝 그녀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긴 했지만 그 때문에 맛식당에 단골이 된 건 아니니까.

…거짓말이 아니다.

주변 건물보다 훨씬 커다란 파란색지붕의 맛식당 건물이 보일때쯔음 나는 약간 불안해졌다.

‘닫았으면 어떻게 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식당에 다다른 나는 내 직감이 꽤나 쓸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맛식당 문에는 AM 8 : 00 ~ PM 12 : 00 라고 적혀있는 나무 패가 걸려 있었다.

“제기랄….”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아직도 시간은 6시 10분. 1시간 50분이나 남았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또 의아한 점이 생겼을 법한 당신에게 얘기 하나를 하려한다. 이 세계, 그러니까 빛의 용사 ~사악한 마왕을 무찔러라~ 의 배경은 플레이 해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왕이 존재하고 마왕이 존재하는 중세인 듯 하다. 그런데 게임사가 독특함을 추구하고 싶었는지 현대의 물건 문명의 이기들을 자연스럽게 섞어 놓았다. 그것들 중 하나가 이 시계다. 무려 내가 찬 시계는 전자시계인 것이다! 중세인데도!

물론 이것들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 1골드에 파는 것을 보니 수상하지만 어찌어찌 만들어지고 있는 듯 하다.

이상 뭔가 이상하게 느낄 법한 시계에 대한 설명 끝.

…약간 들뜬 마음으로 설명했지만 암담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수레의 손잡이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덜컥 하고 큰 소리가 나고 나는 그제서야 수레에 공주님이 타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고 허겁지겁 수레를 쳐다봤다. 다행히 공주님은 깨지 않았다.

나는 수레의 손잡이를 다시 들어 수레를 맛식당 앞에 고이 모셔두고 나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마왕성은 밥도 제때 나왔고 잠자리도 편했다. 하지만 이제 나의 집. 마왕성은 이제 없다.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

근 1년간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집도절도 없이 떠돌 신세가 되니 현실에 있는 집 생각이 났다.

나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식탁에 돈과 쪽지가 또 남겨져있다. 식탁을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는 눈물이 고인다. 오늘은 소년의 생일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집에 있지 않았다. 일이 바쁘다며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다.

소년은 쪽지를 북북 찢었다. 어차피 같은 내용일 것이다. 미안해 엄마랑 아빠가 너무 바빠서 이 돈으로 맛있는거라도 사먹어….

쪽지에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하나 없는 것을 보면 부모님은 오늘이 소년의 생일이라는 것 조차 모르는 듯 싶다.

소년은 꾸르륵 거리는 배를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 게임기 컨트롤러를 손에 잡았다. 게임기가 연결된 텔레비전에서는 소년이 움직이는 캐릭터가 주위 친구들에게 둘러쌓여 축하를 받고 있었다. 귀여운 펭귄이 말한다. 생일 축하해 이건 내 선물이야. 금발 미인이 말한다. 생일 축하해~ 이건 내 선물! 하며 소년이 움직이고 있는 캐릭터의 뺨에 입을 맞춘다.

모두가 소년을 축하한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년이 난폭하게 컨트롤러를 던져버렸다.

소년이 입을 열었다.

“아무나 나랑 같이있자… 응? 어려운거 아니잖아. 그냥 곁에만 있어줘. 더 이상 혼자는… 싫어.”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그렇게 중얼거린 소년의 눈동자가 향한 곳은 게임화면이 비치는 텔레비전이였다.

7시 40분 경.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고 사람들은 맛식당 앞에서 쭈그려 있는 소년과 수레에서 자고 있는 소녀를 보게 되었다.

“뭐지? 거지인가?”

“저 여자아이 좀 봐. 꼬리가 달렸어. 마족인가? 마왕성에서 나왔나?”

“귀엽게 생겼구만.”

“자네 마족이 취향이였나? 아니 그전에 저 아이는 나이가….”

사람들이 저마다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수레에서 자고 있는 소녀가 마족임에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사실 해피라이프의 사람들은 마족이나 마왕성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마왕성의 존재에 대해 고마워했다. 마왕성이 있기에 계속 용사지망생들이 해피라이프를 찾아왔고 그럴 때 마다 마을상점들의 수익은 쑥쑥 올라갔다. 그러면서 마을은 시끌벅적해졌고 덕분에 조용했던 마을에 생기가 넘치게 되었다. 마왕성은 그야말로 마을의 자금원이자 죽어있던 마을을 살려준 마을의 은인이였다.

