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반딧불이 공주
글쓴이: 베이모르
작성일: 11-09-01 00:06 조회: 2,884 추천: 0 비추천: 0

0.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소년은 확신했다.

난 저주에 걸린 게 확실해. 장담하지.”

그러니까, 그 때 너랑 만났던 것도 분명 저주야.

그렇지, 오노렐?

1.

콰앙! 하고 굉음이 울려 퍼졌다. 별조차 뜨지 않아 칠흑 같이 어두운 밤중이었다.

어휴, 그 놈의 깨방정. 또 괜히 난리 쳐서 놓쳐버렸잖아!”

어둠 속에서 거한이 나왔다. 2미터는 족히 넘을 정도의 덩치. 그러나 목소리는 어린 소녀의 것이었다.

물론 그 남자의 목소리가 소녀처럼 여린 건 아니다. 정확히 그의 오른쪽 허리 부근. 그 쯤에 작은 여자애의 머리가 있었다.

아니, 정정한다. 그 쯤에 머리가 간신히 닿을 정도로 작은 여자애가 있었다. 새까만 옷을 입고 있어선지 몸통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장용으로 까만 옷을 택한 건 아닌 듯 하다. 그 옷은 완전무결하게 수녀복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녀는 보수파라기보단 자유분방한 편일 것이다. 머리에 후드를 쓰지 않았다. 답답함 이전에 전투시엔 상당히 거치적거리므로, 실용적인 측면으론 훌륭한 선택이다.

그러나 위장용의 측면으로 봤을 땐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 머릿결은, 어둠 속에서도 찰랑찰랑 빛을 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녀 옆의 거대한 남자는 위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온통 하얗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위로는 약간 긴 편인 은발부터 아래로는 흰색 수도복까지. 완벽하게 하얗다.

어쩔 거야 이 곰팅아! 그러니까 몰래 숨어서 기습하자고 했잖아! 그런데 왜 멋대로 나대서 일을 귀찮게 만들어?”

남자의 손바닥 반도 안 되는 소녀의 작은 머리가 매섭게 독설을 뱉어댔다.

, .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터 잘 하면 되잖아.”

진심이 담겨있지 않아!”

소녀의 다그침에 남자는 그저 고개만 까딱. 그 모습을 소녀는 매서운 눈으로 흘겼다.

아오, 나도 참 사람 보는 눈이 없지. 어쩌다가 저런 놈의 마누라가 돼버린 거야?”

결혼해서 죄송합니다, 부인님.”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그와 동시에 남자와 소녀는 재빨리 태세를 갖췄다.

그 소리는 매우 작았지만 절대 잘못 들었을 리는 없다. 만담에 정신이 팔려 경계가 허술해지는, 그런 아마추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적 또한 아마추어가 아니다. 실수로 그런 소리를 냈을 리 없다. 아마 일부러 주의를 끌기 위해 한 짓이겠지.

사이 좋은 신혼 부부시네요.”

어둠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 그러나 소녀처럼 앳된 기색은 없다.

솔직히 언뜻 보기엔 아버지와 딸 같긴 하지만.”

은근히 범죄자 취급 하지 마!”

오해하지 말아요. 전 그런 금지된 사랑도 좋아한다구요?”

“…….”

소녀는 반문하지 않았다. 무시한 게 아니라, 갑자기 그 여성의 기척이 사라졌기 떄문에.

휴톤.”

알았어!”

소녀가 남자의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등 뒤에서 커다란 십자가를 꺼내 들었다. 육중한 크기의 은제 십자가. 방금 전의 굉음도 이 녀석의 소행이리라.

소녀와 휴톤은 주위를 꼼꼼히 살폈다. 눈은 어둠 속에서 약간의 실루엣이라도 포착하려 애썼다. 그리고 귀는 벌레 울음소리 하나 하나부터 미미한 바람 소리까지. 촉각으론 공기의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오감을 극도로 예민하게 곤두세워 주위를 살핀다. 적은 대체 어디 있는가. 빽빽이 우거진 나무 사이를 질주하는가. 아니면 이 근처에 숨어서 우리를 관찰하고 있나?

, , , , 어느 방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사각은 동료에게 맡긴다. 적을 놓치는 순간, 그것은 패배로 직결하니까.

잡았다!”

휴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동시에 그는 목표를 향해 십자가를 내리찍었다.

!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폭탄은 십자가며, 폭발한 건 가공할 힘. 그러나 여느 폭발처럼 주위까지 날려버리진 않는다. 정확히 겨냥한 범위만 절조 있게 일그러뜨린다. 그런 면에선 폭탄보다 위력적이다.

하지만 명중시켰을 때의 그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꿎은 맨 땅만 뭉개뜨린 듯 하다.

놓치지 않는다!”

