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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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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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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꿈속에서 만나자
글쓴이: PH04
작성일: 11-09-01 06:28 조회: 3,015 추천: 0 비추천: 0

그러니까. 눈앞이 캄캄했다. 손을 뻗어 보더라도 내 행동 하나 제 눈으로 인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

선생님? 기억에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들은 목소리인지 분명치는 않았다. 낯설지 않을 뿐이었다. 깜깜한 것이 그저 꿈만 같고, 꿈에서 들은 것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선생님.”

목소리는 절박했고, 긴장감이 있었다. 때마침 통증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내 몸 구석구석 누리고 다니는 건 순식간이었다. 덕분에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거웠던 눈꺼풀도 서서히 열렸다.

여긴 어디지? 선생님은 또 뭐야. 가장 먼저 든 의문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빛이 보였다. 어떤 소녀의 모습도 같이 보였다.

선생님.”

그 소녀는 내 손을 잡고서 주인을 잃은 유기견 같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이고. 죽겠네.”

선생님! 무리하지 마세요.”

나는 먼저 소녀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누구냐. 넌 누구고?”

생님?”

나는 소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경우 당사자는 꼭 둘 이상이 있기 마련이다. 내 생각에 소녀가 그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러는 도중에 기억에 있던 인상이 소녀의 얼굴에 정확이 맞아 떨어졌다.

꿈속에서 며칠 전에 보았던 그 소녀다. 고어로 쓰인 옛 서적을 보는 것 같은 두통이 엄습했다.

결국 한숨을 쉬었다.

괜찮으세요? 혹시 머리가 아프신 거예요?”

아프다.”

온 몸은 통증 때문에 아팠지만 머리는 이 상황을 이해할 능력이 안 되서 아팠다.

잠깐만요. 선생님 좀 불러올게요. 기다리세요.”

기다리지 않는다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기세였다. 소녀는 말을 남기고서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과 다를 바 없는 속도로 달려 나갔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금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 덕에 나는 주변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내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게 통증의 원인이었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어딘가의 병원이었다.

캄캄하기만 한 이전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나는 분명 모처럼의 여유시간에 평소엔 잘 하지 않던 운동을 하던 중이었다.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들은 일련의 기억들을 글쎄라며 부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내게는 병실의 침대와, 낯선 것 같으면서도 실은 낯익은 소녀가 전부였다.

곧 소녀가 돌아왔다.

선생님. 저희 선생님한테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니죠?”

불려온 의사도 소녀가 언급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따금 한숨인지, 급하게 오는 탓에 숨을 몰아쉬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소리를 냈다. 의사는 아무튼 내 옆에 와서 의자 하나를 빼 앉았다.

환자분, 이름은요?”

갑작스런 질문에 본명을 대답할 뻔 했다. 아까의 상황으로 보건데 여기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일은 도움이 여지가 없어보였다. 그런 와중에 약간이나마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어야 할 기억들이 조금씩 돌아왔다.

최 현준입니다.”

의사는 투박하게 생긴 손으로 예상보다 섬세하게 내 눈꺼풀을 확장하더니 빛을 비추어 보면서 말을 이었다.

어디 특별히 아프거나 그런데는 없죠?”

온 몸이 통증의 바다, 수심 7천 미터 속에 잠겨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

그때 소녀가 대뜸 의사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잠깐만요. 제대로 좀 봐주세요. 그렇게 큰 사고였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짜잔! 하고 멀쩡해질 리 없잖아요.”

나와 의사 둘 다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의례적인 절차였을 테고, 당사자인 나 또한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헌데 이 소녀는 무슨 연유에서 분노에 찬 아기사슴 밤비 같은 눈으로 의사를 노려보고 있는 건가.

그리고 당연하게도 의사는 소녀의 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소녀의 평판에만 흠집이 났다. 몸에 특별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나섰다. 소녀는 여태 내 뒤에 아기 새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면서도 내가 시선을 주면 끓는 물속에 삶은 달걀마냥 위아래로 정신없이 요동쳤다. 이유를 물었으나 대답 대신 쓸모없는 말만 들었다.