아직 용사일행이 돌아오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왕성은 붕괴했다 하지만 마왕성이 없어졌다해도 마을사람들은 아쉬울 것이 없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많은 돈이 아니고 활기찬 마을이였기 때문이다.

마왕성덕분에 마을은 충분히 활기차졌다. 마을사람들에게 마왕성은 은인이긴 했지만 굳이 나서서 그 은혜를 갚을만한 그런 의리는 없었다. 마을사람들에게 있어서 마왕성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곳이였던 것이다.

한 여자가 맛식당 앞으로 다가왔다.

긴 생머리, 오똑한 콧날, 요염한 입술. 신이 편애 했다고 생각될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였다. 그녀는 맛식당을 운영하는 아가씨 세이미였다.

세이미는 맛식당 앞에 누군가가 쭈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구지?’

얼굴을 푹 숙이고 있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세이미는 그에게 가까이 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뭔가 시끌시끌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느새 잠들었나보네….’

얼굴을 들려던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았다.

“저기요?”

‘아니 이 목소리는….’

분명히 주인아가씨의 목소리다. 나는 황급히 얼굴을 들었다.

“어머?”

주인아가씨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릭씨?”

주인아가씨의 톡톡 튀는듯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강타했다. 참고로 릭은 내 이름이다. 아니 내 이름이라기 보다는 이 늑대인간 역을 맡았던 자의 이름이지만 현재는 일단 내 이름이다.

“주인아가씨!”

나는 벌떡 일어났다.

“릭씨 무슨 일이신가요? 평소 오셨던 시간이 아닌데다가….”

주인아가씨가 옆에 세워둔 수레에 눈길을 주었다. 시끌시끌한데도 불구하고 공주님은 잘도 자고 있었다.

“그게….”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주인아가씨가 식당문을 찰칵찰칵 열고 들어갔다. 나도 주인아가씨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 나왔다.

‘공주님을 깜빡 잊었군.’

수레로 가 공주님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공주님 일어나세요. 공주님.”

공주님이 으으하고 신음을 내뱉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에? 응? 뭐야?”

아직 상황판단이 안됬는지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는 공주님.

“해피라이프에 도착했어요.”

“그런거야? 왜?”

아직도 잠이 덜 깬 공주님은 잠이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평소의 표독스런 눈빛과는 달리 몽롱한 눈빛에 심장이 덜컥! 했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은 그 까탈스럽고 막나가는 공주님.

방심 하면 그 순간이 아웃이였다.

“일단 들어가요.”

“응….”

공주님이 비틀비틀 일어났다.

‘넘어질 것 같은데….’

역시 나의 직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이정도면 점쟁이 해도 되겠는데?

공주님이 푸닥 하고 넘어졌다.

‘이크!’

이럴때가 아니였다. 나는 황급히 공주님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세요?”

“우… 아파. 코가 아파.”

공주님의 코가 새빨갰다.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이익! 야 너! 너는 내 수하잖아! 내가 넘어지기 전에 도와줬어야지!”

덕분에 잠은 깬듯 하다.

“저는 마왕님의 수하지. 공주님의 수하가 아닌데요.”

“아냐!아냐! 아버지의 수하가 내 수하야! 그러니까 넌 내 수하!”

공주님이 억지논리를 펼치며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안그래도 하이톤의 목소리인데 한층 더 목소리를 키우니 약간 과장해서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공주님의 그 일련의 행위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수군대며 지나갔다. 완전히 구경거리 취급이였다.

“아파. 코가 아파. 무릎도 아파.”

공주님이 투정을 부렸다. 공주님은 올해로 열넷이지만 외모는 영락없이 10살 꼬맹이였고 정신연령도 그 수준이였다.

“무릎이요?”

그런데 잠깐만, 무릎이 아프다니? 넘어 질 때 코만 다친게 아니였나?

공주님이 길다란 치마를 걷어 무릎을 보였다. 눈처럼 하얀 다리에 빨간 꽃이 피어나 있었다.