그래도 휴톤은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막 옆을 지나가는 희미한 실루엣을 포착한 참이다.

비록 그것과의 거리는 꽤 멀었지만, 상관 없다.

으랏챠!”

이번엔 팔을 쭉 뻗어 옆으로 휘둘렀다. 휴톤의 긴 팔과, 십자가 자체의 엄청난 크기. 그 때문에 십자가 끝이 그린 반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그 궤적 안에 있던 나무들이 도미도 마냥 쓰러졌지만, 십자가의 속도를 감소시키진 못했다. 결국 십자가는 깔끔하게 한 바퀴 원을 그렸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맞추지 못했다. 그래도 휴톤은 한결 같은 기세로 십자가를 들어 올렸다.

다시 한번 더! 으랴앗!”

어우, 저 미련 곰팅이. 무식하게 밀어 붙이기만 해서 어쩌겠단 거야?”

한 편, 소녀는 휴톤이 실루엣을 쫓아 사라진 곳만 보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밀어붙여 봤자 아무 소용 없다. 기세로 압박할 수 있는 건 아마추어나 하급 몬스터 뿐. 저 정도의 상대에겐 통하지 않을 싸구려 수법이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완벽한 팀웍.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에서 노려야 할 극적인 타이밍.

그런데 저 곰팅이는에휴.”

소녀는 팔짱을 낀 채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 쾅 거리는 소리가 작아진 걸로 봐서, 상당히 멀리까지 간 것 같다.

보통은 함께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녀는 경우가 좀 다르다. 일단 전투력이 없다. 그런 작은 체구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렇게 동향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녀의 능력은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지….”

너무 멀리 간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리 휴톤이 곰 같은 기세로 몰아친다 해도, 그렇게 멀리까지 달아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 지긋지긋한 나무 숲에서 빠져나오면 유리해 지는 건 이쪽이니까.

따라서 녀석이 숲 바깥까지 도망칠 리는 없을 테고. 그러나 휴톤은 우직하게 밖을 향해 질주하고 있고.

그렇다면, 적은 대체 무슨 속셈인가.

신랑과 달리 신부는 꽤 한가롭네요?”

“…!”

어이없게도. 그 답은 너무나 쉽게 찾아왔다. 심지어 제 발로 찾아왔다.

신랑이 저렇게 불끈불끈한데, 신부가 받아주지 않으면 분명 욕구불만이 되 버릴 거라구요. 물론 그 정도 체격 차론 어찌 되든 신랑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뭐가 불끈불끈이야?”

바보 곰팅이, 라고 소녀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쉽게 유인 당하다니.

어쨌든,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이셨나? 그렇게 정면으로 나타나다니.”

설마요.”

소녀는 깊게 한숨지었다. 하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얕보일 만도 하다.

적의 속셈이야 뻔하다. 주력 전투원인 곰탱이를 먼 곳까지 유인한 뒤, 비 전투원인 그녀부터 처치한다.

휴톤의 전투력은 분명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혼자 남았을 땐 간단한 속임수 만으로 처치할 수 있겠지. 돌덩이나 다름 없는 휴톤을 대신한 두뇌인 그녀만 없앨 수 있다면.

몸통보다 머리를 베는 편이 훨씬 편하다. 그건 동서고금 불변의 법칙이니까.

그러나, 하지만 말이지.

날 너무 얕봤다고.”

“!!”

뻗은 것은 그녀의 손. 그 연장선이 상대방을 꿰뚫었다. 말 그대로 꿰뚫었다’.

연장선은 한 줄기 빛으로 시각화된다. 그러니까, 마치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온 빛이 상대방을 꿰뚫은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빛줄기 탓에, 지금껏 실루엣 뿐이었던 상대방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네, 그 면상.”

면상이라니….”

젊은 여성이었다. 미모로 따지면 남자 천 명을 유혹했다던 어느 망할 여자보다 한 수 위다. 물론 본 적은 없지만.

머리는 연한 베이지색. 베이지색 머리가 양 갈래로 길게 땋아져 있다. 아니, 보통 긴 게 아니다. 거의 종아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다.

눈동자는 맑은 파란색. 보석으로 치자면 아쿠아마린과 비슷하다.

몸 윤곽을 타고 매끄럽게 내려오던 드레스는, 허벅지 쯤에서 거칠게 찢겨져 있었다. 움직임에 방해되니 스커트 부분을 잡아 뜯어버린 거겠지.

지나치게 빈티지한 드레스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아깝게도. 그녀의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아니, 마치 몸 전체가 굳어 있는 것만 같다.

그 어떤 상대라도 얕보지 않는다. 그건 전투교범 이전에 기본 상식 아냐?”

전투교범 같은 거 배워 본 적도 없는데요.”

