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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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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이 사랑은 지고 싶지 않다.
글쓴이: 엘비앙
작성일: 11-09-02 03:44 조회: 3,241 추천: 0 비추천: 0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사랑에서.

우리는 어떻게 멸망하게 될까?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을 이길 수 있을까?

사랑으로.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까?

사랑을 통해서.

우리를 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

우리를 항상 맺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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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 어록

사랑에 있어서 첫 만남은 중요하다. 아니 사실 첫 만남이 거의 모든 것이다. 당신이 사랑에 대해 긴가민가 할 때 그녀와의 첫 만남을 상기해보아라. 사랑의 출발점에는 항상 대기중인 사랑의 전도사 큐피트가 살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난 큐피트가 빙의된 내 사랑에 대해서 쓰자면 항상 첫 만남부터 써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첫 만남은 어떠하였을까? 라고 첫 운을 떼기 전에 글능력이 모자란 녀석인걸 무마하기 위해 나의 유년시절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학창 시절의 난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대한 막연한 상상도 하지 않았고 성에 대해 그닥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성격도 아니었다. 아니, 그 전에 사랑을 겪기에는 제반환경이 좋지 않았다. 남중 남고라는 동정을 향한 절호조의 테크트리를 설계한데에다 알고 지내는 여자들이라 봤자 여자보다는 그냥 친구였다. 비록 2차 성징을 거치면서 옷 벗고 같이 목욕탕에 간다거나 이런 초등학생적 의식을 하는건 아니었으나, 여자라는 또 하나의 생물에 대해 탐구적인 태도를 취하기에는 그네들은 굳이 따지자면 남자와 여자의 울타리의 경계선이었다.

생긴 건 말짱하게 생긴 녀석이 왜 이리도 여자에 관심이 없을까? 혼자 고민도 해보고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아마 그 녀석은 당시 산 넘어 여학교의 학생과 사귀던 녀석이었는데 여자나 사랑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성욕에 대한 궁금증만을 불러일으켜주던 이른바 악우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그 녀석이 항상 하던 말 중 강조하는 말이 있었는데 가슴이 크면 섹스(물론 녀석은 구수한 사투리 발음으로 빠구리라고 칭하긴 했다.)를 잘한다고, 그리고 최고는 잘 빨아주는(? 이라고 새삼스레 묻지 않아도 알리라 생각한다.) 여자라고.

하여튼 그 친구는 그 친구고 나로서는 당시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대해 흥미롭게 청중하는 편이긴 했으나 실상 와 닿지는 않았다. 적어도 수업시간에 자기 물건 드러내서 어떻냐!” 라고 묻는 지조 없는 녀석에게 진실성이라는 걸 추구하기에는 내가 사회학적 상식이나 융통성이 거기까지 발달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여자 없이 지내던 유년기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아들의 사회화 과정이 그렇듯 그저 축구나 농구, 학교식단, 찌질한 욕설, 무협이나 판타지, 만화만으로도 인생 살기엔 충분했다.

등교하면 엎어져서 자야하고 수업중에는 졸고 쉬는 시간이면 또 자거나 교실책상을 박차고 나가 매점에 들러붙고 그것의 반복이지만 여하튼 우리 남자들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TV에서 해주는 드라마의 사랑이야기나 가십기사의 스캔들 파문 따위는 몇 반의 누가 누구랑 맞짱 뜬데! 라는 병신 타이틀보다도 못한 관심거리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드디어 내가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건 학교라는 감옥과 부모라는 둥지를 떠난 대학생이라는 새로운 클래스로 진화하였을때이다.

, 대학교. 물론 좋지. 꿈과 낭만 그리고 여자!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나를 둘러싼 제반 환경 일체와 마인드가 뿌리부터 바뀌게 만든 것이 대학이라는 것이다.(나는 다행히 여자가 많다는 문과대로 왔으나 대학마저 공대로 가버린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웃기게도 학창시절 교복 혹은 체육복과의 현대적 퓨전 의상을 입고 다니는 여자애들에게 나의 생식기는 번식 본능을 발휘하지 않았으나 화장하고 걸어가는 저 생물은 이미 여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강력한 돌연변이인 듯 성적 페로몬을 풍기고 있었다. 이상하다 같은 생리를 하고 소변도 앉아서 누는 것 까지 같을텐데 뭐가 이리 틀린건지. 이쯤에서 보통은 바보야 여자는 원래 꾸미면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동물이야! 라고 따끔한 지적을 해주길 바라겠지만 나의 경험은 미천하여 온라인 게임에서 이제 막 계정을 만든 초보자처럼 저기 촌장 찾아가라는데 그 NPC가 어디있는거에요?”라고 묻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르는자가 더 용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흔히 연애를 할 때 사람들한테 하는 조언중 가장 기초적이지만 실천해야할 조건이 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시작했다.