“으….”

공주님이 상처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울상지은 얼굴.

‘이거 한바탕 울 것 같은데….’

나는 공주님의 상처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호호 하고 입김을 불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내가 다쳤을 때 이렇게 해준 기억이 있었고 그로 인해 약간 아픈 것이 덜해졌던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뭐하는 거야?”

공주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치료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 앉았다.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 둘째치고 이것도 치료라면 치료다 그 뭐시냐 엄마손은 약손? 아니 이건 아닌가….

“업히세요.”

나는 일단 식당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식당 안에 치료도구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 허리 숙인 나에게 공주님은 순순히 등에 업혔고 나는 공주님을 업고 맛식당으로 들어갔다.

딸랑딸랑.

문을 열자 문 위에 달린 종이 흔들렸다.

“저기 주인아가씨?”

주인아가씨는 가게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를 방해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공주님의 상처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흉터가 생길지도 모르니.

“네?”

주인아가씨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뒤를 돌았다.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CF같다. 이 세계에도 연예인 같은게 있을까? 만약 있다면 주인아가씨는 당장 연예인으로 데뷔다.

“저희 공주님이 다쳐서 그런데… 약초 같은게 있나요?”

“공주님? 혹시 그 아이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내가 마왕성의 공주 레이트리오스 폰 레리시아다!”

등에 업혀있던 공주님이 대신 위풍당당하게 대답을 했다.

“어머나.”

주인아가씨는 당당한 공주님의 말에 살짝 웃다가 피가 질질 흐르는 공주님의 무릎을 보고는 웃음을 지우고 약간 놀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는데 손에는 약초로 보이는 것과 붕대를 들고 있었다.

“참 예쁜 다리인데 흉터가 안 남았으면 좋겠네요.”

하며 약초를 손으로 짓이겼다. 역시 주인아가씨 마음씨가 참 곱다. 우리 공주님도 좀 닮았으면 하는데.

“아얏!”

주인아가씨가 짓이긴 약초를 공주님의 무릎에 문지르자 따가운지 공주님이 신음을 냈다.

“따가워어….”

공주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금만 참으세요. 마왕성의 공주님.”

“으….”

주인아가씨가 그렇게 말하자 공주님이 입을 꽉 다물었다. 눈물을 참는 듯 하다. 이런면을 보면 정말 영락없이 귀여운 여자애인데… 평소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아.

“자 다됐어요.”

무릎에 난 상처에 약초를 꼼꼼히 바른 주인아가씨가 일어섰다. 그리고 가져온 붕대를 공주님 무릎에 둘둘 감았다.

“늑대야 무릎이 아파….”

공주님이 절뚝절뚝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공주님을 안아 들어 의자에 앉혔다. 그나저나 공주님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공주님은 내가 단순히 늑대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지만 늑대 라는 단어의 다른 뜻을 알고 있는 나는 내가 변태라도 된 것 같아서 별로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겁니다.”

나는 공주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찾아오시다니 도대체 무슨일이에요?”

손을 씻고 온 주인아가씨가 우리가 앉은 탁자에 마주앉아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

나는 최대한 차분히 얘기 했다. 사실 내가 마왕성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 사람은 사람이지만 늑대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마왕성이 용사일행 때문에 풍비박산이 났다는 것.

주인아가씨는 내가 늑대인간이였다는 말에 놀라기도 하고 마왕성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소리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걱정스러운 표정?’

의아했다. 분명히 마왕성이 박살났다는 소리에 주인아가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가 늑대인간이라는 말에 단순히 놀란 표정만을 지었다.

‘이상한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왕성을 무서워하고 불쾌해하고 무너졌다는 소리에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알던 사람이 사실 사람이 아니고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놀라면서 동시에 공포감이 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인아가씨는….

“저기 주인아가씨. 제가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에 뭔가 무섭다거나 공포스럽다거나 불쾌하다거나 그러지 않으신가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왜요?”

주인아가씨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니 그게… 저는 그 사람이 아니고 아니 사람이긴 하지만 반은 괴물이기도 하고….”