소녀는 빛이 뻗어 나오는 손을 그대로 조준한 채, 여성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럼에도 여성은 꼼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꼼짝하지 못하는것처럼 보인다.

이 손, 성당에선 갓 핸드라고 칭송 받았지. 신의 손이라니….”

빛이 뻗어 나오는 손을 가리키며, 그녀는 말했다.

그 어떤 상대의 움직임이라도 강제로 봉쇄하는. 전대 미문의 엄청난 능력이야. 신의 손이라고 칭송 받을 만도 하지. 보스 급이든 네임드든 어떤 몬스터라도 이 손에 걸리면 끝이야.”

소녀는 여유 있게 씨익, 웃어 보였다. ‘갓 핸드 웰나, 잘 기억해 두라고.’라고 중얼거리면서.

, 그럼 거의 반년 동안 이어졌던 지겨운 숨바꼭질. 슬슬 끝내 볼까?”

웰나는 다른 족 손을 올려 보였다. 그 손의 약지에 끼워진 건 하얀 반지.

그녀는 그것을 입에 갖다 대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휴톤.”

그와 함께 반지가 붉게 물들었다. 마치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듯이.

서약 반지인가요….”

서약 반지. 영원을 맹세한 부부가 나눠가지는 반지. 두 부부를 강하게 이어주는, 일종의 매듭과 같다.

그 매듭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소환’. 한 쪽이 상대를 부르면 반지가 상대를 소환한다. 둘의 거리가 얼마 멀든 상관 없다.

어이쿠!”

, 하고 땅이 무겁게 신음했다. 그 위로 휴톤이 주저앉아 있었다.

이 바보 곰팅아!”

웰나는 휴톤의 머리를 세게 쥐어 박았다. 이번엔 콩, 하고 휴톤의 머리가 신음했다.

뭐가 신나서 그렇게 날뛴 건데? 얼씨구, 표정 봐라. 네가 억울할 게 뭐가 있어?”

그렇다고 때릴 건 없잖아!”

당장 목이라도 따버리고 싶은 심정이거든?”

뒤통수를 문지르는 휴톤을 무시한 채. 웰나는 다시 여성에게 다가갔다.

원래 받은 퀘스트는 척살이지만, 넌 운이 좋아. 아니 어찌 보면 불행할지도. 묶어 놓고 괴롭히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거든.”

마치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웰나는 휴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휴톤은 다시 거대한 은 십자가를 치켜들었다.

적은 움직일 수 없다. 남은 것은 십자가에 의한 처형. 죽이지 않기 위해 힘을 빼겠지만, 그래도 뇌진탕 정돈 거뜬하겠지.

반년 동안이나 귀찮게 만든 벌이야.’라고, 웰나는 중얼거렸다.

휴톤이 힘차게 기합을 외치고. 굵은 팔의 힘줄이 긴장한다.

그리고 그 순간.

아무리 지혜롭고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인간은 싸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공기가 바뀌었다. 분위기가 반전했다.

분명 여성은 갓핸드로 봉쇄되어 있다. 어떤 수를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살기도 아니다. 그런 살벌한 느낌이 아니다. 마치 모든 흥분이 싹 날아가는 느낌.

반딧불이 공주 오노렐.”

여성은 그렇게 말했다. 그와 함께 그녀의 주위가 밝아졌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나 특수 조명 같은, 그런 싸구려 연출은 아니다. 그런 정도로 환하게 밝진 않다.

은은한 밝음. 인위적인 빛이 아닌 자연의 빛이다.

반딧불이의 별명은 지상의 작은 별이죠.”

그 빛의 정체는 반딧불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이가 그녀의 주위를 날고 있었다.

, 나왔나….”

웰나는 작게 투덜거렸다. 언노운 몬스터 반딧불이 공주’. 반년 만에 진짜 능력을 보여주는가.

보통 몬스터는 모두 등급이 있다. 낮게는 하급에서부터 높게는 네임드, 보스 급까지. 모든 몬스터가 강함에 따라 등급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그녀의 등급은 언노운’. 즉 전투력을 알 수 없음. 강함이나 약함을 벗어나서 알 수 없다….

그런 정체 불명의 적이, 지금 능력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지상까지 내려온 별들. 항상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이들이, 여기까지 내려와 하려는 일이 뭔지 아시나요?”

오노렐은 손 끝에 반딧불이 한 마리를 얹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웰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대체 이 느낌은 무엇인가. 뭔가 무기력하고 뭔가 부질없다.

온 몸의 힘이 쫘악 빠지는 듯 한 느낌.

인간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 싸움을 멈추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 그들은 하늘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거에요.”

의욕이 없다. 갑자기 모든 게 짜증나기 시작한다.