◇◇◇

하지만 사랑은 시작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아니 물론 글의 첫머리에서 써놨듯 시작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다는 필수조건이지 그걸로 된다!’라는 절대조건은 아니란 말이다. 실제 나의 첫 고백은 무참하게 거절당하였으니 말이다.

너무 성급했던 것이다. 잠시 내가 좋아하는 야구 이야기로 가볼까? 야구에 있어서 투수가 가져야할 능력은 무엇일까? 물론 실제 선수들이나 코치 혹은 감독이 생각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투수의 덕목이란 7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1. 많은 이닝을 소화 해 낼 수 있는 체력

2. 원하는 곳에 공을 찔러 넣을수 있는 제구력

3. 안타나 홈런을 덜 맞기 위한 그리고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 줄 구위(무브먼트)

4. 타자를 힘으로 완전 압도시켜버리기 위한 구속

5. 타자에게서 타이밍을 빼앗고 심리전을 유도하여 카운터를 유리하게 가져갈 변화구

6. 득점권의 주자 혹은 만루의 상황이라도 침착하게 타자와의 정면 승부 할 수 있는 배짱 혹은 정신력

7. 강타자에게는 전력을 다한 피칭을, 상대적으로 약한 타자에게는 체력을 아끼며 던질 수 있는 완급조절

이 정도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하여 연애에 대한 경험을 하려하는 나는 대충 어떤 투수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이제 갓 데뷔한 신인 투수다. 유명한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졸업과 동시에 지명식을 통해 프로 데뷔한 선수가 아닌 그냥 저냥 숨죽이며 있다가 대학 야구부에서 아마계를 뛰려 하는 투수라 할 수 있겠다. 성질은 변화구도 던질줄 모르면서 포수의 캐쳐 리드도 없이 혼자 타자와의 심리전을 걸다가 한가운데 실책성 스트레이트만 남발하는 그런 투수가 되겠다.

첫사랑이 꼭 그러하였으니까 말이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314일 화이트 데이. 빌어먹게도 대학 생활에서 발렌타이 데이는 방학기간이더라. 남가자 여자에게 헛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날은 쌩~ 넘기고 여자만이 이득을 챙기는 화이트 데이만이 살아 숨쉬는 대학 생활이라니. 이런건 대한민국 무슨 부서에 문의해야할지.(여성부? 왜 남성부는 없는거냐?!)

나는 그 날 단단히 결심하고 2만원 상당의 츄파춥스 한통을 이쁜 포장지에 싸서 고백하였다. 고백한 상황의 대사는 지금 와서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닭살 돋는 대사였는데 그녀는 거기에서 너무 부담감을 느껴버렸던 것일까? “미안, 우리 그냥 친한 친구로 지내. 나는 연상이 좋아.”

끝났다. 내가 던진 회심의 고백은 그녀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장외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가진 스펙도 제대로 파악할 줄 모르면서 혼자 안달하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봤는데 하필 그게 실책성 한가운데 직구였다니! 태어나서 처음한 고백은 순식간에 나를 연애라는 마운드에서 가차 없이 강판시켰으며 대신에 그만큼 많은 교훈을 줬다.

여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선수에게 변화구와 심리전을 통해 맞춰 잡을지 구속이나 구위를 내세워 찍어누를지 판단해야 하며, 어떤 순간에 결정구를 날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첫 고백의 실패는 별로 부끄럽진 않았다. 데뷔전부터 미친존재감으로 괴물이라 불리며 현존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류현진같은 경우도 있으나 그런건 정말 예외로서 치부하고, 대부분의 신인 투수들은 얻어맞으면서도 자신감과 깡다구로 실력을 늘려갈 수 밖에 없으니 나의 첫 등판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면 됐으니까. 이제 선수로서 첫 출발을 내딛은 거고 앞으로 잘하면 되니까!(근데 안되는 애들은 몇 년 지나도 그냥 중고 신인이더라)

그런데 나는 위에서 신인투수의 자세를 말하기가 무색하게 슬럼프를 겪게 된다.

◇◇◇

야구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멘탈의 스포츠이다. 남들보다 못한 구속이나 구위를 갖춘 선수라도 스스로의 관리나 정신력, 심리전으로 충분히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 다른 스포츠도 멘탈은 중요하지만 야구는 그게 좀 더 비중이 실린 종목이며 연애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멘탈만 강하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앞서 말한 투수의 덕목중에서 정신력을 언급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멘탈 문제는 투수뿐만이 아니라 타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것인지 예상하고 득점권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은채 침착하게 안타를 쳐서 투수를 강판시키게 만드는 능력. 내가 등판한 두 번째 경기는 너무나 강한 타자를 만났던 것이다.