내가 횡설수설 말하자 주인아가씨는 예의 그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조금 눈물이 나려한다. 진짜 내가 괴물은 아니지만 이렇게 마음씨 착한 사람이 있다니…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저뿐만이 아니에요. 우리 마을사람들은 마왕성 그리고 거기에 살고있는 괴물분들에게 나쁜감정이 없어요. 그분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오히려 그분들 덕분에 마을이 활성화 된걸요?”

그렇구나. 왠지 아까 공주님의 꼬리를 보고도 사람들이 그렇게 신기해하거나 불쾌해 하지 않는다 했어.

그런데 마을상황이 이렇다면 딱히 내가 마을에 심부름 올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잠깐만… 설마 그 자식들! 날 속인거야?

‘그놈들….’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분명히 그놈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한테 우리들은 해피라이프에 가면 분명히 맞아죽을 것이라면서 네가 아니면 안된다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놈들은 나를 보며 속으로 킬킬 거렸을 것이다. 저런 바보가 또 있나 하면서 말이다. 나는 일단 심호흡을 하여 진정했다. 이 분노를 차곡차곡 개어서 마음속에 보관해두기로 했다. 그래야 그들 앞에서 이것들을 신나게 표출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치로 만들어주마. 나쁜자식들.’

그리고 이제 마왕성이 박살났으니 계급이고 뭐고 없으니 그들에게 존댓말을 할 필요도 없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속여서 죄송했습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옆에 뚱하니 앉아있던 공주님이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으윽! 왜 그러세요. 공주님.”

“넌 내 수하잖아. 나 말고는 고개 숙이면 안 돼.”

공주님이 고개를 흥 하고 돌렸다. 으으… 그정도는 말로 해도 되지 않나? 이거 멍들겠는데….

“푸훗. 정말 귀여운 공주님이군요.”

주인아가씨가 쿡쿡하고 웃었다. 공주님은 그 반응에 기분이 나빴는지 주인아가씨를 팍 하고 째려봤다. 하지만 이내 나를 째려봤다. 난 별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아무튼 그래서 저기… 갈 곳이 없어서요. 일단 밥이라도 먹을까 하고 맛식당에 오게 된겁니다.”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때.

꾸르르르륵! 하고 누군가의 뱃속의 식충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해할까봐 말해두는 건데 이번엔 내가 아니다.

그리고 주인아가씨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하면….

나는 옆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공주님이 있었다. 공주님은 창피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

“후후훗. 일단 밥부터 먹을까요?”

주인아가씨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얏!”

주인 아가씨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공주님이 또 다시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도대체 왜?’

공주님이 갑자기 또 왜 화가 났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공주님이 고개를 팍 들고 갑자기 내게 역정을 냈다. 꼬집는 걸로 모잘라 계속 바보바보 하며 내 팔을 때렸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 이른시간에 누구지?’

들어온 것은 긴 밤색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길게 늘어뜨린 소녀였다. 소녀는 눈을 반쯤 뜬채 였는데 뭐랄까… 그 반쯤 뜨고 있는 눈이 마약한 사람처럼 풀려 있었다. 또한 입도 반쯤 벌린 상태였다.

“어서… 오세요….”

소녀가 굉장히 무척 부자연스럽게 말을 했다. 이런 말투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아니 그전에 어서 온 것은 너 잖아.

“흥. 들어온 것은 너다. 바보 아니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공주님이 잘난 척 하며 말했다.

“나… 미안하다… 맞다… 네 말….”

뭔가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다. 분명히 마왕성에 이런 말투를 했던 자가 있었다. 분명히 그는….

“근데 너 좀비야?”

공주님이 여자아이에게 손가락질 하며 물었다.

‘그래 좀비! 내 상관이였던 좀비가 저런 말투를 했었지!’

더위를 사냥하는 아이스크림을 정확히 반으로 쪼개기에 성공한 느낌!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다… 나… 좀비….”

여자아이가 아니 좀비여자아이가 어눌어눌 말했다.

“어머? 레미 빨리 왔구나.”

주방에 갔던 주인아가씨가 밖으로 나오더니 좀비 여자아이를 알은 체 했다.

“안녕하세요… 출근… 했다… 첫날… 그래서… 두근두근… 했다… 빨리… 왔다….”