왠지? 그냥? 어쩌자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나는 스토커나 다름없다고 소녀를 꾸짖었다. 그럴 때마다 소녀가 허둥대는 모습에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경이 하나 있었다. 나는 내 머리를 때렸다.

아오.”

그리고 한 번 더 때렸다.

젠장.”

한 번 더 때렸다.

미치겠네.”

지금 내가 어디의 어떤 선생인지는 모르겠으나 교사로서의 자격을 위배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픈 것뿐이면 다행이겠다.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소녀는 최근 꿈의 그 소녀였다. 그러니까 난 선생 같은 거 못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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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교편으로 칠판을 한두 번 두드리자 학생들 사이에서 이따금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막막할 것 같았던 선생님이라는 직업도 생각 외로 수월했다. 담당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는 점이 꽤 도움이 됐다. 사실 모든 것이 꿈이라 생각하니 편했던 덕도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출구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 지도 벌써 한 달 가량이 지났다.

마침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음악이 교실에 울려 퍼졌다.

교문을 나서려는 차에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

하은이었다. 한 달 전부터 나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는 악당이다. 더불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꿈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렴, 꿈에서 그런 요상한 모습을 보았으니.

연애 문제로 고민상담을 원했던 어느 남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예쁘고, 귀엽고, 착하고, 애교가 많아 뭇 남학생들의 꿈이라고는 하나 또래끼리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선생님. 저 뭔가 달라지지 않았어요?”

또 교복 줄였냐?”

아닌데요.”

이 작은 악당은 가끔 내게 이런 수수께끼를 내고는 했다. 한 달에 열 번 정도.

자신이 기대하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볼을 부풀리는 점이 참으로 악해보였다.

진짜 티 안나요?”

나는 하은을 유심히 보았다.

쌍수?”

하은은 역정을 냈다.

선생님은 수술하고 시술하고 구별 못하세요?”

선생의 입장으로 그걸 구별할 수 있다면 앞에 의사라는 말을 다는 게 풍요롭게 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만.

사실은 뭐가 바뀌었는지 안다. 다만 쉽게 알아차리면 다음날에 바로 또 뭐 티 안나요?’하고 또 물어올 걸 알기에 쉽게 말을 할 수가 없다. 미묘한 고민이다. 내심 이제 말해줘도 되지 않나 싶은 기분도 있다.

머리 염색했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죠? 티 나죠? 어울려요?”

하은은 내게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로 하은의 정수리를 찍었다. 뭔지 잘 모르겠다만 정수리를 찍기엔 참 안성맞춤인 모서리를 갖고 있는 물건이었다.

하은이 또 성을 냈다.

궁금하냐.”

혹시 애정표현? 선생님. 공공장소에서 이러시면 부끄러워요.”

때마침 복도로 나온 하은의 친구 유희는.

. 지랄.”

이란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저거. 잡히기만 해봐.”

그 전에 내가 먼저 하은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아파요 선생님.”

아프라고 한 거야.”

교칙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건 교장선생님도 알고, 학부모님도 할고, 학생들도 아는 사실이다. 마땅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단지 교칙이 왜 있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너무 많은 탓에 선생님들의 피로감만 늘어갈 뿐이다.

학교 교칙에 염색해도 된다고 니가 썼냐.”

아뇨. 전 아닌데.”

하은은 아프다면서 발을 꼬았다. 용서해달라며 내게 혀를 빼꼼 내밀었다. 다소 불량스럽지만 밉지는 않은 게 신기했다.

니가 안 써놨다고 안 지켜도 되는 건 아니지. 그치?”

그런 말이 있었어요?”

세계일주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침묵으로 흘러갔다.

당장 원상복귀 실시.”

싫은데요. 이게 더 이쁜데, 다시 염색하려면 돈도 드는데.”

나는 그런 말괄량이를 모른 체 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그 전에 살짝.

난 검은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다니는 애들을 보면 그렇게 예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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