어둡고 덥고 찌뿌둥하고 온 몸은 뻐근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하고 발은 물집투성이고 피부엔 잡티가 송송 오르고 내가 지금 무슨 꼬라지인가 쉽고 곰탱이 뻘짓도 짜증나고 무엇보다 노동력 착취인 게 틀림없다. 망할 성당 녀석들, 한창 나이의 소녀에게 이런 거나 시키다니 말야.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웰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 이 능력….”

조금은 진정이 되셨나요?”

헛소리 하지 마!”

웰나는 이를 갈았다. 대체 이건 어떤 능력이지?

마법 중에 상대방을 제약하는 것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육체의 영역. 정신을 지배하는 마법은 흔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에 어떤 강제성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의욕이 사라진 것뿐.

육체도 정신도 조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욕을 앗아간다. 그것이 녀석의 능력인가?

싸움을 멈추기 위해 온 존재들이, 오히려 상대를 제압해 버리면 그건 모순이겠죠?”

오노렐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미 갓핸드의 능력은 사라진 후였다.

그렇기에 반딧불이들의 능력은 어떤 강제도 아니에요. 육체를 봉쇄하거나 정신을 헤집는 짓 따위 하지 않죠. 대신 그들의 능력은 바로.”

오노렐은 다른 한 손에도 반딧불이 한 마리를 얹으며.

상대방이 싸울 의지를 잃게 만드는 거에요. 인간의 감정 중 적개심을 없애버리는 거죠.”

“…, 넌 그 능력을 이용해 평화의 사도가 되시겠다?”

오노렐의 말에 웰나는 작게 코웃음 쳤다.

한낱 몬스터 주제에 신세 좋게 평화 타령이라니. 우습지도 않다.

겨우 벌레 몇 마리 가지고 평화를 전파하겠단 거야? 기가 차는 구만. 혹시 과대망상증이라도 있어?”

불가능할 것이다, 라는 건가요?”

불가능 이전에 말장난도 안돼.”

웰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 싸울 수 없게 되었으니, 독설이라도 맘껏 퍼부으려는 심산이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어설픈 평화론자들은 널렸어. 그들도 개소리라며 외면 받았지. 그런데 고작 몬스터 한 마리가 평화, 평화 하며 노래 부른다고 누가 들어줄 거 같아?”

노래는 안 불렀는데.”

넌 끼어들지 마, 곰팅아!”

웰나는 순간 휴톤의 정강이를 걷어 차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그러나 역시 의욕이 없다. 녀석의 능력 때문이겠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

오노렐은 작게 되뇌었다.

그렇군요.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그래. 그건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무리수 수준이라고.”

그러니 우리에게 잡혀서 월급으로 산화해라, 라고 웰나는 덧붙였다.

하지만 오노렐은 무시한 채 뒤돌아섰다. 그리고 툭 던지듯 말한다.

안 된다, 불가능하다…. 인간의 해묵은 말버릇 중 하나죠. 하지만 말예요.”

오노렐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주위에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들이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모여든 반딧불이들에게 둘러 싸인 오노렐. 그것은 마치 수많은 별들이 합쳐져 거대한 빛덩어리가 된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 감싸인 오노렐은, 단 한 마디만을 남겼다.

역시 해보지 않고선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2.

웰나는 격한 짜증을 느꼈다.

아오, 성질나! 왜 그 년이랑 엮이면 되는 일이 없어?”

벌레녀는 놓치고 그 덕에 반 년이나 삽질한 셈이고 무엇보다 저번에 만난 꼬맹이 일이 생각나 더욱 화가 난다.

“ ‘내 생각엔 아마 너희들이 이길 거야. 장담할 수 있어.’라니! 퍽이나 이긴다 망할 꼬맹이.”

오노렐을 쫓던 도중 만난 어떤 남자아이. 그 이상한 꼬맹이는 우릴 보자 말자 그런 소리를 했다.

물론 신빙성 없는 어린애의 헛소리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일만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 그 여자랑 같이 다니던 남자애?”

말 걸지 마! 누구 때문에 다 말아먹었는데?”

짜증나짜증나짜증나, 하고 웰나는 투덜거렸다. 정말 정말 기분이 안좋다.

평생 닥칠 불운이 한번에 몰아친 것 같다. 특히 일년 치 월급거리를 눈 앞에서 놓쳤던 게 제일 분하다.

그냥 보상 많다고 덥석 물었던 게 잘못이었어!

“…그래서, 이제 뭐 할거야?”

그렇게 한참 동안 투덜거리던 웰나에게 휴톤이 물었다. 그에 웰나는 잠시 투덜거림을 멈추고 생각에 빠졌다.

이미 밥에 재는 뿌려버렸고 밤은 깊었다. 거기다 방금 전 오노렐의 능력 때문인지, 어떤 일도 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따로 있을까.

웰나는 양 손으로 눈을 비비며,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잘래.”

기꺼이 모시겠습니다, 부인님.”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