레미라는 좀비 여자아이가 말한 장문의 문장은 나로서는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는 다른 세계의 말이였다.

“두근거려서 빨리 출근 했다구?”

“맞다….”

하지만 묘하게도 주인아가씨는 알아 듣는 듯 하다.

“저기 주인아가씨 그 좀비 여자아이는 누구죠?”

“이런, 미안해요. 이 여자아이는 레미. 어제 채용된 우리가게 종업원이에요~”

“안녕하세요… 나는… 레미…입니다.”

좀비 여자아이 레미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했다. 정중한 레미의 인사에 나도 얼떨결에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릭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존댓말을 해왔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나는 당연히 존댓말로 정중하게 응수했다. 공주님처럼 몰상식하게 반말을 찍찍 내뱉지 않는다. 난 공주님과 달리 예의바르니까!

서로가 소개를 하고 왠지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자,

“익! 머리 숙이지 말라고 했잖아!”

공주님이 또 화를 내며 내 다리를 발로 퍽퍽 찼다. 인사도 하지 말라는 건가? 이것 참….

그 무렵 마왕성.

마왕성은 엉망진창이였다. 벽은 멀쩡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바닥에는 부서진 벽의 잔해가 설탕처럼 뿌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벽의 잔해 말고도 마왕성 3층 플로어를 지키는 몬스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잔악무도한 광경을 지켜보는 한무리의 일행이 있었으니….

바로 마왕성을 정리해버린 용사 일행이였다.

“앗, 오빠 슬라임이 다잉 메시지를 남기려고 해!”

“어디서 감히!”

콧날이 몹시도 날카로워 콧날로 무라도 자를 수 있을 법한 사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검으로 다잉메세지를 남기는 슬라임을 서걱하고 베었다.

물컹~ 하는 소리와 함께 슬라임이 두 마리로 분열됬다.

고깔모자를 쓰고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귀여운 마법사 여자아이가 슬라임 근처로 갔다.

“오빠 다행이야. ‘범인은 용’ 까지 밖에 못 썼어.”

마법사 여자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반으로 베어져 쌍둥이가 되어버린 슬라임에게 그런 소녀의 모습이 악마처럼 보였다.

콧날용사는 슬라임의 체액으로 더럽혀진 반짝검을 소매로 닦으며,

“후후….”

하고 왠지 기분나쁘게 웃었다.

“저기… 오라버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손에는 너클을 낀 여자아이가 콧날 용사를 불렀다.

“왜 그러니 리르? 불만스러운 표정인데.”

콧날 용사는 특유의 콧날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약간 밥맛.

“일단 오라버니가 정한 거니까 잠자코 마왕성 까지 따라오긴 했는데요.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 데 말해봐.”

“우리가 이렇게 마왕성을 공격한 이유가 뭐죠?”

“이들이 악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악이라고 하셨죠. 그럼 이들이 한 나쁜 짓이 뭐죠?”

“…….”

콧날용사의 입이 막히고 이마에서 땀이 삐질 흘렀다. 마왕성은 나쁜존재다. 그런데 마왕성의 나쁜짓을 듣거나 목격한 적이 있었나?

“아,아마도…. 무언가 나쁜짓을 했을 거다….”

“그러니까 그 무언가가 뭐냐구요!”

리르가 화를 냈다. 콧날용사의 이마가 땀으로 흥건해졌다.

“무언가….”

라고 콧날용사는 말하며 시선을 먼 곳으로 향했다.

리르는 그런 오라버니, 콧날용사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일단 돌아갈까?”

그 광경을 보다못한 찰랑찰랑한 금발의 힐러 샤인이 말했다.

“그러는게 좋겠네요 둘째 오라버니.”

“그,그게 좋겠다 샤인.”

샤인의 제안에 콧날용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했고 라르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렇게 마왕성을 정복한 용사일행은 마을 해피라이프로 향했다.

챱챱챱챱챱

공주님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음식을 집어먹었다. 역시 명불허전. 주인아가씨의 음식은 정말로 맛있다. 사람들이 말하던 7성급 호텔의 요리 맛이 이러할까.

“앗 그건 제껍니다 공주님.”