두 번째 사랑. 그녀는 처음부터 강렬한 포스를 내뿜지는 않았다. 우연이라면 우연일까 풋풋한 신입생. 뭣도 모르고 선배손에 이끌려 수강신청 할 때 바로 맞은편 자리에 앉아 같이 입학한 동기들중 가장 처음 대화를 했다는 것만이 특이점일뿐. 성격은 조용조용하며 첫인상으로서는 확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닌 그런 아이였다. 다만 같은 기숙사생으로서 아침이나 저녁밥을 자주 같이 먹게 되었는데 그녀의 눈크기나 평소 코디가 배두나를 닮았다는 생각을 언뜻 했을뿐이다.(문제는 내가 배두나를 좋아한다는 거지)

그 후 경기에서 나는 보다시피 첫사랑에 강판당하였고 절치부심 몸을 단련하며 다음 등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MT와 학교 축제를 겪으면서 점차 그녀를 의식하게 되었고 드디어 마운드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싯다르타의 고행처럼 가시밭길에 뒹구는 일이 될 줄이야.

그녀는 볼은 넙죽넙죽 받아가면서 스트라이크 존으로 날아오는 공은 정확하게 컨택하여 쳐낼줄 아는 절정의 선구안과 교타력을 과시하는 타자였다. 더 나쁜 것은 장타력은 높지 않아서 안타는 많이 만들어 내나 단칼에 투수를 강판시킬 홈런은 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입장으로서는 현재 내가 가진 어떤 변화구도 통하지 않았으며 구속으로 찍어누르거나 헛스윙을 유도하지도 못하였고 그나마 구위는 먹혀 공이 뻗질 않아 실점은 않는 그런 상황이랄까? 서로를 의식하며 접전을 펼치나 어느 한쪽 먼저 무너지지는 않는 상황.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어떻게 흘러가느냐?

그녀와 나는 대략 6개월간 치열한 연애의 줄다리기를 펼쳤다. ,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었을수도 있고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내가 생각해도 깔끔한 제구력으로 내야 플레이 유도로 아웃카운트를 잡기도 했으나 그녀를 완전히 요리해버릴 루킹 삼진은 여전히 꿈도 꾸지 못하였다. 뭐 싱겁긴 하지만 결론은 어느 정도 그녀를 상대해보고 사사구로 보내버리게 되었다. 그녀와의 정면승부를 하기에는 멘탈 소모가 너무 심했던 것이었고 나는 인내심이 뛰어난 투수는 아니었다. 홈런을 맞아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기 전에 차라리 고의 사구로 보내버리고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현명한 법이지. , 물론 빈볼이라는 남성 최후의 방법이 있긴한데 그랬다면 난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지.

후에 그녀의 에피소드를 좀 더 말해보자면 아마 내가 군대 가기 전까지도 누구에게 공략당하지 않은걸로 아는데 다녀와서는 잘 모르겠다. 커플 반지 낀 건 아직도 못본거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이것이 나의 두 번째 그녀. 아름다웠지만 서로의 짝사랑으로 끝나다.

◇◇◇

세 번째 그녀. 이제는 나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선배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과 정확하게 1년이 흘러 찾아온 봄. 아아, 고등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처음 들어왔을때랑 비교를 불허하는구나! 1년이라는 차이일뿐인데도 여자란 생물의 인상은 현재 나의 동기나 혹은 1년 선배와 비교해도 천차만별이었다. 무엇보다 신선함!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후배가 와서 선배,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 받을 때의 그 오묘한 신선함!

동기들은 나에겐 왠지 모를 어색함으로 다가왔다면,(다시 강조하지만 난 남중 남고를 나왔다.) 후배들은 처음 보는 애일지라도 선배라는 입장과 그동안 여자에 대한 항생제를 투여 받아 단련된 마인드로 인해 익숙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인간 여자나, 여자 사람이 아닌 동급으로 인식할 수 있는 단순한 여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 상황이 좋았다.

내가 입학한 국문과는 원래부터 남녀성비에서 여자가 많은 과로 유명하다. 그런데 나 때에는 이 상황이 더욱 심해져서 대충 여자 동기가 서른 일곱명에 남자 동기는 고작 다섯이었다. 다섯이기에 우애는 돈독하였고 허구한날 나가서 술마시기도 자주 했지. 자 그러면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학교 1년 다니고 가장 많은 확률로 하는게 뭘까?

군대다.

나의 대학 1년 생활을 피터 잭슨 감독보다 더욱 스펙타클하게 달궈주었던 말 많고 끼많은 동기들은 학기 종강과 동시에 동반 입대식으로 가버렸고 남아있던 2학년 선배들도 같이 가버렸다. 신입생들을 맞이할 유일한 남자 선배는 나뿐이었다.

오오 지져스 크라이스트! 이 순간만큼은 대한민국 군대를 찬양해도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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