공주님이 그 빠른 손놀림으로 내 접시위에 있던 고기를 훔쳐갔다. 물론 맨손이 아니라 포크로. 평소에 마왕성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먹던 공주님이다. 웬만한 음식으로는 공주님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이 음식이 내 것까지 빼앗아 먹을만큼 맛있다는 것이겠지.

우리의 이런 모습을 자애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주인아가씨. 소위 이런 사람을 선인이라 부르는 것이겠지.

그런 주인아가씨 옆에서는 레미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까와 다름없이 풀린 눈에 벌어진 입에서 약간 침이 흘러나왔다.

‘얼굴은 참 예쁘장한데….’

좀비라는 점이 저 예쁘장한 얼굴을 다 깎아먹는다고 나는 바삭바삭한 새우튀김을 먹으며 생각했다.

“와! 맛있다! 우리 성 요리사 미켈란보다 더 요리 잘해! 너 내 전속 요리사 하면 어때!?”

아가씨가 순식간에 음식을 해치우고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약간 건방진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었으나 타고난 귀여움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 같다.

“고마워요 공주님. 하지만 저는 이 식당을 열심히 경영해야 한답니다.”

“그러냐… 그럼 자주 올게! 맛있는 음식 먹으러!”

묘하게 텐션이 높은 공주님. 이것이 맛식당 요리의 힘인가. 그런데 자주는 못 올 것 같은데.

어느정도 식사가 일단락 되자 주인아가씨가 약간 표정을 굳히며 물어왔다.

“그런데 릭씨? 이젠 어떻게 하실건가요?”

“사실 그게…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갈 곳이 없기도 하고요….”

나는 머리를 쑥스럽게 긁적거리며 말했다. 나야 뭐 마왕성에서만 거의 주구장창 지내왔었고 마왕성 관련 인물 외의 아는 사람이래 봤자 주인아가씨 외에는 없다. 아마 공주님도 나와 마찬가지일거다.

“그럼 공주님은요?”

“마왕성을 다시 일으킬거다!”

공주님이 탁자를 탁탁 치며 말했다. 지금 마왕성의 다시 일으킨다고 하신건가? 공주님은 지금 내뱉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모르는 듯 하다. 공주님 알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 상황은 최악입니다 우린 지금 잘 곳도 없는 상태라구요.

“저기 공주님? 그건 무리라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밀자,

“흥! 바보.”

공주님의 매도와 함께 꼬리가 날아와 내 등을 콕 찔렀다.

“윽!”

강렬한 따가움이 찌릿하고 등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방금 콕이라고 귀여운 말로 표현했지만 사실은 콕 정도의 아픔이 아니라 슉 정도의 아픔이다.

“다짜고짜 무리라고 말하기는! 그러니까 네가 말단인거야!”

다짜고짜 찌르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크… 그럼 일단 묻겠습니다. 어떻게 마왕성을 재건하실 생각입니까?”

“좋은 질문이야!”

공주님은 아실까?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런 것을 엎드려 절받기라고 한답니다.

“의뢰를 받는거야! 돈을 받고 말야! 그렇게 의뢰를 받아서 그 돈으로 마왕성을 다시 일으키는거지! 어때, 좋은 방법이지?”

의기양양.

공주님은 온 몸으로 저 단어를 표현하고 있었다. 과장이 아니라 의기양양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지금의 공주님을 보면 “저건 분명히 의기양양이야!” 하고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다.

“그렇습니까. 근데 무리에요.”

“익!”

또 꼬리가 날아온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그냥 맞고 있진 않았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 날아오는 꼬리를 피했다.

피.하.지.마!

그러자 공주님이 한층 광폭해져 날뛰기 시작했다.

‘그,그냥 맞을 걸 그랬나.’

공주님의 엄청난 기세에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작은 고통을 피하려니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뭔가 부조리하다.

공주님이 발을 굴러 내게로 돌진해온다. 선두에는 꼬리가 있다. 뾰족뾰족한 꼬리. 그 꼬리가 내 복부를 노리고 강하게 쇄도해오는 순간,

별안간 손이 쑤욱 들어와 공주님의 꼬리를 잡았다.

“가게…먼지난다…그러면…혼난다….”

“저리 비켜! 난 저 바보같은 소리만 하는 수하를 혼내줘야 한다구!”

손의 주인은 레미였다. 레미의 손이 공주님의 꼬리를 꽉 하고 강하게 잡았다.

공주님은 얼굴을 잘 익은 사과마냥 빨갛게 물들이고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큰일이 일어날 듯 싶다. 나는 황급히 뒷걸음질을 쳐 꼴사납지만 주인아가씨 뒤로 물러났다.

공주님의 꼬리가 떨린다. 그 꼬리를 잡고 있는 레미의 손도 떨린다. 공주님은 빨갛던 얼굴을 더욱 빨갛게 물들인다. 힘을 주고 있는 듯 싶다. 하지만 레미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왠지 지켜보고 있자니 레미가 공주님을 괴롭히는 것 같다.

“무,무식하게 힘만….”

공주님이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 저 모습을 보고있자니 미안한 감정이 쑥쑥 자라났다. 저 상황으로 만든 것은 내가 아닌가? 이거 말려야….

“둘 다 그만해요.”

겠다고 생각을 하자마자 둘을 지켜보던 주인아가씨가 움직였다. 얼굴을 찌푸리니 아름다운 눈썹이 곡선을 이룬다.

“죄송합니다….”

레미는 그 즉시 손을 놓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공주님은 씩씩 거리며 입을 삐죽내밀었다.

“릭씨도 너무 하셨어요.”

“죄송합니다….”

약간 화를 내는 주인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움츠려들었다. 화를 내는 주인아가씨는 처음 본다.

“사과는 제가 아니라 마왕성의 공주님한테 하셔야죠.”

“네.”

나는 공주님에게 다가갔다. 공주님은 삐친 상태였다.

“저기 죄송해요 공주님. 무리라고 말해서요.”

“으… 늑대야는 바보.”

공주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는 그런 공주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공주님도 공주님대로 열심히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직장을 잃었을 뿐이지만 공주님은 집을 잃은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현재 가장 심란한 것은 공주님이다. 나는 그런 공주님에게 너무 무책임하게 말을 내뱉었다. 지금의 공주님에게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도 조심스러워야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어투가 아닌 배려가 담긴 말이여야 했다.

“미안하다…레미…사과한다….”

레미가 마치 기계처럼 다가와 손을 쭉 하고 내밀었다. 공주님은 그런 레미를 잠시 바라보더니,

“흥!”

단단히 삐친 것인지 꼬리로 그 손을 팍 하고 쳐냈다. 하지만 레미의 힘이 대단해서 도리어 꼬리가 튕겨졌다. 레미는 그런 꼬리를 한번 쳐다보고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선,

“레미…사과했다…그런데…맞았다…너…나쁘다….”

“사과 따위 필요없어! 난 네가 싫어! 이 좀비!”

공주님도 그렇고 주인아가씨도 그렇고 레미의 말을 잘도 알아듣는다.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가 없는데.

“자자 싸우지 말고 서로 화해해요.”

주인아가씨가 다시 한번 중재에 나섰다. 레미는 표정변화 없이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고 공주님은 “싫어!” 하고 말했다가 주인아가씨가 지긋이 쳐다보자 이내 꼬리를 내밀어 레미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공주님. 공주님이 마왕성을 재건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그렇게 운을 떼자 어느새 기운을 차린 공주님이 얼굴을 홱 하고 들었다.

“응! 그래. 돈을 많이많이 모아서 마왕성을 다시 만들거야!”

“의뢰를 받는 걸로 말입니까?”

“응!”

“그런데 그 의뢰를 우린 어디서 받으면 되죠?”

“에?”

“우린 지금 의뢰를 받을 곳이 없는데요. 아니 그 전에 잠잘 곳도 없습니다만….”

아무리 공주님이 열심히 생각한 것이라지만 이 점은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다. 공주님의 제안은 너무 현실성이 부족했다. 일단 의식주가 해결되야 의뢰를 받던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주님.

“에,에,그,그러니까….”

공주님이 시선을 피한다. 의뢰를 받는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의뢰를 어디서 받을지 그전에 우리가 이제부터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서 역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휴….”

나는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뱉었다. 새삼 생각해보니 막막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렇게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릭씨. 갈 곳이 없다고 했죠?”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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